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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디자이너 이양선 씨 천천히 천천히 나무의 이야기를 듣다


1 직접 만든 가구로 꾸민 슬로울리 카페에서 만난 이양선 디자이너.
2 편안하고 따뜻하게 감싸 안은 듯한 느낌이 매력적인 의자 세트.


이양선 씨가 도시에서 가구를 만들 때는 지하로 ‘숨고’ 교외로 ‘쫓겨나가’야 했지만 지금 이곳 제주도 유수암리에서는 보란 듯이 가구를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탄생한 가구는 차를 마시며 앉아보고 만져볼 수 있는 ‘슬로울리 카페’에 놓이면서 매력을 한껏 뽐낸다. 이 가구에 반해 구매하길 원하는 사람은 한 달이든 석 달이건 순서를 기꺼이 기다린다.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행복이 제주에서는 피부로 느껴지는 요즘, 이양선 씨는 가구장이로 ‘전업’한 결단이 옳았고, 서울을 떠나온 것은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그가 목가구와 인연을 맺은 건 극심한 직업병을 앓은 후, 치유의 방법으로 가구를 제작하면서부터다. 손으로 갈고닦을수록 뽀얀 속살을 드러내는 보드라운 촉감, 사선의 맞물림으로 정확하게 직각을 취하는 목가구의 조형미에서 그는 새로운 ‘운명’을 발견했다. 그게 벌써 8년 전,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이제는 남편까지 합류해 이를 가업으로 만들고자 하니. 이양선 씨가 생각하는 목공예의 매력은 무엇일까? “제주도에 와서 목공예를 보는 안목이 한층 넓어졌어요. 하루에 사계절을 접하는 변화무쌍한 자연이 풍부한 영감을 선사하니까요.”


3 못을 쓰지 않고 수공예 짜맞춤으로 만드는 가구 작업.
4 하늘에 구름 한 점, 바다 위 섬처럼 보이는 남다른 장식의 서랍장.


이과 출신답게 직선 하나만큼은 확실한 그의 가구는 날렵하지만 따뜻하면서 믿음직스러운 자태가 백미. 하지만 이는 제주도에서 조금씩 변신을 시도한다. 구불구불한 목리가 도드라지더니 형태 또한 자유로운 곡선을 더한다. “곡선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건 무척 어려운 작업이에요.
그러나 그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은 제 일상에 또 다른 예술이 되고 있답니다.” 호젓한 중산간 마을, 눈높이로 바다가 펼쳐지는 환경 속에서 나무가 천천히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가구를 만드는 이양선 씨. 이제 그의 가구는 제주도 박물관 사무 가구로 쓸 만큼 제주도화化되었다. 제주도의 자연을 보듬은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가구는 그렇게 섬사람들에게 친숙한 존재가 되어갈지니, 앞으로 이곳에서 진화를 거듭할 이양선 씨의 목가구가 궁금한 건 당연하지 않은가.

주소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1691-1
문의 064-799-0549

글 이정민 기자 | 사진 임민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