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제주를 품은 12인의 제주찬가] '미술의 섬' 제주에 있는 박여숙 씨 별장 여기는 '주말에만' 여는 갤러리


1
고풍스러운 가구로 꾸민 좌식 룸에 정창섭 씨의 한지 작품이 정갈하게 걸려 있다.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는 남춘모 씨의 작품. 3  메인 전시장을 겸하는 거실 풍경.


“클로드 비알라라는 프랑스 작가의 전시가 있었지만 제 눈엔 바닥에 비스듬히 기대 서 있는 이왈종 선생님의 작품이 들어왔지요. 박여숙 관장님의 설명에 따르면 서귀포시 정방폭포 쪽에서 작업을 하고 계신대요. 그림에 보이는 것처럼 아침마다 강아지와 새들이 그렇게 싸운다네요. 박여숙 화랑-제주는 미술관이라기보다는 잘 꾸며 놓은 별장 같습니다. 마침 비가 뚝뚝 떨어지는데 관장님께서 음악을 틀어주시더라고요. 주말에 조용히 쉬러 오셨다는데 불쑥 찾아온 손님을 방 안 구석구석까지 보여주시며 곰살맞게 설명해주셨어요.” 어느 블로거가 ‘직찍’과 함께 올린 ‘박여숙 화랑-제주 관람기’다. 핀크스 골프클럽 내 별장 단지 비오토피아에 ‘홈 갤러리’를 연 박여숙 관장은 ‘예술에 미친 중년’을 살고 있다. 주중에 청담동 갤러리에서 일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주말이면 제주에 내려와 손님을 맞고 있으니 말이다.
50평 남짓한 별장을 개조해 청담동의 웬만한 갤러리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한 센스, 특유의 한국적 정서를 잃지 않은 소박하고 정중한 아름다움, 사는 집처럼 꾸며 놓은, 아니 사는 그대로 놓아둔 그의 집 혹은 갤러리. 주인도 없는 집(비행기 스케줄이 살인적이던 지난 5월 8일, 취재팀과 제주 갤러리에서 만나기로 한 박여숙 관장은 끝내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에서 음악 틀고 그림을 감상하며 보낸 아침 9시의 풍경은 두고두고 그리울 것 같다. 고가구와 가죽 소파가 점잖게 자리 잡고 있는 거실과 질박한 나무로 만든 다인용 테이블을 놓아둔 부엌, 그 옆으로 난 밀실 같은 분위기의 쪽방, 멀리서 온 지인에게 따뜻한 하룻밤을 선사하는 손님 방, 해가 질 무렵 녹차 한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싶어지는 좌식 룸, 그리고 엄마의 자궁처럼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갖게 하는 다락방. 그것으로도 모자라 반신욕을 즐길 수 있는 야외 풀과 실내 자쿠지, 신을 벗고 들어서는 현관 입구에 세심하게 배치해 놓은 신진 작가들의 회화 작품과 전 세계에서 수집한 골동품, 액세서리, 디자인 소품 등…. 박여숙 화랑-제주는 벽에 걸린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하나의 설치 예술 작품 같다.
국제 아트 페어에 참여하면서 한국 현대 미술을 세계에 알리고, 국내 신진 작가들이 국제 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교량 역할을 하는 박여숙 관장은 그 오랜 경험과 혜안으로 제주를 ‘미술의 섬’으로 바꾸는 데 한몫했다. 무한한 가능성과 언제든 만나고 싶은 충동이 드는 제주의 단상은 그녀가 주력하고 있는 전도유망한 신진 작가 발굴과 닮아 있다. 그가 제주에 화랑을 낸 이유도 그것 아닐까. 현재 제주에서는 빛과 색채의 미학 <프리즘 Prism>전이 열리고 있다. 문의 064-792-7393 관람 시간 주말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예약제로 운영된다.

박여숙 선한 눈매가 인상적인 박여숙 대표는 특유의 한국적 정서가 묻어나는 홈 갤러리 ‘박여숙 화랑-제주’를 꾸미고 주말이면 그곳에 내려가 작가, 지인, 관람객과 함께 벗하며 지낸다.
정세영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