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판동 골목길을 소개하고 나서 다음에는 어디로 걸어볼까 고민했습니다. 아름다운 길이야 많지만 스토리가 있는 길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스토리는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내 발걸음을 더 의미 있게 하니까요. 서울시가 인왕산 도시 자연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1971년 준공한 서울 종로구 옥인동 185-4번지 옥인 시범아파트단지를 철거 중입니다. 40년 만에 사라지는 옥인시범아파트단지 자리에는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에 등장한 기린교가 다시 번듯하게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옥인동 골목골목에 남아 있는 한옥, 일제시대 건물 그리고 새로 생긴 요즘 카페까지 둘러보고 나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다양한 역사와 시간이 공존하는 옥인동, 이제 거대한 공원이 자리를 잡으면 이 골목은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금의 옥인동 골목길을 꼭 기억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곳에서 찾은 아름다운 공간으로 함께 가보시지요. 시간이 흐르고, 길이 바뀌어도 사람만은 늘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플라워 카페 두 플라워 Do Flower 주인장을 만나다
1 풀명화 가지를 꽂은 작은 화병을 오디오 위에 올려 두었다.
2 카페 안 곳곳에 신창희 씨의 꽃 작품이 놓여 있다.
3 꽃집 아줌마 장인원, 신창희 씨.
4 두 플라워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
5 한옥의 멋스러운 서까래를 그대로 살린 인상적인 공간.
6 플로리스트 자격증과 가드닝 대회 상장으로 가득 채운 벽.
7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화기.
8 꽃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세 사람.
최시영 지난번에 왔다가 문이 닫혀 있어서 허탕을 쳤어요. 안을 들여다봤는데 기와도 보이고, 화기들도 쌓여있고,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어요. 원래 한옥이었나요?
신창희 100년 조금 넘은 한옥이에요. 이전에는 잘나가는 중국집이었고요.
최시영 100년이 넘었어요? 꽃집 전에 중국집이었다는 것도 재밌네요.
신창희 처음에 여기서 꽃집을 하겠다고 하니깐 주변에서 곧 무너질 것 같다며 말렸어요. 근데 막상 보수 차원으로 덧댄 벽돌을 하나둘 걷어내고 정리를 하니깐 한옥 원래 모습이 예쁘게 남아 있더라고요. 아, 큰 차들이 꽃집 앞을 지나면 천장에서 흙이 떨어지긴 해요.
최시영 꽃 작품이 남다른데 혹시 전문적으로 공부하셨나요?
신창희 꽃 공부를 하러 독일에 갔었어요. 독일은 마에스트로 과정이 있는데, 마에스트로 밑에서 3년 이상 사사받고 시험에 통과하면 플로리스트 자격증이 나와요.
최시영 독일에서 꽃을 공부하고 처음 연 플라워 카페인가요?
신창희 네. 독일에서 공부하고 와서 개인 작업실도 갖고 싶고, 작품을 보여줄 공간도 필요 했어요. 꽃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구경할 수 있는 갤러리 느낌의 꽃집을 차리자고 마음먹고, 꽃을 감상하면서 커피도 함께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지요.
최시영 꽃과 커피, 참 잘 어울려요. 그런데 어떻게 옥인동에 차릴 생각을 하셨어요?
신창희 옥인동 골목길을 걸어보셨으면 아실 거예요. 동네 자체가 소박하고 정겨워서 마음에 쏙 들었어요. 집도 이 근처로 얻었고요. ‘과거’ 속에 사는 기분이에요. 마을버스를 타면 광화문까지 5분 정도 걸리는 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 ’로 가는 기분이랄까?
최시영 정말 그래요.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동네예요. 인테리어는 직접 하신 건가요?
신창희 돈 아끼려다 보니깐…. 많이 어설프죠?
최시영 칸칸이 나뉜 한옥 방 구조를 재미나게 살렸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쌓아둔 화기들도 멋스럽고, 원목에 글라스 상판을 올려 테이블을 만든 것도 감각적이에요.
신창희 오픈한 지 2년 되었는데 인테리어를 수백 번 바꾼 것 같아요.
최시영 이제 그만 바꿔요. 꽃 파는 집인데 꽃을 바꿔야지요. 꽃에 대한 철학이 있나요?
신창희 우리나라 사람들, 1년에 꽃을 사는 데 얼마나 쓸까요? 달랑 1만 원 한 장이에요.
