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살에 세 살 연하의 남자와 결혼한 이상은(가명) 씨는 시누이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대학교 1학년인 시누이와 이상은 씨는 ‘띠동갑’이었는데, 유난히 오빠를 따르던 시누이가 노골적으로 그를 괴롭혔던 것이다. 어린 시누이는 그를 “어이, 늙은 언니!” 하고 불렀다. 혹자는 귀엽고 친근한 표현으로 여기기도 했지만 이상은 씨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모욕적인 기분이었다. “오빠는 어쩌다 저런 아줌마를…” 하는 식의 혼잣말을 중얼거릴 땐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언제 한번 어린 시누이를 불러 앉혀놓고 혼쭐을 내주리라 벼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을 전해 들은 친정어머니는 펄쩍 뛰며 손사래를 쳤다. “띠동갑이 대수냐! 옛날에는 시누이를 업어서 키우는 일도 허다했다. 시누이와 관계가 틀어지면 남편도 시부모도 마음 돌리기 어려우니, 그리 알고 현명하게 처신해라.”
이상은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회유책을 택했다. 채찍을 쓸 수 없으니 당근을 쓰기로 한 것. 그날 이후 그는 스무 살짜리가 좋아할 만한 예쁜 물건에 칭찬, 소개팅까지 온갖 선심을 쏟아부으며 절대 아군이자 후원자를 자청했다. 3개월쯤 지나고 나니 시누이가 완전히 달라졌다. 때론 아이처럼 치대기도 하고 동생처럼 의지하기도 하며 그에게 확실한 윗사람 대접을 하게 된 것이다. 시누이를 어린아이로 생각하고 한없이 베푼 전략이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왼쪽) 임태규, ‘Woman&Woman #7’, 2008
사실 시누이는 시부모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다. 시부모야 내 부모려니 하고 모신다지만 시누이는 이전에 경험해본 적 없는 특이한 관계의 사람이다. 특히 이상은 씨의 경우처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시누이는 여간 어려운 상대가 아니다. 나이 많은 시누이 눈에는 어린 올케가 철딱서니 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것처럼 보일 게 뻔하고, 반대로 어린 시누이가 나이 든 올케를 보자면 고리타분하고 답답하게 여겨질 때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와 상관없이 시누이는 시댁 최고의 상전이다. 물론 시누이의 권력은 시부모라는 배경에서 나온다. 호가호위(狐假虎威: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리다)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권력의 실소유자인 시부모보다 부모의 권력을 등에 업은 시누이가 더 직접적이고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허세와 자신감에 기반을 둔 권력 행사인지라 거칠 게 없는 것이다. ‘제삼자’라는 허울을 핑계로 입바른 소리를 하거나 올케를 닦달하는 것도 시누이 자리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평소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던 사람도 일단 그 자리에 앉고 보면 그렇게 되고 만다. 올케가 혹시 우리 오빠나 남동생에게 잘못하지는 않을까, 우리 부모님을 소홀히 대하지는 않을까 눈에 불을 켜고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누이 눈은 보름달보다 밝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맥락에서, 시누이는 시부모와 며느리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시누이야말로 시부모를 조종할 수 있는 방향키인 것이다. 시누이가 딱히 올케 편에 서지는 않더라도 약간의 객관성만 유지해준다면 며느리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다를 바 없다. 특히 시어머니에 관한 한 시누이만큼 강력한 입김을 발휘하는 사람은 없다. 시누이의 한마디, “엄마, 올케한테 그러지 좀 마!”는 그야말로 든든한 응원과도 같다. 그러니 시누이의 호가호위를 너그럽게 허하고, 그 위세를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시집살이가 편안하다. 이때 나이 차가 많이 난다면 기술이 좀 필요하다. 나이가 어린 시누이는 본인에게 돌아오는 혜택과 공치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니 이상은 씨처럼 후원자가 되어 시누이 자신을 즐겁게 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선물, 용돈, 칭찬 등이 좋은 약이 된다. 그러나 버릇을 잘못 들이면 번번이 용돈이나 값비싼 선물을 요구할 수도 있으니 허용 범위에 대한 원칙을 분명하게 세워두는 것이 좋다.
반면에 나이가 많은 시누이의 관심사는 주로 올케가 부모님을 잘 모시고 있나, 내 동생 뒷바라지는 잘하고 있나 하는 본질적인 문제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러니 그 부분이 부각되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남편에게 뭘 해 먹이고 있는지, 시부모 용돈은 어떻게 드리고 있는지 등을 시시콜콜 얘기해서 올케의 수고를 시누이가 충분히 알게 하는 것이 좋다. 시부모에게 선물을 할 때도 시누이에게 미리 의논하는 것이 좋고, 집안 경조사에도 시누이를 동참시키는 것이 점수를 따는 방법이다.
