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시대를 접고 새 출발을 시작하는 화정박물관은 서울의 아트밸리Art valley인 평창동 들머리에 있다. 전화로 설명을 들었는데도 위치 가늠이 어려웠다. 자주 가는 길인데도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과도한 상상력 때문이었다. 세계 최고의 탕카 전문박물관이라고 하니 외양도 크고 화려하리라 지레짐작했던 것이다. 주택가를 마주하고 있는 2층 규모의 단출한 건물 외벽에 씌어 있는 금박 글씨 ‘한빛문화재단,화정박물관' 하마터면 이 작은 글씨를 놓칠 뻔했다. 애초에 국립중앙박물관이나 리움 같은 거대한 박물관을 상상한 것이 잘못이었다. 규모보다는 미술품의 질적 서비스를 중시한다는 이곳의 가치를 잠시 잊었던 모양이다. 화장을 하지 않은 맨얼굴의 건물을 찬찬히 뜯어보니 은근한 절제미가 응결되어 빛을 발하는 조선시대 백자가 연상되었다.
지난 1999년 서울 이태원에서 정식 개관했던 화정박물관이 평창동의 새 부지에서 관객과 만나기 위해 휴면 상태에 들어간 것은 2002년. 그리고 4년여의 준비 끝에 5월 30일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 옛 화정박물관의 평창동 분관이 있던 건물 부지 옆에 2층 규모의 새 박물관 건물을 올렸기 때문에 새 박물관은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나온다. 애초에는 더 넓은 규모로 지을 예정이었지만 군사보호지역이라 마음대로 건축할 수 없었다고. 새 박물관에는 2개의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는데 1층 전시실은 아예 주력 소장품인 탕카만을 상설 전시하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이 전시실은 족자 형태의 탕카 작품들을 걸기 위해 층고를 높였으며, 작품의 고유 색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광섬유 조명을 설치했다.
규모는 작지만 컬렉션은 화려하다. 14세기부터 제작된 탕카, 불상, 불구, 경전 등 티베트불교 예술품 2천5백여 점, 회화·서예·복식·자수·도자·금속·목석·칠기등 중국 고미술품 4천여 점, 그리고 이정의 ‘묵죽도’, 강세황의 ‘지락와도’를 비롯한 한국미술품 3천여 점 등 총 1만여 점에 달한다. 일본,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의 미술품과 유럽의 부채, 약항아리 같은 이색 소장품도 다수 보유 중이다. 박물관측에 따르면 소장품의 숫자로만 따지면 전국 62개 소 사립미술관 가운데 열두 번째라고 한다.
“탕카 컬렉션으로는 세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또한 화정박물관의 차별성은 동아시아권 미술품을 폭 넓게 수집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컬렉터들은 대부분 국내 미술품을 수집하는 데서 그치지만 저희는 인접한 중국, 일본, 티베트 등지의 미술품도 수집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특색을 살려 전 세계에서 으뜸으로 인정받는 동양미술 전문 박물관으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
|
1 티베트불교 닝마파의 시조승이자 <티베트 사자의 서>의 저자인 ‘파드마삼바바 Padmasambhava’의 여덟 변화를 묘사한 세트 중의 한 폭.
2 관음보살의 눈동자(타라)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여성 보살 ‘녹색 타라보살 Green Ta-ra-’.
3 석가여래를 중앙에 크게 묘사하고 두 제자 사리불과 목건련을 좌우에 배치한 다음 주변에 십육나한을 배치한 ‘석가여래삼존과 십육나첯akyamuni Triad and Sixteen Arhats’.
|
|
1. 1 눈이 천 개 달린 천 개의 손으로 중생을 살펴보고 구제하는 ‘십일면천수관음 Eleven-Faced Thousand-Armed Avalokitsvara’.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