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콕스키르코고덴 묘원 정상에 있는 추모 장소. 유골을 뿌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수목형 안장묘를 조성하는 모습. (왼쪽) 독일 오덴발트 (오른쪽) 영국 햄프셔 베이징스톡.
“내가 죽으면 묘지를 쓰지 말고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심어주오” 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마감한 천리포수목원 설립자 故 민병갈 박사. 그 뜻대로 그는 지난 4월 9일 나무로 돌아갔다. 세상을 떠난지 10년 만이다. 골분骨粉을 땅에 묻고 그 위에 나무 를 심는 수목장樹木葬을 엄수한 것이다. 그의 골분은 한지 골분함에 담겨 그가 평 소 아끼던 나무 밑에 묻혔다. 이처럼 골분을 화초, 정원, 바다, 수목 등 자연 속에 묻 는 것이 자연장이다. 자연장의 근본 개념은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는 데 있다. 무분 별한 묘지로 환경이 훼손되는 것을 줄이면서 자연으로 회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제 국민의 80%에 가까운 사람이 화장을 선호하며, 이에 따라 자연장으로 고인을 보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삼림이 많고 삼면이 바다 지형인 우리나라는 수 목장과 바다장이 대표적이다.
수목장 골분을 지정된 나무 아래 묻는 것을 수목장이라고 한다. 유골함을 사용하 지 않을 경우 골분을 흙 속에 그대로 묻거나, 때때로 골분과 흙이 잘 분해될 수 있 도록 미생물을 첨가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록을 남겨 누군가에게 보 이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수목장을 하고 나무에 글자를 새기는 경우가 많다. 이것 은 자연장의 기본 정신에 어긋난 일이다. 외국의 경우 규격화된 푯말에 고인의 이 름만 적어 나무에 걸어놓거나, 아예 수목장림 앞에 이름만 따로 나열하곤 한다.
(왼쪽) 국유 수목장림인 양평 하늘숲추모공원. 자연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표시를 간소화했다.
바다장 해양장이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골분을 바다에 뿌리는 장법이다. 법적 으로 허용한 것도 아니고 금지한 것도 아닌 상태. 을지대 교수 안우환 씨의 논문에 따르면 화장 후 분골 유해 시험 결과 인체에는 전혀 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연안에서 가까운 곳에는 뿌리지 않는 것이 좋다. 보통 연안에서 5km 이상 떨어진 곳에 뿌리길 권한다. 바다에 뿌리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강에 뿌릴 경우에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장사법이 아니라 상수도보호법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골이 유해하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정서상 갈등을 일으 킬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도움말 및 사진 제공 이필도(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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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안진현 기자 캘리그래피 강병인 어시스턴트 최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