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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강정선(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곽소영(프리랜스 에디터), 구병준(크로프트 대표), 김성일(패션 스타일리스트), 김주은(뷰티 스페셜리스트), 박미향(한겨레신문 문화부 음식 담당 기자), 박소현(애비뉴 636 실장), 박정현(현대백화점 상품팀 과장), 서영희(패션 스타일리스트), 이경일(월간 건축문화 편집장), 정윤기(패션 스타일리스트), 채한석(패션 스타일리스트), 최지아(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한혜연(패션 스타일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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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2012년 우리와 저녁을 함께해준 드라마
삶이 그대를 속일 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아침드라마와 일일연속극이, 미니시리즈와 주말연속극이 있어서다. 심지어 무한반복 재방송도. 올해 유일한 위로가 됐던 드라마들, ‘그는 정말 훌륭한 드라마였습니다’.
1 유혈 낭자 의학 드라마의 새 주자 골든타임
2011년 드라마 트렌드 중의 하나가 의학 드라마였다면, 2012년에는 그냥 ‘골든타임’이 있었다. ‘골든타임’은 날라리 보건의 이민우(이선균)가 최인혁 교수 (이성민)를 만나서 훌륭한 의사로 성장한다는 의사 성장 드라마. 그런데 어느 순간 카리스마 최인혁 교수의 드라마로 변했을 정도로 이성민은 ‘연기’만으로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각인시켰다. 기존 의학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유혈이 낭자한 수술 장면은 ‘미드’를 통해 사실적인 수술 장면에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을 만족시켰다. “수술장 잡아” 같은 대사가 유행어처럼 쓰이기도.
2 팩션 사극의 진화 해를 품은 달
우리 훤이 덕분에 흐뭇하던 ‘해품달’. ‘첫방’부터 18%라는 경이적 시청률로 시작하더니‘팩션(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장르로 팩트fact와 픽션 fiction의 합성어) 사극’의 정점을 찍었다. 역술과 동화적 판타지를 섞은 내용에 김수현의 상대역으로 30대 유부녀 한가인을 캐스팅하면서 ‘노안논란’을 일으켰으나 이것이 신의 한 수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한가인은 나이를 잊게 만드는 연기력과 피부 상태로 연정훈이 전생에 나라를 구했음을 새삼 일깨워주기도. 원작 소설의 작가에도 관심이 쏠렸으나 ‘정은궐’이란 필명을 쓰는 미모의 30대 미혼녀라는 것만 알려진 미스터리 속 인물이란 점도 흥미롭다.
3 시월드의 역습 넝굴째 굴러온 당신
긴 드라마 제목의 유행 흐름에 맞췄으나 발음이 애매한 ‘넝굴당’으로 불린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 이어 신세대 며느리상을 보여준 김남주와 이 드라마로 ‘국민남편’이 된 유준상이 시청률을 이끌었다. 해외로 입양됐다가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공부하고 의사가 된 방귀남이 우연히 친부모네 옆집으로 이사온다는 무리한 설정에도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시댁과 관련한 것이면 뭐든지 싫다는 보편적 며느리 사고에 입각한 ‘시월드’라는 말이 넝굴당을 통해 유행되었다.
4 B급 감성 응답하라 1997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채널에서 방영한 드라마라는 핸디캡에도 연일 화제를 불렀고, 6.22%(케이블채널 사상 최고)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서인국, 정은지, 호야 같은 아이돌들을 과감히 배우로 기용하고 더 용감하게도 은지원을 캐스팅한 것이 극의 재미를 더했다. ‘빠순이’ 출신 작가가 H.O.T와 젝스키스로 대변된 1990년대의 아이돌문화를 회상하도록 한 ‘응답하라1997’은 부산을 배경으로 걸쭉한 사투리로 들려주며 극에 현실성을 부여했다.
