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솔로 정규 앨범이다. 탱고 프로젝트 밴드 ‘라벤타나’의 보컬로 활동한 만큼 대중적 코드의 재즈 음반을 예상했는데, 한 가지 주제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이번 앨범을 소개한다면? 콘셉트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애초에 무언가를 정하고 준비한 앨범이 아니다. 무언가 정해놓고 음악을 카테고리화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만들고 이후에 색깔을 입힌다. 장르 안에 내 음악을 규정하고 싶지 않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은 대로 만들면 콘셉트는 자동으로 생긴다. 규정하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이 음반은 ‘나’ 자신, 그 자체다.
규정할 수 없는 장르도 있는가? 음악을 잘 모르는 이들이 자꾸 장르라는 틀 안에 음악을 넣으려 하고, 그것이 생소하게 다가오니까 다채롭다고 표현한다.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전혀 다른 색깔의 음악을 ‘짬뽕’한 것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흐르는 내 스타일이 있고, 작업한 사람들이 함께 이룬 보이지 않는 완벽한 음악적 노력이 담겨 있다. 형식이 짜여 있는 음악으로 채운 앨범이라 빈틈이 없다.
음악 활동을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솔로 앨범은 늦은 감이 있다. 본격적인 앨범 작업은 1년 반 전부터 시작했지만, 항상 구상해온 것이다. 꾸준하게 작업을 해왔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앨범이 나온 것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프로듀서 루벤 사마마와는 어떻게 만났나? 곡을 좀 쓸 줄 아는 사람, 연주를 좀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음악가’를 원했다. 직접 프로듀싱할 수 있었지만, 나 스스로 내 음악에 대해 객관적일 수는 없지 않나. 유능한 프로듀서, 소통 가능한 파트너가 필요했다. 지인에게서 그를 소개받아 음악을 주고받았다. 서로의 음악이 마음에 들었고, 바로 짐을 싸 들고 뉴욕으로 날아갔다.
그와 함께하는 첫 작업인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어려움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음악적 소통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간 여러 프로듀서와 작업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소통 불가였다. “장르가 뭐야?” “내가 어떻게 해야 해?” 하고 내게 되물었다. 음악을 생각하는 범위가 좁은 거다. 장르에 국한하고, 화성에 집착 한다. 그 틀에 맞추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음악을 무척 광범위하게 들어야 하는데, 루벤 사마마는 달랐다.
루벤 사마마와는 그 모든 것이 가능했다는 이야기인가? 1년 동안 붙잡고 있는 곡이 있었다. 프로듀서 두 명과 곡 작업을 했는데, 달라진 것이 없더라. 그 뒤로는 누구에게도 들려주지 않고 계속 쥐고만 있었는데 루벤 사마마와는 달랐다. 만든 곡을 들려주면, 그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30분 만에 편곡도 완성해줬다. 손발이 척척 맞았다. 내가 어떤 아이디어를 던지면, 그도 아이디어를 냈다. 노트만 잡고 이야기하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 매일 신나게 작업했다.
앨범 재킷에 직접 촬영한 사진을 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당신에게 표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표현하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요즘에는 사진 촬영을 많이 한다. 내가 표현하는 또 하나의 작은 결과물이 아닐까? 그것이 쌓였을 때 다른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는 계기로 이어지고 인식은 확장된다.
이번 앨범이 완벽한 ‘자신’이라고 말했는데, 특별히 애착이 가거나 의미가 남다른 곡이 있는가? 나는 관념적인 것이 싫다. 아무런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음악을 느끼길 바란다. 마음대로 들으면 좋겠다. 장르도 규정하지 않으면 좋겠다. 아마도 나는 의미를 전하려는 욕구와 그 반대의 성향 가운데 서 있는 것 같다. 현재는 내 의식의 흐름을 잡아 음악으로 캡처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특히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트레이스 채프먼, 레너드 코헨 같은 거장들의 음악을 듣고 자랐으며, 이탈리아 출신의 가수 파올로 콘테, 세르주 갱스부르의 노래를 좋아한다. 파리에 있는 세르주 갱스부르의 묘지에 다녀오기도 했다. 묘지 위에 “저는 오늘 흔들리는 에펠탑을 보았어요. 그런데 당신은 흔들리지 않는 파리에 계시는군요”라고 적은 메모를 올려두고 왔다. 난 유럽 영화 마니아다. 영화 <아무르>의 미카엘 하나케와 <마음의 속삭임>의 루이 말 감독을 좋아한다. 아름다울 수 없는 소재를 아름답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앞으로 공연 계획은? 앨범 발매한 지 한 달 남짓 되었기에 구체적인 공연 계획은 아직 없다. 합주는 계속하고 있다. 어쿠스틱한 편성으로 피아노나 기타 연주로 미니멀한 무대를 선보일 생각이다. 음반을 통해 들은 것과는 또 다른 감성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노마디즘NOMADISM>, 포니캐년 코리아 2011년 한국대중음악상 재즈&크로스오버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라벤타나’의 보컬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정란 씨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이다. 네덜란드 태생의 프로듀서 루벤 사마마와 손잡고 완성했으며, 정란 씨가 직접 작사·작곡한 곡을 포함해 총 열세 곡이 수록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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