최시영 설마요, 한 달에 1만 원이 아니고요? 난 어제도 매화 화분을 하나 샀는데.
신창희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꽃을 선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신을 위해 꽃을 사는 일이 드물어요. 꽃이 우리 일상에 주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100송이건 한 송이건 꽃에 의미를 담고 마음을 담는 법도 함께 파는, ‘꽃집 아줌마’가 되고 싶어요.
최시영 하하! ‘꽃집 아줌마’ 표현이 좋네요. 꽃을 테마로 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키워나가세요. 꽃도 팔고, 꽃이나 가드닝에 대한 책도 좀 들여놓고, 맛있는 꽃차도 팔고, 꽃 클래스도 하시고요.
신창희 잘 가꿔나가고 싶어요. 꽃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가다 편하게 들어오기도 하고, 꽃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주셔도 좋고요.
최시영 지금의 마음으로, 걸어오신 길 그대로 스토리를 만들면서 뚜벅뚜벅 걸어가세요. 드나드는 사람도 이곳 두 플라워에서, 꽃에 관한 개인적인 스토리를 차곡차곡 쌓아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우리나라 꽃 문화도 더 나아지지 않겠어요? 날 따뜻해지면 꽃 구경하러 또 놀러오겠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최시영 씨와 ‘꽃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꽃집 아줌마 신창희 씨가 만났습니다. 감각적인 간판에 이끌려 문을 열고 들어가 나눈 이야기는 꽃향기보다 진했습니다.
신창희 씨는 독일에서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취득했고, 2005년 APEC의 꽃 장식을 맡았으며, 2005년 대한민국 꽃 장식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잘나가는 ‘꽃집 아줌마’입니다. 그런 그녀가 강남 한복판이 아닌 종로구 옥인동 작은 골목에 플라워카페를 차렸습니다. 꽃뿐 아니라 핸드메이드 토분, 화강암 돌가루로 만든 화기도 팔고, 공간 디스 플레이도 하고, 커피도 만들고, 꽃 배달도 하며 하루 온종일 꽃과 함께합니다. 그녀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꽃 친구’ 장인원 씨와 함께 말입니다. 친절한 꽃집 아줌마 만나러두 플라워로 한번 가보시지요. 꽃 안 사도 부담 없는 ‘진짜’ 꽃 가게예요.
카페 티아트 TEART 주인장을 만나다
티아트의 마스코트 장시승, 양준상 씨
1 옥인 시범 아파트 단지 아래 자리한 티아트 외관.
2 티백 꼭지를 모아서 붙인 독특한 천장.
최시영 옥인동 맨꼭대기에 떨렁 카페가 하나 있기에 어떤 곳인지 정말 궁금했어요. 아니, 어떻게 여기에다 카페를 내셨어요?
박정동 사실 조목조목 따져보고 결정한 건 아니에요. 우연히 옥인동에 들렀는데, 작은 슈퍼마켓, 오래된 서점, 돌담길 등이 옛날 생각 나게 만들더라고요. 딱지 치고 놀던 우리 어릴 때 그 골목길 있잖아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이 청계천의 발원지더라고요. 티 카페가 있어야만 하는 운명 같은 자리가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청각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함께 일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조금 한적한 이곳이 좋을 것 같았어요.
최시영 안 그래도 그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아까 아이패드로 주문을 받기에 ‘참 재밌다’ 했는데 알고 보니 청각 장애 친구들이더라고요. 어떻게 인연이 되신 건가요?
박정동 4년 전에 인도여행을 갔는데 밥을 먹으러 간 한 식당에서 청각 장애우가 주문을 받더라고요. ‘아니 말도 못 하는 사람이 어떻게 주문을 받고 계산을 해주지?’했는데 식사 내내 웃으면서 서빙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정말 즐겁게 식사하고, 불편한 것 없이 계산하고 나왔어요. 대화, 소통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걸 깨달았죠.
최시영 그래도 말 못하는 친구들과 일한다는 게 쉽지는 않으셨을 텐데요.
