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에세이 <밤의 인문학> 펴낸 일러스트레이터 밥장 씨


벽화 프로젝트와 국내외 재능 나눔, 기업 컬래버레이션, 어린이재단 초록우산 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바쁘게 활동 중이다. 6월 초에 열린 ‘아트쇼부산 2013’에도 참여했다.
아트쇼부산은 갤러리들의 참여가 중심인 아트 페어다. 올해에는 아트쇼 부산의 초대를 받아 ‘아트 셰어Art Share’라는 콘셉트로 특별전에 참여했다.

또 나눔인가? 최근 활동하는 아티스트 중 가장 활발하게 재능 나눔을 하는 것 같다. 꼭 그렇진 않다. 그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미술관에 한정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작가 대부분이 본인의 작품을 보여줄 기회가 적다. 지역의 미술 나눔에 주목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 아파트 담벼락에 그림이 있어” “우리 동네에도 화가가 사는구나!” 하면서 그림이 어려운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미술 나눔은 그 일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특별히 재능 나눔을 활발히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연탄나눔운동본부의 벽화 프로젝트가 첫 재능 나눔이었다. 연탄이라는 평범한 소재가 내 아이디어와 만나 창의적인 그림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 개인을 위해서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미지가 좋아졌다. 후후.

은평구 주민으로 동네 벽화 그리기에 앞장서기도 했다. 동네 주민과 함께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미용실 아주머니, 동네 초등학생들도 먼저 인사를 건네고 그림에 관심을 가진다. 그런 노력 때문인지 은평구에 아티스트와 주민이 함께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드디어 생겼다. 나를 포함해 재즈 가수 말로, 헌책방을 운영하는 윤성근 씨, 목공예가 김영일 씨, 힙합 가수 UMC가 강의자로 모두 은평구 주민이다. 우리의 재능을 잘 버무리면 콘텐츠가 있는 동네가 되지 않을까? 살맛 나고 살기 좋은 동네.

그렇게 바쁜 와중에 <밤의 인문학>을 출간했다. 여섯 번 째 책인데, 이 책을 소개한다면? 뉴욕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펍에서 교수와 학생이 함께 맥주를 마시며 강의실에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주고받는 토론 문화가 있다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왜 그런 문화가 없을까?’ 하는 질문이 출발점이었다. ‘수요밥장무대’라는 이름의 모임을 만들었고, 뜻이 같은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밤의 인문학>은 그 무대를 활자화한 책이다.

본문 중간중간 ‘(웃음) (조용)’ 등 인물의 동작이나 심리, 어투를 설명하는 지문地文을 삽입한 것이 인상적이다. 신촌에 있는 단골 펍이 무대다. 그 모임의 분위기, 현장감을 글 속에 잘 살리고 싶었다. 독자들도 그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토론에 동참하고 귀 기울일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100% 리얼은 아니다. 내용의 반이 실제 무대를 바탕으로 했다면, 나머지는 현장감을 살린 논픽션이다.

토론의 주제는 어떻게 정했나? 할 얘기는 많아도 소재는 한정적이다. 내 또래의 중년 남성들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왕년에 잘나간 이야기로 폼만 잡다가 결국 단란한 곳을 찾게 되고… 후후. 내가 봐도 매력 있는 중년 남성을 만나기 쉽지 않다. 단순히 외모를 떠나 취향과 철학과 품위가 있는 아저씨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아저씨가 술자리의 품격을 리드한다. <밤의 인문학>도 그런 맥락이다. 경제, 사랑, 외로움, 여행 등 누구에게나 쉽고 보편적인 주제를 다뤘다.

본인은 품격 있는 아저씨라고 생각하는가? 품격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서 <밤의 인문학>을 쓴 게 아닌가? 후후. 젊을 때는 그 자체로 빛나기 때문에 특 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40대는 갖추는 시기다. 살아온 만큼의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남 탓을 할 수 없다. “저 사람 참 괜찮네” 하는 말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늘 명심하는 것이 있다. 함부로 껄떡대지 말고, 웬만하면 지갑을 열어야 한다. 중년일수록 단골집이 필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야기가 있고, 익숙하고 서비스도 제공하니까.

10년간 대기업 직장인 ‘장석원’으로 살다가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이 된 지 10년이 지났다. 앞으로 10년은 어떤 그림을 기대하는가? 품위 있게 살고 싶다.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고, 문제의식과 인문학적 지식을 갖추며 취향과 스타일이 있는 남자, 적당히 좋은 일도 하고 창작 활동도 하며 좋은 사람들과 술을 나누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미리미리 조금씩 실행하는 사람, 멋 있는 사람!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에세이 <밤의 인문학>
일러스트레이터 밥장 씨의 신촌 단골 술집 ‘더빠’에서 수요일마다 열린 ‘수요밥장무대’를 글과 그림으로 옮겼다. 그의 문장을 읽으면 더빠의 구석에 함께 앉아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생맥주 한잔 나누며 문학, 사랑, 예술, 여행, 아저씨 등을 논하며 키득거리고 싶어지는 책. 앨리스.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정호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