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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뜨개하는 단주 손뜨개와 수다 파티, 환상의 궁합이죠?
돌이켜보면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동네 사랑방에 모여 앉아 손으로 무언가를 꿰고 그리고 두들기며 시간을 보내곤 했죠.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다 보면 이내 마음에 꽃들이 살뜰하게 피어납니다. 요즘 이곳이 그래요. 혼자 놀아서 좋고, 함께 어울려서 더 좋은 우리 동네 숨은 공방들 그리고 그 안에서 찾은 말간 행복.


한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가기 힘들다는 단주만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단주의 전속 모델이나 다름없다는 5년 차 회원 장윤희 씨와 그의 친구인 1개월 차 신입 회원 이현애 씨, 쇼핑몰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 중인 2년 차 회원 이은영 씨, 단주의 박서영 실장과 윤선혜 씨, 단주의 손뜨개 강사 고명인 씨, 남다른 손재주와 옷맵시를 자랑하는 3년 차 회원 이희순 씨, 그리고 단주를 이끄는 손뜨개 전문가 이혜옥 대표.

1 강아지 인형부터 코르사주가 달린 핸드백, 와인병 커버에 이르기까지 단주에는 다양한 손뜨개 작품이 넘쳐난다.
2, 3 단주에는 고품질의 손뜨개실과 뜨개 도구들이 즐비한 손뜨개 마니아들의 천국이다.
4, 5 별 모양 패턴을 활용한 니트 쿠션과 다양한 모양의 코르사주들. 특히 단주표 니트 코르사주는 패션을 완성해주는 특별한 소품으로 인기가 높다.

삼청동 길 초입에 자리 잡은 손뜨개 공방 ‘단주’는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아름다운 인연으로 이어주는 곳이다. 생명공학도에서 디자이너로 변신, 손뜨개 전도사로 거듭난 단주 대장 이해옥 대표를 주축으로 의사, 디자이너, 회화 전공자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가 모여 ‘단주 모람(단주의 연회원, 평생회원)’이라는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한 것. ‘손뜨개’라는 공통분모 외에는 전혀 인연이 없던 이들이 만나 마음을 나누고 정을 나누며 여행, 트레킹, 요리, 전시·공연 관람 등 취미 생활까지 공유하는 ‘절친’이 된 것이다.

“손뜨개는 미적 감각도 중요하지만 수학을 잘해야 해요. 하나라도 코를 빠뜨리면 안 되니까 수다를 떨면서도 머릿속으론 숫자를 세야 하거든요.” 이해옥 대표의 말을 빌리면, 그래서인지 단주 회원 중엔 의사나 공학도 같은 과학 계통 전공자가 의외로 많단다. “손뜨개가 좋아서 모였지만,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전시나 공연도 보고, 등산도 하고, 보육 시설에 가서 봉사도 하고, 가끔은 파티도 열어요. 다들 솜씨가 좋아서 파티 음식 준비부터 테이블 세팅까지 일사천리죠.” 친구 따라 단주에 왔다는 1개월 차 신입 회원 이현애 씨는 이처럼 유쾌하고 화기애애한 단주만의 분위기에 흠뻑 빠진 듯했다. “너무 즐겁고 재미나요. 손뜨개질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선생님이 시원하게 해결해주시는 데다, 다양한 분을 만나 세상 사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예요.” 그의 친구 장윤희 씨는 아들 유학 보내고 마음이 허전할 때 손뜨개에 빠져들었다. “어떤 땐 일주일에 서너 번씩 단주에 왔어요. 나와 가족을 위해 뭔가 만들고 있다는 성취감도 컸지만, 사람들 만나 이런저런 얘길 나누며 에너지도 많이 얻었죠.” 2년 차 회원 이은영 씨와 3년 차 회원 이희순 씨 또한 단주에서 만나 마음을 터놓는 ‘절친’이 되었다. 이은영 씨가 단주를 가득 채운 예쁜 뜨개실에 반해 단주 회원이 됐다면, 이희순 씨는 민속박물관 도슨트 자원 봉사를 하다가 단주와 인연을 맺은 케이스. 그는 단주를 ‘내 마음의 힐링 캠프’라 표현했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속상할 때 단주에 와서 손뜨개를하며 사람들과 어울려 수다를 떨다 보면 상처 입은 마음이 저절로 치유되는 것 같아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이해옥 대표가 덧붙인 한마디.
“회원들이 저한테 농담처럼 그래요. 우리 선생님은 손뜨개는 못하는데, 가르치는 거 수선하는 건 진짜 잘한다고. 오죽하면 제 별명이 ‘리페어의 달인’ ‘수선 해옥’이겠어요. 실제로도 전 손뜨개질하는 것보다 회원 작품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고 고쳐주는 게 더 재미있어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나는 고장 난 손뜨개뿐 아니라 구멍 난 마음도 메워준다고요.” 글 최혜정 사진 김동오 기자

수강료는 입문 과정의 경우 석 달 12회 과정에 20만 원, 스웨터 단품 강좌는 2회 5만 원(중급), 3회 7만 원(고급)이다. 소품 특별 강좌도 있으며(1회 3만 원), 재료비는 별도다. 자세한 내용은 단주 홈페이지(www.danju.co.kr)를 참조하자.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65-4 문의 02-720-1127

글 최혜정 | 사진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