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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의 ‘행복’을 찾았습니다 <행복> 12월호 표지 사진 공모전
여러분은 어떤 순간에 행복을 느끼시나요? 집 뜰에 오후의 평화가 차오를 때, 서로의 등에 기대어 늙어가는 남편의 등허리를 복복 긁어주면서, 앞니 빠진 ‘내 새끼’가 1백만 불짜리 미소로 벙싯거릴 때... 우리 인생의 갈피마다 다른 종류의 희로애락이 꽂혀 있듯 행복한 순간도 각기 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자리합니다. <행복>이 창간 25주년을 기념해 2012년 12월호 표지를 장식할 독자 여러분의 ‘행복한 순간’을 공모했습니다. 인물, 동물, 사물, 자연 등 주제의 제한 없이 행복한 순간을 담은 사진 한 장을 보내달라는 청에 삽시간에 2천여 장이 모여들었지요. 예선 응모 기간을 거쳐 온라인 투표와 전문가, <행복> 편집부의 심사로 투표를 치른 끝에 총 30점이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최우수상 작품은 12월호 <행복>의 표지를 장식할 것이기에 계절감이 맞지 않는 사진, 인쇄 불가능한 사이즈의 사진, 가로로 찍은 사진(세로로 긴 잡지의 형태로 인하여)은 최우수상 후보에서 아쉽게 제외했습니다. 그렇게 3개월 동안 가열차게 달려온 표지 사진 공모전은 김용기 씨의 ‘모정’이 최우수상(캘리포니아 여행권 증정)으로, 박인우 씨의 ‘행복한 셀카’와 박준덕 씨의 ‘언니 간지러워’가 우수상(사이판 마리아나 여행권 증정)으로, 문봉건 씨의 ‘눈부신 아침’, 남정호 씨의 ‘따분’, 김미영 씨의 ‘아빠와 딸’이 장려상(캐논 미러리스 카메라 EOS M 18-55 Lens KIT 증정)으로 선정되면서 막을 내렸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보내주신 2천여 장의 응모작은 한 작품, 한 작품 평범해서 더 특별한 사람들의 역사가 담겨 있는, 그래서 세상에 둘도 없는 ‘행복한 순간’의 기록이었습니다. 그 체열이 담긴 사진들을 지상 중계합니다.
심사평

사진가 구본창 씨
“표지 사진 응모에 많은 독자가 참여한 것만 보더라도 사진이 대중화되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훌륭한 작품이 많이 출품되었지만 겨울호 표지라는 계절감에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 많아 아쉬웠습니다. 각각의 사진이 ‘행복’이라는 큰 틀안에서는 적합한 듯 보이지만 많은 독자와 공감하기에는 부족한 작품도 있었습니다. 또한 내용은 좋지만 조형적으로 부족한 작품도 있었고요. 행복한 사진은 결국 우리가 행복한 삶을 누릴 때 가능한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생활 속에서 밝고 긍정적인 시선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트렁크 갤러리 박영숙 관장
“행복의 카테고리는 무한합니다. 사진을 기술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그 주제에 깊이 다가갈 필요가 있어요. 개인적이며 사소할수록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을 더 크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일기 쓰듯이 사진을 찍으세요. 집에서, 이웃에서, 행복을 찾아 보세요. 그리고 ‘무엇을 담으러 찾아 다니는가’란 물음을 늘 가지십시오. 어머니의 구멍 난 양말, 현관에 놓인 신발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만의 시선을 찾으세요. 표현한다는 것은 나와 대상의 교감을 통해 사유하는 과정에서 나오니까요.”

월간 <사진예술> 윤세영 편집장
“흥미로운 사진도 있지만 아쉬움도 큽니다. 기술적인 부분은 그렇다 치더라도 행복을 전형적이지 않게 바라봤더라면 더 좋은 사진이 나왔을 텐데요. 개인적으로 문봉건 독자의 ‘눈부신 아침’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행복한 순간’이라는 주제와 잘 어울리는 사진입니다. 색감도 자연스럽고 아이와 인형의 동일한 포즈가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사진에 유머가 있어요. 이 사진처럼 우리의 행복한 순간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가족입니다
버럭 화를 내다 또 와그르와그르 웃으며 붙어 사는 우리는… 아! 가족이었습니다. 2인칭 시점도 1인칭 시점으로 보게 하는 마력을 지닌 내 가족. 그들을 내게 줬으니 인생은 참말로 흥미진진한 공짜 체험인 것 같습니다.
* 본선 진출작 30점 중 인쇄와 출판이 가능한 크기의 원본 파일이 없는 작품, 개인 사정으로 인해 사진 게재를 허락지 않은 작품, 최우수상 수상 작품 등 다섯 점을 제외한 25점을 소개합니다.

