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코타키나발루 에코 리조트를 가다 바람 아래 땅, 남국에서의 새해맞이
여행을 떠나면 게으름도 미덕이 된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밥 먹고 싶을 때 먹을 자유가 주어진다면? 그 자유를 위해서는 그야말로 ‘숙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람 아래 땅이자 대자연이 그려낸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섬, 코타키나발루의 에코 리조트에 다녀왔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 북쪽에 위치한 사바Sabah 주의 주도 코타키 나발루는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 생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휴양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행은 자고로 고생을 해야 제맛’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에 휴양지에 별다른 호감을 느끼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쳇바퀴 돌듯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 휘둘리다 보니 어느덧 ‘여행’ 하면 ‘휴식’에 방점을 찍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더구나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요즘 같은 때는 더더욱 따뜻한 남쪽 나라 생각이 간절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코타키나발루Kota Kinabalu는 편하게 쉬고, 즐기다 올 수 있는 제법 괜찮은 여행지다. 멋진 쇼핑 타운도, 총천연색 도시 풍경도 없지만 맑은 바닷바람과 대자연이 만들어낸 그림 같은 풍경들이 손짓하니, 순도 200% 재충전을 보장하는 마인드 스파 티켓이라 비유하면 맞을까.

코타키나발루 여정에 관한 사전 정보는 딱 두 가지였다. 쿠알라룸푸르에 전용 터미널이 있는 에어아시아 항공을 이용하고, 코타키나발루에서 손꼽히는 에코 리조트에 묵는다는 것. 휴식을 목적으로 한 여행에서는 결국 숙소가 만족도를 좌지우지하는 법이니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온통 관심은 ‘리조트의 시설과 분위기’에 집중되어 있었다. 서울에서 쿠알라룸 푸르까지 대략 여섯 시간, 쿠알라룸푸르에서 환승해 코타키나발루에 도착하니 이미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코타키나발루와 주변의 작은 섬들을 잇는 항구 제셀턴 포인트jesselton point에서 쾌속정을 타고 한 15분쯤 달렸을까? 삐거덕거리는 나무 선착장 양옆으로 작은 불빛에도 투명한 속살을 드러내는 바다 멀리 시커먼 야자수를 보고야 실감이 난다. 말레이시아의 원시 자연이 살아 있는 곳, 보르네오 정글의 가야나 에코 리조트Gayana Eco Resort다.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 카약 등 코럴 트라이앵글에서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1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한 가야나 에코 리조트의 스파.
2 바닷속이 내려다보이는 스위트룸. 브렉퍼스트 전용 보트가 아침을 배달해준다.
3 44개의 방갈로가 바다에 떠 있는 형태로 구성된 가야나 에코 리조트.

코럴 트라이앵글에서 스노클링을 말레이시아 초대 국왕 툰쿠 압둘 라만이 자신의 이름을 붙일 정도로 풍광이 압권인 툰쿠 압둘 라만 Tunku Abdul Rahman 국립공원. 키나발루 산과 남중국해를 동시에 품고 있는 해양 국립공원 안에 가야 섬을 비롯해 다섯 개의 작은 섬이 있다. 그중 가야나 에코 리조트가 자리한 가야 섬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마누칸Manukan 섬이나 사피Sapi 섬에 비하면 인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만큼 한가로운 곳이다.

가야나 에코 리조트는 이름처럼 야생의 적막함을 느낄 수 있는 곳. 바다위에 배처럼 떠 있는 방갈로는 모두 독채로 구성되었는데, 천혜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연 친화적으로 지었다. 모든 객실을 현지에서 생산하는 목재로 지어 자연의 향기를 느낄 수 있고,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면 남중국해의 따사로운 햇살이 방 안 가득 들어온다. 바다를 마주보는 44개 방갈로의 테라스는 계단을 통해 바다와 곧장 연결되는데, 계단에 앉아 발을 담그고 첨벙첨벙 물장구만 쳐도 까르르 웃음이 나온다. 그뿐이랴. 리조트 사이를 따라 이어지는 풀에서 유유자적 수영을 즐겨도 좋고, 해변 야자수 아래 비치 베드에 누워 선탠을 하다 지루해지면 바닷가로 나가 스노클링, 파라세일링, 스쿠버다이빙, 카약 등 액티비티를 즐겨도 좋다.

수영을 못 한다고 걱정 마시길. 공교롭게도 물에 뜨는 것조차 무서워하던 일행 모두 스노클링에 도전 했으니, 구명조끼를 입고 튜브와 물갈퀴까지 착용한 뒤 GO와 함께라면 누구라도 해양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입에 호스를 끼고 바닷속을 한참 들여다보는데 언뜻 봐도 수십 종은 넘는 산호가 바닥에 가득했다. 그리고 손에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친 어마어마하게 큰 조개에 놀라 GO에게 묻자 ‘자이언트 클램Giant Clam’이라 한다. 가야나 에코 리조트가 자랑하는 또 다른 시설은 바로 해양 생태 연구 센터(Marine Ecology Research Center). MERC는 바다의 아마존으로 불릴 만큼 다양한 바다 생물이 살고 있는 코럴 트라이앵글(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파푸아뉴기니, 필리핀, 솔로몬 제도까지 연결된 산호초 구역)을 보존하는 일을 한다. 리조트에 연구 센터를 구성한 것은 이곳을 찾는 더 많은 사람에게 바다 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함이다.