박정동 사실 저희 어머니도 청각 장애가 있으세요. 제대로된 교육을 못 받으셔서 수화도 전혀 할 줄 모르시고요. 어머니와 평생 말 한마디 한 적이 없지만 어머니가 절 사랑한다는건 너무 잘 알고 있죠. 이 티 카페에 오는 손님들도 말하지 않아도 마음과 마음이 통하면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최시영 소리 없는 소통, 어쩌면 그게 진짜 소통인지도 모르겠어요. 말을 하지 않아도 진심이 전달된다는 이야기니까요. 아까 저 친구들에게 주문하는데 그냥 기분이 좋아지더라고. 웃는 모습이 어쩜 저렇게 해맑은지. 저 친구들 이야기 좀 해주세요.
박정동 안경 낀 친구는 이름은 장시승이고 올해 34살이고, 그 옆에 있는 친구 이름은 양준상, 나이는 28살이에요. 카페를 열기 석 달 전부터 차에 대해 하나하나 가르쳤는데 둘다 열심히 하더라고요. 출근하는 데 1시간 30분씩은 걸리는데도 일찍 와서 손님 맞이준비를 하는 걸 보니 이 일이 제법 마음에 드나 봐요.
최시영 원래 차를 좋아하셨나요? 사장님의 차 입문기를 듣고 싶은데요.
박정동 회사에 휴가를 내고 혼자 인도 여행을 갔어요. 벌써 19년 전 일이네요. 타지마할 근처 허름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묵었는데 거기 집주인 아들이 저를 그렇게 따라다녔어요. 이름이 ‘라즈니’였는데 진짜 맛있는 차가 있다며 같이 가자는 거예요. 귀찮았는데 안가면 갈 때까지 찾아올 것 같아서 두 눈 딱 감고 갔지요. 그 때 맛본 차가 ‘차이chai’였는데, 제 평생 그렇게 맛있는 차는 처음이었어요. 한국에 와서도 계속 ‘차이’ 생각이 나더라 고요. 맛있다는 찻집을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차를 공부하게 됐어요.
최시영 이 참에 라즈니란 이름으로 차 메뉴를 하나 만드는 게 어때요?
박정동 네. 다음번에 오시면 라즈니를 맛보실 수 있을 겁니다.
최시영 인테리어가 티 카페하고 잘 맞아요. 벽 한면에 가득 찻장을 짜 넣은 것도 좋고요.
박정동 아무래도 이 아이들과 일을 하다 보니깐 카페 분위기가 밝고 따뜻했으면 했어요. 그래서 나무로 벽 선반을 짜고, 테이블을 만들었죠. 그리고 야외 테라스에는 직접 허브도 키우고 있어요.
최시영 지난번에 왔을 때 보니까 여기서 클래스도 운영하시더라고요. 충북 옥천, 전북 전주에서도 수업을 들으러 올라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박정동 <행복>에서도 차 관련 클래스를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지금은 이대 평생교육원에서 강의를 하는데 그 때 강의를 들은 분들이 차에 대해 더 배우고 싶다고 해서 아예 저희 카페로 찾아오시는 거예요. 차 공부를 하는 동안, 정말 전 세계의 모든 차를 다 마셔봤어요. 그중에 맛있는 차만 엄선해서 맛보여 드리고 맛있는 차를 고를 수 있는 안목과 차를 맛있게 끓이는 저만의 노하우를 알려드리고 있어요. 처음 한국에 딜마를 들여왔는데 다들 참 좋아하시더라고요. 지금 드시고 있는 차도 딜마 제품이에요.
최시영 다즐링이 정말 맛있어요. 차를 들여올 때 꼼꼼하게 따지는 게 있나요?
박정동 일단 차 맛이 제일 중요하죠. 그리고 차를 계속 잘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 가봐요. 또 차를 만드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만나봅니다. 그렇게 고심 끝에 차를 들여오지요.
최시영 따뜻한 차 한잔에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건 정말 오랜만인 거 같아요. 이곳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다 저처럼 감동받게 되지 않을까요? 들렀다 가는 사람뿐 아니라, 여기서 일하는 저 두 친구도 계속 따뜻했으면 좋겠고요. 그럼 다음에는 ‘라즈니’ 한 잔 마시러 오겠습니다.
장시승, 양준상 씨와 아이패드로 나눈 짧은 이야기
아이패드로 간단히 대화를 나눴습니다. 잡지가 언제 나오느냐고, 우리도 볼 수 있냐고 물어봅니다. 집으로 잡지를 보내겠다고 주소를 적어달라고 했더니, 택배 아저씨의 전화를 못 받으니 문 앞 보일러실에 그냥 넣어 달라고 ‘꼭’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살면서 불편하게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티아트’ 안에서 행복한 그들을 보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카페에서 일하는 거 재밌어요?
