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0년 넘게 살고 있는 동네예요. 홍대입구역을 중심으로 서교동에서 연남동으로 이어지는 뒷길을 걷다 보면 조용하지만 강한 문화의 힘이 느껴지는 공간들이 눈에 띕니다. 서교동 뒷길은 홍대가 지닌 대중적 예술성이 아니라 자생적으로 생긴 문화가 녹아 있는 곳이에요. 남을 신경 쓰지 않은 건물과 자연스러움을 살린 인테리어, 개성이 독특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색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요.”_그래픽 디자이너 이나미
LP LOVE
“골목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레코드 가게입니다. 사실 요즘 같이 MP3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LP라고 하면 오래된 것처럼 느낄 거예요. 하지만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에게 레코드 가게는 학창 시절의 추억이 묻어나는 장소입니다. 연남동에서 홍대입구역으로 가는 서교동 뒷길은 작은 카페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골목인데, 그 길목에 LP 러브가 있습니다. 빨간 지붕과 원목 테이블을 보고 노천카페인가 착각할 정도로 예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어요. 가게 안에 알파벳으로 정리한 LP가 빼곡하게 꽂혀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이나미(이하 ‘이’) 골목을 지나가다가 이곳을 발견하고 놀랐어요. 빨간 지붕과 원목 테이블을 보고 노천카페인 줄 알았거든요.
LP 러브 김기윤 대표(이하 ‘L) 남대문에서 이곳으로 장소를 옮긴 지 한 달밖에 안 됐어요. 그쪽이 워낙 장사가 안 돼 집과 가까운 곳으로 옮긴 겁니다. 테라스는 편하게 쉬려고 만든 공간인데, 요즘에는 홍대 뮤지션들이 와서 수다를 떠는 사랑방이 됐어요.
이 사실 요즘에는 LP를 듣는 사람이 없어 안타까워요. 사실 저도 이사 가면서 턴테이블을 버리고 온 게 정말 후회가 되거든요.
L 뭐, LP는 오래전부터 마니아를 위한 소수의 음반이 돼버렸죠. 한창 잘나갈 때는 서울에 두 곳, 부산에 한 곳을 운영할 정도로 규모가 꽤 컸는데, 이제는 LP 러브도 이곳밖에 안 남았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찾는 단골이 있는 한 계속 운영하고 싶어요.
주소 마포구 동교동 201-41 문의 02-318-8255
1 규모는 작지만 독특한 인테리어의 카페와 음식점이 골목마다 숨어 있는 서교동 뒷길.
2 노천카페가 연상되는 LP 러브의 입구.
3 직접 만든 수납장은 알파벳으로 잘 정리되어 있어 찾기가 쉽다.
수십만장의 LP가 있는 서울에 몇 안 되는 레코드 가게이다.
복합 문화 공간 플레이 카페 [옆]
“경남웨딩홀 뒤편에 가면 작은 삼거리가 보여요. 우연히 길을 걷다가 삼거리 중심에 있는 플레이 카페 [옆]을 발견했습니다. 앞은 좁지만 뒤로 갈수록 넓어지는 독특한 외관이 인상적인 이 건물은 프로젝트 그룹 옆의 설치 작가들이 라인 테이프를 이용해 하나의 설치 작품을 만들었다고 해요. 생긴 지 한 달도 안 된 따끈따끈한 곳으로 차를 마시며 공연을 보고 전시도 관람할 수 있는 어른들의 놀이터라고 할 수 있어요.”
1, 2 라인 테이프 작업과 조형물로 설치 미술 작업을 한 독특한 실내 공간.
3 시종일관 유쾌한 입담으로 대화를 주도한 설치 작가 이유경 씨.
3 멀리서도 눈에 띄는 위트 있는 캐릭터 비상구.
4 바리스타가 만든 커피와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치킨 샐러드 등 메뉴가 다양하다.
테이블과 의자를 여유롭게 배치해 공간의 여백을 살렸다.
이나미(이하 ‘이’) 골목을 지나다 문득 고개 들어 위를 봤는데, 낚시를 하고 있는 조형물이 눈에 띄는 거예요. 그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어떤 공간인가 유심히 살펴봤어요.
플레이 카페 옆 이유경 설치 작가(이하 ‘플’) 아, 그 아이 이름은 상구예요. 성은 ‘비’, 이름은 ‘상구’로 비상구를 의인화해서 만든 캐릭터죠. 프로젝트 그룹 옆에서 라인 테이프를 이용해 드레싱룸, 스터디룸 등 가상 공간을 만들어 비상구의 라이프스타일을 풀어가는 작업을 이곳에 접목한 겁니다. 2층에 앉아 있는 상구는 지나가는 사람을 다 낚으려고 지금 한창 낚시를 하는 중이에요.
