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지구 상에는 220~240개 나라가 존재하며, 종족 수는 무려 3000여 개에 이른다는구나. 나라의 수가 이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조사 기관에 따라 제시하는 숫자가 들쑥날쑥 제각각이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이 수많은 나라와 종족은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고, 가치관이나 라이프스타일도 다르지. 심지어 먹는 것이나 입는 것, 사는 것도 다 다르단다.
일례로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말에 따르면 이 세상에는 놀랍게도 쥐 고기를 먹는 나라가 무려 42개국에 이른다는구나. 그런가 하면 동남아에는 굼벵이니 전갈이니 발루트 balut(부화하기 직전의 달걀이나 오리 알을 삶은 요리) 같은 상상을 초월한 엽기적인 음식이 즐비하지.
또 입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브라질의 투피카와이브족이나 뉴기니 고원 지대에 사는 나체족은 의상을 입는 대신 흥미롭기 짝이 없는 희한한 장식을 착용하고 산단다. 즉 팰로카프 phallocarp라고 부르는 깔때기 모양의 특이한 대롱으로 민망한 부위를 살짝 덧씌우고 생활하는 것이지. 다큐멘터리 작가나 연구자들의 말에 따르면 대롱 크기는 지름이 10cm, 길이가 60cm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데, 나체족은 이 대롱을 그 어떤 물건보다 귀중하게 여긴다는구나.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중세 유럽에도 이것과 비슷한 장식이 존재했다는 점이란다. 남성들이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지에 덧댔다는, 코드피스 codpiece라고 하는 우스꽝스러운 가죽 주머니가 그것이지. 그리고 너희들이 즐겨 입는 스키니진 같은 블루진도 사실은 이들 원시 부족의 그것처럼 남성을 과시하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는 사회학자가 있음이 자못 흥미롭단다.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사용하는 제스처도 알고 보면 나라와 지역, 종족에 따라 그 의미가 매우 다르단다.이를테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간혹 물건이나 사람을 가리킬 때 아무런 생각 없이 중지를 앞으로 쑥 내미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구미 지역 사람들이 이러한 장면을 보면 혼비백산하기 마련이지. 왜냐하면 이 사인은 매우 외설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란다.
우리가 흔히 오케이 사인이나 ‘돈’이란 의미로 사용하는, 엄지와 중지로 ‘O’ 자를 만드는 제스처 역시 마찬가지란다. 이 제스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의미를 지니지만 브라질 등 일부 남미 지역 국가에서는 외설적인 의미나 험악한 욕설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단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금기시되는 제스처가 외국에서는 긍정적인 의미로 환영을 받는 경우도 있단다. 집게손가락을 엄지와 중지 사이에 끼우는 제스처도 그중 하나지. 이 제스처는 알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지독한 욕설이란다. 그러나 미국의 꼬맹이 앞에서 이 사인을 해 보이면 그 부모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감사의 표시를 할지도 모른단다. 왜냐하면 이 사인은 믿기 어렵겠지만 “아이가 참 귀엽군요(What a cute baby)!”라는 뜻으로 사용되기 때문이지. 그렇다면 브라질에서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브라질에서는 이 사인을 아낄 필요가 없단다. 즉 꼬맹이는 물론이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마구잡이로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것이지. 물론 한 손으로 모자란다는 느낌이 들면 양손을 써도 좋단다. 그 모습을 보면 브라질 사람들은 어쩌면 입이 양 귀에 걸릴지도 모른단다. 왜냐하면 이 사인은 브라질에서 찬사, 곧 ‘당신은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지.
인사법의 경우도 나라나 지역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단다. 동양에서는 공수, 읍례, 계수배, 돈수배, 공수배, 고두배, 숙배, 평배, 반배 등 허리를 굽히고 자세를 낮추는 수직적인 인사법이 보편적이란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악수, 키스, 포옹 등 수평적인 인사법이 발달했지. 그런데 악수나 키스, 포옹도 나라마다 다양한 변주곡이 있단다.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에서는 “당신의 손에 키스합니다”라는 인사말로 키스를 대신한단다. 그리고 영국인은 뺨을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 최대한 가까이 접근시킨 상태에서 입으로 키스하는 소리를 내지. 이처럼 ‘무늬만 키스’라는 독특한 인사법이 정착된 것은 오스트리아인이나 영국인이 신체적 접촉을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는구나.
키스할 때 입을 맞추는 횟수에도 차이가 있단다. 스칸디나비아인은 왼쪽 뺨에 한 번만 입을 맞추지. 반면 프랑스인은 처음엔 왼쪽 뺨, 다음엔 오른쪽 뺨에 도합 두 번 입을 맞추고, 벨기에나 네덜란드 사람들은 세 번 이상, 때로는 반가움의 정도에 비례해 그 이상 하기도 한다는구나.
