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선생의 시 ‘휴식’처럼 어느 집 마당에 가서 마음을 쉬고 싶다. 밥벌이 걱정이며 보기 싫은 얼굴이며 다 잊어버리고, 외갓집 고방의 귀뚜라미처럼 앉아서 마음을 쉬고 싶다.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라고 누가 마음을 토닥여준다면 더 좋겠다. 그러나 여긴 컨베이어 벨트 위에 선 듯 숨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도시다. 압구정동 주택가 골목에 섬처럼 자리한 ‘심리 카페 홀가분’에 그가 앉아 있었다. 입김이 서린 듯 고요로 가득 찬 그곳에서 그는 날 보자 붉게 웃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씨. 중년 남성의 삶에 특별한 관심과 연구를 지속한 ‘남성 심리 전문가’로,‘사회적 통찰이 깃든 글쓰기의 칼럼니스트’로, 기업의 CEO나 임원을 대상으로 한 정신 건강 컨설턴트로 살아왔다. 이렇게 폭이 넓은 그의 세상을 담기에 한두 시간의 인터뷰가 가당키나 한가. 하지만 왠지 그는 이 오해의 세계에서 진담을 말해줄 것이다. 그는, 환자 맘의 비극을 핀셋으로 들추는 엄격한 의사라기보다 가슴에 멍이 든 사람을 보듬고 편들어주는 언니나 누이로 보이니까. 이렇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은 건 그가 들려준 아버지 이야기 때문이다.
(왼쪽) 심리 카페 ‘홀가분’ 공간 중 ‘홀가분 특별 분석 프로그램’이 주로 이뤄지는 방에서. 홀가분 특별 분석 프로그램은 심리분석 전문가와 일대일로 심리 검사와 분석을 진행한다.
“의사가 된 후 제가 처음 끊은 사망진단서가 우리 아버지 거였어요. 예순한 살에 잔칫집 갔다 오시는 길에 갑자기 심근경색 발작이 와서 돌아가셨는데, 저는 그게 극단화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고 생각해요. 아버지는 열 살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었고 새엄마와 그 밑으로 태어난 배다른 형제를 살펴야했죠. 그러다 6·25 전쟁이 터진 후 혼자 월남해 외로이 살았어요. 결혼해서 잠깐 행복을 맛보는가 싶었는데 이번에는 아내가 암으로 7년 투병하다 짐 싸들고 이사 가듯 저쪽 세상으로 떠나갔어요. 아버지의 삶은 너무나 외로울 수밖에 없었죠. 친구들이 어딜 좀 가보자 하면 ‘TV에 다 나오는데 그런델 뭣하러 가’ 하며 주말에도 늘상 집에만 계셨죠. 수동적이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게 아버지의 성격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제가 정신과 의사가 되고 나서 보니 그건 우울증의 증상이었어요. 외롭게 살아오면서, 수없이 상처를 받아 삼키면서 일생에 걸쳐 의욕이 고갈되어간 거죠. 그때부터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조금씩 아버지가 치유되는 것 같았어요. ‘이야, 딸이 정신과 의사 되니까 좋긴 좋구나’ 그러셨는데 두 달 만에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거예요. 육체적으로 건강한 예순한 살이었는데…. 평생 동안 한번도 속내를 보여주지 못한 채 마음속에 침묵의 방을 만드셨으니, 얼마나 외로우셨을까요.” 갑자기 그가 울었다. 그 이야기는 내 마음에 녹처럼 가라앉았고, 나도 울었다. 혀를 끌끌 차는 게 성내는 것이고, 눈에 힘이 풀리는 게 우는 것이고, 헛기침하듯 웃는 게 전부인 우리 아버지 생각 나서.
