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체질부터 파악해보자
평소 자신이 어떤 체질인지 고려하지 않고 제멋대로 보양식을 먹거나 한약을 복용해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꽤 봤다. 태아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자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어떤 체질인지 파악하고 그에 따라 평소 생활 습관에도 신경 쓰자. 그러나 체질 감별은 섣불리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사람마다 특성이 다르니 정확한 진단은 가급적 한의사에게 맡기도록 한다.
태양인 머리와 목이 튼실한 반면 하체가 약하고 엉덩이가 작은 태양인. 간이 약해 혈액이 부족해지기 쉬운데, 하체에 음혈이 부족해지면 자궁에 기와 혈이 잘 돌지 않아 자궁 발육이 더디고 불임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태양인의 기질이 많은 사람은 상승하는 기운을 아래로 끌어내려 부실한 하체를 튼실하게 만들어야 한다. 담백한 채소나 해물을 먹고 담배나 술은 반드시 끊도록 한다.
소양인 태양인과 비슷하게 열이 많은 소양인도 상체가 실하고 하체가 약한 체질이다. 신장과 비뇨기 계통, 생식 기능이 약해 다산하기 어려운 체질이라고 옛 문헌에 나와 있다. 그러나 태양인과 마찬가지로 열을 내리는 식단과 하체를 튼튼하게 하는 생활 습관을 들이면 자궁과 하체가 건강해질 수 있다.
태음인 체격이 크고 이목구비도 시원시원하게 생긴 태음인은 상체보다 하체가 더 건강한 체질이다. 간이 건강해 기와 혈이 많은데, 열이 많아 간과 소장에 쌓이면 생리 불순이 되기 쉽다. 땀을 잘 흘리고 대소변을 잘 본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이지만 반대로 이런 체질은 몸이 안 좋을수록 변비가 생기기 쉽다. 또한 소화 흡수가 잘되는 체질이라 식욕을 절제하지 않으면 비만이 되기 쉽다. 비만은 임신이 어려운 원인 중 하나이므로 관리가 필요하다.
소음인 키와 몸집이 작은 소음인은 신장 기능과 비뇨, 생식 기능이 강하며 자궁도 튼튼한 편이라 임신이 잘되는 체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양기가 부족한 체질이라 위장과 내장 기관이 차가워지기 쉬워 냉증에도 잘 걸리므로 선천적으로는 임신에 유리해도 잘못 관리하면 임신이 어렵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소화가 잘되는 부드럽고 따뜻한 음식이 잘 맞는다. 격한 운동보다는 조깅이나 스트레칭 등의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하자.
아이가 좋아하는 따뜻한 자궁을 만들어라
여성에게 냉증은 임신을 어렵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자궁을 따뜻하게 하는 건 생활 습관 개선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고단백 식품을 섭취하고 비타민과 무기질도 충분히 섭취한다. 특히 여성호르몬과 같은 효능이 있는 콩이 좋다. 혈액순환이 잘 안 돼 아랫배에 덩어리가 만져질 정도로 어혈이 있다면 병원 치료를 하면서 마사지를 해주면 좋다. 녹용, 구기자, 당귀, 천궁, 홍화, 백작약, 진피 등은 자궁 기능을 돕고 자궁을 따뜻하게 하는 약재로 꼽힌다. 당귀차와 익모초차 같은 한방 차도 도움이 되는데 맛이 쓰거나 떫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처음에는 조금만 만들어서 먹어보고 너무 쓰면 꿀을 넣어 마시면 된다.
남편도 노산에 대비해야 한다
나이가 많으면 일단 신체적인 모든 면에서 20대에 비해 불리하기 때문에 남자 역시 질 좋은 유전자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의학에서 남성 불임의 원인은 정액이 부족하거나, 너무 비만해서 노폐물이 쌓인 경우, 혹은 스트레스로 기혈이 정체된 경우, 기력이 약하거나 반대로 지나친 성생활로 ‘화 火’가 생긴 경우 등으로 본다. 따라서 남성들은 과로하지 말고 기름진 음식이나 술을 끊을 것, 과욕을 부리거나 갑자기 화를 내지 말 것을 권한다. 또 정자는 열에 약하므로 뜨거운 물에 오래, 자주 들어가는 온수 목욕이나 사우나는 피한다. 과격한 운동으로 갑자기 체온이 올라가는 것도 주의하고, 혈액순환을 돕고 생식기를 시원하게 하는 수영을 권한다.
나이가 들수록 굳어지는 골반을 관리하라
가끔 뉴스에서 보는 철없는 10대의 ‘화장실 출산’은 10대이기에 가능한 황당한 뉴스이다. 20대 후반만 되어도 그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를 낳기 어렵고 40세가 넘은 산모라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어른의 뼈는 아이들보다 훨씬 굳어 있기 때문. 나이가 많아도 골반이 유연하면 출산이 쉬우니 골반을 유연하게 하는 운동으로 관리하자. 골반이 비틀어져 있으면 자궁과 난소가 제 위치에서 벗어나므로 평소 한쪽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를 피하고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최대한 의자 깊숙이 넣어 허리를 쭉 펴고 앉아야 한다. 골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꾸준한 스트레칭과 골반을 바로잡는 요가를 하는 것이 좋다.
때로는 한약의 도움도 필요하다
누구나 건강한 몸을 타고나는 것은 아니다. 체질이나 노산으로 인해 유산 위험이 있지만 임신 중 약이 태아에게 미칠 위험 때문에 꺼리게 된다. 그러나 한약은 생약초로 이루어져 태아나 산모 모두에게 안전하도록 처방할 수 있다. 만약 빈혈이 심하다면 증상을 완화하고 보혈 작용을 하는 천궁, 당귀 등의 약재를 이용한 한약을 복용하고 임신 초기 유산의 위험을 줄이려면 백출, 황금 등의 약재를 이용한 안태약을 복용한다. 그러나 이 모든 약은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복용해야 한다. 건강한 임신부라면 일부러 먹을 필요는 없다. 보약을 잘못 먹으면 오히려 유산이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자연분만, 고령 임신부도 할 수 있다
늦둥이 부모들이 출산을 앞두고 걱정하는 것이 분만 방법이다. 그런데 고령 임신부의 경우 위험 요소가 많아 제왕절개 수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임상 사례에서는 고령임에도 임신 기간 내내 잘 먹고 운동으로 몸 관리를 해 자연분만에 성공한 사례가 많다. 한약으로도 도울 수 있는데 당귀, 천궁 등을 쓴 ‘불수산’이나 ‘궁귀탕’이 피를 깨끗하게 만들어 예로부터 순산을 돕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면 정지행 원장의 저서 <30대에 낳는 아이가 똑똑하다>를 참고할 것. 정지행 원장이 늦둥이 평화를 낳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양·한방을 아우른 임신 정보와 태교·출산 정보까지 꼼꼼히 담았다.
- [우리 집 행복의 샘물, 늦둥이] 한의사 정지행 씨에게 듣는 임신·출산 노하우 "건강한 늦둥이는 부모의 노력에 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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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 출산은 엄마와 아이를 위해 고려하고 준비해야 할 점이 많다. 한의학에서는 노산에 대비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배 속에 튼튼하게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늦둥이를 건강하게 낳은 정지행 원장에게 듣는 한방 출산 정보.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