악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란다. 세상에서 가장 악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프랑스인과 러시아인이란다. 그들은 같은 사람과도 하루에도 몇 차례씩 악수를 해대지. 특히 프랑스인은 남성과 여성, 초면과 구면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악수 공세를 펴는 것으로 유명하단다. 반면 영국인은 첫 대면을 하는 자리에서 남성들 사이에서만, 그것도 공식적인 회합의 경우에만 악수를 하는 경향이 있지.
아들아! 너희들이 데뷔한 지 100일째 되는 날, 첫 해외 프로모션이 있었지? ‘한류풍상 韓流風霜’이라는 타이틀의 공연이 대만에서 열리는 바람에 100일 기념 파티도 그곳에서 조촐하게 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너희들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는 공항과 공연장에 수천 명의 팬이 운집하고, 대만의 한 공영방송에서 정규 뉴스 시간에 너희들의 방문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지? 아버지는 너희들이 신인임에도 첫 해외 활동을 이처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단다. 하지만 너희들이 대만에 체류하는 동안 혹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 것도 사실이란다. 왜냐하면 대만 문화가 우리나라 문화와 다를뿐더러 대만과 중국의 관계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미묘하기 때문이지. 실제로 중국에서 대만과 관련해 말실수를 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연예인이 있다는 사실은 너도 알고 있을 거야.
너는 혹 대만이나 홍콩, 중국 등 중국계 국가에서는 대개 콴시(관계)를 중시하며, 그들과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공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되고, 인맥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니? 그리고 이들 국가에서는 선물을 할 때 특히 시계는 피하는 것이 좋고, 문병을 갈 때도 꽃이나 먹을 것보다는 현금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단다. 중화권 국가에서 이처럼 시계 선물을 꺼리는 것은 그것이 죽음이나 장례식을 상징하기 때문이라는구나.
그런가 하면 일본인은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얘기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단다. 그것은 필시 일본이 패전국이기 때문에 생겨난 금기라고 보아야 하겠지. 태국에서는 국왕에 대해 언급하는 일은 금기에 속하며, 아이들이 아무리 예쁘고 귀여워도 머리를 쓰다듬어서는 안 된단다. 그 이유는 아이들 머릿속에 신성한 존재가 깃들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
보도에 따르면 너희들의 해외 활동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것 같더구나. 하기야 꼭 연예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너희들 세대는 아버지 세대에 비해 외국에 나갈 기회가 훨씬 많다고 봐야겠지.
외국에 나가면 기본적으로는 문화의 상대주의, 즉 문화에는 우열과 선악이 있을 수 없으며, 기본적으로 상대방과 상대방의 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마인드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단다. 만에 하나 외국에 나갔을 때 정치라든지 성차별적인 주제 등 예민한 문제가 나오면 완곡한 어법으로 질문자의 관심과 방향을 음악에 대한 얘기로 돌려야 할 거야.
내친김에 한 가지만 더 얘기하마. 얼마 전 경영학을 전공으로 가르치시는 선배 교수님과 점심 식사를 함께 했는데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구나.“인간의 라이프스타일이나 행동,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문화의 차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학자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보다 개인의 차이가 더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는 학자가 늘고 있다”고 말이다.
그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사실 주변을 가만히 둘러보면 동일한 문화권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가치관이나 습관이 얼마나 다른지 놀랄 때가 많지. 심지어 너희 그룹의 경우만 하더라도 멤버 하나하나가 개성이 너무나도 뚜렷하고 생각과 행동이 판이하게 다르지 않니.
하지만 아버지는 문화의 차이가 크건, 아니면 개인의 차이가 크건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단다. 국가 차원이라면 상대방의 문화, 개인 차원이라면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의견과 스타일을 존중하는 상대주의적 시각을 지닌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아들아! 현대사회의 키워드는 ‘국제화’란다.국제화 시대에는 상대방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지.물론 국제 매너에도 밝아야 할 것이고. 그것은 다른 나라의 문화와 매너에 정통해야 친구도 사귈 수 있을뿐더러 비즈니스도 가능하고, 궁극적으로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더욱이 너희 그룹 이름은 처음엔 ‘정상을 꿈꾸는 소년들(Boys to Search for Top)’이었다가 나중엔 ‘아시아의 소년들 정상에 우뚝 서다(Boys of East Standing Tall)’라는 의미로 바뀌었지. 그것은 아마도 너희들의 활동 범위가 미구에 아시아로 확대된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겠지.