5 통속의 힘 내 딸 서영이
강력한 추위가 올것이라는 말에 벌써부터 추운 2012년의 주말 밤을 책임질 하반기의 다크호스. 구질구질한 현실이 싫어 재벌가에 시집가려고 아버지를 버린 딸과 그런 딸을 위하는 아버지의 부정을 그렸다. 통속적 내용에도 시청률 30%를 넘기며 순항 중. 이보영이 타이틀 롤을 맡았고 수염 하나 길었을 뿐인데 갑자기 뺀질이 대학생 느낌에서 나쁜 남자 외모(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에서는 매너남)로 컴백한 엄친아 이상윤과 천호진이 드라마를 책임진다.
02 2012년을 기록하는 키워드 5
1990년대를 그리워하면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 한 해다. 두 번의 굵직한 선거가 있었고 끝 모르던 집값도 떨어져서 ‘하우스 푸어’가 양산되고 경기 침체가 심화됐다. 이 가운데 올해의 명과 암을 보여주는 다섯 가지 문화 키워드.
1 도시농부 “난 내가 직접 죽인 것만 먹는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의 말이다.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생명이 있는 것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자는 것.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종사자들 사이에서 ‘제 먹거리는 제 손으로 준비하는(kill-your-own-supper)’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유기농과 에코라는 환경 트렌드가 ‘도시 농부’라는 개념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2005년 서울에서 첫선을 보인 도시 농부가 올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전부터 텃밭을 일구는 경우는 흔했으나 도시농부가 다른 점이라면, 내가 먹는 것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알아야겠다는 의지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2 애니팡 지난해 스마트폰계를 평정한 것이 ‘앵그리버드’라면 올해는 ‘애니팡’이다. 앵그리버드가 그저 혼자 즐기는 게임이라면, 애니팡은 사람들간의 순위 경쟁과 ‘하트’주고받기 등이 이뤄지는 소셜 네트워크 게임이다. 그런데 게임일 뿐인 애니팡이 일종의 게임머니인 하트 다섯 개를 다 써버리면 연락처 상의 다른 사람들에게 하트를 보내서 자신이 얻어야 하는 ‘하트앵벌이’로 이어지면서 하트는 더 이상 하트가 아닌게 되고 말았다. 한밤 중에 하트 보내는 사람을 연락처에서 지우는가 하면 더 이상 나에게 하트 보낼 사람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에 인간 관계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니 ‘애니팡은 게임이 아니므니다.’
3 싸이 좁은 땅덩어리에, 인구도 고작 5천만인데 노래 잘하는 사람은 왜 이리도 많은 걸까. 그동안 어디 숨어있다 나왔나 싶다. 버스커버스커가 국내에서 화제였다면 하반기 화제의 가수는 싸이다. 게다가 전 세계적인 인기다. 빌보드 차트 1위 후보로 거론되고 MC해머, 마돈나와 공연을 하고 그의 ‘말춤’을 따라추다 단체로 해고되는 직장인들도 등장할 정도다. 싸이의 인기가 내년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소녀시대, 원더걸스가 아니라도 한류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4 통섭 올해 인문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말이다. ‘최고의 생물학자’로 불리는 에드워드 윌슨이 저서 <통섭 : 지식의 대통합>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함께 넘나듦’을 의미하는 ‘consilience’를 번역자인 서울대 생물학과 최재천 교수가 통섭으로 풀이한 것. 에드워드 윌슨은 “설명의 공통 기반을 위해 분야를 가로지르는 사실들과 사실에 기반한 이론을 연결함으로써 지식을 ‘통합’하는 것”이라고 통섭을 말한다. 안철수 교수가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맡으며 ‘융합’과 함께 ‘통섭’이란 말이 주목받았다.
5 90년대 과거는 윤색되고 복고가 트렌드라지만 이제는 불과 십여년 전인 90년대까지 되새기는 한 해였다. 시작은 영화 <건축학개론>이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거쳐 <응답하라 1997> 에서 정점을 찍었다. 게스 스웨트 셔츠와 힙합바지, CD플레이어와 깻잎머리 등 깨알같은 재미가 있었다. 90년대를 추억하는 이를 대상으로 한 마켓도 성장해 홍대 앞을 시작으로 가요 리믹스 주점과 음악다방 등이 확산되고 Re.f와 현진영, 변진섭 등 추억의 얼굴들이 TV 프로그램에 속속 재등장하는 분위기다.