★우수상 행복한 셀카 _박인우 독자

“올여름 어느 휴일 아침, 카메라를 청소하던 중 작은 아이가 목마를 태워달라 조르기에 덥석 안아 올렸더니 어느 샌가 큰아이가 짠! 하고 나타나더군요. 사탕엿보다 달고 맛난 시간, 바로 우리 가족의 ‘행복한 순간’입니다.”

천천히 _권홍 독자

“멜버른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서 이 호주인 할아버지와 손녀를 만났습니다. ‘천천히 올라가도 괜찮아.’ 손녀 걸음에 보폭을 맞추는 백발의 할아버지, 그 앞으로 쏟아져 내리는 오후의 햇살이 아름다워, 그 순간에 내가 있다는 행복해, 그걸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게 더 행복해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댔지요.”

★우수상 언니 간지러워 _박준덕 독자

“여행길에 만난 충남 서천의 신성리 갈대밭, 갈대가 홀씨를 뿌려 눈처럼 내리던 날입니다. 너른 땅을 종횡무진하던 아이들, 어느새 간질간질 놀이에 푹 빠졌습니다. 갈대들도 간지럼을 타는지 살랑살랑 몸을 뒤척입니다. 우리 어른들은 저렇게 웃어본 게 언제인지요. 갈대잎 같은 저 아이들이 굵고 큰 나무로 자라기까지 이 1백만 불짜리 미소가 늘 함께하길.”

★장려상
눈부신 아침 _문봉건 독자

“눈부신 햇살과 함께 아침이 창가에 찾아왔습니다. 백일 된 우리 아기는 아직도 토끼와 함께 꿈나라 여행 중이군요. ‘아가야! 항상 꿈을 잃지 말고 햇살처럼 밝게 자라렴. 늘 아기처럼 깨끗하고 밝은 사람으로 살아가렴.’

★장려상 아빠와 딸 _김미영 독자

“올해 7월 16일, 결혼 7년 만에 우리 부부에게 딸 지윤이 찾아왔습니다. 부모 될 준비도 성심껏 했는데 막상 아이가 나오니 하늘이 천사를 내 품에 떨어뜨려놓은 듯 백지 상태가 되더군요. 한 걸음씩 탐험하듯 배워가며 아이와 보내는 하루하루, 그 안을 뒤지면 달도 별도 줄줄이 끌려 나올 것 같은 보물 주머니 같은 일상입니다. 남편이 웃통 벗고 아이를 무릎에 앉히자 이 녀석 해탈한 듯 미소 짓네요.”

세상 제일의 행복_진현일 독자

“아이의 행복. 좋아하는 초코 우유를 음미합니다. 아빠의 행복. 그 아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엄마, 초코, 누나, 아빠 순인 우리집 네 살배기 둘째 녀석이 그 좋아하는 초코 우유를 조금씩 우물우물 음미하는 순간, 아빠는 세상의 금은보화를 다 얻은 것보다 1만 배 더 행복해집니다.”

달콤한 뽀뽀 _최지현 독자

“칭얼칭얼 까르르 알랑알랑하며 하루해를 보내는 요 세 살배기 아들 녀석, 별명이 ‘뽀뽀쟁이’랍니다. 언제 어디서든 예고 없이 달려와 큐피드가 화살을 날리듯 뽀뽀 세례를 선사하지요. 강원도 횡성의 1급수 냇가에서 뗏목을 처음 타본 이 뽀뽀쟁이는 사공처럼 뗏목을 젓다가 불현듯 엄마에게 또 뽀뽀! 이 아이가 지금처럼 사랑하며 사는 속 깊은 즐거움을 알아가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가족… 그래서 행복한 이야기 _박혜찬 독자

“3년 전 여름 가족이 처음 떠난 캠핑 여행, 아침나절 해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캐러밴 안으로 선풍기도 흉내 내지 못할 바람이 불어오더군요. 우리 셋, 그냥 누웠습니다. 창밖으로 발을 내밀고 바람을 유희하며. 아빠 발, 아가 발, 엄마 발… 바람이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가주겠지요?”

