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사근사근하고 우아한 말솜씨와 살림 솜씨를 선보이던 마사 스튜어트.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가 내부 정보를 불법 유용해 주식을 거래한 혐의로 징역 5개월과 가택 연금 5개월을 선고받았다. 언론은 돌연 비판적으로 돌아섰고, 심한 유언비어가 퍼지며 <마사 스튜어트 리빙>을 비롯한 잡지와 단행본 시리즈 등을 출판하던 탄탄한 회사의 주가가 급락했다. TV 쇼,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전 세계 안방마님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아온 마사 스튜어트가 일순 ‘못 믿을 사람’으로 비쳐졌다. 마사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이미지 회복에 성공했을까?
부활의 법칙 1
그을린 파이는 조각으로 잘라 서빙하라
마사 스튜어트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기나긴 법정 공방전을 치렀다. 그간 쌓아온 신뢰가 점점 바닥으로 떨어지자, 마사는 이름을 바꿀 생각까지 했다고 고백한다. “지금 돌이켜보면 매우 우스꽝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 이름을 마사 코스티라(결혼 전의 이름)로 되돌린다면, 사람들은 마사 스튜어트라는 회사와 내 개인적 문제를 분리해서 생각할지도 모른다.”
사회봉사 활동 정도로 예상했지만 5개월 실형으로 판결이 났다. 마사와 변호인단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항소를 준비했으나 마사는 돌연 감옥에 가기로 결심했다. 결백을 주장하던 그가 그런 결정을 한 것은 전략이었다. 훗날 그는 이 결정에 대해 ‘파이’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오래전 폴 뉴먼 부부의 만찬을 준비하다가 메인 음식인 파이가 일부 타버린 적이 있어요. 만찬 시각에 임박했기에 저는 파이를 여러 조각으로 잘라 탄 부분을 버리고 타지 않은 부분만 모았습니다. 여기에 설탕과 계핏가루를 십자 모양으로 뿌린 뒤 손님상에 내서 파티를 성공적으로 치렀지요. 판결이 나왔을 때, 저는 파이를 조각으로 잘라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와 그의 이미지에서 회복이 불가능한 부분(탄 파이)은 잘라 내버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감옥에 가는 게 제일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변호사들은 항소하라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기간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를 일이었다. 짧게 보면 감옥은 굴욕이지만, 멀리 보면 최단기간에 부활하기 위한 첫 번째 절차였다.
입소 전, 마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계획을 발표했다. “곧 복역을 시작해 형기를 마치고, 이 악몽 같은 사건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3월 초에 돌아와 봄 정원을 다시 꾸미고, 식물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사업을 위해 감옥에 가겠다는 결정은 현명한 전략이었다고 평가했다. 한쪽에서는 마사 스튜어트가 단순히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라기보다, 대중을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 그런 결정을 했다고 보았다.
부활의 법칙 2 언제 어디서든 이미지를 관리할 수 있다
호소력이 대단했던 유명인이자 많은 이들을 부리는 경영자였던 사람이 사사건건 지시를 받는 수감자가 된다면, 메우기 힘든 그 간극 때문에 좌절하기 쉽다. 그러나 뜻밖에도 마사는 입소한 뒤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렸다. “가장 좋은 소식은 동료 수감자들이 모두 친절하다는 겁니다. 전 이 생활에 적응해서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이 캠프는 역사가 오래된 대학교 캠퍼스 같아요. 물론 자유는 없지요.” 감옥에 있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았다. 감옥을 캠프라 부르고, 대학 캠퍼스에 비유할 정도로 세세한 부분에까지 이미지를 관리했다.
실제로 그는 수감자들과 다정하게 어울렸고, 전자레인지로 요리하는 법을 익힌 다음 자기 방에 동료 수감자들을 초대해 소규모 신년 파티도 열었다. “동료 수감자들이 제게 ‘마담 디디 M. Diddy’(기저귀 부인이라는 뜻으로,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상류층 부인을 의미)라는 별명을 지어줬어요. 그곳에 자유는 없었지만 유머가 있었지요.” 지금껏 마약 범죄 같은 전혀 다른 삶을 산 여성들과도 어울리는 법을 배운 것이다.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상담사 역할도 했다. “여성 수감자들을 도와주세요. 교도소에는 실질적인 갱생과 교육 프로그램이 없고, 바깥 생활에 적응하도록 돕는 프로그램도 없어요. 아무런 기술도 없어 생계를 이어갈 준비를 하지 못한 채 바깥 세상으로 나가야 해요.” 이런 글을 통해 언론에 여성 수감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한 교도관이 심장마비로 사망해 추도식을 열 때, 마사는 교도소 마당에 핀 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었다. 옆방의 수감자가 가족과 인연을 끊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 수감자가 여동생에게 편지를 쓰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편지 덕분에 그 수감자의 가족이 오랜만에 상봉하게 되었고, 이런 소식은 꾸준히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매일 교도소 마당에서 파워 워킹을 했고,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러닝머신을 달렸으며, 근력 운동도 했다. 철저하게 복귀를 준비했다. 노력을 멈추지 않은 끝에 그에 대한 이미지가 다시 좋아졌다. 출소하기 일주일 전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3년 전 그가 기소되었을 때에 비해 35%나 지지율이 올랐다.