“건강한 남자를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그 무서운 병은 우리 아버지에게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중년 남자의 심리를 연구하게 됐죠. 제가 유독 40~50대 중년 남성의 삶에 깊이 공감하고 깊이 애정을 느낀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그 후 직장 남성을 위한 상담 클리닉을 운영하고, 중년남성의 삶을 정신의학적으로 살펴본 ‘맨 콤플렉스’를 연구하면서부터 그는 ‘남성 심리 전문가’로 불리게 됐다. 대량 해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정신적 고통을 연구한 ‘ADD 증후군’을 최초로 제기하기도 했다. 이 시대의 ‘한다’ 하는 남자 스물한 명(이건희 vs. 조영남, 김영삼 vs.김어준, 김종필 vs.앙드레 김, 이회창 vs.이회창 등)을 분석한 <남자 VS 남자>를 펴내기도 했는데 그 주인공들로부터 ‘나보다 더 나를 잘 설명했다’는 상찬을 받으며 화제가 됐다.
“성공한 남자의 심리를 분석하면서 제가 얻은 결론은 ‘그들도 당신과 똑같다’였어요. 대한민국 남자들이 어려서부터 주입받은 ‘남자다움’의 실체는 ‘울면 안 된다’라는 자기 억압, 감정의 통제죠. 그렇게 평생 자신을 가두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오히려 누군가 한 꺼풀만 벗겨주면 정말 순정하게 자기 속마음을 드러내요. 그렇게 극단적인 모습이 공존하죠. 남편들은 이해받고 싶다는 순정한 욕구가 턱밑까지 차 있는데 아내들이 그걸 제대로 받아주나요? 보통 카페 마담, 점쟁이에게 가거나 골프나 치죠. 그게 ‘푸는 거’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남편이 맘을 내보이고 싶은 욕구가 있는 걸 감지할 수 있는 여자는 그걸 풀어줄 수도 있어요.” 우리는 남편 안의 가장 내밀한 신음을 듣고 싶어했던 아내인가. 남편을 침묵의 방으로 떠밀기에 바쁘지 않았나.
그는 ‘사회적 통찰이 깃든 글을 쓰는 정교한 칼럼니스트’로도 유명하다. 그 통찰과 분석은 방대한 독서의 도움이 크다.
행복하려면 홀가분해져라 고감도의 비유, 행간의 깊이까지 담은 채 그의 말은 강물처럼 흘렀다. 아버지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대한민국 남자의 이야기로, 다시 우리들의 남편 이야기로 흘러갔다. 그리고 결국 ‘나’의 이야기로. “남편도 아내도 이해받고 싶은 욕구로 가득 차 있는데 왜 우린 그걸 감지조차 못할까요? 남편과 나 사이에 불필요한 것, 군더더기가 많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우리는 습관적으로 결혼기념일, 생일, 무슨 무슨 날만 되면 상대를 닦달해 사랑의 징표를 받아내요. 하지만 ‘그게 당신이 진짜 원하는 상대의 마음이냐?’ 물으면 꼭 그런 건 아니라고 해요. 그런 이벤트라도 있어야 남편이 그날만이라도 나를 생각해주지 않겠냐고 하는데, 한 꺼풀만 들추면 이 관계에는 공허함, 쓸쓸함, 외로움이 잠자고 있어요. 그냥 습관적으로, 관성적으로 하는 ‘관계의 이벤트’만이 우리 삶에 많다는 거죠. 그 대신에 이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했나 물어보면 다들 아니라고 해요. 이런 군더더기 때문에 오히려 관계의 본질에 도달하기가 어려워져요. 그 군더더기나 거품이 본질인 줄로 오해도 하게 되고. 스스로에게도 물어보세요. ‘왜 사는가’라고. 30~40대 직장 남성에게 ‘평생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본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대개 서너 시간 정도라고 털어놓더라고요.” 이 말 역시 마음을 따갑게 문질러댄다. 월요일마다 낙오자 같은 뒷모습을 흘리며 출근하는 남편에게, 집 안팎을 뱅뱅 돌아도 끝나지 않는 일에 휩싸여 사느라 낡아가는 아내에게 물어본 적 있나. ‘요즘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게 뭔가?’ ‘왜 사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정을 표현할 때 쓰는 430개의 말 중 최고의 ‘쾌’로 꼽은 단어가 ‘홀가분’이래요. ‘죽이네’ ‘황홀하다’보다 ‘홀가분하다’가 더 유쾌한 상태라는 거죠. 놀랍지 않나요? 마음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부족하다고 느끼던 것이 보태졌을 때가 아니라 불필요한 무언가를 덜어낼 때라는 말이죠. 정신분석이 도달하려는 상태 역시 홀가분함이에요. 군더더기를 다 덜어내는 게 바로 ‘치유’의 시작입니다. 불필요한 걸 다 덜어낸 후 나에 대한 생각, 상대에 대한 생각으로 온전히 들어가면 사람들은 ‘홀가분’하다고 느끼게 돼요.”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 음성이 카페 안에 고요하고 격렬히 쌓여갔다.