넌 아버지가 왜 입만 벙긋하면 문화와 매너에 대한 이해가 개인의 경쟁력이자 가정의 경쟁력이요,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이라고 주장하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지?
일례로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말에 따르면 이 세상에는 놀랍게도 쥐 고기를 먹는 나라가 무려 42개국에 이른다는구나. 그런가 하면 동남아에는 굼벵이니 전갈이니 발루트 balut(부화하기 직전의 달걀이나 오리 알을 삶은 요리) 같은 상상을 초월한 엽기적인 음식이 즐비하지.
또 입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브라질의 투피카와이브족이나 뉴기니 고원 지대에 사는 나체족은 의상을 입는 대신 흥미롭기 짝이 없는 희한한 장식을 착용하고 산단다. 즉 팰로카프 phallocarp라고 부르는 깔때기 모양의 특이한 대롱으로 민망한 부위를 살짝 덧씌우고 생활하는 것이지. 다큐멘터리 작가나 연구자들의 말에 따르면 대롱 크기는 지름이 10cm, 길이가 60cm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데, 나체족은 이 대롱을 그 어떤 물건보다 귀중하게 여긴다는구나.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중세 유럽에도 이것과 비슷한 장식이 존재했다는 점이란다. 남성들이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지에 덧댔다는, 코드피스 codpiece라고 하는 우스꽝스러운 가죽 주머니가 그것이지. 그리고 너희들이 즐겨 입는 스키니진 같은 블루진도 사실은 이들 원시 부족의 그것처럼 남성을 과시하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는 사회학자가 있음이 자못 흥미롭단다.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사용하는 제스처도 알고 보면 나라와 지역, 종족에 따라 그 의미가 매우 다르단다.이를테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간혹 물건이나 사람을 가리킬 때 아무런 생각 없이 중지를 앞으로 쑥 내미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구미 지역 사람들이 이러한 장면을 보면 혼비백산하기 마련이지. 왜냐하면 이 사인은 매우 외설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란다.
우리가 흔히 오케이 사인이나 ‘돈’이란 의미로 사용하는, 엄지와 중지로 ‘O’ 자를 만드는 제스처 역시 마찬가지란다. 이 제스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의미를 지니지만 브라질 등 일부 남미 지역 국가에서는 외설적인 의미나 험악한 욕설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단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금기시되는 제스처가 외국에서는 긍정적인 의미로 환영을 받는 경우도 있단다. 집게손가락을 엄지와 중지 사이에 끼우는 제스처도 그중 하나지. 이 제스처는 알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지독한 욕설이란다. 그러나 미국의 꼬맹이 앞에서 이 사인을 해 보이면 그 부모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감사의 표시를 할지도 모른단다. 왜냐하면 이 사인은 믿기 어렵겠지만 “아이가 참 귀엽군요(What a cute baby)!”라는 뜻으로 사용되기 때문이지. 그렇다면 브라질에서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브라질에서는 이 사인을 아낄 필요가 없단다. 즉 꼬맹이는 물론이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마구잡이로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것이지. 물론 한 손으로 모자란다는 느낌이 들면 양손을 써도 좋단다. 그 모습을 보면 브라질 사람들은 어쩌면 입이 양 귀에 걸릴지도 모른단다. 왜냐하면 이 사인은 브라질에서 찬사, 곧 ‘당신은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지.
인사법의 경우도 나라나 지역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단다. 동양에서는 공수, 읍례, 계수배, 돈수배, 공수배, 고두배, 숙배, 평배, 반배 등 허리를 굽히고 자세를 낮추는 수직적인 인사법이 보편적이란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악수, 키스, 포옹 등 수평적인 인사법이 발달했지. 그런데 악수나 키스, 포옹도 나라마다 다양한 변주곡이 있단다.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에서는 “당신의 손에 키스합니다”라는 인사말로 키스를 대신한단다. 그리고 영국인은 뺨을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 최대한 가까이 접근시킨 상태에서 입으로 키스하는 소리를 내지. 이처럼 ‘무늬만 키스’라는 독특한 인사법이 정착된 것은 오스트리아인이나 영국인이 신체적 접촉을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는구나.
키스할 때 입을 맞추는 횟수에도 차이가 있단다. 스칸디나비아인은 왼쪽 뺨에 한 번만 입을 맞추지. 반면 프랑스인은 처음엔 왼쪽 뺨, 다음엔 오른쪽 뺨에 도합 두 번 입을 맞추고, 벨기에나 네덜란드 사람들은 세 번 이상, 때로는 반가움의 정도에 비례해 그 이상 하기도 한다는구나.
