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봉봉루즈 엣 루프톱 양지선 대표 불멸의 소녀를 꿈꾸는 마음 탐험가
분위기도 맛도 괜찮은 카페가 언뜻 떠오르지 않던 목동에 천연 유기농 컵케이크로 풍류 인생들의 발걸음을 꼬이는 봉봉루즈 카페 양지선 대표가 탐나는 키친 스튜디오를 열었다. 스스로를 ‘마음 탐험가’라 자처하는 그가 온전하게 이룬 꿈의 장소를 들여다본다.


건물 1층에 천연 유기농 컵케이크 카페 봉봉루즈를 선보인 데 이어 4층에 꿈의 공간인 키친 스튜디오를 완성한 양지선 대표. 옥상의 가든 테라스도 현재 완공을 앞두고 있다. 높다란 빌딩 사이로 시원하게 보이는 간이 주방이 백미다.


인생엔 다양한 시기가 있는 법이다. 서른 중반은 어떤 국면일까? 조금 있으면 마흔, 불혹의 나이가 된다. 만으로 따지더라도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은 나이보다, 알렉산더 대왕이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고 죽은 나이보다 많다. 이토록 거룩하지 않더라도 뭔가를 이뤘거나 뭔가를 이뤄가고 있어야 하는 때이기에 내색도 못 하고 불안한 시기가 서른 중반 아닐는지. 상황이야 어찌 됐든 시쳇말로 나잇값을 하기 위한 몸살을 몸으로 마음으로 겪어내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오히려 차갑거나 미지근한 시기가 이때다. 한데 봉봉루즈 대표 양지선 씨는 그의 나이 서른 중반에 여전히 뜨겁다. 청춘을 막 지났으나 청춘만큼 재미있게 나이 들어가는 법을 찾고 있다. 그의 말마따나 불멸의 소녀를 꿈꾸는 마음 탐험가로 오늘을 행복하게 산다. 그가 인 터뷰 내내 말미에 입버릇처럼 붙인 것이 바로 “나는 할 게 많다” “나는 내가 너무 재밌다”이니 이 팔팔한 생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봉봉루즈 키친 스튜디오에는 화장실을 제외하고 문을 찾아볼 수 없다. 주방과 클래스룸을 겸하는 메인 공간과 프라이빗룸도 미닫이문으로 연결해 언제나 오픈할 수 있게 했다. 양지선 대표의 성향을 그대로 닮은 공간이다.

딸아이에게 만들어주던 천연 유기농 컵케이크는 봉봉루즈 카페에서 맛볼 수 있다.

봉봉루즈는 프랑스어로 ‘사탕’이라는 뜻의 ‘봉봉bonbon’과 ‘빨간’이라는 뜻의 ‘루즈rouge’를 조합한 것으로, 대학시절부터 그의 아이디로 사용해온 친숙한 단어다. 키친 스튜디오로 들어서는 문에서 보이는 내부 공간은 화이트 컬러와 우드 소재로 꾸며져 모던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공은 멜랑꼴리 판타스틱 스페이스 리타mellancolie fantastic space LITA (070-8260-1209, www.spacelita.com)의 김재화 실장이 맡았다.

행복을 찾는 것도 셀프 분식집 물만 셀프가 아니다. 나이라는 옷을 한 살씩 덧입을수록 행복을 찾는 것도 셀프다. 뭔가에 마음이 동했다면 실천해야 사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터. 최근 양지선 대표가 한 가장 재밌는 일은 바로 작년 천연 유기농 컵케이크 카페 ‘봉봉루즈’를 오픈한 데 이어 ‘봉봉루즈 키친 스튜디오’를 완성한 것이다. 나만의 공간을 갖고자 하던 오래된 꿈을 이룬 것이다. 쿠킹 클래스를 가장 편안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길고 널찍한 아일랜드 식탁이 조리대와 T자를 이뤄야 하고, 공간은 열네 명 정도 자리가 확보되어야 하며, 서브 조리대도 있어야 하고, 그릇 수납공간도 넉넉해야 하며, 개인 사무 공간과 프라이빗룸도 있어야 하고, 미니 테이블과 의자를 둔 휴식 공간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공간이 25평(82.6㎡) 안에 모두 하나로 어우러져야 하고…. 아무튼 이러저러한 노고 끝에 그토록 꿈꾸던 것을 죄다 갖춘 멋진 공간을 완성했다.