re _박상웅 독자

“고작 1, 2년 함께 살아보고 ‘이제 질렸다’ ‘나만 늘 옳다’ 우기는 우리 아닙니까. 화성 전곡항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중년 부부의 뒷모습에는 곰삭아가는 사랑이 물씬합니다. 지금 이 순간,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말 한마디 없이 표현하는 부부, 그 소박한 뒷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내 동생은 이뻐도 너~무 이뻐 _김세훈 독자

“작은아이가 여섯 살이 됐으니 벌써 4, 5년 전에 찍은 사진이군요. 갓난쟁이 여동생을 애지중지 예뻐하는 큰아이의 표정이 마치 세상을 다 얻은 사람의 얼굴 같네요. ‘누가 뭐래도 내 동생은 이뻐도 너~무 이뻐’ 하는 것 같죠? 이 아이들처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 그게 바로 가족입니다.”

우석과 에리코의 오키나와식 결혼 _최재용 독자

“사랑이 변하는 속도가 광속보다 더 빠른 요즘, 5년여의 연애 기간 중 4년을 떨어져 지내면서도 바보처럼 오직 한 여자만 바라본 사내가 우석입니다. 제 사랑하는 동생 우석이 지난 7월 초 에리코와 보석처럼 아름다운 섬 오키나와에서, 그 섬보다도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들을 위해 포토 콜라주 방식으로 재구성한 이 사진이 바로 제 선물입니다.”

친정 나들이 _최득영 독자

“팔순인 장모님이 위 절제 수술을 받은 후 구순 장인어른의 식사 시중을 어떻게 감당하시는지 늘 걱정이었지요. 그래서 아내와 고성 처가댁에 다니러 갔는데, 딸내미 온다는 연락에 두 어른이 대문 앞에서 한나절 서성거리셨다네요. 밭고랑에서 모녀가 무슨 긴하고 살가운 이야기를 저리 나누는지 산골 해가 노루 꽁지만 해지도록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네요.”

행복 _신상우 독자

“엉킨 실이 목구멍에 들어찬 듯 답답할 때 이 사람들이 있어 살맛이 되살아납니다. 이렇게 어여쁜 가족을 셋이나 주었으니 인생에게 참말로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요? 가족 여행으로 찾은 안면도 해변에 기막힌 노을이 내리자 우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같은 포즈로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같은 포즈만큼이나 같은 행복을 느끼는 우리는 가족입니다!”

동생이 태어났어요 _문정아 독자

‘동생 리안이가 태어났어요!’ 24개월도 안 된 오빠 은우는 갓난쟁이 동생이 마냥 신기한 듯 바라봅니다. 동생이니 보듬어주라고 해도 낯선 보물 보듯 쳐다보기만 하면서 말이죠. 그래도 동생 곁을 떠나지 않고 연신 들여다보는 우리 은우. 동생이 빨리 자라서 함께 뛰어놀고 싶은가 봅니다.”

즐거운 목욕 _김민재 독자

“여덟 살짜리 딸, 여섯 살짜리 아들, 세 살짜리 딸. 이 녀석들 목욕시키는 게 수월하진 않지만 이렇게 살갑고 의좋게 목욕할 때는 이 녀석들이 하늘에서 제게 내려준 복인가 싶습니다. 아직 욕조가 없어 대야 신세를 져야 하지만 최고급 월풀 욕조 목욕 못지 않게 더 좋아하는 녀석들아, 고맙다!”

풍경 예찬
이 풍경과 식물들 앞에서 천천히 심호흡을 해보세요. 조용히 그리고 차근차근 우리의 거칠어진 정신을 위로해줄 것입니다. 사람 하 나 없는 지평선에서도 인기척이 들리는 체험도 하게 될 것입니다. 그건 바로 자연과 인간이 나누는 대화 때문입니다.

고요한 아침 _박성준 독자

“추석 전, 경기도 안성의 고삼 저수지엘 갔습니다. 반복되는 야근으로 지쳐가던 제 몸과 정신을 잠시나마 회복시키고 싶었지요. 저처럼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아침을 맞는 강태공들의 모습이 그지없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자연이라는 특효약을 장복한 사람들이니까요.”