이 이미 대중에게 잘 알려진 캐릭터를 이렇게 만들다니 정말 기발한 생각이에요. 그러면 이 플레이 카페 [옆]의 설치미술도 프로젝트 그룹 옆에서 진행했나 봐요.
플 이 건물 바로 뒤에 있는 동양문고 대표님이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세요. 그래서 커피만 마시는 카페가 아닌 책도 보고 콘서트도 열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들기로 했어요. 동양문고에서 나오는 책에 일러스트를 몇 번 그린 인연으로 저희가 이곳을 맡게 됐습니다. 프로젝트 그룹 옆은 이화여대 대학원 조소과 동기들이 뜻을 모아 결성한 그룹이에요. 주로 라인 테이프로 벽, 유리창, 건물의 실내 외 공간에 가상 공간을 만들죠. 카페에 있는 비가 내리는 창문이나 노래할 수 있는 마이크, 스탠드도 모두 라인 테이프로 작업한 거예요.
이 경남웨딩홀 뒤쪽으로 들어오면 이 건물을 중심으로 좁은 길과 큰길이 나뉘는데, 그 모습이 다이내믹해요.
플 설렁탕 집이던 건물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고, 내부의 천장을 높여 복층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안에 테이블과 의자를 자유롭게 배치해 공간의 간격을 넓게 사용했고요. 옥상에는 잔디를 깔아서 야외 테라스를 만들었는데, 이곳에서 앞으로 벼룩시장을 열 계획이에요.
이 복합 문화 공간인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기획을 준비 중인가요?
플 토요일마다 다양한 주제로 이벤트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첫째 주에는 옥상에서 플리마켓을 열 거예요. 디자이너나 아티스트의 물품을 판매하는 벼룩시장부터 시작해 점점 자리를 잡아가면 아티스트의 작품을 파는 옥션도 해보려고요. 둘째 주에는 홍대 뮤지션들의 콘서트를 열고, 셋째 주에는 전시나 공연의 오프닝 행사를, 넷째 주에는 저자와 대화 시간을 갖는 등 주말마다 색다른 문화 행사를 기획할 겁니다.
주소 마포구 서교동 463-33 문의 02-337-1739
미카야
“집에서 가까워 자주 들르는 곳이에요. 수제 케이크와 커피를 파는 카페로, 조용한 분위기에서 책 읽기에 이만 한 장소가 없죠. 8년 전 아무것도 없던 서교동 뒷길에 처음 문을 열었으니 이 골목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카야는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을 지키는 사장님의 소신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에요. 서교동 뒷길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아끼는 단골집이기도 합니다.”
1 입구에 책을 직접 구입할 수 있도록 선반을 배치했다.
2 미카야의 맛을 지켜온 케이크와 커피는 한결같은 맛으로 단골이 많다.
3 오랜 시간 동안 손님과 사장으로 만난 두 사람. 이번 기회를 통해 8년간의 돈독한 우정을 확인했다.
4 책꽂이를 설치해 주인장이 읽은 책을 진열해 놓았다.
미카야는 오랜 시간 이곳을 지켜온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이나미(이하 ‘이’) 매일 이 길을 출퇴근할 때 지나가는데 언제 봐도 사장님이 계시더라고요. 한 번도 자리를 비운 적이 없는 거 같아요.
미카야 이연이 대표(이하 ‘미’) 8년간 미카야를 운영하면서 커피와 케이크를 다른 사람 손에 맡긴 적이 없습니다. 커피나 케이크는 다른 사람이 만들면 그 맛이 확실히 다르거든요. 그래서 가능한 한 자리를 비우지 않고 직접 다 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이 보면 정신없어 보이겠지만 손님에게 같은 맛을 전하기 위한 저만의 원칙이에요.
이 오랜 시간 미카야의 케이크를 맛보았지만, 정말 맛이 한결같았어요. 미카야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요?
미 얼마 전에 온 손님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 몇 년 전에 왔을 때랑 케이크 맛이 똑같아서 놀랐다고요. 어릴 적 어머니가 파이나 케이크를 자주 만들어주셨는데, 그 영향 때문인지 케이크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었죠. 직장을 그만두고 고베에서 케이크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왔어요. 케이크를 만들 때나 미카야를 운영할 때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은 불필요한 점은 줄여가자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진짜 중요한 것이 남으니까요.”
이 들어오다 보니 문에 적혀 있는 사항이 많아요. 6인 이상 단체 손님을 사양한다든지 어린이는 함께할 수 없다든지 등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요.
미 저와 손님들이 원하는 미카야의 공간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보는 곳이에요. 공간이 넓은 편도 아니고 손님들이 한꺼번에 많이 오거나 아이들이 오면 번잡하잖아요. 그래서 정중하게 거절의 의미로 붙여놓은 거예요. 처음 방문하시는 분은 불편해하시기도 하지만 단골들은 모두 이해해주세요. 카페 미카야만의 분위기를 지켜나가길 원하시는 거죠.