“사랑해서 한 몸을 이룬 남편과도, 내 속으로 낳은 자식과도, 영혼을 나눈 친구와도 모두 마음의 전압 차가 생기게 마련이에요. 그 전압 차에서 오는 게 ‘사람 스트레스’인데, 우리가 평생 받는 스트레스 중 가장 독성이 강한 스트레스죠. 사람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 해서는, 남편과 아내와 아이와의 관계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부터 뭘 해야 행복할까’를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 둘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지금부터 반드시 무엇을 안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세요. 그게 본질로 가장 빠르게 가는 길이에요. 바로 ‘홀가분’이죠.”
그가 얼마 전 연 ‘심리 카페 홀가분’은 정신과의 카우치 소파 위가 아니라 카페에서 진지하고 의미 있는 수다를 나누면서 자기를 들여다보고 관계를 들여다보는 경험, 그래서 홀가분해지는 경험을 얻는 공간이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심리 트레이닝을 거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상대는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가게 된다. ‘내 맘 비춰 남의 맘’ ‘남의 맘 비춰 내 맘’인 것이다. “모녀가 함께 오기도, 친구나 연인, 부부가 함께 오기도 해요. 뜻밖에도 30~40대의 남성이 혼자 오는 경우도 많아요. 그동안 하지 못한 ‘너와 나의 의미 있는 이야기’를 프로그램에 맞춰 수다 떨듯 나누다 보면 훌쩍거리며 울기도, ‘아, 그랬구나’ 맞장구치게 되기도 하죠. 그렇게 홀가분한 상태로 돌아가는 ‘뺄셈 공간’이지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부족하다고 느끼던 것이 보태졌을 때가 아니라 불필요한 무언가를 덜어낼 때라고 한다. 바로 ‘홀가분’한 순간이다. 정신분석에서도 홀가분하게 다 덜어내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라고 한다. 홀가분한 표정의 정혜신 박사.
“나도 당신과 다르지 않다” 그 고요한 목청을 들으며 생각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위로하는 법을 배운 사람인가. “어렸을 때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의사가 되어 아픈 이들 곁에 있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을 가졌죠. 의대를 다니면서 턱없이 정신과에 끌렸어요. 예과생인데도 본과생들이 가는 의료 봉사에 따라나서 화병에 대한 조사팀을 기웃거렸고요. 본과 때 정신과 병동에서 실습할 때는 퇴근도 안 하고 ‘낮에 못 보던 환자의 본모습을 밤에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환자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까지 옆에 붙어 있었어요. ‘6명 정원의 정신과 전공의 중에 여자는 한 명만 뽑을 것이고, 그 한 명도 이미 내정돼 있다’는 학과장의 발표에도 ‘정신과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거친 소망을 계속 품었어요. 학과장을 찾아가 ‘전공의 시험을 치르게 해달라’ 십 수 차례 청했고 ‘나가라’는 답을 듣기를 또 십수 차례 했죠. 결국 내 간절함이 통해 정식 시험을 치르고 전공의가 됐죠.
