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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학을 보완하는 마음 챙김 명상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까?”라는 말은 “어찌하면 내 마음을 챙길 수 있을까?”라는 또 다른 문장으로 해석된다. 마음이 우주를 움직이는 법, 절집의 수도승들로부터 전해진 이 ‘마음 챙기기’의 중요성이 수년 전부터 서양의학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MBSR, 동양의 마음 챙김과 서양의학이 포개지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학 의학부의 존 카밧진Jon Kabat-Zinn 교수는 동양의 마음 챙김 명상과 서양의학을 접목한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이라는 명상 치유 프로그램을 창안해 동서양의 의료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 뇌 과학과 심리학 전문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마음 챙김을 바탕으로 한 스트레스 완화법’ 등으로 해석할 수 있는 ‘MBSR’는 1979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 메디컬센터에서 만성 통증이나 만성 질병 환자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시도한 명상 치유 프로그램이다. MBSR이 만성 통증ㆍ암ㆍ건선ㆍ외상 등의 치료에 효과적이고 섭식 장애ㆍ 중독ㆍ불안ㆍ우울ㆍ수면 장애를 완화하는 것은 물론, 면역 강화 등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치유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오랜 기간 임상 연구로 확인되면서 미국에서는 2010년 기준 2백50곳이 넘는 유명 병원, 전 세계에는 7백50여 곳의 병원에서 MBSR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마음 챙김은 곧 마음 훈련 MBSR는 마음 챙김(mindfulness)을 바탕으로 하는 ‘주의력 훈련’이다. 존 카밧진 박사에 따르면 ‘의도적, 판단하지 않기, 현재’라는 세 가지 요소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마음 챙김이 가능해진다. 즉, 마음 훈련이 곧 마음 챙김인 것이다. 애초에 미국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치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했으므로, MBSR 프로그램은 종교적 명상과 달리 8회기의 구조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참가자는 8회기 동안 정좌 명상(sitting meditation), 보디 스캔(body scan), 하타 요가(hatha yoga) 등을 체계적으로 연습한다. 이 기간 동안 마음 챙김ㆍ보디 스캔ㆍ요가ㆍ정좌 명상ㆍ걷기 명상 등의 공식 연습과 유쾌한ㆍ불쾌한 일 알아차리기, 호흡 알아차리기, 일상생활 알아차리기 등의 비공식 연습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건포도 알을 굴리며 마음을 관찰하라 MBSR 프로그램에서 가장 먼저 제안하는 것이 마음 챙김 연습으로, ‘건포도 명상’이 유명하다. 이는 작은 건포도 세 알을 손에 올려 모든 감각을 동원해 꼼꼼히 들여다보는 명상법으로, 손 위에서 건포도를 굴리며 촉감을 느끼거나 냄새를 맡고 입에 넣어 입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고 느끼는 동안 마음은 몸의 미세한 감각 변화에 집중하는 주의력을 연습한다. 이처럼 사람이 스스로 제 몸의 다양한 감각 변화를 알면, 향후 고통 또는 우울증까지 객관적으로 관찰해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않게 되어 ‘치유’라는 의학적 성과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 마음 챙김 연습에는 앉아서 허리를 세우고 호흡에 집중하는 정좌 명상, 누워서 자신의 온몸 각 부분을 살피는 보디 스캔 명상, 몸의 감각과 감정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는 요가 명상이 이어진다. MBSR 프로그램은 보통 주 1회 약 두 시간 반 정도 교육과 실습, 매일 집에서의 과제 실행으로 8주간 진행된다. 국내에는 한국 MBSR치유연구소(www.mindfulness.or.kr), 한국MBSR연구소 (www.cafe.daum.net/mbsrkorea) 등에서 MBSR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MBSR의 창시자 존 카밧진 박사가 강조하는
마음 챙김 명상을 위한 7가지 중요한 태도

1 판단하려 하지 마라(non-judging)
2 인내심을 가져라(patience)
3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간직하라 (beginner’s mind)
4 믿음을 가져라(trust)
5 지나치게 애쓰지 말라(non-striving)
6 수용하라(acceptance)
7 내려놓아라(letting-go)



