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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묘원 어디에 모실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98년 화장하는 비율이 27%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67.5%로 올라갔고 올해에는 70% 이상이 되리라 예상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장법이 매장에서 화장으로 변했음을 잘 보여준다. 이에 따라 고인을 모시는 장소의 풍경도 사뭇 달라졌다. 조상 묘의 유골을 한곳으로 모아 가족 봉안묘를 만들기도 하고, 산 자도 함께 쉴 수 있는 공원형 묘지가 관심을 받는 등 우리나라 장묘 문화가 다양해지고 있다. 고인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이 진실한 애도이며 위로다. 고인이 평온하게 잠들 수 있는 곳인 동시에 우리가 언제라도 찾아가 고인을 추억할 수 있는 아름다운 묘원 다섯 곳을 소개한다.

복합 장례 문화센터 은하수공원

“내 시신을 매장하지 말고 화장하라. 훌륭한 화장 시설을 만들어 사회에 기증하고 장묘 문화 개선에 앞장서달라”라고 말한 SK그룹 최종현 회장의 유언에 따라 약 5백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조성한 복합 장례 문화센터다. 총면적 36만㎡로 축구장 크기 열 배가 넘는 넓은 부지에 화장장을 비롯한 2만여 기를 수용할 수 있는 봉안당과 야외 봉안담(벽과 담의 형태로 된 봉안 시설) 그리고 잔디장, 수목장 같은 자연 장지 9개 구역 등의 장사 시설을 갖추었다.
주소 충남 연기군 남면 고정리 425 문의 1599-4411

영혼을 위한 밝은 봉안당 무주 추모의 집

무주 추모의 집은 기용 건축사무소의 건축가 故 정기용 씨가 무주 공공건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계한 공설 봉안당이다. 그가 “죽은 자를 위한 공간에서 가장 끔찍한 것은 주검을 어둡고 칙칙한 공간에 두는 것이다. 왜 죽은 자는 밝고 생기 있는 공간에 있어서 안 되는가.”(<감응의 건축> 중)라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무주 추모의 집은 이 세상에서 가장 밝은 봉안당을 목표로 했다. 영혼이 일어나 자신이 살던 땅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 그 옛날 뒷동산의 묘지처럼 삶과 끈끈한 관계가 있는 쉼터 같은 곳이다. 납골당 문을 열고 들어서 ‘영혼의 길’과 마주하면 중간 중간 곡면과 어긋나는 지점 속에 봉안당이 있다. 기도소 옆에 있는 통곡의 방은 눈물 많은 유족을 위한 애도의 공간이다.
주소 전북 무주군 무주읍 당산리 387-23 문의 063-322-2302

전통 장묘 문화를 현대화한 용인공원

용인에 있는 사설 공원 묘원으로 이른바 ‘묏자리’를 중요시하던 우리나라 장묘 문화를 바탕으로 현대적으로 디자인했다. 공원 전체를 둘라싼 전면이 트인 전망 그리고 햇볕이 잘 들어 습하지 않은 정남향 위치가 특징. 전통적으로 우리가 ‘명당’이라고 내세우는 조건을 충실하게 따른다. 매장묘(시신을 땅속에 묻는 묘)와 봉안묘(화장한 유골함을 묻는 묘)를 함께 갖췄으며 야외 봉안 시설인 봉안담(하늘담재)을 최근에 오픈했다. 정명지·정남지라는 이름의 매장묘 구역은 각기 다른 곡선의 석물 디자인 묘로 꾸며 정갈하고 고급스럽다. 소나무, 모감주, 산수유, 노송나무 등 사계절 다양한 얼굴을 보이는 나무들이 둘러싸여 있어 ‘묘지’보다는 공원에 가까운 느낌이다.
주소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초부리 산 67-1 문의 02-762-4444

봉안평장의 시작 남해 추모누리공원

남해군은 1997년부터 무분별하게 묘지를 조성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담당 공무원이 마을 회관, 경로당 등을 직접 방문하는 등 단속과 홍보를 계속해왔다. 그와 같은 일환으로 조성한 공설 묘지가 남해 추모누리공원이다. 매장 묘역 다섯 곳과 봉안당, 야외 봉안묘, 봉안평장 묘역 등을 갖췄고, 현재 자연 장지를 조성하고 있다. 봉안평장은 봉분하지 않고 화장한 유골을 매장하는 방법으로 매장와 자연장의 중간이라 보면 된다. 이는 2004년 남해에서 처음 도입한 것으로, 매장묘를 오래 고수한 우리의 정서와도 잘 맞는다. 나무 유골함을 사용해 자연 훼손이 적고, 묘지 면적의 95% 이상이 축소되는 것이 장점이다. 2001년 장사법 시행 이전에 남해군의 화장률이 9%였으나, 10년이 지난 현재 70%에 이른다. 부족한 묘지 문제를 해결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더 이상 무분별하게 훼손시키지 않으려는 근원적 고민에서 계획한 공립 묘지다.
주소 경남 남해군 서면 연죽리 산 8 문의 055-860-3780

도시 조각 공원 분당 메모리얼 파크

날씨가 좋으면 북한산과 도봉산까지 한눈에 보일 만큼 조망이 좋고, 도심 한가운데 있다는 점 때문에 도시인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공원묘지다. 브론즈 조각상을 묘로 활용한 모습은 유럽의 공원묘지와 무척 흡사하다. 고인을 추모하는 시는 물론 명사들의 유명한 문장이나 고인이 남기고 싶은 메시지 등 다양한 내용과 형태로 취향에 따라 묘비를 제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통적인 한국 장묘 문화와는 사뭇 다른, 현대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맞춤형 묘지라 할 수 있다. 우리 정서와 다른 부분이 분명 있지만, 자칫 지나치게 경건할 수 있는 묘지 분위기도 밝게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1기에 최대 32위의 유골함을 안치할 수 있는 봉안묘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봉안담 그리고 매장묘도 함께 갖췄다. 노송, 은행나무, 벚나무, 자작나무가 공원을 울창하게 둘러싸 인근에 사는 주민과 직장인이 종종 들러 산책을 즐기기도 한다. 가수 故 김현식 씨와 작곡가 故 이영훈 씨, 배우 故 박용하 씨 등 유명인들의 묘역이 조성되어 있다.
주소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6 문의 1566-6508

디자인 안진현 기자 캘리그래피 강병인 어시스턴트 최고은 

구성 최혜경, 신진주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