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 작가 이능호와 푸드 스타일리스트 정효진
한국의 정서를 교감하는 파티
도자 작가 이능호 씨와 푸드 스타일리스트 정효진 씨(오른쪽).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지만, 전통이라는 굴레에 매여 뒷짐만 지고 서 있다가는 도태되기 십상이다. 도자 작가 이능호 씨와 푸드 스타일리스트 정효진 씨는 우리네 전통 상차림의 간결함과 정갈함을 강조하되 리듬감을 주어 입체적인 믹스 매치를 보여준다. 이른바 ‘코리안 터치korean touch’로, 우리의 전통 음식을 테이스팅 뷔페 스타일로 재구성한 한식 파티다. 외국 손님과도 편안하게 한국의 정서를 교감할 수 있도록 한 것. 우리의 전통 그릇이 그러하듯 그들이 제안하는 파티 공간은 간결하지만, 딱딱한 느낌이 아닌 한국인 특유의 살가운 정감을 느낄 수 있다. 흙의 질박한 느낌을 극대화해 만든 이와 쓰는 이가 그릇을 통해 교감하도록 하고, 음식도 모두 한식으로 봄기운 가득한 자연의 향을 느낄 수 있는 것 일색이다.
“한식은 계절감이 중요해요. 요즘은 자연에 가까운 제철 재료로 만든 한식을 양식처럼 코스로 즐기기도 하지만, 우리네 정서에는 아무래도 정찬 형식보다는 음식을 원하는 만큼 덜어 먹을 수 있는 뷔페 스타일이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한데 음식을 테이블이 가득 차도록 올려도 전통 상차림이 그러하듯 한식으로 차린 테이블은 평면적으로 보일 때가 많아요. 그래서 음식을 돋보이게 연출하기가 쉽지 않지요. 한식에 주로 사용하는 접시가 대부분 크기가 비슷하고, 높낮이도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에요.”
이능호 작가의 굽 있는 그릇은 음식을 만드는 이가 도자기에 갖는 기능이나 쓰임새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준다. 그동안 한식으로 파티 테이블을 연출할 때 접시 아래 다른 오브제를 놓아서 높낮이에 변화를 주곤 했다는 정효진 씨의 불편함을 공유하려는 작가의 마음에서 시작한 것일 터.
“음식 문화를 나무줄기라 한다면 그릇은 하나의 나뭇가지입니다. 그릇은 음식과 더불어 바꾸어나가야 생활에 스며들 수 있지요. 도자기는 흙의 느낌을 극대화해 만든 이와 쓰는 이가 그릇을 통해 교감할 때 비로소 그 매력이 빛을 발하는 법이니까요. 좋은 그릇은 자꾸 만지고 쓰는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늘, 땅, 바람, 물, 꽃 등 우리의 자연에서 느끼는 감동이나 삶의 느낌을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 또한 중요하지요.”
이능호 작가가 빚어낸 그릇에는 리듬감이 있다. 여러 가지 한식이 한 식탁에 올라와도 음식 하나하나가 그릇과 어우러져 존재감을 드러낸다. 높낮이와 크기가 저마다 달라 음식과 그릇에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것. 그뿐만 아니라 합이 있는 그릇으로, 보이는 것과 그 안에 감춰진 요리를 상상하는 재미도 더했다. 파티란 무료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요, 소통의 자리이니 그들이 한국적 정서를 부담스럽지 않게 표현하고자 한 한식 파티는 한국 음식의 현대적 맛과 멋을 위한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1 상차림에 리듬감을 더하는 이능호 작가의 그릇.
2 송이버섯을 발사믹 식초로 가볍게 볶은 샐러드.
3 유자 소스로 버무린 달래 샐러드와 숯불에 구운 불고기&아스파라거스 꼬치.
4 돌나물무침을 올린 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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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 작가 이능호 씨가 말하는 음식과의 협업 “자칫 밋밋해지기 쉬운 한식 상차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릇에 입체감을 주어 공간을 확장해봤습니다. 그릇의 높낮이와 크기에 다양한 변화를 주어 밥상 위에서도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말이지요.”
푸드 스타일리스트 정효진 씨가 말하는 그릇과의 협업 “마치 흙냄새가 날 것 같은 이능호 선생님 그릇은 음식을 돋보이게 합니다. 한국적 멋을 심플하게 표현한 파티 공간인 만큼 메뉴를 비타민이 풍부한 봄나물 위주로 구성했는데, 질박한 그릇과 어우려져 정갈한 멋을 더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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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 작가 윤상종과 푸드 스타일리스트 홍신애
자연을 생각하는 가든파티
도자 작가 윤상종 씨와 푸드 스타일리스트 홍신애 씨(왼쪽).