악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란다. 세상에서 가장 악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프랑스인과 러시아인이란다. 그들은 같은 사람과도 하루에도 몇 차례씩 악수를 해대지. 특히 프랑스인은 남성과 여성, 초면과 구면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악수 공세를 펴는 것으로 유명하단다. 반면 영국인은 첫 대면을 하는 자리에서 남성들 사이에서만, 그것도 공식적인 회합의 경우에만 악수를 하는 경향이 있지.
아들아! 너희들이 데뷔한 지 100일째 되는 날, 첫 해외 프로모션이 있었지? ‘한류풍상 韓流風霜’이라는 타이틀의 공연이 대만에서 열리는 바람에 100일 기념 파티도 그곳에서 조촐하게 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너희들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는 공항과 공연장에 수천 명의 팬이 운집하고, 대만의 한 공영방송에서 정규 뉴스 시간에 너희들의 방문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지? 아버지는 너희들이 신인임에도 첫 해외 활동을 이처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단다. 하지만 너희들이 대만에 체류하는 동안 혹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 것도 사실이란다. 왜냐하면 대만 문화가 우리나라 문화와 다를뿐더러 대만과 중국의 관계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미묘하기 때문이지. 실제로 중국에서 대만과 관련해 말실수를 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연예인이 있다는 사실은 너도 알고 있을 거야.
너는 혹 대만이나 홍콩, 중국 등 중국계 국가에서는 대개 콴시(관계)를 중시하며, 그들과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공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되고, 인맥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니? 그리고 이들 국가에서는 선물을 할 때 특히 시계는 피하는 것이 좋고, 문병을 갈 때도 꽃이나 먹을 것보다는 현금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단다. 중화권 국가에서 이처럼 시계 선물을 꺼리는 것은 그것이 죽음이나 장례식을 상징하기 때문이라는구나.
그런가 하면 일본인은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얘기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단다. 그것은 필시 일본이 패전국이기 때문에 생겨난 금기라고 보아야 하겠지. 태국에서는 국왕에 대해 언급하는 일은 금기에 속하며, 아이들이 아무리 예쁘고 귀여워도 머리를 쓰다듬어서는 안 된단다. 그 이유는 아이들 머릿속에 신성한 존재가 깃들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
보도에 따르면 너희들의 해외 활동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것 같더구나. 하기야 꼭 연예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너희들 세대는 아버지 세대에 비해 외국에 나갈 기회가 훨씬 많다고 봐야겠지.
외국에 나가면 기본적으로는 문화의 상대주의, 즉 문화에는 우열과 선악이 있을 수 없으며, 기본적으로 상대방과 상대방의 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마인드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단다. 만에 하나 외국에 나갔을 때 정치라든지 성차별적인 주제 등 예민한 문제가 나오면 완곡한 어법으로 질문자의 관심과 방향을 음악에 대한 얘기로 돌려야 할 거야.
내친김에 한 가지만 더 얘기하마. 얼마 전 경영학을 전공으로 가르치시는 선배 교수님과 점심 식사를 함께 했는데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구나.“인간의 라이프스타일이나 행동,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문화의 차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학자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보다 개인의 차이가 더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는 학자가 늘고 있다”고 말이다.
그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사실 주변을 가만히 둘러보면 동일한 문화권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가치관이나 습관이 얼마나 다른지 놀랄 때가 많지. 심지어 너희 그룹의 경우만 하더라도 멤버 하나하나가 개성이 너무나도 뚜렷하고 생각과 행동이 판이하게 다르지 않니.
하지만 아버지는 문화의 차이가 크건, 아니면 개인의 차이가 크건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단다. 국가 차원이라면 상대방의 문화, 개인 차원이라면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의견과 스타일을 존중하는 상대주의적 시각을 지닌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아들아! 현대사회의 키워드는 ‘국제화’란다.국제화 시대에는 상대방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지.물론 국제 매너에도 밝아야 할 것이고. 그것은 다른 나라의 문화와 매너에 정통해야 친구도 사귈 수 있을뿐더러 비즈니스도 가능하고, 궁극적으로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더욱이 너희 그룹 이름은 처음엔 ‘정상을 꿈꾸는 소년들(Boys to Search for Top)’이었다가 나중엔 ‘아시아의 소년들 정상에 우뚝 서다(Boys of East Standing Tall)’라는 의미로 바뀌었지. 그것은 아마도 너희들의 활동 범위가 미구에 아시아로 확대된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겠지.
넌 아버지가 왜 입만 벙긋하면 문화와 매너에 대한 이해가 개인의 경쟁력이자 가정의 경쟁력이요,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이라고 주장하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