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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제안 이토록 아름다운 근조화

모든 사람이 다 꽃이니, 그렇게 피우고 가는 꽃이니 가시는 길에도 꽃이 함께해야 한다는 근조화의 의미는 퇴색한 지 오래다. 대부분의 영안실 앞에서 부동자세를 취한 3단 스탠드형 근조화들. 평균 높이 235cm, 폭 100cm, 무게 30kg의 육중한 몸집으로 벽을 등진 채 배경처럼 서 있다. 고인과 유족이 가진 재력, 권력, 인맥의 잣대가 되어 사람 키보다 높이 서 있다가 마침내 목이 꺾인 채 버려질 뿐이다. 제작, 운반, 진열, 사후 처리가 모두 부담스러운 데다 플라스틱과 각목 같은 재료를 많이 사용해 환경을 해치는 근조화 대신 친환경적 근조화를 보급하기 위한 움직임이 서서히 일고 있다. 1단이나 2단으로 제작해 부피와 무게를 크게 줄인 근조화도 선보였고, 형태도 스탠드형과 함께 바스켓형, 화환형 등으로 다양하게 제안하고 있다. 또 장례식이 끝난 후 유족들이 집으로 가져가 고인을 계속 기릴 수 있도록 재활용 가능한 꽃바구니와 꽃다발 등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3단 스탠드형 근조화를 설치할 수 없는 추모 공원도 생겨났다. 가시는 분에게 드리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근조화의 참뜻을 새기며 플라워 전문가가 남달리 의미 있고 남달리 멋진 근조화를 제안한다.

‘해당화’ 서지희 대표의 제안
“나라마다 문화권마다 그리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근조화에 쓰는 꽃의 종류도, 색깔도 다릅니다. 근조화에 정답이나 법칙이란 없다는 이야기지요. 고인이 생전에 가장 좋아하던 꽃으로 장식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 또 영좌에 헌화하는 꽃도 국화만 고집할 게 아니라 고인이 좋아하던 꽃을 한 송이씩 드린다면 얼마나 의미가 깊을까요. ‘해당화’에서 <행복> 독자에게 제안하는 근조화는 국화와 함께 카네이션, 수국 등으로 몸체를 만들고 푸른 잎사귀가 달린 클레마티스로 생기를 더했습니다. 높이 1m 정도로 만들어 운반, 진열, 철거하기도 쉽지요.꽃을 꽂을 때 필요한 각목과 플라스틱도 최소화했고, 용기는 재활용할 수 있어요.모양새가 단정하고 아름다우면서 환경까지 생각하는 이 근조화는 해당화의 플로리스트들이 제안했습니다.”
문의 02-3443-2187, www.haedangwha.com



‘르 부케’ 정미영 대표의 제안
“꽃을 사랑하는 파리지엔으로 살면서, 플로리스트 교육을 받으면서 프랑스의 ‘메무아르memoire’라는 문화를 만났는데 참 인상적이었어요. 말 그대로 고인에 대한 기억을 담아 꽃을 드리는 거죠. 근조화도, 묘지 꽃 장식도 지나치게 크거나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참 아름답게 만들어요. 부케형, 꽃다발형, 리스형, 꽃줄형 등 형태도 다양하고요. 고인이 좋아하던 꽃이거나, 고인이 삶의 철학으로 삼은 꽃말을 가진 꽃(예를 들면 카네이션은 ‘명예’ ‘영광스러운’, 제비꽃은 ‘겸손’, 장미는 ‘사랑’)으로 만들어요. 그야말로 ‘기억’의 꽃이죠. 제가 <행복> 독자에게 제안한 꽃은 엽란으로 하트 형태의 틀을 만들고 장미 종류인 아이스 브레이크와 미니 장미로 연출했어요. 고인에 대한 사랑을 가득 담은 꽃이죠.”
문의 02-3446-4127, www.lebouquet.co.kr


디자인 안진현 기자 캘리그래피 강병인 어시스턴트 최고은

구성 최혜경, 신진주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