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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마음 말하기 연습> 펴낸 KBS 아나운서 김재원 씨


아나운서가 펴낸 책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개인의 인생을 다룬 에세이이거나 스피치에 관한 자기 계발서. 최근 펴낸 <마음 말하기 연습>을 들여다보니, 그 두 가지의 중간 즈음에 있는 것 같다.
누군가의 마음을 읽고 싶어서 쓰기 시작한 책이다. 타인의 마음을 읽으려면 내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책을 펴낸 계기는 무엇인가?
사실 고민이 많았다. ‘돈을 내고 살 만큼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가?’ ‘책을 출간한다는 것이 자칫 허영으로 비치지 않을까?’ 등의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졌다. 허영을 짓누를 수 있을 만큼 숙성시켜 내놓고 싶었다. 이 책은 누군가를 알고 싶어 하는 욕망의 첫걸음이다.

대화하는 데 유연성을 키우려면 상대방을 자신의 마음 거울로 비춰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썼다. 책 제목도 ‘마음 말하기 연습’인데, 말처럼 쉽지 않다. 요즘에는 어떤 연습을 하고 있나?
마음 말하기에는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교본이 있을 수 없다. 눈으로 보이지도 않고, 상대방이 마음을 말하는지도 알 수 없다. 실체가 없는 것이다. 책에서도 마음 말하기 연습의 실체를 찾는 내용은 없다. 책을 읽으며 마음 말하기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독자 스스로 그 과정을 찾도록 돕는 것이 내 바람이다.

책을 발간한 시점에 5년간 진행해온 <아침마당>에서 하차했다. 19년간의 아나운서 생활 중 가장 큰 변화가 아닌가?
친한 신부님이 제2의 인생을 살 때가 됐다고 말씀하더라. 책을 쓰면서 그간의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비로소 하늘로 떠나보내는 일종의 의식 같은…. 그러면서 ‘성찰’이라는 단어를 많이 떠올렸다. 우리가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이 거의 없지 않은가. 이제 아들의 자리에서 아버지의 자리로 완전히 옮겨갔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정제된 목소리와 빈틈없는 태도가 아나운서 이미지의 표본처럼 보이는데….
사실 내가 끼는 없다. 올해로 KBS 아나운서 19년 차인데, ‘영락없는 아나운서’라는 말이 좋다. 그것이 내 직업에 충실할 수 있는 좋은 동기 부여가 된다.

아나운서가 된 것은 우연이었다고 들었다. 아나운서 공모를 보고, 특별한 동기 없이 지원했는데 단번에 합격했다.
어린 시절에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 사람이나 아나운서가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병원에서 아버지를 간병하며 시험을 준비했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장인어른은 신문을 스크랩해주고, 장모님은 도시락을 챙겨주셨다. 다른 환자 보호자들이 텔레비전 채널 선택권도 양도했다. 후후. 이런 여러가지 환경 요소가 아나운서가 되고픈 간절한 마음이 생기게 했고, 그 절절한 진심이 면접관에게 전달된 것 같다.

<아침마당>을 통해 많은 인물을 만났다. 남다른 노하우가 있어도 힘든 상황이 있게 마련인데, 아나운서로서 가장 인터뷰하기 힘든 인물이 있었는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정말 힘들었다. 지지자라면 그분을 더 좋아하게 만들고, 그 반대라면 조금이라도 그분을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분이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드러내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는데, 무난했다는 평가가 이어져 다행이었다.

반대로 아나운서 인생의 획을 그을 정도로 인상적이던 인물도 궁금하다.
팔다리가 없는 닉 부이치치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사람은 보통 자신이 처한 환경이 만든 틀 안에 자신을 가두게 마련인데, 그러지 않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책에 언급하지 않은 사람으로는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의 주인공 조영찬 씨다. 시청각 장애를 지닌 분인데, 손가락의 촉각을 이용해 아내와 대화를 나눈다. 마음 말하기가 테크닉이 아니라는 것을 그분을 통해 깨달았다. 마음이 통하는 출연자에게는 방송 후에 포옹을 하는데, 그분에게는 방송 전에 포옹을 하자고 먼저 말을 건넸다. 꽤 오래 그리고 깊게 안아주셨다. 마음으로 대화하는 기분이었다.

우리도 포옹으로 인사하면 어떨까?
좋다. 평소 포옹에 버금가는 악수를 한다. 내가 손이 큰 편인데, 악수할 때 오른손 검지로 상대방 동맥을 만진다. 심장 소리가 느껴지면 그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는 기분이다. 상대방도 무의식중에 마음과 마음을 느끼지 않을까?

말하는 것이 두려워지는 시대다. 소통의 시대라지만, 올바르게 소통하는 방법은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 사람은 말할 때 과장을 많이 한다. 환경이나 감정을 말할 때 과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 부분만 빠져도 서로 오해하는 일은 훨씬 줄어들 것이라 믿는다.


에세이 <마음 말하기 연습>

문장을 읽으면 김재원 아나운서가 라디오 DJ처럼 편안하게 낭독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가장 그다운 책이기에 더욱 궁금한 에세이. 19년간의 아나운서 생활을 바탕으로 전하는 ‘진짜’ 마음을 전하는 화법 그리고 그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말을 걸고 성찰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푸르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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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정호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