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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오페라 <처용>의 ‘가실’ 역을 맡은 소프라노 임세경 씨


<처용>은 1987년 국립극장에서 초연한 이후 25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창작 뮤지컬이다. 한국 창작 오페라에는 첫 출연이 아닌가?
맞다. 그만큼 긴장도 많이 되고, 책임감도 느낀다. 해외 유수의 오페라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우리나라 대표 오페라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비브라토를 많이 쓰지 않고 바로크 음악처럼 절제하는 창법 등 작곡가 이영조 선생님의 음악도 기대한다.

2013년에 만나는 <처용>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면?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처용과 가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처용 설화가 바탕이다. 가실의 영혼을 두고 두 남자, 역신과 처용이 내기를 한다. 처용이 신라를 구하기 위해 가실의 영혼을 역신에게 팔아넘겨 가실이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비극적 이야기다. 연극 연출가로 더욱 잘 알려진 양정웅 선생이 연출을 맡았다. 정통 오페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기대할 만하다.

임세경 씨가 맡은 ‘가실’이라는 역할은 어떤 캐릭터인가?
사랑을 품고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는 거리의 여인이라는 점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가 떠오르기도 하고, 이루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욕망은 푸치니의 <토스카>와도 닮았다. 강인하고 극적인 여인이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아이다> 공연 이후 바로 <처용>에 캐스팅돼 준비 기간이 넉넉하지 못할 것 같다. 가장 중점적으로 노력하는 부분이 있는가?
이탈리아 오페라 가사는 은유적 표현이 많은데, “내 몸뚱어리를 가져라!” “다리를 벌려라!” 같이 ‘19세금’을 달아야 할 정도로 무척 직설적인 가사가 있어서 놀랐다. 그만큼 강인하고 직설 화법을 구사하는 캐릭터다. 내면의 감정이 과장되지 않게 중립을 지키며 연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초연 이후 사반세기가 지났다. 소프라노 임세경 씨가 노래하는 <처용>은 그때와 비교해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이번 공연을 위해 테너 신동원(처용), 바리톤 우주호(역신), 베이스 전준한(옥황상제) 씨 등 해외 오페라 가수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훌륭한 가수들이 모였다. 음악적 난이도나 웅장한 합창, 드라마틱한 스토리 전개와 캐릭터의 강렬함은 바그너의 오페라 못지않게 파워풀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전체적으로는 조성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닌 무조無調 음악인데, 그런 불협화음이 갈등의 고조와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아이다>에 이어 테너 신동원 씨와 다시 노래한다.
성량과 에너지가 비슷해 호흡이 무척 잘 맞는다. 무대 위에서는 상대 가수와의 호흡이 무척 중요하다. 아무리 대가라도 서로 단절되어 있으면 관객이 바로 알아챈다. 신동원 씨와는 <아이다>에서 처음 만났는데, 호흡이 잘 맞아 이번 <처용>도 기대가 된다.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 아카데미 재학 당시 차별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 지금은 어떤가?
라 스칼라 극장 아카데미에 2004년부터 3년간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동양인이 무대에 설 가능성은 무척 희박했다. 오페라가 그들의 고유 문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부심도 대단하고 캐스팅은 보수적이다. 라 스칼라 극장의 유명 소프라노를 멘토로 삼아 연습했는데, 입학 후에는 그분이 가장 심하게 차별하더라. 혹독한 시련을 겪으며 2년 과정을 마쳤을 때 그가 “내가 너의 재능과 아름다운 목소리를 알아보지 못해 미안하다”라고 많은 사람 앞에서 사과하면서 1년간 더 라스칼라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 이후로 작은 역할이라도 라 스칼라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었으니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현재는 젊은 오페라 가수나 동양인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편이다.

오페라가 대중과 친해지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자주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입장권 가격에 차등을 두어 쉽게 공연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꼭 서보고 싶은 무대나 개인적 꿈이 있다면?
메트로폴리탄처럼 세계무대에서 주역으로 노래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누구라도 내 노래를 듣고 “아, 임세경이다” 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처용>이 끝난 이후 한국 공연 일정이 궁금하다.
10월에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의 <아이다> 한국 투어에 합류할 예정이다. 투어 장소가 한국이어서 무척 기쁘다. 세계적 오페라 연출가 프랑코 제필리니, 지휘자 다니엘 오렌, 3대 테너로 불리는 로베르토 알라냐가 함께하는 야외 공연이다. 베로나 무대를 고스란히 옮겨온다. 2014년 1월에는 칠레에서 <처용> 공연을 할 예정이다.


국립오페라단 창작 오페라 <처용>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처용과 가실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다룬 창작 오페라다. 작곡한 이영조 씨의 음악으로 1987년 초연한 작품이 2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지휘는 정치용 씨, 연출은 양정웅 씨가 맡았으며 현대적이고 세련된 무대로 탈바꿈해 선보일 예정이다. 6월 8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문의 02-586-5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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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정호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