“우리는 자이언트 클램을 살리는 일을 합니다. 어린 대왕조개를 적절한 시기까지 돌본 후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죠. 그러한 노력으로 말레이시아에는 현재 전 세계에서 서식하는 8종의 대왕조개 중 7종이 살고 있어요.무분별한 포획(바닷속에 폭탄을 투척해 고기를 잡는)으로 멸종 위기에 놓인 산호 역시 바닷속에서 잘 자랄 수 있도록 서식지를 분양합니다.”  센터 연구소장 엘빈 웡 씨의 설명이다. 스노클링을 하면서 무수히 본 그 아름다운 산호 군락이 바로 이런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과라 생각하니 한 편으로는 숙연해진다.


길게 뻗은 고운 모래 융단을 보라. 깊지 않은 바다에서 첨벙첨벙 물장구만 쳐도 즐겁다.

1 새집 모양으로 지은 통나무집 ‘팜 빌라.
2 매일 오후 5시가 되면 야외 화덕에서 피자와 치킨을 굽는다.
3 2007년에 지어진 분가 라야 아일랜드 리조트&스파. 2011년 FIABCI (국제 부동산 연맹International Real Estate Federation) 리조트 분야에서 프리덱셀랑Prix d’Excellent 상을 수상했다.

숲 속 오두막에서 하루 이튿날, 다시 쾌속정을 타고 10분쯤 달렸을까. 화이트 비치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분가 라야 아일랜드 리조트 & 스파Bunga Raya Island Resort and Spa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야나 에코 리조트의 자매 격인 분가 라야 아일랜드 리조트&스파는 지난 2007년 완공한 것으로 역시 인공적으로 리조트를 지었다기보다 자연 속에 살포시 들어와 앉은 듯 조화롭게 어 우러진 모습이다. 리조트 내 이동 수단인 버기buggy를 타고 도착한 객실은 영화에서나 보았을 법한 진짜 통나무집. 말레이시아 전통 목조 가옥인 ‘캄풍’을 그대로 닮은 이곳은 반질반질한 나무 바닥을 맨발로 걸어 다니면 기분이 꽤나 유쾌하다. 더위를 식혀주기 위해 고안한 전통 양식의 높은 천장이 인상적인데, 형형색색의 원단으로 천장과 벽면을 장식한 것도 눈에 띈다.
오랜 비행으로 생긴 긴장감과 피로로 노곤해진 몸에는 스파가 제격! 살러스 Solace 스파는 정글과 거대한 바위로 휘감긴 산자락에 자리하는데, 바람을 타고 온 풀 향기와 바다 내음을 벗 삼아 세러피스트의 손길에 몸을 맡기니 어느새 주변이 아늑한 꿈결 같다. 아직도 꿈속인가, 스파를 마치고 내려 오는 세상이 온통 빨갛다(코타키나발루의 석양은 산토리니, 피지와 함께 세계 3대 석양 중 하나로 손꼽힌다). 매일 오후 6시면 정확히 해가 지기 시작해 멋진 풍경을 빚어내니 그 시간에는 좀 더 여유를 갖고 석양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길.


분가 라야 리조트와 키나발루 산에 진입하는 길.

유유자적 수영을 즐기는 야외 수영장.

열대 우림 산책, 트레킹의 즐거움 “분가 라야 아일랜드 리조트는 해발 4101m인 동남아시아 최고봉 키나발루 산과 연결되어 있어요. 바다와 산을 동시에 품었다는 것 또한 코타키나발루의 큰 매력이죠.”
리조트 마케터 사라 장 씨는 저지대의 밀림을 가볍게 산책하는 트레킹을 권했다. 산에 오르자마자 맞닥뜨린 도마뱀과 야생 흙돼지. 특히 도마뱀은 자기가 안 보이는 줄 알고 눈만 움직이면서 미동도 하지 않고 매달려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평소라면 파충류는 질색했을 텐데 이렇게 관찰하고 교감하는 것 또한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일 터. 이 밖에도 코타키나발루를 좀 더 샅샅이 보고 싶다면 외곽인 클리아스 습지에 서식하는 긴코원숭이를 보러 가는 것도 방법이다. 희귀 동물로 분류되는 긴코원숭이들이 새끼부터 노장까지 무리지어 움직이며 나뭇잎을 조물조물 먹는 모습이 무척 평화로워 보인다. 백미는 클리아스 습지의 배 위에서 감상하는 ‘백만 개의 오너먼트’. 이름하여 반딧불이들이 만드는 천연 크리스마스트리로, 칠흑같은 어둠이 내리면 반딧불이가 좋아하는 버렘방 나무는 조용하면서도 눈부신 빛을 발산한다. 우리나라 민속촌 같은 마리마리 컬처 빌리지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곳. 사바족의 70%를 차지하는 카다잔, 두순족을 포함해 바자우, 무르트족의 성향, 생활 방식을 비교하면서 관람하면 더욱 흥미롭다. 전통 술 담그기, 대나무밥 해 먹기, 헤나 체험, 활 던지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보통 여행사의 반나절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키나발루 산의 아찔한 캐 노피 워크. 분가 라야 리조트와 연결되어 가벼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48개의 팜 빌라는 바다부터 정글까지 전망, 공간 레이아웃에 따라 다섯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에어아시아 타고 여행가자!
아시아 최대 저가 항공사로 85개 도시에 취항해 약 1백 60개의 노선을 운항한다. 2001년 설립 이후 운항 10년만에 1억 5천만 명이 넘는 승객을 운송했으며, 보유 항공기수는 2대에서 1백15대(에어아시아엑스 9대 포함)로 늘어났다. 에어아시아 그룹은 에어아시아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 태국, 에어아시아 인도네시아, 에어아시아 필리핀, 에어아시아 저팬, 그리고 장거리 노선을 담당하는 에어아시아엑스까지 6개 항공사를 운영한다. www.airasia.com
글 이지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