부활의 법칙 3 망원경, 광각렌즈, 현미경으로 난관을 뚫어라
마사는 청바지에 굽 높은 부츠를 신고, 동료 수감자가 만들어준 회색 니트 판초를 걸친 채 교도소를 나섰다. 가택 연금을 앞두고 홈페이지에 성명서를 올렸다. “감옥 생활은 제 인생을 바꾸고 저를 재확인하는 경험이었습니다. 그곳에서 특별한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것을 배웠어요.” 이를 필두로 그는 공공연하고 당당하게 복귀를 준비했다.
일단 그는 저택에 숨어 지내지 않았다. 가택 연금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 집 주변을 거닐었다. 말에게 설탕을 주고, 추위에 떠는 기자들에게 커피를 대접했다. 마사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사람처럼 편안하고 평화로웠다. 마치 휴가를 마치고 일터로 돌아가는 사람처럼, 유유히 복귀를 진행했다.
가택 연금 중에도 <어프렌티스> 시리즈(도널드 트럼프가 견습생을 뽑는 NBC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마사 스튜어트 편, 각종 TV 쇼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그가 출소한 뒤 한 달쯤 되었을 때 <타임>지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의 명단을 발표했다. 법적 분쟁에 휘말린 전적이 있는 데다 가택 연금 상태였는데도 이 명단에 들었다는 것은 그의 재기에 희망을 주었다.|
드디어 2005년 가을, 5개월간의 가택 연금이 끝났을 때 마사는 성대하게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대개의 전과자들이 최대한 저자세를 취하며 조용히 사회에 편입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9월호 <마사 스튜어트 리빙> 표지에는 거실에서 활짝 웃는 마사 스튜어트의 사진이 실렸다. 2001년 1월 이후 한 번도 잡지 표지에 등장하지 않았던 것을 떠올려보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는
여전히 전세계 주부들에게 살림도 예술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마사. 그간의 역경을 딛고 이렇게 말한다. “위기를 겪으면 우선 현미경을 사용해 그 난관을 속속들이 살펴보세요. 자세히 파악하고 나면 문제가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한지 아닌지도 결정할 수 있고요. 몇 가지 대안을 찾아본 다음에는 광각렌즈를 통해 각 대안의 결과를 따져보세요. 그리고 망원경을 통해 각 대안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고민해보세요.” 그리고 이렇게 강조한다. “기회는 반드시 다시 찾아옵니다. 먼저 마음, 감정, 지식의 바탕을 철저히 준비하세요. 그러면 잘 계산된 모험과 성공 확률이 낮은 모험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또 세상이 흥미로운 기회로 가득하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됩니다.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마음을 떨쳐버리는 순간, 다른 기회가 분명히 찾아올 것입니다. 기회란 동적이고 유연하기에, 상황에 따라 변하지요. 붙잡지 못한 아이디어에 얽매이지 마세요. 다음 기회를 예민하게 포착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세요.”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고집스럽게 자기 이름과 이미지를 지킨 마사의 비법이었다. 
- [여성 명사에게 배운다] 마사 스튜어트에게 듣는 이미지 부활의 법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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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를 비즈니스와 예술로 승화시킨 마사 스튜어트. 말 한마디로 주부들을 움직였던 ‘살림의 여왕’이었으나 몇 년 전 기업 부정에 연루되어 감옥에 갔다. 그러나 화려하게 복귀해 최근 시사 잡지 <타임>의 ‘우아하게 늙어가는 미국인 10명’ 가운데 한 명으로 뽑히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마사에게 부활의 법칙을 배워본다.
를 통해 새로운 좌우명을 밝혔다. “변화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철저히 달라지자.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우리 자신을 찾아가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