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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요즘 배호 프로젝트 앨범 Malo sings Baeho 발매한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씨


자연스레 흐트러진 머리칼과 마른 얼굴의 표정, 강렬하게 카메라를 응시하는 눈빛 등 무대를 장악한 연극 배우의 모습 같다.
하하하. 요즘 그런 소리를 많이 듣는다. 내가 결혼을 했고,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의 엄마라는 것을 알면 다들 놀란다.

어린 시절에도 남달랐을 것 같은데?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아주 어릴 때는 말을 더듬은 기억이 있다.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부분이 있고…. 부모님이 음악을 좋아해 유치원 대신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큰언니는 클래식 공부를 했고, 둘째 언니도 중・고등학교 중창단 단원이었다. 셋이서 ‘희망의 속삭임’이라는 합창곡을 삼중창으로 자주 불렀다. 음악과 함께 성장한 시기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대학에서는 음악이 아닌 물리학을 전공했다. 이유가 있었나? 대학을 가려면 성악을 해야 하는데, 관심이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물리를 좀 잘하고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딸이다. 하하. 그래도 음악은 계속하고 싶어 통기타 동아리 오디션을 봤다. 근데 내가 가요나 팝송을 전혀 모르는 거다. 단번에 떨어졌다. 이후 <가요 대백과사전> 한 권을 사 대학 근처 라이브 카페에서 하루에 세 시간씩 노래하며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재즈라는 장르는 전혀 몰랐고….

그럼 재즈는 어떻게 처음 접하게 되었나? 대학교 2학년 때 한 드라마에서 배우 차인표 씨가 색소폰을 부는 장면이 나오면서 재즈가 유행했다(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를 말하는 듯).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음악이었다. 코드도 모르겠고, 흉내도 못 내겠더라. 올 댓 재즈 클럽에서 만난 외국인 연주자에게 어떻게 하면 재즈를 배울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미국에 가라고 했다. 재즈의 본고장에.

그래서 미국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연고 없이 떠난 유학 생활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치열하게 투쟁하듯 공부했다. 배움의 욕망과 좌절의 반복을 매일 극복하며 견뎠다. 1년 만에 3학년 과정의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더는 배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때쯤 어머니가 전화를 했다. 한국에 갈 시점임을 느꼈다.

2003년부터 흘러간 옛 가요를 꾸준하게 리메이크해왔다. 그중 배호의 노래로 앨범을 발매한 계기가 있는가? 인생이 그렇게 흘러갔다. 내가 그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가 내게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2010년 배호의 삶을 뮤지컬로 만든 <천변 카바레>의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그의 음악을 공부했고, 배호의 삶을 좇는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면서 논문을 쓰듯 더 깊이 있게 그의 음악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왜 우리는 배호와 그의 음악을 그리워할까? 그의 음악은 고급스럽다. 기교가 화려하지 않으면서 묵직한 무게감이 있다. 당시 그런 톤으로 노래하는 가수가 없었다. 인생도 드라마틱했고…. 현재 그는 소멸하는 음악인이다. 마니아가 있지만 점점 잊히고 있다. 이번 앨범으로 그의 노래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재발견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그래서 편곡을 자제하고 감성적이고 듣기 쉽게 작업했다.

보통 TV에서 보는 음악인은 전체의 5%도 되지 않는다. 우리가 재즈와 친근해지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이웃집에 마실 가듯이 동네에 재즈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야 한다. 요즘 동네 작은 북카페에서 주민을 위한 공연을 하곤 한다. 이런 공동체 문화에서 출발한다면 자연스럽게 재즈를 접하고 좋아할 것이다. 라이브로 재즈를 들을 기회가 많으려면 재즈 뮤지션들이 동네에서 더 많이 얼굴을 드러내야 한다. 본인의 마을 단위에서 시작하면 어떨까?

2009년 5집 이후 3년이 지났다. 정규 앨범 6집은 언제 만나볼 수 있는가? 아마도 올해 안으로는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1월 말에는 2년간 집필한 재즈 싱잉에 관한 에세이를 출간할 예정이다. 개인적인 경험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쉽게 풀어쓴 에세이다. 재즈를 처음 접하는 이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데뷔 16년 차 재즈 싱어로서 노래한다는 행위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목소리는 가장 육화된 악기다. 희로애락을 가장 풍부하게 담고 있는 악기이자, 부르는 당시의 감정 상태를 완벽하게 투영하는 도구다. 즉흥의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노래는 매일의 기록이며 일기다. 삶이자 생활이며 진실 그 자체.

말로의 프로젝트 앨범 MALO Baeho sings
40년 전에 스물아홉의 나이로 요절한 천재 가수 배호가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의 목소리로 다시 태어났다. 배호의 대표 히트곡 ‘돌아가는 삼각지’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을 비롯해 최백호 씨와 함께 듀엣으로 부른 ‘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람’과 배호와 동시대 연주자인 아코디언의 대가 심성락 씨가 피처링에 참여한 ‘안녕’ 등 말로가 직접 선곡한 여섯 곡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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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정호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