이 여기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책이 참 많아요.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책꽂이 한쪽에만 책이 있더니 어느새 카페 책꽂이를 가득 메웠네요. 매년 달라지는 사장님의 책 취향도 느낄 수 있어요.
미 평소 음악을 듣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읽고 재미있는 책을 책꽂이에 꽂아두어 손님도 책을 볼 수 있게 했어요. 이쪽에 디자인 회사나 출판사가 많아서 관련 분야 종사자들이 많이 오는데, 가끔 본인이 직접 디자인하거나 기획한 책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입구에서는 책을 판매합니다. 유니세프 모금함에 원하는 만큼 돈을 넣고 책을 가져가면 돼요. 어느 날 손님이 책을 기부하겠다며 가방을 메고 강남에서 여기까지 지하철을 타고 오신 적이 있어요. 그 마음이 매우 감사해서 작은 성의 표시를 한 기억이 납니다.
주소 마포구 서교동 446-59번지 문의 02-3143-3579
북카페 정글
“서교동 뒷길에는 집을 개조한 출판사와 디자인 회사가 많습니다. 집을 개조한 북카페 정글은 복합 문화 공간 플레이 카페 [옆] 바로 맞은편에 있어요. 출판사 디자인 북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이곳에서는 해외 디자인 관련 서적을 직접 수입하고 유통하므로 구하기 어려운 디자인 서적을 볼 수 있어요. 디자인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는 보물 같은 곳입니다. 얼마 전에 이곳 세미나실에서 학생들과 수업을 했는데,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평일에 가면 혼자 책을 보거나 스터디를 하는 학생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1 경남웨딩홀 뒷길의 좁은 골목에 있는 북카페 정글 외관.
2 2층 북카페로 가는 계단에는 디자인 서적을 이용한 조형물을 만들었다.
3 조용히 책을 보며 공부하기 좋은 2층 북카페 전경.
4 디자인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는 디자인 서적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알토란 같은 공간이다.
(아래) 5천 권이 넘는 디자인 서적이 수시로 들어와서 책꽂이를 가득 채운다.
이나미(이하 ‘이’) 북카페 정글은 디자인 관련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해요. 평소에는 보기 힘든 디자인 서적을 분야별로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으니까요. 저도 골목을 지나가다가 가끔 들러서 어떤 책이 있나 보곤 한답니다.
북카페 정글 안미주 대리(이하 ‘북’) 디자인 관련 서적이 있는 서점과 북카페가 같이 있어 그런 것 같아요. 수시로 들어오는 편집, 일러스트, 인테리어, 광고 등의 다양한 디자인 서적이 5천 권 이상 있어 디자인 공부하는 분이 많이 찾아옵니다. 디자인 관련 책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구입하기보다는 카페에서 읽는 것 같아요.
이 학생들이랑 수업을 진행해보니 세미나실이 아주 잘 되어 있더라고요. 인원도 꽤 많이 들어갈 수 있고, 장비도 잘 갖춰져 있고요.
북 다섯 곳의 세미나실이 있는데 네 명에서 스무 명까지 들어갈 정도로 공간이 꽤 넓어요. 발표할 때나 회의할 때 필요한 대형 PDP와 화이트 보드가 설치되어 있어 스터디나 수업, 회의 장소로 인기가 좋습니다. 주말에는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아요. 주중에는 전화로 예약하면 두 시간은 넉넉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커피나 음료, 간단한 메뉴를 시켜서 브런치로 먹을 수 있어요. 특히 바리스타가 내리는 드립 커피와 더치 커피는 꼭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주소 마포구 서교동 436-20 문의 02-333-0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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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입구역 사거리에서 SK청기와주유소의 뒷길에 미카야가 있고, 그 옆에 김치찌개와 돼지고기 백반으로 유명한 서교동 대청마루(02-333-6101)가 자리합니다. 서교동 뒷길에서 홍대입구역 방면으로 가다 보면 아티스트가 그린 티 셔츠를 판매하는 AXT(02-325-5579)의 초록 지붕이 눈길을 끕니다. 그 옆에는 테라스에 놓여 있는 테이블이 여유로워 보이는 카페 더 페이머스 램(02-334-2352)과 매일 새로 구운 치아바타 빵으로 만든 샌드위치가 맛있는 치타슬로(070-8658-6242)가 나란히 있습니다. 그 골목에는 메타 블랜딩Meta Branding(02-334-0500), 유니타스 브랜드Unitas Brand(02-545-6240), 우퍼 디자인Woofer Design(02-3476-2995) 등 디자인 관련 익숙한 회사들이 많아서 문화의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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