장시승 차 만드는 것도 재밌고 손님들 만나는 것도 좋아요.
양준상 제가 만든 차를 손님들이 맛있다고 할 때 기분이 제일 좋아요. 힘든 점은 없어요? 둘 다 없어요. 힘든 거 하나도 없어요.
제일 자신 있는 차는 어떤 거예요?
장시승 준상이가 되게 잘 만들어요.
양준상 아니에요. 형이 더 잘 만들어요. 저는 얼그레이 라테…. 나중에 카페 하나 차리셔야지요?
양준상 네. 열심히 배워서 나중에 카페하고 싶어요.
장시승 카페 계속하고 싶어요. 지금처럼요.
*청각장애를 가진 두 친구와 두 친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주인장 박정동 씨가 말 없이 조용히 운영하고 있는 티 카페입니다. 홍차를 전문으로 하고 있으니 특히 홍차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주저 말고 가보세요. 박정동 씨는 <우리는 왜 홍차에 열광하는가?>란 책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아이패드로 주문할 때는 꼭 ‘칠판 대화’를 클릭하시고 시승 씨 와 준상 씨에게 반갑다는 인사를 해주세요. 차를 더 맛있게 만들어 나올 테니까요. 그리고 계산을 하고 나설 때는 한손을 세워서 손 옆면으로 다른 한 손의 손등의 톡톡 2번 쳐주세요. ‘감사합니다’라는 수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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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인동 골목길, 그 밖의 숨은 보석들 앞서 소개한 두 플라워, 티아트, 티베트 박물관 외에도 옥인동에는 숨어 있는 보석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박노수 가옥’ 이고, 또 하나는 공방 ‘만들지’입니다.
박노수 가옥 윤덕영이 그의 딸을 위해 지은 집으로 조선 말기의 한옥 양식과 중국식, 서양식 건축법들이 섞여 있는 절충식 가옥이다. 반 지하층을 포함한 2층 집인데, 1층에는 벽돌조로 온돌방, 마루, 복도, 응접실이 있다. 2층은 목구조로 지었는데, 마룻바닥으로 된 방들이 있다. 창문과 서까래에 칠해진 붉은 자줏빛은 여느 주택에서는 볼 수 없었는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 구경할 수는 없으니 까치발을 하고서 살짝 엿보시라. 친일파의 흔적이라 씁쓸하지만 예쁜 집임에는 틀림없다.
만들지 ‘만들지’ 간판을 찾지 말고 커다란 통창을 통해 아기자기한 나무 소품이 진열된 작은 집을 찾는 게 빠르다. 간판이 너무 작고, 옥인 아파트에서부터 쭉 내려오는 동안 이런 집은 여기 하나다. 두 플라워에서 5분 정도만 걸어 내려오면 바로 오른편에 있다. 나무에 아크릴로 그림을 그려 넣은 책갈피, 야생화, 나무, 풀, 나비 등 자연을 소재로 그린 다이어리, 수첩 등 예쁜 문구류 등을 판매한다. 판매하고 있는 것은 주인장이 직접 만든 작품들로,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열며, 매주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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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박물관 관장을 만나다
1 90년이 넘은 군대 건축물 티베트 박물관의 외관.
2 멋스러운 스테인드 글라스.
최시영 삼청동에 있다가 언제 옥인동으로 옮기셨어요?
신영수 작년에 옮겼어요. 1년 좀 안 됐네요. 매일 인왕산 등산을 다녔는데 왔다 갔다 하면서 옥인동을 눈여겨보고 있었지요.
최시영 근데 지금은 휴관 중이라고요?
신영수 6월에 옥인동 아파트 자리에 공원이 완성되면 그때 다시 개관하려고요. 지금은 준비 중입니다.
최시영 어떻게 티베트 박물관을 하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신영수 어릴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원래는 한국 근대사 유물을 수집해왔어요. 그런데 한국 근대사 유물은 누가 해도 되겠다 싶더라고요. 조금 더 특별한 것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지요. 티베트 박물관은 2000년부터 했으니까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1994년에 히말라야에 트래킹을 갔다가 티베트 사원을 둘러보고 매력에 푹 빠졌어요.