“쿠킹 클래스를 주된 목적으로 하지만, 봉봉루즈 키친 스튜디오는 나를 위한 공간이기도 해요. 이곳을 찾는 사람은 내 삶 속에 초대하는 이들인 셈이죠. 그래서 나와 인연 있는 사람이 음식을 배우면서 좋은 사람들과 근사한 공간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이곳의 콘셉트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우아하게 놀다 가세요’랄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공간의 중심을 이루는 널찍한 T자형 조리대와 아일랜드 식탁이 있는 주방이지만, 가장 공들인 부분은 세미클래식으로 꾸민 룸이다. 화이트 컬러를 바탕으로 톤다운되어 더욱 고급스러운 퍼플 컬러를 매치해 여성스럽게 꾸몄는데, 마치 트렌디한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신사동이나 청담동의 프라이빗한 룸을 떼어다 놓은 듯하다. 볕이 부드럽게 들어오는 오전 시간엔 브런치 모임을 즐기기에 제격이지 싶다. “요리를 배우기만 하는 키친 스튜디오는 재미없잖아요. 음식은 사람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있는데, 하물며 음식을 함께 배우는 이들인걸요. 그래서 클래스를 진행하는 주방은 모던하게 꾸미되, 룸만큼은 여성스러운 느낌이 물씬나게 연출했어요. 그리고 이 모든 공간은 곧 나를 대변하는 것이므로 닫히는 구석 없이 하나로 통하게 했지요. 그래서 프라이빗룸에 미닫이문이 있을 뿐 화장실을 제외하고 이곳에 문이라곤 현관문뿐이에요.”


쿠킹 클래스를 진행할 공간은 조리대와 널찍한 아일랜드 식탁을 T자형으로 배치했다. 그 뒤로 서브 조리대가 있고 아래엔 냉장 시설을 설치해 식재료를 보관하기 쉽도록 했다. 천장으로 연결된 수납공간엔 조리 도구, 주류, 잔 등을 수납하고 그릇 등을 보관할 찬장도 넉넉하게 만들었다. 특히 원하는 대로 크기와 모양을 조절할 수 있는 모듈형 책꽂이를 그릇장으로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일반 선반형보다 그릇 무게를 잘 지탱할 뿐 아니라 직사각형 박스를 선반 위에 퍼즐식으로 올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공간에 재미를 불어넣었다.



레드 벨벳 컵케이크가 길을 이끌다 목동에 괜찮은 키친 스튜디오가 들어섰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찾았지만, 이름이 낯익어 다이어리를 뒤져보니 얼마 전 목동에 괜찮은 컵케이크 카페가 생겼다는 메모를 이미 해두었다. 역시 이름은 봉봉루즈. 이곳엔 그 유명한 뉴욕 매그놀리아 케이크를 꼭 닮은 컵케이크가 많은데 천연 유기농 재료로 만들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컵케이크는 딸아이 때문에 만들었어요. 특히 레드 벨벳 컵케이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좋아하거든요.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있는데, 여기에 식용색소가 1큰술이나 들어가니 먹을 때 아이 입이 벌겋게 돼서 여간 속상한 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내가 직접 배워서 만들어줘야겠다 싶었죠.” 양지선식 행동력과 특유의 친화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미국 매그놀리아 컵케이크 직원과 친구가 되어 직접 만드는 법을 배울 기회를 잡은 것. 재료를 호주산 유기농 박력분에 유정란, 설탕과 소금도 유기농으로 사용해 배운 대로 만들었는데, 의도한 맛과 모양을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천연색소를 쓰지 않고 만들려니 레드 벨벳은 늘 실패했다. 베이킹 수업을 받고도 성에 차지 않아 그가 식재료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찾은 곳은 떡집. 그렇게 탄생한 것이 유기농 재료와 흥국쌀 가루로 만든 봉봉루즈의 레드 벨벳 컵케이크다. “내 아이한테 먹이려고 배웠는데, 어느 순간 주위에서 ‘컵케이크 잘 만드는 여자’로 통하더라고요.(웃음) 요리 배우는 걸 워낙 좋아해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가정 요리 전문가들을 몇 년 동안 찾아다니며 배우고, 뉴욕의 CIA 요리학교에서 단기 코스 강좌를 듣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배운 레시피를 제 방식대로 풀어내는 게 참 재밌더라고요. 동생들이 요리사이고 바리스타인데, 전문가가 맛있게 제법 잘한다고 칭찬해주니까 신이 나서 더 열심히 했죠. 좋아서 시작한 요리가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일 수도 있겠구나 깨달았죠.”