03 인테리어 전문가가 뽑은 내게 ‘행복’을 준 디자인
인테리어 시장 또한 경기 한파를 피해 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올 한 해 헛헛한 마음을 달랠 수 있었던 것은 여기 소개하는 디자인 제품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누구나 살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유니크한 디자인이다.
1 기하학 패턴의 마력 파펠리나
일명 ‘빨아 쓰는 러그’ 파펠리나는 그야말로 인테리어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제품이다. 파펠리나(02-545-5417)가 없었으면 인테리어 촬영을 어떻게 했을까 싶을 정도. 더욱 신기한 건, 매달 화보 촬영 때마다 사용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패턴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사실 계절이 바뀌면 주부들은 자연스레 집 안 분위기에 변화를 주고 싶어한다. 이때 큰 수고하지 않고 유니크한 카펫 한 점 만 구입해도 효과 만점. 삼각형과 육각형, 지그재그 등 기하학 패턴은 ‘깔지’ 않고 ‘걸어’도 제격이다. _ 스타일리스트 최지아 씨 추천
2 이토록 아름다운 전구 크리스털 벌브
거장들을 제치고 런던 올림픽 귀빈실인 골드룸을 자신의 가구로 채운 디자이너 리 브룸Lee Broom. 1930년대 살롱을 모티프로 14점의 가구와 소품을 배치, 그중 크리스털 벌브crystal bulb 펜던트 조명 등을 디자인하기 위해 앤티크 숍에서 오래된 디캔터만 모았다는 디자이너는 디캔터의 세심한 패턴을 유리 전구에 그야말로 알알이 새겨 넣었다. 한마디로 글라스 커팅이 예술! 영롱한 알전구는 방 전체에 아름다운 빛을 드리우기 충분하다. 이제 전구 하나조차도 기품 넘치는 수공예품을 사용할 수 있으니 행복할 수밖에. _ 스타일리스트 강정선 씨 추천
3 착한 조명 이클립스의 귀환
‘조명등은 비싸다’는 트라우마를 극복한 제품. 디자이너 마루오시오 클라빈은 이 조명등의 콘셉트를 오래전에 완성했지만, 적절한 가격에 만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단지 몇 사람만이 살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닌, 작은 아이템이지만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제품을 지향하며 탄생한 것. 조명등은 겹겹이 접었다 펼 수 있는 플라스틱 밴드 모양으로, 다양한 모양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가격은 17만 원. _ 애비뉴 636 실장 박소현 씨 추천
4 특별하지 않아도 거스 소파
멋 부리지 않았으나 세련된 디자인, 담백함 안에서도 충분히 표현한 뻔하지 않은 감각이 거스 소파를 추천하는 이유다. 기념비적 디자인이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추천할 수 있는 민주적 디자인이라고 해야 할까. 사실 소파를 추천해달라고 할 때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건 1천만 원대를 호가하는 ‘특별한(?) 가격대’의 소파들이었다. 하지만 거스의 등장으로 합리적 가격대의 소파중에서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이 생겼다. _ 프리랜서 에디터 곽소영 씨 추천
5 패션을 입은 디자인 마르니 체어
패션 브랜드 마르니(02-3440-1195)가 선보인 이 의자는 디자인은 물론 가구를 제작하는 과정도 대중적(!)인 제품이다. 콜롬비아의 장기 복역 수감자들이 1백 가지 의자를 만들었다고 하니, 숙련된 장인과 고급 소재만이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듯. 일반적인 나무나 가죽을 탈피해 친숙한 PVC 호스를 사용해 컬러 조합도 다채롭다. 출옥한 수감자들이 사회에 적응하고 직업을 얻을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 또한 의미가 크다. _ 크로프트 실장 구병준 씨 추천
04 건축 편집자 이경일이 뽑은 ‘삶을 담은 집’
해방 이래로 단독주택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이처럼 컸던 적도 없을 듯. 따로 또 함께 사는 공동주택, 협소 주택 등 올해 이슈가 된 다섯 채의 집 짓기를 통해 주거에 관한 보다 현실적 지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글과 사진 이경일(월간 건축문화 편집장)
1 따로 또 같이 요철동
요철동을 설계한 정재헌 소장은 건축계에서는 완벽주의자로 통한다. 이 집은 두 집의 건축주가 합심하여 한 명의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해 마당을 공유하는 현대 주거의 새로운 실험으로 유명하다. 요형凹形으로 만든 요동과 철형凸形으로 만든 철동이 양옆으로 놓이고 그 사이에 서로의 마당이 놓여 따로 또 함께하는 새로운 공동 주거 형태를 만들어낸 것. 이웃한 두 집은 서로를 보듬으며 품앗이도 하며 잘살고 있는데, 이처럼 좋은 공간은 좋은 이웃사촌을 만들어낸다.