당신에게 행복을 _이현우 독자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과 드라이브를 하던 중 금계국이란 꽃을 만났습니다. 깨복쟁이 시절엔 늘 치고 박고 싸웠지만 나이 드니 둘도 없는 평생 지기가 된 동생과 함께한 시간이라 더 행복했습니다. 그 시간이, 꽃이 내게 준 행복감을 누군가도 느끼길 바라며 꽃을 건넵니다. 여러분께.”

겨울 동화 _김태호 독자

“함박눈이 내리던 날, 내 아내는 전라도 장성 삼서마을의 눈길을 바느질하듯 꾹꾹 걸었습니다. 쪽빛 하늘에서 은하수처럼 눈송이가 날리는데 아내는 그 함박눈을 하나하나 손짓하며 기뻐하더군요. 마치 어느 누구도 그릴 수 없는 겨울 동화를 그리는 듯했습니다.”

햇빛이 나무를 감쌀 때 _이상혁 독자

“‘햇빛이 나를 따스하게 감싸니 더 이상 외롭지 않아요.’ 올림픽공원의 그 유명한 ‘왕따나무’가 오후 햇살을 받아 눈부신 행복을 누리는 순간입니다. 동무들과 떨어져 혼자 있지만 고고하고 밝게 빛나는 이 순간, 이 왕따나무가 행복한 순간 아닐까요?”

그 싱그러움을 위하여 _박정규 독자

“안개비가 내린 양떼목장에 취해 거닐다 속옷까지 푸욱 젖을 뻔했지요. 민들레 홀씨처럼 제 머리 위에도 이슬이 맺혔답니다. 행복은 이렇게 순수한 상태일 때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하나, 둘, 세엣~ 점프! _염관식 독자

“제주도에 가면 오름에 올라 일출을 감상한 후 기념으로 점프샷을 찍어야 하는 게스트 하우스가 있습니다. 엇갈리는 타이밍 때문에 연신 점프하다 보면 어느새 해는 하늘로 솟고 무리한 점프로 다리는 풀려버리고…. 연신 깔깔대는 젊은 여행자들의 웃음이 백약이 오름을 가득 메웁니다.”

제주 하늘이 준 선물 _박기종 독자

“사방이 바다지만 화산섬 제주에서는 물이 고인 모습을 좀처럼 보기 힘듭니다. 제주의 동쪽 끝자락 종달리 해안도로를 달리다 만난 이 ‘반영反影’의 풍경에 전 그저 행복했습니다. 제주의 바람이 하늘에 그린 빛그림, 이런 풍경들에 매혹된 저는 1년 전 제주에 입도하고 말았지요.”

Fireworks _권갑석 독자

“밤이 달큼하게 깊어가는 가을이면 여의도 불꽃 축제가 열립니다. 마포대교 위를 수놓은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희망을 꿈꾸기도, 열정을 체감하기도 하겠지요. 우리의 행복이 하늘을 수놓는 날!”

사람의 둘도 없는 벗
말은 통하지 않지만 말 이외의 모든 걸로 우리와 오롯이 교감하고 소통하는 존재가 바로 우리 곁에 있습니다. 누군가의 어미이자 자식인 이들은 ‘모든 생명은 위대하다’는 진리를 사람에게 말 없이 가르칩니다. 사람의 둘도 없는 벗이자 스승, 반려 동물.

★장려상 따분 _남정호 독자

“2009년 가을, 경북 문경의 포암사라는 절에서 키우는 진돗개를 우연히 찍게 됐습니다. 집안 어른이 편찮으셔서 불공을 드리러 간 길에 만난 이 백구는 좋은 집에서 살며 때마다 푸짐하게 차린 밥상을 받더군요. 등 따시고 배부른 데다 만사 걱정 없이 행복해 보이는 이 녀석의 오후야말로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기쁨조鳥 _천현진 독자

“3년 동안 뇌동맥류와 유방암에 맞서 싸우시던 어머니가 그만 우울증에 걸리셨어요. 혼자 계신 낮에 말동무나 하시라고 앵무새 ‘원이’를 데려왔는데, 원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엄마가 웃음을 되찾으셨습니다. 어느 화창한 날, 원이를 데리고 동네 공원에 갔더니 꽃에 키스 세례를 해대며 즐거워 어쩔 줄 모르더군요. 엄마도 저도 그런 원이 때문에 더 행복해졌습니다.”

구성 최혜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