시대가 변할수록 사람들은 인위적이지 않은 것, 자연적인 것에서 위안을 얻는다. 친환경에 가치를 두고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바람은 식탁 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자연의 색과 기운을 고스란히 담은 음식과 나무, 돌, 흙, 물 등 자연을 모티프로 만든 식기가 트렌드로 떠오른 것. 도자 작가 윤상종 씨와 푸드 스타일리스트 홍신애 씨는 건강과 자연을 생각하는 가든파티를 제안한다. ‘환경’을 화두로, 개인의 관심사와 취향을 공유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모임을 위한 것인 만큼 파티 이름도 ‘타인의 취향(the taste of others)’이라 지었다.
“자연을 즐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는 파티 문화를 연출하고자 했습니다. 식기 디자인에도 자연과 감성의 조화, 건강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지요. 문양을 양각 기법으로 그릇 표면에 도드라지게 조각해 부조와 같이 반입체감을 표현했는데, 단아한 백자에 화려한 미학을 더하고 싶었어요.”
자연에서 영감을 받으며 거친 나뭇결을 형상화한 윤상종 작가의 식기는 자연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 2009년 현대미술의 산실로 불리는 뉴욕 현대미술관의 디자인 스토어에서 인기를 끈 식물 시리즈를 토대로 다양한 품목의 도자 식기 디자인을 이번 가든파티 연출을 위해 새롭게 선보인 것. 그 수만 해도 20여 품목이 넘는다.
“가장 큰 고민은 그릇 사이즈였습니다. 가든파티인 만큼 그릇에 음식을 이것저것 담아 손으로 들고 이동하기 편해야 했고, 여성도 쉽게 핸들링할 수 있는 무게와 디자인이어야 했지요.”
인간의 식욕을 자극하는 요소는 시각이 87%이고, 미각은 10%에 지나지 않는 법.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다. 그래서 입맛을 돋우기 위해 선인들은 ‘새 음식’이라는 표식과 함께 선명한 색감을 더하기 위해 고명이나 웃기를 올린 것. 요즘은 그릇이 음식의 미학을 완성한다. 하지만 음식은 궁합이 맞는 그릇에 담으면 맛과 색이 돋보이나 맞지 않는 그릇에 담으면 신선함이 떨어질뿐더 러 맛도 덜하다. 한식 위주의 메뉴로 가든파티를 연출한 홍신애 씨는 음식으로 그릇을 완성하며, 자연 음식을 즐기는 슬로 문화를 제안하고자 한다.
“음식과 그릇의 조화를 생각할 때 디자인이 대범한 접시에는 심플한 색감의 요리를 담고, 색감이 밋밋한 요리에는 밝은 색상의 접시를 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양각 기법으로 입체감 있는 백자라면 녹색과 갈색 계통의 색을 지닌 자연 음식을 담아야 그릇의 문양과 어우러지면서 컬러도 더욱 돋보인답니다.” 화려한 장식이 없어도 이미 자연은 그 자체로 훌륭한 창조물인 셈이다. 그 때문에 식물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그릇에 담을 음식은 되도록 간결하게 연출했다.
“가든파티는 숲 속에 와 있는 듯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매력이에요. 자연을 테마로 한 사람들의 모임에 맞게 자연적 요소가 가득한 테이블을 연출했어요. 백자와 그릇에 새겨져 있는 자연의 문양이 모두 돋보일 수 있도록 인공적인 소재는 배제하고 나무, 풀 등의 자연 소재를 살렸지요.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식문화의 흐름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상차림인 셈이에요. 굳이 야외나 정원에서 즐기는 가든파티가 아니라도 자연을 그대로 담은 그릇에 제철 식재료로 만든 웰빙 음식을 올린다면 식탁에 자연을 불러 들일 수 있을 거예요.”
1 식물을 모티프로 한 문양을 양각 기법으로 조각한 윤상종 작가의 그릇.
2 색감이 진한 고명은 피하고 숙주와 미나리만 올린 묵국수.
3 토속적인 쑥개떡.
4 통닭구이와 잡곡밥을 백자와 함께 세팅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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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 작가 윤상종 씨가 말하는 음식과의 협업 “음식은 그릇과 함께 가야 합니다. 한식을 양식기에 담아 세계에 선보일 수는 없으니까요. 이번 음식과의 협업으로 아이템을 다양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릇 용도가 넓어지고 크기와 형태의 목적이 분명해지는 계기가 되었지요.”
푸드 스타일리스트 홍신애 씨가 말하는 그릇과의 협업 “백자가 지니는 우아한 기품을 잃지 않도록 색감이 강한 음식이나 모양이 도드라지는 식재료는 피했어요. 식감이 부드러운 것으로 준비했지요. 그래야 음식도 그릇도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질 테니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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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 작가 안정윤과 푸드 스타일리스트 박연경
감성을 일깨우는 칵테일파티
도자 작가 안정윤 씨와 푸드 스타일리스트 박연경 씨(왼쪽).