문의 www.jeongjaeheon.com
2 집을 꿈꾼다 몽당
‘협소 주택’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 격 집이 등장했다. 불과 10여 평의 대지에 1층 바닥 면적이 6평 남짓. ‘몽당’은 몽당연필을 뜻하기도 하지만, 사실 ‘집을 꿈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협소한 땅 때문에 건축가 섭외가 어렵던 부부의 속내가 반영된 것일 터. 건축은 젊은 건축가 안기현, 이민수 소장이 맡았다. 집은 막상 들어가보면 좁지 않은 느낌인데 1층과 2층의 나선형 계단을 통해 부분적으로 트여 있고, 낮은 창을 통해 인왕산의 경치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은 1, 2인 가구가 50% 이상을 차지한다. 몽당은 이런 현실에 진정성 있는 하나의 해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문의 AnL 스튜디오(0505-115-9778)
3 전통 주거를 담았다 현덕재
은퇴한 노부부가 미국에 사는 자녀와 함께 살 경우도 대비해 지은 집. 설계를 맡은 오세민 소장이 무려 6년에 걸쳐 짓고 부수고 하며 완성한 집으로 바닥 높이가 제각각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마치 거실 한편에 대청마루가 놓인 것처럼 무릎 높이의 단을 만들었다. 그 옆으로는 한 단 낮추어 두 개의 바닥이 면해 있으며, 붙박이 형태의 긴 좌탁이 있다. 왠지 전통 주거 공간을 거니는 듯한 공간 구조는 건축주 부부에게 큰 자랑거리이다.
문의 방바이민(02-515-1391)
4 3대가 함께 사는 집 삼대헌
건축가 부부 이중원・이경미 씨의 ‘삼대헌’은 말 그대로 칠순 부모님을 모시고 3대가 함께 사는 온고지신형 주택이다. 단독주택을 짓고 이사 온 후 아이들에게는 마당이 생긴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다. 마당 잔디와 나무에 물도 주고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숨바꼭질하느라 여념이 없다. 집 가운데를 비워 나무 한 그루를 두고 안팎으로 환하게 열린 중정을 만들었는데 건축가 부부답게 재료나 숨은 디테일이 돋보인다.
문의 ism건축연구소(031-896-8001)
5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님과 함께
충북 진천의 한 농가 주택을 레노베이션한 프로젝트. 디자이너 윤석민 씨가 건축주를 위해 세심하게 신경 쓴 면면이 돋보인다. 일하다 흙이 묻은 장화를 벗고 바로 욕실로 갈 수 있도록 입구를 넓게 내었고 탈의실을 한데 배치. 구름이 떠다니는 듯한 조명등은 전원 생활의 색다른 미감을 전한다. 경제적 여건이 안 된다면 이처럼 레노베이션을 통해 공간을 재구성할 것. 전문가의 손길로 좀더 실생활에 와 닿는 집들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문의 윤공간디자인(02-575-8166)
05 한겨레신문 박미향 기자가 꼽은 내년이 더 기대되는 맛집
누구보다 많은 음식을 맛보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본 ‘맛 기자’가 올해 문 열었지만 내년이 더 기대되는 맛집 후보를 꼽았다. 거듭 강조하건대, 제일 맛있는 집들이 아니다. 그보다 진정성이 묻어나는 곳들이다.
