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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 남녀 가족 간 불화를 피하는 방법

“바른 매너는 사회생활의 안정제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문학가인 필립 체스터필드가 매너에 대해 한 말이다. 사회생활을 하며 내가 필요해서 혹은 상대가 어려운 사람이기에 매너를 지키는 건 쉽다. 그에 비해 가족 간 매너는 어떠한가. 20~50년에 이르는 긴 시간을 함께하는 관계여서 잘해줘야지 하다가도 자꾸 뒤로 미루는 안일한 마음이 생겨나는 ‘가족’ 말이다. 가족 간에는 애증이라는 깊고 커 다란 강물이 흐른다. 기쁘게 사랑을 주고받는 동시에 서로 돌봐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감도 짊어진다. 서로 의존하고 상대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섭섭함과 원망도 점점 커진다. 그렇게 가족 사이에는 ‘감정 문제, 상처 문제’가 자리 잡는다. 상처받은 마음 은 부정적 감정을 발산하고 그 감정은 매너를 무너뜨린다. 분노, 실망감 같은 부정적 감정이 쌓일수록 상대방을 공격한다. 이것이 감정적으로 가까운 관계인 가족 사이에도 매너를 지키기 어려운 이유다. 매너가 무너지면 정서적 거리 조절에 실패하게 되고, 대화가 단절되거나 싸움으로 맞붙는 양극단의 형태가 나타나기 쉽다. 누적된 감정과 상처의 문제로 무너질 수 있는 매너들, 가족 사이에 교 감을 잃지 않기 위해 꼭 지켜야 할 매너를 살펴보자.

당신은 경청하는 아내입니까? 클리닉에 방문한 남편 Y씨와 아내 W씨. 남편이 먼저 얘기를 시작한다. “아내랑 싸움이 너무 잦아서 왔습니다. 너무 힘듭니다. 사소한 일로 싸우다가 아내가 불같이 화를 내…”라고 말하는데, 갑자기 아내가 말을 거세게 끊고 들어 온다. “본론부터 얘기해요. 누가 불같이 화를 내요? 자기가 잘못한 걸 말해야지. 힘든 걸로 치면 내가 더해요”라며 분위기를 휘젓는 다. 갑자기 말을 끊은 아내 때문에 남편은 입을 다문다. 아내는 남편의 말을 ‘듣는’ 게 아니라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편이 내 마음에 걸리는 말을 한다 여기면 바로 치고 들어온다. 마음속에 얼룩진 상처와 누적된 분노, 조급증은 경청의 적, ‘말 가로채기’ 행동을 부채질하는 주범이다. 감정이 쌓일 대로 쌓인 관계에서 경청은 참으로 어렵다. 상대방을 신랄하게 평가하고 중간에 말을 끊고 아니라고 반박한다. 어떤 상황이든 일단 충분히 들은 후 내 생각과 느낌을 말하자. 마음을 기울여 상대의 말이 끝날 때까지 진중하게 듣는 것이야말로 가족끼리도 지켜야 할 으뜸 매너다.

행복은 ‘비교순’이 아니잖아요! ‘순위 매기기’는 자신감을 깎아내리고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힌다. 직장 여성 B씨는 말한다. “제 콤플렉스의 원천은 엄마인 것 같아요. 늘 비교하셨어요. 또래 친척들이나 엄마 친구 딸과 비교하셨죠. 엄마가 그런 말씀을 하실 때 전 생각했죠. 내가 모자라서 엄마가 저러시는 거겠지.” 성적, 외모, 경제력, 직업, 결혼에 대한 비교. 부모가 무심코 내뱉는 ‘비교하는 말’은 자녀의 심정을 멍들게 한다. “누구네 아내는, 남편은…” 하며 내뱉는 배우자에 대한 비교도 마찬가지다. 내 가족, 내 아이의 존재 가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행복해하자. 내 소중한 사람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것은 인간 존재에 대한 매너다.

매너 있는 남편은 먼저 사과합니다 결혼 5년 차의 아내 P씨. “그동안 정말로 섭섭한 건 남편이 단 한 번도 미안하단 말을 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남편이 미안하다며 먼저 다가오면 저도 금방 풀릴 것 같은데, 늘 슬쩍 넘어가는 남편이 너무 미워요. 냉전이 싫어서 만날 제가 먼저 사과하는 것도 지겨워요.” 유독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에 인색한 우리. 사과는 잘잘못을 따지는 행위가 아니다. 서로 불가피하게 부딪친 그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화해의 몸짓이다. ‘내가 너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을 사과하면 된다. 내가 한 행동 중 일부분을 구체적으로 짚어 사과하는(“먼저 소리 지른 것 미안해” “미리 얘기 꺼내지 못한 것 정말 미안해”) ‘부분 사과’도 좋은 접근 방법이다. 먼저 사과하는 매너를 발휘하자.

글을 쓴 김선희 씨는 임상심리 전문가이자 ‘김선희부부클리닉’의 대표다. 20년간 심리학에 빠져 살았고 부부 상담에 몸담은 지도 10년이 지났다. 4천여 쌍에 이르는 부부를 상담한 그는 건강한 부부가 행복한 자녀, 행복한 가정과 사회를 꽃피우는 원천이라 믿는다. 얼마 전 단행본 <가까운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는 법>을 펴냈다. ‘말할 시간(time2say_)’이라는 트위터 아이디처럼 그의 화두는 항상 소통이다.



트레이션 소담 주경숙

담당 신진주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