과거 ‘파티’가 먹을거리 중심의 모임이었다면 오늘날은 음식과 정을 나누는 소통의 장으로 하나의 퍼포먼스가 되었다. 젊은 층에는 이미 ‘흥청망청’ 부정적 의미가 아닌 여가를 즐기는 라이프스타 일로 자리 잡고 있다. 다채로운 형식의 생활 문화로 인식되고 있는 것. 도자 작가 안정윤 씨와 푸드 스타일리스트 박연경 씨가 협업한 ‘칵테일파티’에는 파티에 대한 중년층의 로망을 담았다. 자유로운 사교 모임을 위한 어른들의 놀이 공간으로 감성을 일깨우며 여흥을 만끽하는 것이 포인트다.
“파티는 ‘인생을 즐기는’ 문화생활이에요. 함께 어울려 즐기는 자리인 만큼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요소로 공간을 채우고, 조화롭게연출해야 해요. 그러니 일상에 재미를 더하는 활력소로 음식과 그 릇, 음악이 빠질 수 없지요. 파티는 종합 예술 축제니까요.”
축제에 쇼가 빠질 수 없는 법. 박연경 씨가 준비한 퍼포먼스는 ‘그림자놀이(play with shadow)’다. 와인 잔과 칵테일 잔을 천장에 모빌처럼 매달고 조명을 비춰 그림자를 만든 것. 조명등 역시 와인잔과 칵테일 잔을 엮어 만든 것으로, 콘셉트를 잘 표현해주는 오브제로 손색이 없다.
“그림자는 물체가 빛을 가려서 생기는 그늘이라는 사전적 의미도 있지만, 얼굴에 나타나는 불행ㆍ우울ㆍ근심 같은 감정 상태도 상징하잖아요. 그런 부정적 의미를 가진 그림자를 가지고 한번 놀아보자는 거예요.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홈 파티를 통해 사람과 공간이 소통하고, 음식과 그릇 그리고 음악과 어울리면서 감성을 일깨우고 싶었어요. 파티란 편안한 공간에서 사람의 온기로 빚은 그릇에 정성으로 만든 음식을 담아 즐기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에너지를 나누는 식문화 공간이니까요.”
스탠딩 칵테일파티인 만큼 음식은 핑거 푸드 위주로, 자연의 선을 살린 안정윤 작가의 그릇과도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푸드 스타일링 또한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게 연출했다. 안정윤 작가의 그릇에 밑그림이 된 것은 물론 박연경 씨의 음식이다. 그릇에는 요리사의 의견이 80% 이상 반영되어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평소 그릇도 하나의 예술품으로 조형미를 중시하는 안정윤 작가 역시 그릇의 선을 살리면서 여백과 단순미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 작품을 이번 칵테일파티를 위해 선보였다.
“함께 어울려 즐기는 것이 파티잖아요. 파티 테이블에 어울리는 그릇은 하나만 있을 때보다 여러 개를 매치했을 때 더욱 빛을 발해야지요. 그래서 빛깔은 모노톤으로 서로 잘 어우러지도록 하고, 형태는 씨앗이나 나뭇잎 등을 모티프로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곡선미를 강조해 모던하게 디자인했어요. 음식이 돋보일 수 있도록 사람의 손에 순하게 적응하며 형태를 만들어준 흙으로 빚은 도자기에 자연이 준 선물인 요리를 담아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생각하면 감동스럽기까지 해요.”
1 곡선미를 살린 안정윤 작가의 그릇.
2 물냉이, 프로시우토 등을 올린 카나페.
3 구운 토르티야 위에 치즈 볼과 식용 꽃을 올린 샐러드.
4 바나나와 딸기를 섞어 만두처럼 만든 포켓 크레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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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 작가 안정윤 씨가 말하는 음식과의 협업 “음식과의 협업을 통해 그릇에 빈 공간이 많아야 스타일링하는 데 제약이 덜하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여백의 미는 그릇에도 적용되는 기준이니까요. 음식을 담을 용도로 만들었더라도 담는 이에게 해석의 여지를 주는 것 또한 그릇의 본질이에요.”
푸드 스타일리스트 박연경 씨가 말하는 그릇과의 협업 “이번 협업을 통해 식탁에 그릇을 놓았을 때뿐만 아니라 손으로 만졌을 때의 느낌까지 스타일링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접시를 손으로 들 수 있도록 작고 가볍게 만들고, 상에 올렸을 때는 회화 작품처럼 보일 수 있도록 제안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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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갤러리 2주년 기념전 <그릇 2012-초.대招待>
이번 전시는 ‘문화+음식+그릇’에 대한 제안전으로, 4월 19일부터 5월 20일까지 이도갤러리 3층에서 개최한다. 일상에서 소통을 나누는 ‘홈 파티 문화’를 주제로, 도예 작가와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협업 과정을 통해 식생활 문화 트렌드를 제안하는 것. 단순한 모임을 넘어 문화의 장으로서 파티 상차림을 총 세 개 섹션으로 선보이는데, 음식·그릇·테이블 스타일링, 공간 구성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문의 02-741-0724
촬영 협조 이도갤러리(02-741-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