1 이치에 いちえ
일본 이자카야의 인기는 여전하다. 그중 지난 5월에 문을 연 이치에는 젊은 오너 셰프 김건 씨의 감각이 까다로운 20대부터 세련된 풍모를 유지하는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하나로 모은다. 이치에의 뜻이 일본어로 ‘하나의 모임’이니 이름값 하는 셈이다. 인기 메뉴는 제철 생선회 모둠인 사시미 모리아와세와 창코나베다. 일본의 대표적인 찌개 요리인 창코나베는 스모 선수들이 즐겨 먹는 영양식으로, 쌀쌀한 겨울바람이 등 돌린 애인처럼 소맷 자락을 침공할 때 찾으면 뜨끈한 창코나베 국물이 큰 위로가 될 것이다.
문의 070-4273-4087
2 씨릴로 타코Cirilo taco
외식업계에 슬슬 멕시코 음식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해외 유명 멕시코 프랜차이즈도 들어온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지난 10월 후미진 이태원 상권 끝자락에 문을 연 타코집은 좀 별나다. 차림표에 ‘우설의 식감이 행복감을 주는’이라고 쓰인 소의 혀로 만든 렝구아 타코 lengua taco에 놀란 가슴을 가라앉힐 새도 없이 양념한 곱창이나 도미가 주인공인 타코가 눈에 띈다. 개성은 토르티야의 식감에서도 드러난다. 손으로 직접 빚은 것으로, 마치 우리네 어머니가 만든 만두피 같이 부드럽다. 단맛도 덜하다. 대신 주재료를 고기와 양파, 고수만 사용해 약간 짜고 매운, 멕시코 음식 특유의 맛이 특징이다.
문의 02-793-3358
3 더 사이The sai
프리미엄 수제 버거 전문점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지만, 올 8월에 오픈한 이곳은 한 손에 딱 들어오는 크기와 가격 대비 맛도 만족스러워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이 즐기기 좋다. 클래식한 버거를 포함해 약 열한 가지 버거가 있는데, 블루 치즈버거를 찾는 이가 많다. 블루치즈, 양파, 향신료를 넣어 만든 소스를 구운 쇠고기에 바르고 다시 한 번 살짝 구운 것으로, 비법은 블루치즈 특유의 냄새를 살짝 줄인 소스다. 거품이 없는 것은 좋지만 실내 분위기가 썰렁한 것이 아쉽다.
문의 02-723-8598
4 비앙 에트르Bien-etre
리뉴얼 오픈하거나 잘나가는 맛집들의 2호점 오픈 소식이 유독 많은 해였다. 그중 비앙 에트르는 청담동에서 테이블 2~3개에 소박한 풍모를 자랑하던 프랑스 요리 전문가 박민재 셰프의 레스토랑이다. 지난 9월 이사하면서 40석이 넘는 곳으로 변신했지만, 도예가 김영환 씨의 접시에 담긴 음식은 예전 명성 그대로 섬세하고 맛있다. 장안에 소문났던 ‘바닐라 향의 수플레’도 여전하다. 변화를 선택한 그의 맛이 2013년 어떤 이야기를 만들지 기대된다.
문의 02-720-3959
5 카페 이로운
건강 열풍이 식을 줄 모르니 외식업계의 화두로도 빠지지 않는다. 지난 5월에 문 연 ‘이로운’은 유기농 카페를 표방한다. 소박하기 그지 없다. 화려한 상권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마저도 간판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칠 정도다. 카페로서는 그야말로 안쓰러울 정도다. 하지만 창문에 적힌 글은 호기심을 당긴다. ‘몸에 이로운, 이로운에서 제공하는 모든 음식에는 건강한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고민한 만큼 건강 메뉴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문의 02-334-7001
06 현대백화점 상품팀 박정현 과장이 꼽은 올해의 베스트 시판 식품
‘건강’과 ‘프리미엄’ 그리고 ‘맛’.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식품 매장의 인기 상품이 되려면 이들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 올 한 해 잘나간 제품을 속속들이 살펴보면 이 세 가지 코드가 빠지지 않는다.
