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관한 콩트
2012년 10월의 어느 날, D 여사의 일기
그해 가을 친정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폐암 진단을 받으시고 몇 년간 투병 생활을 하다가 세상을 떠나신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나는 갈피를 잡지 못하였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물 먹은 스펀지처럼 축축 늘어졌고 갈피를 잡지 못했다. 자꾸만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렸다. 누구라도 종국에는 소중한 가족도, 고생하며 모은 재산도 가져가지 못하는구나…. ‘인생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하니 여태까지 내 뜻대로 살아오지 못한 삶이 후회스럽기만 했다. ‘이렇게 살아 무엇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숙면을 이루지 못하였고, 자리에 누워 있고만 싶었다. 그런 나에게 한 친구가 우울증에 관한 글 모음과 인터넷 강의 프로그램을 주면서 살펴보라고 권했다.
“우울증을 흔히들 ‘마음의 감기’라고 비유합니다. 이것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보편적이고 흔한 질환이며, 증상이 심하더라도 적절히 관리하고 치료하면 결국에는 좋아진다는 공통점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우울증은 5~6명에 한 명 정도가 평생에 한 번 앓는 흔한 정신질환입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범위의 우울증, 또는 증상으로서의 우울증까지 따져본다면 어쩌면 감기보다 더 흔하고 자주 겪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전문의이자 성균관대학교 교수인 윤세창 교수의 글 ‘우울증 이겨내기’ 중)
“우울증에 자주 빠지는 사람들은 완벽주의자인 경우가 흔하고 만사를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인지 치료나 정신 치료도 도움이 됩니다. 다른 원인보다는 계절적인 경향이 뚜렷한 사람에게는 빛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우울증은 치료하면 증상이 좋아지며 치료하면 낫는 병입니다.”(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전문의이자 서울대학교 류인균 교수의 글 ‘가을철 우울증’ 중)
“살면서 적절히 표현되지 못하거나 억압된 감정들이 탈출 장소를 찾지 못하면 방향을 바꾸어서 신체 질환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것은 비난받을 일도, 손가락질받을 일도 아닙니다. 다만 그런 감정들을 적당하게 탈출시켜주지 않으면 온갖 종류의 통증이나 장애, 만성질환을 유발해 우울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합니다. 불면증과 우울증을 함께 예방하는 명상을 해보겠습니다.”(유나방송 <마음을 펴는 요가> 2007년 8월 10일 방송 중에서 정목 스님 말씀)
친구가 준 자료 가운데 있던 자가 진단서를 체크해보았다. 나는 우울증 증상으로 제시된 10여 가지 항목에 대부분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블루터치’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자가 진단을 해보았다. 마찬가지였다.
자료 속에 들어 있던 영화 <굿 윌 헌팅>의 테이프를 틀었다. 고아로 태어나 몇 번의 입양과 입양 취소를 겪으면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천재 청년 윌(맷 데이먼)이 어느 심리학자(로빈 윌리엄스)의 애정 어린 관심 속에서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이 담긴 영화였다. 한 사람의 재능이 어떻게 쓰이게 되는지는 정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나의 ‘마음 클리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괜한 두려움 때문에 정신과 상담을 망설였지만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 용기를 내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고, 정신과 문을 두드렸다.
우울증 자가 검진
아래 항목들은 지난 일주일 동안의 당신의 상태에 대한 질문입니다. 그와 같은 일들이 지난 일주일 동안 얼마나 자주 일어났는지 해당 번호에 동그라미로 표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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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자가 진단
21점 이하 : 정상 범주입니다.
21~24점 : 우울증이 의심됩니다.
25점 이상 : 전문가 상담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