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천아트플랫폼에서 가장 오래된 구 일본우선주식회사 건물.
2 갤러리로 사용하고 있는 구 대한통운 창고의 내부.
3 구 삼우인쇄소와 연결된 모던한 내부의 갤러리.
4 구 대한통운 창고 내부의 공연장.유일하게 검은색 인테리어다.
근대 개항 시기 일본 문화의 흔적이 남은 건축물로 지역색이 독특한 해안동은 도시의 일부이면서도 독립적 정체성을 갖고 인천아트플랫폼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중 1888년에 지은 구 일본우선주식회사 건물은 인천아트플랫폼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인천시 등록문화재 248호다. 최근까지도 업무용 건물로 사용한 높은 층고, 목재가 썩지 않도록 뚫은 환기구가 설치된 바닥, 박공 형태의 천장이 일본 건축물의 특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 건물은 다양한 예술 장르의 정보 저장 서가로 그 역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1902년에 지은 구 삼우인쇄소건물은 붉은 벽돌 벽에 기와지붕을 얹은 주상 복합 형태로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두 번째로 오래된 건물이다. 창고를 제외한 2층형 점포 건물로는 드물게 남아 있는 경우다. 현재 인천아트플랫폼의 교육관으로 사용하는 이 건물은 바로 옆에 자리한 통유리 마감의 모던한 전시 공간과 연결되어 현대와 근대를 한걸음에 오가는 묘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1933년, 해안동 창고로 사용하던 이 건물은 한때 인천 지역 예술가들이 작업 공간을 꾸려 둥지를 틀고 ‘피카소 작업실’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기도 했던 곳이다. 그 시절 예술가들이 아직도 작업을 하고 있을 것만 같은 ‘피카소 작업실’에는 인천아트플랫폼의 입주 작가들이 모여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붉은 벽돌과 노란 목재 문의 조화가 인상적인 대한통운 창고는 1948년에 지은 곡물 저장고다. 최근까지도 사용했다는 대한통운 창고는 현재 복층 구조의 전시장과 공연장으로 진화했다. 서까래를 그대로 살린 천장과 벽돌 틈새로 비집고 난 이름 모를 잡초, 오래도록 바람에 쓸리고 닳은 노란 대문이 옛 정취를 느끼게 한다.기존 시설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기능 보완을 위해 리모델링한 인천아트플랫폼은 건축가 황순우 씨(바인건축 대표)가 작업을 맡았다. 비움과 채움, 기억과 향유, 소통을 콘셉트로 유리를 덧대어 과거 흔적을 투영시키고 공간들 사이에 복도와 다리를 설치해 건물과 건물을 연결했다.
5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구 대한통운 창고 외관.
6 도예 작가 박수현 씨의 오브제와 그릇 작품.
인천아트플랫폼은 공모를 통해 입주 작가 31명을 선정했다. 회화, 동양화, 조각, 사진, 공예 등 시각예술 분야뿐 아니라 전시 기획, 비평, 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은 활동 실적과 예술적 전문성, 작가들 간의 협력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2009년 입주 작가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미술원장을 역임한 오경환 씨,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현대사진 60년전 운영위원장을 역임한 김영수 씨와 국제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주영, 전소정, 박상희 씨 등. 이들 젊은 작가와 중견 작가들이 서로 교류하며 오픈 스튜디오의 특성을 살려 관람객이 예술가의 공간을 방문함으로써 작가와 관람객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개관전으로 국제 사진전 <다시 개항>전이 구 대한통운 창고와 구 삼우인쇄소 건물에서 열리고 있다. 11월 30일까지. 문의 032-760-1000
도예 작가 박수현 씨
흙을 이용한 오브제 작업, 테이블웨어 작업을 선보이는 박수현 씨는 대학원 동기 고민정 씨와 함께 스튜디오를 사용한다. 투박하지만 손맛이 느껴지는 테이블웨어나 슈퍼맨, 원더우먼 등 시대 영웅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작업이 눈에 띈다. “도자를 전공하고 어반아트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다 다시 작업을 하고 싶어 이곳에 오게 되었어요. 회화 작가는 보통 3개월 계약하고 입주하는데 공예 작가는 일 년 동안 작업 공간을 지원해줘요. 가마와 물레 등 장비가 많다 보니 공간을 꾸리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인천아트플랫폼에서 평론가들의 비평을 받으며 예술적 자극을 받거나, 옆집처럼 붙어 있는 다른 작가의 공간을 드나들며 소통할 수 있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오픈 스튜디오 기간에는 큐레이터와 평론가들이 자유롭게 작가의 공간을 방문하고 작품을 공개해요. 인천아트플랫폼의 오픈 스튜디오를 통해 작가와 갤러리 간에 더 많은 교류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돼요. 저희 작업실은 전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지나다니는 관람객이 특히 호기심을 갖는 것 같아요. 이런 장점을 살려 관람객과 소통함으로써 앞으로 한국식 테이블웨어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나가면 좋을지도 함께 토의해볼 생각이에요.”
회화 작가 박상희 씨
한국 사람만의 생각이 간판에 담겨 있다고 여겨 간판에 관심을 갖게 된 박상희 씨. 벌떼클럽, 안마시술소 등 한국 사람끼리만 통하는 간판 내용이 재미있어 간판 작업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간판의 시트지 작업처럼 화판에 시트지를 얹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려 부분부분을 커팅해 완성한 작품은 어두운 밤 흔들린 카메라 촬영을 한 듯한 효과나 컴퓨터로 작업한 듯한 일러스트적인 느낌을 준다. “어릴 적 인천에서 자라 인천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었어요. 2~3년 전 해안동이 재개발되면서 복합 예술 문화 단지가 들어서는데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입주 작가를 뽑는다는 소식을 들었죠. 작가에겐 아무래도 작업 공간을 무상으로 지원해준다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죠. 갤러리가 사적인 공간이라면, 인천아트플랫폼은 예술가가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한다거나 워크숍 등 사회 공헌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보람도 느낄 것 같아요. 또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이웃해 있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고, 무엇보다 공간이 주는 정서적 면을 무시할 수가 없어요. 역사적 건물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감동이나 산책을 하며 주변의 근대 개항기 흔적을 보며 느끼는 감흥이 작업에 큰 활력소가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