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뉴욕을 이웃집에 놀러 가듯 왕래하고 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정말이지 바쁜 일상이다. 여름에는 ‘디토 페스티벌’의 음악 감독이자 지휘자로 여유가 없었고, 그사이에 일곱 번째 앨범 <솔로Solo>를 발매했다. UCLA 강의도 쉼 없이 하고 있다. 요즘에는 <안녕, 오케스트라>의 아이들과 합숙하기 위해 매달 한국을 찾는다. 최근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축하 공연을 위해 부산을 찾았다. 하루 일정으로 한국에 왔다 갔다 하느라 몸은 피로하지만 부산의 활력 있는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에너지를 받았다. 공연만 하느라 영화나 배우를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쉽다.
MBC 음악 다큐멘터리 <안녕, 오케스트라>에서 안산의 다문화 가정 청소년 스물네명으로 구성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등장했다.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올해초에 MBC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음악 다큐멘터리 제안을 받았다. 지휘자이자 음악 멘토 역할이라고 했지만, 무엇보다 내가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을 움직였다. 그래서 지휘자 데뷔 무대인 디토 페스티벌에서 함께 연주하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에게 목표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친구와 선생님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함께 연주하는 법을 배운다. 아이가 처한 개인적 어려움에 직접 도움이 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을 통해, 오케스트라 공연을 통해 아이들이 경험하는 모든 것은 앞으로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각자가 부딪히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다큐멘터리에서 한 아이가 당신에게 ‘반쪽 사람’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한국말이 서툰 한국계 미국인이다. 음악으로 소통한다고 해도 한계점이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 처음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고맙게도 아이들이 나를 참 잘 따라주고 이해해준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도 조금은 신기하다.
음악이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은 본인의 경험에서 나오는가? 당연하다. 특히 나의 조부모님은 내 음악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신 분들이다. 조부모님과 나는 시골 마을에서 함께 살았는데, 악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나를 위해 할머니는 10년 동안 매일 여섯 시간을 운전하며 연습을 도왔다. 그분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내가 음악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이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하다.
한국에서 음악 활동을 한다는 것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나? 한국에는 무엇보다 내가 이끄는 디토 프로젝트가 있다. 나와 디토 멤버들이 함께 성장하듯이 매년 프로젝트도 발전하고 있다. 음악을 사랑해주는 팬과 관객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매년 한국에서의 활동이 기대된다.
지난 5월 첫 전곡 무반주 솔로이자 일곱 번째 앨범인 SOLO를 발매했다. 비올라가 지닌 음색에 최대한 귀 기울일 좋은 기회였다. 비올라라는 악기의 매력은 무엇인가? 비올라의 음색은 어둡지만 무척 따뜻하다. 내면의 소리라고 표현하면 어울릴까? 내게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편안한 소리다.
일상의 삶이 그리워지면 요리, 세탁 그리고 달리기를 한다는데, 요즘에도 마라톤을 하는가? 내게 스스로 ‘뛰어라 뛰어!’ 하고 다짐하는 스타일이다. 올해도 풀코스를 뛸 기회가 있었는데 대회 전날 숙면을 취하지 못해 기록이 좋지 않았다. 참, 10월 말에는 춘천 마라톤에 참가한다. 춘천만 벌써 세 번째다!
<안녕, 오케스트라> 멤버들이 12월 30일 ‘엄마의 자장가’라는 제목의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왜 콘서트 이름이 ‘엄마의 자장가’인가? 오케스트라 악장인 준마리의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항상 고생만 하는 엄마 모습을 보아온 그가 이제 악기를 배웠으니 엄마에게 자장가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안녕, 오케스트라> 친구들과의 1년을 마무리하는 자리인 만큼 많은 사람이 와서 함께 즐기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12월에 가장 친한 친구이자 음악 동지인 피아니스트 임동혁 씨와 듀오 공연이 있다. 크리스마스에는 유키 구라모토 씨와 피아니스트 지용 씨와 함께 즐거운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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