전공의 시절에는 ‘지금 내가 정신과 의사가 되었구나’ 하는 희열을 느끼고 싶어 당직이 아닌데도 병원 당직실에서 자곤 했어요. 잠을 보충하거나 병원 밖 나들이를 하는 게 최고의 낙인 1년 차 전공의 시절에도 남보다 환자 사례 발표를 많이 맡았어요. 그렇게 근거 없는 끌림에 저는 충실했고 행복해했죠. 그러다 전공의 생활 1년 만에 정신분석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어요(정신과에서는 전공의들에게 정신분석 받는 것을 적극 권한다. 타인의 정신을 치료해도 좋을 만한 인격적 성숙을 위해, 의사 스스로 환자가 되어 자신의 환자적 감정을 고스란히 겪어보기 위해서다). 2년 동안 매달 월급의 반을 떼어가며 정신분석을 받으면서 내가 깨달은 건 ‘환자와 나 사이에 어떤 격차도 존재하지 않는다’였어요. 유치함의 극단, 의존성, 치사한 질투심, 끝없는 인정 욕구…. 나는 뭔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정신과를 선택하고 정신분석을 받으면서 알았어요. 정신과를 선택한 이후 가장 큰 도움을 받은 사람은 나 자신 같아요. 그렇게 인정하면서 나는 타인을 의식하는 경향도, 병적인 몰입도 덜해졌고 사물과 내 눈 사이에 거리가 생겨났어요.” 이 세상 누구든 애환이나 마음의 무늬는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공감, 그것이야말로 소통 아니겠는가. 자기 안의 깊은 동굴을 들여다 본 사람만이 누군가를 가엾이 여기고 공감하고 맞장구쳐줄 수 있다. 마흔아홉 살이 된 지금까지 그는 그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일상부터 홀가분하게! 이런 그에게 삶의 숨통이란 없는가.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그가 말한 ‘국가보안법에서부터 일상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소울메이트’, 바로 남편이 있다. “저와 남편이야말로 ‘홀가분한’ 관계죠. 우리는 가끔 ‘이제부터 일 이야기하지 말자’ ‘아이들 이야기도 30분 이상 하지 말자’고 금을 그을 때가 있어요. 누구 엄마, 누구의 업무 파트너가 아니라(남편 이명수 씨는 마인드프리즘의 대표다) 정혜신, 이명수로 각자 어떤 감정과 욕구가 있는지 소통하는 데 집중하죠.” 그리고 물 안의 옥돌처럼 잘 자라준 세 명의 아이들. 그는 인간의 자유의지, 곧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자기 스스로 보고 듣고 느끼고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는 확신에 아이 셋을 모두 영국의 대안학교 서머힐로 보냈다. 외진 시골에 있는데다, 의자 스프링이 튀어나와 있고 교사들 숙소가 컨테이너일 정도로 시설은 번듯하지 않지만 ‘학교는 한 인간이 건강하고 성숙하게 교류하는 공동체지 교육 기관이 아니다’라는 그 철학이 마음을 움직였단다. 세 아이는 “지금까지 후회 없이 그리고 나 자신으로 충만하게 살아왔다”고 고백하는 사람으로 자랐다.
그는 10년 전 양평으로 이사했다. 빌빌한 도시의 햇살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빛, 젖은 고샅길을 산책하는 기쁨이 있는 곳이다.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서울로 오가는 출퇴근길에 남편과 나누는 대화도 더 살뜰하고 깊어졌다. 이 시간에 나눈 감흥은 그가 쓰는 ‘그림 에세이’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의 일상이야말로 ‘홀가분’의 상태인 듯하다. 자신의 일상을 들려주는 내내 그의 눈은 청안했다. 그의 강물 같은 이야기를 맘속으로 흘려 넣는 동안 난 조금씩 풀려가고 있었다. 이 오해의 도시 한복판에서 누군가에게 진심을 꺼내 보여주고 싶어졌다. 무릎을 접고 누군가에게 와락 안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 다. 카페 안으로 숭늉 냄새를 풍기며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심리 카페 홀가분
나를 알고 남을 알면 인생이 홀가분해집니다! 정혜신 박사는 CEO나 임원의 심리 상담, 정신 건강 컨설팅을 해오면서 대중도 일상과 가까운 곳에서 심리 치유를 접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심리 카페 홀가분’은 이런 뜻 위에서 정혜신 박사와 그의 남편이자 심리 치유 기업 ‘마인드프리즘’의 공동 대표인 이명수 씨가 연 ‘심리 놀이 공간’이다. 심리 상담이라면 거부감을 느끼는 이도 카페 분위기로 마련된 이 공간 안에서는 거부감 없이 상처를 위로받고 나와 타인을 이해하게된다. 병원처럼 상담하거나 치료하는 곳이라기보다 손님 스스로 내면을 찾아내고 치유하는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더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다. 심리 카페 홀가분은 지상 1층, 지하 1층의 구조로 되어 있는데 먼저 1층은 ‘심리적 샤워’를 하는 공간이다. 치유의 메시지가 있는 사진, 글 등을 보면서 말 그대로 마음의 더께를 덜어내는 ‘샤워 과정’을 거친다(지금은 ‘치유적 밥상’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왼쪽) 치유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전시하는 1층. 이곳에서 ‘심리적 샤워’를 한 후 아래층으로 내려가게 된다.
