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라톤 그랜드 수쿰윗의 백미는 열대풍으로 꾸민 야외 수영장.
호텔 패키지로 즐긴 ‘태국 방콕’
아줌마에게도 일탈이 필요하다
1 올 초 오픈해 저녁에만 문을 여는 시장 ‘아시아 티크’.
2 태국 전통 분위기가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딜럭스룸.
3 호텔 내 모던 타이 레스토랑 ‘바질’.
4 스타우드 호텔 그룹 내 럭셔리 컬렉션인 쉐라톤 그랜드 수쿰윗.
5 음악 들으며 칵테일 한잔하기 좋은 호텔 1층 재즈 바.
6 풀사이드 카페 ‘살사’에는 가벼운 식사류와 안주류가 마련돼 있다.
남자가 나이 들어 꼭 필요한 세 가지는 와이프, 마누라, 아내. 여자가 나이 들어 꼭 필요한 세 가지는 돈, 딸, 친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친구들과 맛있는 것 먹고 좋은 데 여행 가는 즐거움,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일탈. 한데 이 좋은 것을 나이 들어 단체 패키지여행으로 갈 텐가. 그리고 또 허리 아프고 다리 아픈데 여행사 깃발 따라다니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그러니 한 살이라도 젊고 건강할 때 한 번이라도 친구들과 여행하길 권한다.
그런 점에서 태국 방콕은 여자 친구들끼리 떠나기 좋은 최적의 여행지다. 다섯 시간 30분이면 닿는 거리, 연중 따뜻한 기후, 맛있는 음식, 값싼 양질의 마사지, 다채로운 쇼핑 코스까지…. 게다가 물가가 싸 우리나라에서와는 달리 갈등 없이 호기롭게 지갑을 열 수 있게 만들어주니, 애들과 남편 떼어놓고 온 아줌마들에게 이보다 더 매력적인 도시는 없다!
친구와 함께 하는 방콕 여행은 작년 늦가을에 이어 두 번째다. 어떤 호텔에 묵느냐는 여행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우리는 오래전부터 점찍어둔 스타우드 호텔 그룹의 럭셔리 컬렉션 중 하나인 쉐라톤 그랜드 수쿰윗을 선택했다. 그리고 호텔 패키지를 예약해 더욱 편안하고, 더욱 여유롭게, 더욱 효과적으로 방콕을 즐기기로 했다. 이 호텔은 방콕의 심장부 수쿰윗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전철(MRT) 수쿰윗 역뿐 아니라 최근 오픈한 대형 쇼핑몰 ‘터미널21’과도 육교로 연결돼 있다. 태국 전통 분위기가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화려한 수상 경력이 있는 레스토랑들, 편안한 스파, 멋진 재즈 라운지, 열대 스타일의 야외 수영장을 갖춘 특급 호텔로 유명하다. 순전히 스파 프로그램이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우리가 선택한 패키지는 ‘A Journey through Siam’.
시암Siam은 태국의 옛 이름인데, 동남아시아의 가장 매혹적인 도시 방콕을 제대로 깊이 있게 경험하는 것이 이 패키지의 콘셉트다. 그것도 유한마담처럼 여유롭게! 45m2의 딜럭스룸 1박, 조식 뷔페 (2인), 말린 망고 코코넛 견과류 기념 선물, 리무진 타고 전통 수상 시장 개별 투어, 더 그랜드 스파에서 60분 마사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태국 사진이 담긴 카드 제공, 오후 4시 체크아웃(객실 상황이 가능할 경우)을 포함한 패키지는 8천4백 밧(약 30만 원). 우린 총 3박 중 1박은 패키지 체험으로, 나머지는 기본 숙박만 예약하고 자유롭게 스케줄을 짰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방콕으로 가는 항공편은 저녁에 출발해 현지에는 늦은 밤에 도착한다. 패키지 예약의 진가는 공항 입국장에서 이름 푯말을 들고 서 있는 호텔 직원을 만나면서부터 발휘된다. 벤츠 리무진을 타고 레몬그라스 향이 나는 시원한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방콕의 야경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호텔에 도착. 체크인을 하고 들어선 방에는 오 마이 갓! 친구 생일을 축하하는 케이크와 카드가 놓여 있어 그 세심함에 무한 감동을 받았다. 방콕 도착 신고식으로 가볍게 발 마사지 정도는 받아줘야 여행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다. 호텔 근처엔 작은 마사지 숍이 서너 곳 있는데 영업 시간이 밤 11시까지니 참고할 것.
