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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행사 스케치 서천 한산모시문화제
해마다 여름이면 베틀을 움직여 모시 짜는 소리로 충남 서천군 한산면이 들썩인다. 지난 6월 6일부터 9일까지 진행한 ‘한산모시문화제’. 그 인고의 과정을 보고 나니 왜 한산에서 난 모시를 으뜸으로 치는지 알 것 같다.


서천의 명물 한산 모시 전시관.

<한산모시명품전> 의 디자이너 9인과 모시 짜기 장인들. 한산에 이어 서울 문화역서울284에서 오는 7월 14일까지 <한산모시명품전>을 펼칠 예정이다.


할머니들이 평상에 둘러앉아 실을 뽑고 있다. 가느다란 실 두 가닥을 입안에 넣었다 빼더니 무릎에 대고 비벼 잇는다. 밭에서 베틀까지 전 공정을 일일이 손으로 작업하는 천년의 명품 한산 모시를 짜는 현장. 서천군은 한산 모시를 이용한 다양한 패션, 생활 상품을 개발하려는 노력으로 매해 ‘한산모시문화제’ 를 열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올해는 기능보유자 방연옥 씨를 비롯해 수십 명의 깨끼(안감 시접을 두지 않고 깔끔하게 바느질하는 것) 장인과 아홉 명의 현대 디자이너가 협업한 모시 상품을 선보여 한산 모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이다.


1 평소 모시옷을 즐겨입는 서천군 나소열 군수.
2 <한산모시명품전>을 기획한 크로스포인트 손혜원 대표.
3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모시’도 알리고 국민 절전 운동에 동참하자는 뜻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한산 세모시 한복을 입고 출석했다.
4 모시 재킷이 잘 어울리는 여성가족부 조윤선 장관.

태모시를 짜는 할머니들.

모시, 대를 물려 입으니 어쩌면 가장 싼 옷
“한산 모시 짜기 기능보유자 방연옥 씨는 입술과 혀에 굳은살이 있어요. 모시실을 만들려면 이로 태모시를 쪼개야 하는데, 입술과 혀에서 피가 날 만큼 고통스러워요. 한 필(약 30×180cm)을 짜는 데 꼬박 석 달이 걸리죠.”
<한산모시명품전>을 기획한 크로스포인트 손혜원 대표는 ‘모시’는 외국 명품에 비하면 결코 비싼 게 아니라고 거듭 강조한다. 정성껏 지은 모시옷에 흔쾌히 지갑을 열 수 있도록 최상의 디자인을 끌어내겠다는 목표로 진행한 이번 전시는 동덕여대 디지털공예과 교수 김옥현 씨와 박영란 씨, 패션 디자이너 이광희 씨, 한복 디자이너 김인자 씨와 김영진 씨, 섬유 작가 채옥희 씨, 색실 누비 작가 김윤성 씨, 작가 김연진 씨와 빈콜렉션 대표 강금성 씨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홉 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전시에 출품한 모든 디자인은 서천군에 재능 기부했다.
“한산 모시 짜기는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서천의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모 심을 때, 추수할 때, 김장할 때 빼고 베를 짰을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으니 여성들과 고락을 함께한 예술품이라 할 수 있어요.”
서천군 나소열 군수는 여인들의 정성과 인내로 한 올 한 올 빚어내는 모시의 아름다움을 역설했다. 여성가족부 조윤선 장관 역시 한산 모시를 ‘창조 경제’와 비유하며 모시옷을 정장처럼 지어 국무회의에 입고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창조 경제는 기존 시장에 아이디어를 접목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자는 뜻이죠. 장인과 현대 작가가 협업하는 프로젝트를 활성화하고 모시를 비롯한 전통 소재를 국내외 패션 디자이너에게 알리고 가치를 전해 만드는 이부터 사명감과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사실 격식을 갖추어야 할 자리에 치마저고리를 곱게 차려 입고 싶지만, 전통 의상이 습관이 안 되면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것이 우리 옷을 선뜻 입지 못하는 이유라면 조윤선 장관의 의견처럼 현대화한 정장을 만드는 것도 방법일 터. 20대 아가씨가 한산 모시를 찾는 게 바람이라고 말하는 한 기능 장인의 말처럼 잠자리 날개옷이 날개를 펼 그날을 기대해보자.

글 이지현 기자 | 사진 김정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