권위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권위를 인정해주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나이를 불문하고 시누이가 올케보다 상전이라면 스스로 상전임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시누이와 올케 관계 역시 작은 것을 내주고 큰 것을 취하는 인간관계의 큰 틀 안에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이상은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회유책을 택했다. 채찍을 쓸 수 없으니 당근을 쓰기로 한 것. 그날 이후 그는 스무 살짜리가 좋아할 만한 예쁜 물건에 칭찬, 소개팅까지 온갖 선심을 쏟아부으며 절대 아군이자 후원자를 자청했다. 3개월쯤 지나고 나니 시누이가 완전히 달라졌다. 때론 아이처럼 치대기도 하고 동생처럼 의지하기도 하며 그에게 확실한 윗사람 대접을 하게 된 것이다. 시누이를 어린아이로 생각하고 한없이 베푼 전략이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왼쪽) 임태규, ‘Woman&Woman #7’, 2008
사실 시누이는 시부모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다. 시부모야 내 부모려니 하고 모신다지만 시누이는 이전에 경험해본 적 없는 특이한 관계의 사람이다. 특히 이상은 씨의 경우처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시누이는 여간 어려운 상대가 아니다. 나이 많은 시누이 눈에는 어린 올케가 철딱서니 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것처럼 보일 게 뻔하고, 반대로 어린 시누이가 나이 든 올케를 보자면 고리타분하고 답답하게 여겨질 때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와 상관없이 시누이는 시댁 최고의 상전이다. 물론 시누이의 권력은 시부모라는 배경에서 나온다. 호가호위(狐假虎威: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리다)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권력의 실소유자인 시부모보다 부모의 권력을 등에 업은 시누이가 더 직접적이고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허세와 자신감에 기반을 둔 권력 행사인지라 거칠 게 없는 것이다. ‘제삼자’라는 허울을 핑계로 입바른 소리를 하거나 올케를 닦달하는 것도 시누이 자리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평소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던 사람도 일단 그 자리에 앉고 보면 그렇게 되고 만다. 올케가 혹시 우리 오빠나 남동생에게 잘못하지는 않을까, 우리 부모님을 소홀히 대하지는 않을까 눈에 불을 켜고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누이 눈은 보름달보다 밝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맥락에서, 시누이는 시부모와 며느리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시누이야말로 시부모를 조종할 수 있는 방향키인 것이다. 시누이가 딱히 올케 편에 서지는 않더라도 약간의 객관성만 유지해준다면 며느리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다를 바 없다. 특히 시어머니에 관한 한 시누이만큼 강력한 입김을 발휘하는 사람은 없다. 시누이의 한마디, “엄마, 올케한테 그러지 좀 마!”는 그야말로 든든한 응원과도 같다. 그러니 시누이의 호가호위를 너그럽게 허하고, 그 위세를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시집살이가 편안하다. 이때 나이 차가 많이 난다면 기술이 좀 필요하다. 나이가 어린 시누이는 본인에게 돌아오는 혜택과 공치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니 이상은 씨처럼 후원자가 되어 시누이 자신을 즐겁게 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선물, 용돈, 칭찬 등이 좋은 약이 된다. 그러나 버릇을 잘못 들이면 번번이 용돈이나 값비싼 선물을 요구할 수도 있으니 허용 범위에 대한 원칙을 분명하게 세워두는 것이 좋다.
반면에 나이가 많은 시누이의 관심사는 주로 올케가 부모님을 잘 모시고 있나, 내 동생 뒷바라지는 잘하고 있나 하는 본질적인 문제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러니 그 부분이 부각되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남편에게 뭘 해 먹이고 있는지, 시부모 용돈은 어떻게 드리고 있는지 등을 시시콜콜 얘기해서 올케의 수고를 시누이가 충분히 알게 하는 것이 좋다. 시부모에게 선물을 할 때도 시누이에게 미리 의논하는 것이 좋고, 집안 경조사에도 시누이를 동참시키는 것이 점수를 따는 방법이다.
권위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권위를 인정해주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나이를 불문하고 시누이가 올케보다 상전이라면 스스로 상전임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시누이와 올케 관계 역시 작은 것을 내주고 큰 것을 취하는 인간관계의 큰 틀 안에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