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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가족이 세상을 바꿉니다] 행복 독자와 가족이 함께한 해비타트 희망의 집 짓기 보람은 두 배, 가족의 추억은 세 배
2011 <행복> 캠페인_“착한 가족이 세상을 바꿉니다” 더 많은 이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가족 봉사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울러 <행복>에서 가족이 함께 봉사할 수 있는 방법과 단체를 찾아드립니다.


오전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오후에는 땡볕이 작열했지만 기분 좋은 땀방울을 흘린 열여덟 명의 독자.


(왼쪽) 방학을 맞아 귀국한 아들을 위해 뜻깊은 하루를 준비한 박만세ㆍ윤귀섭ㆍ박형필 씨 가족.
(오른쪽) 신성화ㆍ조원영 씨 가족.


고대광실이 아니어도 식구가 모여 만든 둥지이기에 세상에서 가장 좋은 우리 집.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광고 문구가 새삼스레 다가오는 이때, <행복>은 뜻깊은 집 짓기에 힘을 보탰다. 바로 8월 9일 양평군 송학리에서 한국해비타트와 <행복> 독자 열여덟 명이 함께한 희망의 집 짓기 행사였다.

<행복> 7월호의 희망의 집 짓기 모집 공고를 보고 신청한 독자들은 대부분 가족 단위의 신청자였다. ‘착한 가족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행복> 캠페인 주제에 마침 맞는 이들인 것. 박만세 군과 부모님, 조형근·조태근 군과 부모님(집 짓기 현장이다 보니 안전상 문제 때문에 만 16세 미만은 참가가 불가하다. 중학생 태근 군은 건축 현장 옆에서 부모님과 형의 봉사 활동을 참관했다), 부자만의 특별한 하루를 보낸 이재원 군 가족, 사촌지간과 친구 사이인 나현수ㆍ장승혜ㆍ최종길 씨 등이었다. 돈보다, 물건보다 더 소중한 시간을 가족과 나누기 위해 온 이들이다.

참가자들은 왜 이곳에 모여 땀을 흘려야 하는지 그 의미를 스스로 찾아볼 수 있는 동영상을 먼저 시청했다. 주택 보급률 111% 시대에 아직도 1백75만 가구(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0.5%)는 최저 주거 기준 미달인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 그중 지하방, 판잣집 등에 사는 인구도 68만 가구에 이른다는 이야기, 열악한 주거 환경의 아이들이 천식이나 뇌수막염에 걸릴 확률이 열 배 이상 높다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살펴보며 이날 노동의 의미를 찾아갔다. 무엇보다 희망의 집 짓기는 가난의 일시 처방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것에서 독자들은 의미를 발견한 듯했다.

홈 파트너(수혜 가정)·후원 파트너·자원봉사 파트너가 함께 땅과 건축 자재를 마련하고 함께 땀 흘려 집을 짓는다는 것, 건축 원가로 집을 마련한 홈 파트너는 장기간에 걸쳐 상환하면서 자립하게 된다는 것, 회수된 건축 대금은 새로운 홈 파트너의 집 짓기에 쓰여 진다는 것 등 희망의 집 짓기가 지닌 의미를 짚어나갔다.

특별한 가족의 특별한 하루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마음을 ‘챙긴’ 이들은 각자 맡은 작업을 교육받은 후 연장을 챙겨 현장에 들어갔다. 해비타트 집 짓기 현장은 못질 작업, 건축 자재 운반 작업식으로 분업화되어 짧은 교육만으로도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 해비타트의 집들은 철근 콘크리트와 경량 목구조로 짓는데, 송학리 현장은 이미 철근 콘크리트 골조를 완성한 상태다. 이날은 경량 목구조로 외벽, 천장 등을 시공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때라 골조에 쓴 자재를 정리하는 작업, 목구조 자재를 운반하는 작업, 재활용하기 위해 목재에 남은 못 등을 제거하는 작업이 할당되었다. 건축가로서 NGO 활동도 함께하는 꿈을 가진 박만세 군은 미국 유학 중인 고3 학생이다. 도예가인 어머니 윤귀섭 씨와 자연 설치 미술가인 아버지 박형필 씨는 6년 전 강원도 폐교에 대안학교 ‘해오름 살림학교’를 열고 상생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만세 군은 “가치 있는 것은 남과 할 때 더 귀해진다”는 부모의 철학을 체득하며 자란 덕분에, 봉사 현장이 낯설지 않다. 이 가족은 방학을 맞아 귀국한 아들과 잊지 못할 여름 여행을 계획하다 이곳에 오게 됐다.

(왼쪽) 작업에 들어가기 전 오리엔테이션의 시간이 이어졌다.


철근 콘크리트와 경량 목구조로 지어지는 집들.


만세 군은 이날 봉사 활동을 하며 구체적인 꿈 하나를 보탰다. 건축가가 되어 집 없는 이들을 위한 주택을 지으면서 그 마을에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연장도 함께 짓고 싶다는 꿈이 그것이다. “가족 네 명이 가장 멋진 여름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희망의 집 짓기 봉사라는 답을 얻었어요. 만장일치로 뜻을 모은 후 신나게 찾아왔죠.” 특히 조원영·신성화 씨 가족은 이날 눈에 띄는 가족이었다. 자연에서 자연스레 살고 싶어 안정된 직업을 버리고 10년 전 대구의 한 시골로 들어가 ‘허브 위’라는 허브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가족이다. 이력만 봐도 삶의 철학이 읽히는 이들이다. 이날 형근 군과 아버지는 줄곧 함께했는데, 부자가 시간을 공유한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주변 사람까지 느끼게 만들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말보다 행동을 보고 자란다는 것을 부자의 하루를 보며 느낄 수 있었다. 또 만 16세 미만의 중학생이라 현장에 투입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태근 군도 인상적이었다. “저 험한 일 잘하거든요. 중학생이지만 덩치도 크고 힘도 세요”라고 강변하기도 하면서 ‘젊은 나이’를 속상해했다.

가족과 함께여서 그런지 이날의 분위기는 한층 더 훈훈했다. 땀흘린 보람은 두 배로 커지고 가족의 추억은 무더기무더기 쌓였다. 비슷한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 다른 가족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글 최혜경 기자 사진 이명수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