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방마다 한 작품씩 영상물을 설치해 작품과 관람자간의 집중도를 높인 오용석 작가의 콜라주 영상 작품.
2 2층 주택의 구조를 그대로 살린 16번지의 외관.
3, 4 오용석 작가의 어릴적 사진을 꼴라주한 영상물에서 미세하게 움직이는 책이나 장난감 등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1970년대 우리나라 미술 시장은 작품 가격을 어떻게 책정해야 하는지, 어떻게 판매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너 나 할 것 없이 오로지 경제 성장만 부르짖던 시대에 예술을 팔겠다고 나선 화랑이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박명자 대표가 인사동에 문을 연 현대화랑이다. 당시만 해도 빛을 보지 못하던 박수근, 이중섭 등의 작가가 한국의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발돋움하는 데 큰 역할을 한 현대화랑은 우리나라 현대미술 시장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5년에는 사간동으로 자리를 옮기고 ‘갤러리 현대’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면서 당시 해외에서 이름을 떨치던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씨의 행위 예술을 국내에 처음 선보인 곳도 갤러리 현대다. 국내 작가의 전시뿐 아니라 장 미셸 바스키아, 데미안 허스트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해외 작가들의 전시도 선보였다. 2006년부터 어머니 박명자 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아 도형태 대표가 갤러리 현대의 경영을 맡고 있다. 뉴욕에서 회화와 미술사를 전공한 그는 아이디어가 참신한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갤러리 현대 뒷골목에 프로젝트 전시 공간 ‘16번지 Bungee’를 개관했다. ‘종로구 사간동 16번지’라는 주소에서 따온 이름이기도 하지만 번지점프의 ‘번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작가나 진취적인 신진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공간으로 선보이겠다는 의미다. 2층 주택의 구조를 그대로 살린 16번지는 다소 공간이 협소하지만 구획이 있는 공간을 활용한 전시를 선보이기에는 재미있는 공간이다. 개관전으로 미디어 아티스트 오용석 씨의 영상 작업물을 선보이는데, 사진과 영상을 이용해 콜라주 방식으로 작업한 작품은 16번지 공간을 잘 이용한 경우다. 방마다 영상물을 한 작품씩 설치해 집중도를 높였다. 과거와 현재, 허구와 사실이 공존하는 그의 영상은, 스틸 사진을 여러 겹 붙인 작업인가 하고 들여다보면 사진 속에 있는 장난감이 움직이기도 하고 벽에 붙은 포스터가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는 묘한 세계를 보여준다. 문의 02-722-3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