카페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메뉴 고르듯 자신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놀이하듯 내면과 대화하는 지하 1층.
그다음 한쪽 옆에 비치된 컴퓨터로 자신의 오늘 심리 상태를 직접 체크한다. 컴퓨터에 뜬 간단한 질문에 답을하면 오늘의 기분 지수를 확인할 수 있다. 활기, 행복, 평온, 분노, 불안, 우울, 혼란의 7가지 ‘기분 아이콘’ 가운데 하나를 받아 지하 1층 카페로 내려가면 그에 맞는 치유 프로그램과 기능성 음료를 추천받게 된다. ‘우울57%, 자신을 돌봐주세요’란 기분 지수가 나왔다면 테이블에는 우울한 사람을 위한 차 ‘오렌지 블랙티’가 놓인다. 모든 프로그램에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심리 도우미’가 함께하는데, 이들은 프로그램을 주도한다기보다 손님들이 스스로 치유적인 단서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어떤 관계와 직면하는 데 방해가 되거나 부적절한 것이 있을 때 그걸 치우고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홀가분 카페의 여러 프로그램 중 정혜신 박사가 <행복> 독자를 위해 몇가지 프로그램을 추천했다.
‘핵심 자아 찾기’는 현재 일상에서 자신이 자주 겪는 감정적 어려움의 근원을 ‘과거’에서 찾는 프로그램이다. 지금 나의 행동 패턴과 사고에 영향을 미친 ‘과거의 나’를 만나게 하는 것. 핵심 자아 찾기를 통해 과거의 힘든 모습을 떠올리고 위로하다보면 현재의 자신이 위로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두 사람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정혜신 박사가 추천한 것은 ‘마음 소통 트레이닝’이다. 관계에서 느끼는 문제를 그 상대와 함께 놀이하듯 나누면서 해결하는 프로그램으로, 서로에게 맞는 의사소통 방법이나 감정 표현 방식도 배울 수 있다.
‘심리 궁합 프로그램’은 내가 생각한 나와 상대방이 생각하는 내가 얼마나 다른지 확인하는 놀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50대의 부부는 “이렇게 오래 같이 살면서도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는 걸, 각자 보고 싶은 대로만 상대를 봐왔다는 걸, 굉장히 공허하게 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 치유 프로그램들을 경험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꽤 많은데, 이 눈물은 ‘건강한 불편함’이라고 정혜신 박사는 설명했다.
자신과, 상대와 대면하면서 얻어지는 눈물이므로. 타인과 나눈 사소한 일상 대화를 얼마나 기억하는지 테스트하는 게임, 타인에게 심리 치료 그림과 이메일을 보내는 컴퓨터 프로그램 ‘마인드 링’도 있다. 나를 제대로 알고 상대를 제대로 알아 홀가분을 경험하고 싶다면, 스스로 상처를 위로하고 싶다면 심리 카페 홀가분에 들러보길.
(오른쪽) 홀가분 카페를 다녀간 이들의 ‘포스트잇 소감’ .
위치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94-6 문의 02-517-8553, cafe.naver.com/holgaboon
- [귀 기울여 들어보니]정신과 정문의 정혜신 박사 여러분, 홀가분하게 살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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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홀가분하게 살고 계십니까?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