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스릴 넘치는 윷놀이 윷놀이는 사희 柶戱 혹은 척사희 擲柶戱라 한다. 그 유래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구체적인 기록은 고려 말 이색의 <목은집 牧隱集>에서 찾을 수 있다. 이색은 오늘날과 같이 윷말을 써가며 노는 윷놀이 광경을 시로 쓰기도 했다. “윷놀이를 저포놀이라 하며, 변화가 무궁무진하고 강약을 가릴 수 없는 이변도 속출하여 턱이 떨어질 정도로 우습다”라고 했다.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간단하고 쉬운 놀이가 윷놀이다. 윷과 윷판만 있으면 어디에서나 놀 수 있다. 재미는 물론 승부욕까지 더해져 스릴 만점이다. 놀이 내내 다양한 변수가 나와 탄식과 흥을 자아낸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어 국민 놀이로도 손색없다. 윷놀이가 다른 놀이에 비해 특히 재미가 더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것은 윷놀이가 가지는 우연성의 원리와 윷말을 쓰는 원리 때문이다. 말판을 쓸 때 막 쓰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규칙을 따르면서 윷짝에 의해 말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서로 잡히고 잡아먹고 하면서 승부를 겨룬다. 여기에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무궁무진한 변수가 따르기 때문에 놀이꾼은 말할 것도 없고 함께 구경하는 사람도 탄식과 흥분을 자아내 넋을 잃게 만든다.
하늘과 땅, 음양오행과 사계절을 상징한 윷판 윷판을 사도柶圖라 하는데, 원래 윷판의 모양은 둥글다. 밖이 둥근 것은 하늘을 상징함이요, 안이 모난 것은 땅을 상징한다. 윷판 중앙의 방향은 북극성이고 윷판 사방을 이루는 점은 별자리 28수를 상징한다. 그리고 윷판의 바깥 네 방(큰 점)과 가운데 방을 오행이라 한다. 말을 쓸 때 윷판을 돌아 나오는 양상을 춘하추분 사계절에 비유한다. 말을 놓을 때 북에서 일으켜 동을 지나 중앙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북으로 나는 것은 동지를 상징하고, 또 말을 북에서 일으켜 동을 지나 중앙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서를 경유하여 북으로 둘러나가는 것은 춘분을, 말을 북에서 일으켜 동ㆍ남ㆍ서를 모두 지나 북쪽까지 한 바퀴 빙 도는 것은 하지를 상징한 것이고, 북쪽에서 말을 일으켜 동쪽과 남쪽을 경유하여 비로소 북쪽으로 나는 것은 추분을 상징한 것이다. 그리고 말을 네 개로 한 것은 사시를 상징한 것이고, 윷을 둥근 나무 두 토막을 쪼개어 대통처럼 네 개로 만들어, 엎어지거나 자빠지게 한 것은 음양을 상징한다. 또 윷가락 네 개를 땅에 던질 때 혹 도처럼 세 개가 엎어지고 한 개가 자빠지기도 하며, 혹 개처럼 두 개가 엎어지고 두 개가 자빠지기도 하며, 혹 걸처럼 한 개가 엎어지고 세 개가 자빠지기도 하며, 혹 윷처럼 네 개가 모두 자빠지기도 하고, 혹 모처럼 네 개가 모두 엎어지기도 한다. 여기서 네 개(윷)란 수는 땅에 해당하는 지수 地數요, 다섯 개(모)란 수는 하늘에 해당하는 천수 天數를 이른다.
운수와 풍흉을 점치는 윷점 윷놀이는 단순히 놀이로 즐기기도 하지만, 농경 사회에서 풍년을 기원하는 소망이 담겨 있다. 그래서 윷을 가지고 그해의 운수를 알아보기 위해 윷점을 치기도 하는데,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편을 갈라 윷놀이를 해서 그 승패에 따라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친다. 윷판을 농토로 보고, 윷말을 던져 나온 말에 따라 움직이는 계절의 변화를 상징해 풍흉을 미루어 짐작했다. 실학자 성호 星湖 이익 李瀷은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내기를 하면서 던지는데, 고농승 高農勝이란 산협 농사가 잘된다는 것이고, 오농승 汚農勝이란 해안 농사가 잘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세시에 윷놀이를 하는 것은 풍흉을 징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또 하나는 윷을 던져서 개인의 운수를 점치는데, 방법은 대개 세 번을 던져서 짝을 짓는데 64괘 卦로 한다. 각각의 괘에는 점괘 같은 노래가 따른다. 몇 가지 예를 들면, ① ‘도도도’는 건 乾으로 아이가 어머니를 만난다. ② ‘도도개’는 이 履로 쥐가 창고에 들어간다. ③ ‘도도걸’은 동 同으로 사람이 밤에 불을 얻는다. ④ ‘개모개’는 해 解로 물고기가 물을 얻는다. ⑤ ‘걸도모’는 익 益으로 구슬을 강 속에 던진다. ⑥ ‘걸걸모’는 둔 屯으로 중이 환속한다. ⑦ ‘모도도’는 대축 大蓄으로 부모가 아이를 낳는다. ⑧ ‘모모모’는 곤 坤으로 형이 아우를 본다 등을 들 수 있다.
- [전통놀이_윷 놀이]운수를 점치고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한 윷놀이 윷 한판 놀아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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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열리는’ 정월에는 갖가지 의식으로 새해를 꾸미고, 그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일이 대보름까지 이어진다. 특히 윷놀이는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까지 남녀노소 어울려 즐기는 대표적 놀이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