1 로컬 푸드, 식탁에 오르다 CJ제일제면소 냉장면
여행과 미식은 현대인의 삶의 활력소이자 진통제쯤 되는 듯하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는 족족 전국 각지의 맛집이 등장하며, 휴가는 모조리 여행에 소비하는 현대인에게 로컬 푸드는 그 자체로 동경의 대상이다. 올여름 CJ제일제면소에서 전국 팔도의 대표 국수를 우리 집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을 수 있도록 한 냉장면 시리즈 13종이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이 고작이던 면 시장에 부산의 명물인 밀면과 한국 최초의 비빔면인 골동면 등을 소개하며 추억을 맛보는 기쁨을 선사했다.
2 착한 라면 풀무원 자연은 맛있다
작년 라면 시장을 강타한 하얀 국물 라면의 인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진 지 오래. 맵고 빨간 라면이 제자리를 찾았다. 한데 올해의 빨간 라면 중에서도 화제가 된 건 바로 건강한 라면의 등장이다. 바로 풀무원의 ‘자연은 맛있다’ 생라면. 사실 첫선을 보인건 작년의 일이나, 하얀 국물 라면의 위력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하다가 올여름 ‘꽃게짬뽕’을 출시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라면 맛의 절반은 MSG라는 편견을 깨고 천연 재료로 우린 국물에, 튀기는 대신 건조한 생면을 넣어 기존 라면보다 칼로리를 무려 100kcal나 낮춘 이 기특한 라면은 출시 두 달 만에 2백만 개가 팔리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3 바야흐로 건강 음료 전성시대
‘마음만은 홀쭉하고 건강한’ 현대인은 음료 하나도 꼼꼼히 고른다. 영양은 높고 칼로리는 낮은 과일 베이스의 음료가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올해도 ‘풀무 원녹즙의 쉬러브 석류&체리’ ‘CJ아이스안블루베리’ 등 새로운 음료가 쏟아졌다. 그 중 프리미엄 주스 CJ 100% 쁘띠첼 스퀴즈 주스가 더욱 눈길을 끈 건 기존 주스와는 달리 가열 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점. 날것 그대로의 신선한 맛과 향을 강조한 이 제품의 유일한 단점을 꼽자면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4 양념 하나도 건강하게! 천연 조미료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은 이제 양념에도 미친다. 한 스푼만 넣어도 ‘그래, 이 맛이야’라고 감탄할 맛을 내주는 마법의 가루 ‘다시다’에는 적수가 없을줄만 알았는데, 시판 천연 조미료를 사 먹는 시대가 되었다. 다시다를 웰빙 다시다로 변하게 만들었으니 웰빙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샘표의 ‘연두’, 청정원의 ‘맛선생’, CJ의 ‘산들애’에 이어 올가홀푸드의 ‘천연 조미료’까지 더욱 건강하고 사용하기에 편리한 천연 조미료의 진화가 이어지고 있다.
5 내 손으로 만드는 간식 프리 믹스
먹을거리 사고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리다 보니, 내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시대가 되었다.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은 프리 믹스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손쉽게 조리할 수 있도록 재료를 배합한 분말 제품인 프리 믹스는 호떡, 케이크는 물론 아이스크림과 젤리, 푸딩 등 웬만한 간식은 다 출시되었다. 금세 완성되는 데다 아이와 함께 만드는 재미와 교육 효과도 높으니 안전한 먹을거리와 아이 교육에 신경 쓰는 엄마들의 마음을 잘 아는 제품이다.
