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마구마구 쏟아질 땐 백 잔의 커피보다 잠깐의 수면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 있다. 그럼 기분이 우울하고 짜증이 날 땐 어떤 긴급 처방이 좋을까? 코미디언 출신 의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남자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Eckart von Hirschhausen은 최근 독일 아마존 닷컴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힌 그의 저서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를 통해 ‘잡곡빵’이 그 해답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커피를 마실 때 이런 농담을 자주 한다. “설탕 좀 더 드릴까요?” “괜찮아요. 설탕은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어요.” 이 말은 혈액 속 혈당 수치를 뜻하는 ‘글뤽 glyc’이 내 몸 속에 충분히 있다는 뜻으로 ‘나는 행복하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행복을 뜻하는 독일어 ‘글뤽 gluck’이 혈당 수치를 뜻하는 ‘글뤽 glyc’과 똑같이 발음되기 때문이다. 히르슈하우젠은 혈액 속의 당분 수치와 행복은 실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조언한다. “당은 뇌의 중요한 식량입니다. 우리가 함부로 외면해서는 안 되는 기본 욕구에 속하죠. 당이 부족하면 행복해지기 어렵습니다.
인간의 뇌는 매일 100g의 당을 소비합니다. 뇌의 무게는 전체 몸무게의 3.5%에 불과한데도 사용하는 에너지는 전체의 20%가 넘습니다. 머리는 마치 순간온수기 같아서 에너지가 부족하면 이를 제일 먼저 알아차립니다.” 그렇다면 ‘혈중 행복 농도’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그가 제시한 것 중 가장 신뢰할 만한 방법은 ‘잡곡빵’을 먹는 것이다. 초콜릿은 빠르게 혈당 수치를 높여주지만 1시간이면 그 효과가 사라진다. 반면 잡곡빵은 서서히 오래도록 ‘혈중 행복 농도’를 유지해주기 때문에 보다 안전한 처방전이다.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고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낄 때, 우울증 약 대신 잡곡빵 한 조각을 베어 무는 지혜를 발휘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