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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궁금해요] 서양화가 최현희씨 아주 사적인 시간의 어딘가에서


서양화가 최현희 씨
는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마니프 서울국제아트페어, 핑크아트페어 등을 비롯해 모인갤러리, 갤러리에뽀끄, 갤러리각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제25회 서울 현대미술제 우수상 수상과 1999년 MBC미술대전에 입선했으며, 전 숙명여대, 진주교대에 출강했다.

스물여덟 살 청년 마일스 헬러는 빈집에 들어가 버려진 물건들의 사진을 찍는다. 아무도 찾지 않는 물건, 사람들이 떠나면서 버린 하찮은 물건을 기록으로 남긴다. “그는 무슨 사명처럼, 풍비박산한 그들의 삶이 마지막으로 남긴 흔적을 기록함으로써 자취를 감춘 그 가족들이 한때 여기에 있었으며, 그가 결코 볼 일도 없고 알 일도 없는 그 사람들의 유령이 빈집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버려진 물건들 속에 아직 남아 있음을 입증하려 했다.”(폴 오스터 <선셋 파크>에서) 서양화가 최현희 씨의 작품 연작을 보았을 때 얼마 전에 읽은 폴 오스터의 신작 <선셋 파크>의 마일스 헬러가 떠올랐다. 최현희 씨가 그리는 사물들이 공중에 흩어져버린 시간의 파편이자, 버려진 기억이기 때문이다. <행복> 5월호 표지인 ‘Collection of the Mind’를 보시라. 그는 아주 오랫동안 차곡차곡 모아온 ‘하찮은’ 물건을 조합해 하나의 오브제, 정물을 만들었다. 책, 종이, 오래된 물건을 보관한 수납함, 나무로 만든 티 박스 등…. 작가 내면의 바닥을 고요하게 들여다보게 만드는 시간의 채집물이다.

“대가족이 모여 살았어요. 할아버지, 엄마, 동생 등의 방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은 내 방에 갖다 놓곤 했지요. 물건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것 같아요. 아버지가 해외 연수를 가시면 멕시코 모자인 솜브레로, 아코디언, 박제 동물 등 비범한 물건을 사 오시곤 했어요. 일부는 버렸지만 여전히 많은 것이 저희 집에 있습니다. 물건은 당시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거든요. 제가 물건을 버리지 않는 것도 그리움의 일종이지요.”


최현희 작가의 작업실에는 그의 그림을 통해 먼저 만난 물건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할아버지의 책, 정봉건 시인의 시론집 <시와 인생의 뒤안길에서>. 붉은색 커버는 모서리가 뭉개져 너덜너덜해지기 직전이고 책장은 손때가 누렇게 말라붙었지만, 문장을 읽던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서려 있다. 하지만 그의 그림이 과거지향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둘째 아들의 야구 글러브, 탐앤탐스 커피 박스, 작업하면서 즐겨 들은 비틀스의 CD 등 바로 현재, 동시대의 실물을 함께 배치해 기억과 소통을 시도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통로이자 현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결혼했어요. 엄마로 살아온 지도 벌써 13년이 되었네요. 엄마라는 삶에서 자신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나와 가족의 공간이 뒤죽박죽되거든요. 그런 면에서 작업은 그 안에서 나를 정립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과거와 현재 일상의 교집합, 내 자화상 같지 않나요?” 그와 동시대를 산 세대라면 더욱 친숙할 것이다. 그래서 작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관람자의 마음속에 재정립된다. 각자가 가진 기억의 필터링을 거쳐 물건과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아주 사적이다. 아주 사적인 시간의 바다.


 

 

<행복>과 프린트 베이커리와 함께하는 캠페인
내 생애 첫 번째 컬렉션
● 최현희 작가의 Collection of the Mind 

10년 넘게 미술 작품으로 표지를 꾸며온 <행복이가득한집>은 국내 대표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의 브랜드 ‘프린트 베이커리’ 와 함께 ‘내 생애 첫 번째 컬렉션’ 캠페인을 2013년 한 해 동안 진행합니다. 작가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압축 아크릴 프린트 작품을 한정된 수량(3호의 경우 1백75개)만 제작, 판매하는 프린트 베이커리의 작품은 소장과 수집 가치라는 측면에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강영민, 반미령, 박항률, 유선태, 정일, 정창기, 최현희, 하태임, 홍지연 씨 등 유명 작가를 비롯해 주목할 만한 신진 작가의 작품을 함께 소개하며, 매달 새로운 작품을 더합니다.

제품 규격 및 가격 27.3x22cm(3호), 압축 아크릴 프린트, 2013, 9만 원
알아둘 사항 충전재를 넣은 종이 상자로 포장해 택배 배송(배송비 포함)
구입 방법 080-007-1200 전화 주문 (매주 월~금, 오전 9시~오후 6시)

구입하신 분들 중 한 분을 추첨해 최현희 작가가 증정한  ‘Collection of the Mind(33x91cm, 캔버스에 오일, 2012) 원화 한 점을 선물로 드립니다.(나무액자 포함)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