07 대한민국 스타 스타일리스트 5인이 꼽은 2012 패션계의 주역
스타일리스트들도 이들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한 해 동안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며 패션계를 들썩이게 한 ‘확실한 주인공’을 소개한다. 글 이다혜(프리랜서)
1 또 하나의 의상, 코스튬 주얼리
코스튬 주얼리를 향한 여자들의 관심은 올 한 해도 뜨거웠다. 경제적 부담이 적으면서 룩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어 큰 인기를 누렸다. 특히 장식성이 집약된 화려한 제품이 사랑받았는데, 소품으로서 옷을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옷이 주얼리를 받쳐준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멋 내는 데 무척 효과적이다. 패션성이 강해지면서 의상의 일부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 진짜, 가짜를 떠나 자신의 스타일을 빛내는 아이템, 그리고 이를 소비하는 똑똑하고 세련된 이들이 올해의 주얼리 트렌드를 만들어냈다고 본다. 지방시의 F/W 브로치. _ 한혜연 씨 추천
2 낮에도 밤에도 쓸모 많은 클러치백
예전에는 대낮에 클러치백을 들고 다니는 이들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제 클러치백 하면 보석함을 닮은 백 대신 낮에도 쓸모 많은 크고 듬직한 빅 클러치백이 떠오른다. 세미 정장, 캐주얼 데님 등 어떤 스타일에도 구애받지 않고 간편하게 시크한 룩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클러치백은 올 한 해 가장 사랑받은 백으로 기억된다. 패셔니스타들이 공식 석상에서 들고 나온 백 역시 커다란 숄더백도, 앙증맞은 토트백도 아닌 빅 클러치백이었다. 남자들 사이에서도 좀 더 크고 간결한 남성용 클러치백이 유행 중이다. 클러치백의 인기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기세다. 발렌시아가 F/W 클러치백. _ 김성일 씨 추천
3 남자 품보다 따뜻한 오버사이즈 코트
매니시 룩의 열풍 사이에서 탄생한 오버사이즈 코트는 런웨이에 오른 즉시 겨울의 주요 트렌드로 부각 했다. 올겨울에는 허리가 잘록한 코트에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품이 낙낙한 오버사이즈 코트 차림이 도움이 된다. 오버사이즈 코트를 입을 때는 실크와 시폰처럼 가볍게 살랑거리는 소재가 그 투박함을 잊게 한다. 하의로는 펜슬 스커트나 시가렛 팬츠나 레깅스가 코트와 궁합이 잘 맞는다. 세린느, 질샌더, 클로에, 발렌시아가의 컬렉션에서 얻은 힌트다. 긴긴 겨울이 가기 전에 풍선처럼 부풀린 실루엣을 만들어볼 것. 우아하고 멋진 겨울을 위해! 세린느 F/W 컬렉션의 오버사이즈 코트. _ 서영희 씨 추천
4 불황의 우울함을 잊게 해준 레이스 룩
한 해 동안 여자들의 마음을 그토록 잡아당긴 소재가 있다. 바로 레이스다. 경제적 불황이 잠식한 올 한해 많은 디자이너가 예술사에서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런웨이에 펼쳐냈다. 이 모든 컬렉션에서 아낌없이 사용한 소재가 있으니 바로 ‘레이스’다. F/W 시즌에 바로크 룩이 큰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하반기에는 더 많은 레이스 룩이 출시됐다. 레이스는 특유의 화려하고 로맨틱한 습성으로 여자들의 마음에 낭만을 꽃피웠다. 돌체앤가바나 F/W. _ 정윤기 씨 추천
5 말랑말랑 표정이 부드러워진 가죽옷
부지런한 멋쟁이이라면 올가을, 가죽 재킷이나 팬츠 대신 가죽 스커트에 관심을 두었을 것이다. 매력적인 가죽 소재 하의가 대거 등장해 패션 피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가운데, 플리츠, 플레어, 랩, 쇼츠 등 가죽 스커트는 더욱 다양한 디자인으로 출시됐다. 로에베, 에르메스, 겐조의 F/W 쇼에 등장한 여인들처럼, 나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기장의 얇은 가죽 치마에 실크 블라우스와 스웨터, 혹은 단정한 재킷을 매치해 여성스러움을 부각시키는 식의 차림을 가을 룩으로 제안하곤 했는데, 가죽의 우아한 면모를 발견하는 기회였다. 에르메스 F/W 컬렉션의 레더 스커트. _ 채한석 씨 추천
08 올해의 뷰티 신인상은?