1 선데이 재즈 브런치에는 2백여 종류의 메뉴가 준비된다.
2 시원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풀사이드 카페 ‘살사’.
3 야외 수영장 한쪽에 마련된 아늑한 분위기의 저쿠지.
4 태국 전통 수상 시장인 담는사두악 풍경.
5 탤리언 레스토랑 ‘로시니’의 스테파노 셰프.
6 호텔 3층의 ‘더 그랜드 스파’. 허벌 볼 마사지가 유명하다.
다음 날 아침 일찍 1층 오키드 카페에서 조식을 마치고, 영어로 설명하는 현지인 가이드와 함께 리무진을 타고 전통 수상 시장인 담는사두악Damnoen Saduak으로 출발했다. 약 한 시간 30분 정도 달려 도착한 전통 수상 시장은 TV에서만 보던 이색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1인당 2백 밧을 내면 나무배를 타고 물길 따라 한 바퀴 30분 정도 돌아볼 수 있다. 보트 위에서 바로 만들어 파는 바나나 튀김, 쌀국수, 파파야, 옷, 신발, 가방, 액세서리, 공예품 등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수상 시장을 천천히 구경하는 묘미를 놓치지 말자.
미리 인터넷 서치를 해보면 알겠지만, 쉐라톤 그랜드 수쿰윗의 백미는 바로 야외 수영장이다. 트립 어드바이저 유저들이 뽑은 ‘수영장이 판타스틱한 호텔 톱 10’ 중 최근 4위에 뽑혔다. 호텔 3층 옥외에 있는 수영장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우거진 열대림과 돌조각으로 마치 휴양 섬의 고급 리조트처럼 꾸몄다. 풀사이드 카페 ‘살라 Sala’에서 식사 후 저쿠지에서 휴식을, 풀에서 유유자적 수영을 즐기다 선베드에 누워 책을 읽으면 이곳이 바로 지상낙원이다. 풀사이드의 낭만을 만끽한 뒤에는 호텔 내 더 그랜드스파에서 따끈한 허벌 볼을 이용한 전신 마사지로 최상의 릴랙스를 경험해볼 것. 아로마 향이 테라피스트의 부드러운 손놀림을 따라 퍼져나가며 어느새 몸은 말랑말랑 노곤노곤 스르르 잠 속으로 빠져든다.
1 라이브 재즈 연주를 들으며 브런치를 즐기는 ‘리빙룸’.
2 ‘바질’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모던 타이 음식.
3 질 좋은 패브릭 제품을 만날 수 있는 짐톰슨 아웃렛.
일요일이라면 방콕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핫한 ‘선데이 재즈 브런치’를 꼭 맛봐야 한다(패키지 불포함). 호텔 내 이탤리언 레스토랑 로시니와 타이 레스토랑 바질, 카페 리빙룸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브런치로, 푸아 그라, 신선한 해산물, 스시, 사시미, 인디언 커리, 페이킹 덕, 딤섬 등 2백여 가지 메뉴가 차려진다. 세 시간 내내 라이브 재즈 연주가 어우러지면서 한바탕 축제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어른은 2천2백 밧, 어린이 9백99밧.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여기에 6백99밧을 추가하면 맥주, 와인, 칵테일 등을 무제한 제공해주니, 분명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방콕엔 이미 가보셨다고? 하지만 다섯 번 방콕에 가본 내 경우엔 갈 때마다 다르고, 가면 갈수록 더 좋아지는 도시다. 그리고 고백건대 이번에 호텔 패키지로 즐긴 방콕이 최고였다. 알차게 구성한 패키지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도 잘한 일이지만(타이 쿠킹 클래스가 포함된 ‘A Gourmet’s Guide to Thailnd’를 경험 안 한 것은 못내 아쉽다!) 그보다는 일상의 걱정 보따리 잠시 내려놓고 친구와 함께 떠났기 때문 아닐까? 이 여행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독자 여러분! 지금 필요한 건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함께 떠나고 싶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곧장 저지르는 것이다. 아줌마들에게도 가끔은 일탈이 필요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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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협조 쉐라톤 그랜드 수쿰윗(www.sheratongrandesukhumvi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