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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도 미술을 전공하고 진로를 바꿔 규방 공예를 했어요. 대학 시절 언니가 만든 전통 소품들을 보는데 갑자기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때부터였어요. 동양화를 전공하면서도 전통이라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적이 없었는데, 그때 그 버선이 저를 밤새 설레게 했지요. 스무 살, 우리 것의 아름다움에 눈뜨게 한 첫 명품이었어요.” 단지 예뻐서 언니처럼 버선을 짓다 문득 다른 요소를 넣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먼저 버선을 그리고, 그다음 좀 더 욕심내어 붓을 바늘 삼아 모란꽃과 나비 수를 놓았다. 바로 그것이 그의 첫 번째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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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표지의 원본 이미지. ‘상상, 그녀의 컬렉션-버선’, 30×30cm, 장지에 채색, 2008‘
(오른쪽) 보물찾기 3’, 50×50cm, 장지에 채색, 2009
오늘도 한 땀 한 땀, 버선을 짓지요
그의 작품은 하이퍼리얼리즘 hyperrealism(극사실주의)의 일종이다. 하이퍼리얼리즘은 일상 속, 눈앞의 생생한 이미지를 사실화한 것으로 특히 팝아트의 강력한 영향으로 일어난 운동이다. 동양화 재료를 쓰지만 현대적인 소재나 주제를 묘사한 서보람 씨의 작품은 세필을 사용해 무척 정교하다. 마치 사진처럼, 팝아트처럼 느껴지는 사실적인 작품으로 동서양화의 구분조차 모호하다. 가루의 성질을 띠는 분채 물감을 사용하는데, 분채에 아교를 섞어 개면 마치 아이섀도처럼 고체화되어 종이에 그려도 색이 분명하게 나온다. 맑은 색감을 좋아해 동화책을 즐겨 보는 그는 동화책에서 작업 영감을 받곤 한다. 그림으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데이비드 위즈너,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는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의 작품을 보며 언젠간 꼭 동화책을 써보고 싶다는 여문 꿈을 보탠다. 그러고 보니 작품이 참 맑다. 또 작품을 구매하는 컬렉터도 상당히 다양하다. 어떤 이는 아이 방에 둘 거라 말하며 ‘곰돌이’를, 어떤 이는 아내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서랍’을 보자고 말한다. ‘그 샤넬 고무신’ ‘그 구찌 버선’ 이렇게 브랜드명으로 부를 때도 있다. 지난 10월 두 번째 개인전 <보물찾기>전에서 선보인 최근 작품들은 낡고 오래된 전통 가구에서 비밀의 공간을 찾아낸다. 앨리스의 비밀의 통로와 같은 ‘서랍’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밖으로 터져 나오는 꿈만 같은 상상의 찰나. 역사와 전통이 깊은 것일수록 지니고 있는 이야기가 가득할 것이라는 상상에서 비롯된다. “우리 전통은 시각적인 것, 색감도 예쁘지만 그것 못지않게 이야기도 채워져 있어요. 복주머니라니요!” 주머니 안에떻게 ‘복’이 들어 있을까 한동안 상상했다는 그녀.
동네를 뛰어다니며 고무줄놀이 대신 벽화를 그렸던 꼬마 서보람. 어느새 시간의 벽은 허물어지고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의 연인이 되어 한 땀 한 땀 예쁘게 수를 놓고 있다. 아직도 수줍은 소녀 같은 그가 맑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2010년은 왠지 시작부터 큰 복이 들어올 것 같아요. 새해부터 ‘운수대통’ 입니다” 
화가 서보람 씨는 영남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2007년 대구 미술대전 특선을 수상. 2008년 첫 개인전
문의 오엠아트(070-8157-6280, omarthous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