마음이 동해서 스스로 인생의 재미를 찾아 한 일이 어느새 그를 일상의 전문가 단계로 올려놓았다.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게 의식주를 디자인하다보니 어느새 식견도 갖추게 됐다. 경험만큼 귀중한 가르침은 없지 않나. “여지껏 연습을 했으니 이제는 결실을 맺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 시작은 카페였고, 키친 스튜디오를 오픈했으니 앞으로 남들과 다른 나만의 스타일을 펼쳐 보여야죠. 우선은 요리로 일상을 즐겁게 만드는 법을 나누고 싶어요. 간단하지만 뭔가 있어 보이는 요리, 노력 대비 퍼포먼스는 짱인 요리…. 이렇게 이름만 들어도 재밌는 것들요. 신혼부부를 위한 클래스도 만들고, 플라워 클래스도 특강으로 짬짬이 진행할 계획이에요. 나는 할 게 너무 많아요.”

1 책이 가득한 사무 공간은 다용도 선반이 포인트다. 루밍에서 구입. 
2 딸 승연이를 위해 만든 천연 유기농 컵케이크와 직접 그린 일러스트 플레이트. 
3 양지선 대표가 추천한 쓰임새 많은 테이블웨어들.
4 세미클래식 스타일로 꾸민 프라이빗룸을 지인과의 모임 장소로도 사용한다. 간단한 음식이라도 담는 그릇과 세팅에 따라 격이 달라지므로 테이블 스타일링에 신경 쓴다.


내 아이의 멘토를 꿈꾸다 양지선 대표의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딸 승연이다. 엄마 태라곤 찾아볼 수가 없는데, 딸아이 이야기를 할 땐 눈이 한결 선해진다. 그가 꿈꾸던 공간을 이제야 마련한 것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엄마 손길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기야 그가 사는 곳도 교육열이 높기론 서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목동이 아니던가. “아이에게 엄마의 손길은 꼭 필요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보조 역할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는 아이의 비서가 아니라 멘토가 되고 싶어요. 엄마의 인생을 롤모델로 삼을 수 있다면 우리 모녀에게 행복한 일 아닐까요.” 행복한 나를 만들고, 행복 속에서 아이를 키워나가는 것이야말로 부모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능력이다.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을 즐기고, 아이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지금도 부지런히 공부하고 있으니, 어느 순간 그가 되고자 하는 라이프스타일 디렉터로 우뚝서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종국엔 꼭 이루고 싶은 꿈이라고 꼽은 현모양처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른과 마흔 사이 인생 병법>이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손자병법> 13편의 글자를 모두 합치면 6천109자가 된다. 그런데 그 글자들을 모두 지워 버리고 핵심이 되는 딱 한 글자만 남기라 한다면 그건 바로 ‘전全’이라고 생각 한다.” 여기서 전全의 의미는 완전한 것이 아니라, 온전한 것을 가리킨다. ‘완전’이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갖춘 것이지만 ‘온전’은 처음 형태 그대로 보존한 것이니 “할 일이 많다”는 양지선 대표가 꿈을 완전히 이루기 위해 앞으로도 생기 넘치는 에너지를 잃지 않고 온전한 마음가짐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의 말마따나 우린 나이를 먹어도 늘 사춘기일 테니, 인생과 연애하는 기분으로 온전하기를.

글 신민주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