매년 수많은 브랜드가 등장했다 사라지곤 한다. 하지만 올해만큼 쟁쟁한 신예들은 없었다. 날카로운 눈썰미로 잡지와 방송에서 활약 중인 뷰티 스페셜리스트 김주은 씨가 올해 론칭한 브랜드 중 기대되는 다섯 개 브랜드를 꼽았다.
1 일상을 향기롭게 하는 선물 조 말론
향수 좀 안다는 여자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조 말론이 올해 드디어 한국에 둥지를 틀었다. 런던 멋쟁이를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향기와 브랜드를 상징하는 블랙 리본 박스는 여자로 하여금 ‘받고 싶다’는 로망을 불러일으킨다. 향수, 목욕용품, 향초와 디퓨저, 룸 스프레이를 선보이는 조 말론 라이프스타일 컬렉션은 향기가 우리의 일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일깨워준다. 그 변화를 직접 느끼고 싶다면 신세계백화점 내 조 말론 부티크에 들러볼 것. 기분 상태나 모임의 성격에 따라 어떤 향을 사용해야 하는지도 배울 수 있다.
2 파리지앵의 도도한 멋 입생로랑
순종적이기보단 독립적이고, 수동적이기보단 적극적인 여자가 매력적인 시대다. ‘모던 레이디’를 표방하는 입생로랑 뷰티의 한국 론칭 소식은 그래서 더 반갑다. 다른 패션 하우스의 코즈메틱 브랜드가 갖고 있지 않은 대담함과 전문 메이크업 브랜드에 부족하던 시크함을 두루 갖춘 입생로랑은 1964년에 론칭한 브랜드로, ‘사랑에의 중독’을 테마로 한 향수 시리즈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메이크업 라인은 대담한 컬러와 럭셔리한 골드 케이스로 유명하며, 베이스 메이크업과 하이라이터, 컨실러 등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매직 펜 ‘뚜쉬 에끌라’는 입생로랑의 시그너처 아이템이다.
3 이제 냉장 유통 화장품이 대세 프로스틴
기존 제품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브랜드들의 숙명이지만 프로스틴보다 용기 있는 브랜드는 보지 못했다. 화장품에 허용되는 방부제와 피부에 자극을 주는 성분을 모두 버리기 위해 대량 생산, 장기유통이 주는 수익성을 과감히 포기한 것. 상온에서는 그 효능을 발휘할 수 없는 라말린 성분을 피부에 전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한 클린 룸에서 화장품을 제조하고 10℃이하에서 유통, 3~7℃에서 보관, 개봉 후 6주 안에 모두 사용해야 하는 냉장 화장품은 이렇게 탄생했다.
4 아름다운 몸을 위한 한방 일리
아름다운 피부를 위한 여성들의 관심과 투자는 더 이상 얼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일리는 아모레퍼시픽이 선보이는 한방 바이오 보디 전문 브랜드로, 브랜드명인 ‘일리一理’는 ‘아름다운 태를 빚는 하나의 이치’란 의미. 한방 바이오 기술과 인삼, 콩, 동백과 녹차 등 우리 땅에서 나는 원료를 사용하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 보디 워시와 스크럽, 보디 스킨과 오일, 보디 로션과 세럼, 보디 크림 등 총 다섯 가지 라인에서 스무 개의 보디 케어 제품을 선보인다.
5 첨단 기술과 시적 감성의 조화 필로소피
피부 관리에 유독 관심이 높은 우리나라에 미국의 대표적 스킨케어 브랜드 필로소피의 론칭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국내 뷰티 기자들 사이에서는 해외 출장시 반드시 구입하는 인기 브랜드기 때문이다. 첨단 과학 기술과 화장품을 사용하는 여성의 감성을 잘 버무려 공감할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드는 필로소피는 제품 이름도 남다르다. ‘호프’ ‘퓨러티’ ‘미러클’ 등 화장품을 바르다가 패키지에 쓰인 시적인 문구를 읽고 미소를 띠게 되는 일, 필로소피라면 익숙하다.
디자인 안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