마음 챙김, 어떻게 하면 되나요?
마음 챙김 명상에 대한 108가지 답변

영남대학교 심리학과장 장현갑 교수는 <마음 챙김 명상 108가지 물음>이라는 책을 마음 챙김 명상 전문가 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출간했다. 이 책은 마음 챙김 명상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기 위해 24인의 전문가가 답한 의견의 비율까지 표기해 객관적으로 답해준다. 그중 명상에 관한 가장 일반 질문과 답을 간추렸다.
참고 도서 <마음 챙김 명상 108가지 물음>(학지사)



명상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간은 언제인가요? 하루 중 어느 때라도 명상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마음 챙김 명상을 하는 게 무리일 수 있으니 공식 명상 시간을 정해두고 일정한 시간에 정좌 명상을 기초로 명상 수행을 지속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사 시간 전후 한 시간 정도와 운동 후는 피하고, 아침 해가 뜰 무렵 전후 한 시간과 일몰 시간 전후를 권장합니다.

음악을 들으며 명상해도 되는지요? 수행 초기에 음악을 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자칫 음악과 수행이 연합되어 이후 음악 없이 자발적으로 명상하고자 할 때 방해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명상에 필요한 수행 과정을 충분히 숙습한 이후에 음악을 통해 이완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명상 시 좋은 자세가 있나요? 가능하면 가부좌나 반가부좌로 명상을 하면 좋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에는 최소한 등, 목,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어깨 힘을 뺀 채 손은 편안하게 두는 자세를 취하십시오. 의자에 앉거나 바닥에 앉아서 할 수 있습니다.

명상 시 눈을 감는 것과 감지 않는 것의 차이가 있나요? 집중의 차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내적 힘보다 외부적인 것에 더 민감합니다. 주된 관심이 신체 바깥의 외부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긴장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눈을 감는 것이 더 집중이 잘됩니다.

걷기 명상 시간은 어느 정도가 좋은가요? 걸을 때 걷기 명상을 염두에 두고, 마음을 걷는 데 집중하는 것이 곧 명상이 됩니다. 갑자기 중단하기보다 서서히 호흡에 집중하며 멈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명상 중 잡념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요? 잡념이 생기면 ‘잡념이 생기는구나’ 하며, 호흡으로 주의를 돌리면 됩니다. 판단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하면 잡념이 서서히 사라집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해도 명상 효과가 있나요? 명상을 반드시 조용한 곳에서 눈을 감고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여건이 된다면 시간을 정해놓고 조용한 곳에서 하면 좋겠지만, 자신의 여건에 맞추어 명상을 하면 됩니다. 출퇴근하는 버스나 전철 안에서, 운전을 하면서, 또는 걸어갈 때나 설거지할 때 등 언제 어디서나 명상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주변이 시끄러우면 주변의 소리나 냄새 등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그래서 짜증이 나거나 명상하는 데 집중이 안 된다고 하는 마음조차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린다면 그 자체가 명상이 아닐까요?

자신에게 맞는 한 가지 명상만 지속해도 되나요? 각 명상마다 목적과 효과가 다르므로 골고루 균형 있게 다양한 명상을 하는 게 좋습니다.

명상할 때 복식호흡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복식호흡을 하면 스트레스 관련 징후, 생각에서 일어나는 근육 긴장과 불안의 경감이 가능하며, 횡격막 호흡이 이완 반응을 가장 쉽게 불러일으키는 호흡법이기 때문에 선호합니다.

집중력이 좋은 사람이 명상을 더 잘 수행하나요? 집중력이 좋으면 명상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이완되는 것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인차에 의해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에 크게 마음 쓰지 않아도 됩니다.

명상을 오래 할수록 효과가 커지나요? 명상 시간을 묻는 것이라면, 좋아지기보다는 유지한다는 말이 맞을 겁니다. 명상 효과는 5분이며, 그 이상은 효과가 더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이완되면서 안정 상태에 접어드는 것뿐입니다. 명상 기간을 묻는 것이라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명상을 오랫동안 지속하면 면역력이 강화되나요? 넓게 본다면 가능합니다. 명상의 장점은 이완을 통해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데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코르티솔cortisol의 분비를 증가시키는데, 명상을 하면 코르티솔 분비가 감소되므로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므로 명상을 오랫동안 지속한 사람은 면역력이 강화되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글 김민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