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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그리는 화실리 다 잊고 그려요, 명상하는 것처럼
돌이켜보면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동네 사랑방에 모여 앉아 손으로 무언가를 꿰고 그리고 두들기며 시간을 보내곤 했죠.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다 보면 이내 마음에 꽃들이 살뜰하게 피어납니다. 요즘 이곳이 그래요. 혼자 놀아서 좋고, 함께 어울려서 더 좋은 우리 동네 숨은 공방들 그리고 그 안에서 찾은 말간 행복.


(왼쪽부터) 김다영 씨, 이상희 선생, 정세희, 박성욱 씨.

회원들의 민화로 꾸민 화실리 공방. 308

1, 4 화실리의 이상희 대표가 그린 꽃 그림들.
2 민화 스케치의 아우트라인을 그릴 때 먹을 갈아 사용한다.
3 몰두해서 민화를 그릴때 일상의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새벽까지 불빛이 꺼지지 않는 홍대 부근 한 건물 4층에 민화 공방 ‘화실리’가 있다. 젊음의 기운이 퐁퐁 솟는 이곳에 옛 그림이라니 다소 생경하다. 하지만 민화가 옛 서민들의 가열찬 삶의 현장을 담았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공방에 들어서니 어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신중하게 앉아 붓질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건물 밖의 에너지와는 대조되는 풍경이다. “주변이 분주하면 그림에 몰입하기 힘들거든요. 수업할 때도 조용히 다가가 이야기하는 편이죠. 이곳은 민화를 그리고 싶은 사람이 오는 곳이니까요. 그림 작업에 최대한 몰두하도록 돕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화실리 대표이자 민화 선생님인 이상희 씨는 화실리가 학원과 화실 그리고 공방의 경계에 있는 곳이라 말한다. 동양화를 전공한 그가 개인 작업실 개념으로 화실리를 오픈했고, 회원 수가 늘면서 신사동과 고향인 울산에 분점을 냈다.

“처음부터 동양화를 취미로 배우기는 어렵죠. 민화는 약간의 기법만 익히면 접근하기 쉬워요. 꽃이나 나무, 열매, 책 등 민화의 소재도 우리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로 인물이나 풍경보다 그리기도 배우기도 쉽지요. 또 원색적이기 때문에 벽에 걸어두었을 때 시각적 효과도 커요.” 민화는 누구나 그릴 수 있었기에 서민들의 소소하고 평범한 바람을 담은 것이 대부분이다. 열매와 씨앗은 자손의 번창과 부귀 영화를 뜻하는 것이요, 까치와 호랑이는 악귀를 물리치고 복을 들이자는 의미다. 가족의 안녕과 건강,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마음이 짠 내 나는 우리 삶과 비슷하지 않은가? 주중엔 회사에 다니느라 주말에 화실리를 찾는다는 김다영 씨는 이곳에서 민화를 배운 지 어느덧 1년째다. “입사하고 1년은 회사에 적응하느라 무척 바빴어요. 개인적 여유를 갖거나 취미를 즐기자는 생각을 전혀 못 했죠. 민화를 그리면서 제 개인의 삶이 너무나 풍요로워졌어요. 카카오톡에 제가 그린 민화를 올렸더니 다들 부러워하더라고요.”

정세희 씨는 직장 동료인 김다영 씨의 권유로 화실리를 찾았다. “사진 찍는 게 취미인데, 매번 어디론가 나가야 하잖아요. 조용히 앉아서 즐길 수 있는 취미가 필요했어요. 그림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 막막했는데, 꾸준히 배우니까 실력도 늘고 그만큼 재미도 있더라고요. 주중에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주말에 그림을 그리면서 해소해요.” 안료가 곱게 먹은 새빨간 꽃잎을 그리다 보면 민화를 그리던 마을의 그림쟁이가 된 것 같다. 민화를 그리는 화판은 이상희 대표가 직접 제작한 것들. 한 달에 한 번 커피와 치자꽃 물을 들여 민화용 캔버스를 직접 만든다. “그림 삼매에 빠진저 자신을 보면 명상을 하는 것 같아요.” 호랑이를 그리던 박성욱 씨는 민화를 그리는 시간이야말로 온전하게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라 말한다.
그렇다. 수작업의 결실이란 결국 내 모습 그 자체이기도 하니까.

주 1회 수업으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화·목·토·일요일), 오후 7시부터 8시까지(화·목요일) 수업을 한다.
수업료는 한 달에 15만 원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창전동 4-5 4층 문의 010-8546-4356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김재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