최시영 티베트의 무엇에 그렇게 끌리던가요?
신영수 티베트의 깊이 있는 컬러와 순박한 사람들에게 끌린 거죠. 모자 몇 점을 사가지고 왔는데 자꾸 눈에 밟히고, 또 가고 싶고 그러더라고요. 그때부터 1년에 2~3번씩 히말라야 트래킹을 갔고, 그러면서 수집해온 것들로 2000년도에 티베트를 박물관을 만든 거죠. 그런데 운영이 쉽지 않았어요. 내 주머니에서 운영비가 자꾸 나가니깐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아직 돈 내고 박물관 관람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게 사실이니까요.
최시영 방콕을 좋아해서 여러 번 갔는데 거기는 특이하고 다양한 박물관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티베트 가구가 굉장히 인기가 있어요. 그 티베트 고유의 레드 컬러에 유럽 사람들은 아주 미치더라고요.
신영수 남들은 19~20세기에 남의 나라를 연구하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지금도 ‘우리 것’에만 관심을 가져요. 그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조금 아쉽다는 것이지요. 서울시에서 삼청동길 지도를 만드는 데 티베트 박물관은 쏙 뺐어요. 외국 박물관이라서요.
최시영 참 답답하네요. 아니, 왜들 그래. 남의 것도 알아야 우리 것도 더 잘 알 수 있는 건데 말이야. 그래도 앞으로 더 나아질 거예요. 사람들이 박물관으로 오지 않으면 카페로 접근 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요? 특별한 공간, 의미 있는 공간에서 차를 마시는 걸 ‘찾아서 즐기는’ 시대가 왔잖아요. 티베트의 역사와 문화가 깃든 이 멋진 공간을 요즘 젊은 사람들이 놓칠 리가 없어요.
신영수 네. 카페를 하든 뭘 하든 방법을 찾아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도록 하는 게 제 일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창고에 묵혀둔 유물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요. 이곳에 다 둘 수가 없어서, 일부는 박물관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춘천국립박물관에 맡겨둔 상태예요. 내부 인테리어도 손보고 다시 정리할 생각이에요.
최시영 지금 보니깐 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말이에요. 정말 예쁘네요.
신영수 아, 저거요? 제가 또 예쁜 문짝 모으는 취미가 있어서 예전에 사둔 거예요.
최시영 이 건물 파사드도 정말 끝내줘요. 바위 위에 얹혀서 지은 것도 특이하고 말이에요. 일제시대에 지은 건물이라면서요?
신영수 이 건물 맞은편에 전선 만드는 공장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숙소로 쓰려고 일본 사람이 만든 건물이에요.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꽤 걸렸는데 마음 드는 건물을 얻어서 아주 만족스러워요. 참, 원로 영화배우 김지미 씨가 덕성여고 시절이 건물에 살았다고도 하더라고요.
최시영 그랬군요. 아주 탐나는 건물이에요. 경복궁역에서도 가깝고 앞으로 옥인동 아파트 단지에 공원이 들어서면 상황이 좀 나아질 거라고 봐요.
신영수 제가 가지고 있는 티베트의 유물을 통해서 다양한 문화를 더 많은 이들이 보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일은 결국 우리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최시영 관장님 같은 분들이 있어서 우리 문화와 일상이 조금 더 풍요로워 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6월 이후에 이곳이 북적북적 거렸으면 좋겠어요. 아마 그렇게 될 겁니다.
*티베트 박물관은 6월에 재개관할 예정입니다. 소외된 티베트의 문화만큼이나 한국의 티베트 박물관도 그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카페로 잘 단장해 문을 연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티베트를 수십 차례 오가며 한국에 티베트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쏟은 노력이 빛을 볼 수 있게 되겠지요. 일제시대 근대건축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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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인동 가는 길 옥인동이란 이름은 조금 낯설지만 찾아가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3호선 경복궁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데, 마을버스를 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옥인동 골목길 걷기 코스의 시작점인 옥인아파트에 마을버스가 섭니다. 버스의 종착역이자 출발역이이기도 하고요. 경복궁역에서 마을버스 9번을 타면 됩니다. 경복궁 역 외에도 세종문화회관, 조선일보, 프레스센터, 광화문 한국통신 건물 앞에서도 버스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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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협조 두 플라워 카페 (02-736-0263), 티아트(02-3141-7456), 티베트 박물관(02-735-8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