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 밀라노 예술의 전당에서 선보인 <센스 오브 와인> 전.
지난해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특별 기획관 ‘살롱 드 리빙 아트’ 전시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이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럭셔리의 가치와 의미를 생활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찾아보자는 의도.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살롱 드 리빙 아트 전시는 이탈리아 건축가 마라 세르베토 Mara Servetto와 함께한다. 마라 세르베토는 지난해 서울디자인올림피아드와 국회 공공 디자인 포럼 등에 초청되어 강연을 했던 인물로 현재 이코 밀리오레 Ico Migliore와 함께 ‘밀리오레 세르베토 건축사무소(M+S 건축사무소)를 이끌고 있다. M+S 건축사무소는 25명의 국제적인 디자이너와 건축가로 구성된 집단으로 건축・전시 기획・인테리어 디자인・그래픽・CI 등을 전문으로 한다. 특히 전시 기획과 인테리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막스마라, 보피, 페라리, <뉴욕타임즈>, <월페이퍼> 등 유수의 세계적인 디자인 관련 기업들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08년에는 이탈리아 토리노의 도시 환경 프로젝트 ‘룩 오브 더 시티 Look of the City’로 이탈리아 최고의 디자인 상인 황금 콤파소(Compasso d’Ore)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 베이징과 상하이를 연결하는 고속열차 봄바디어 론칭과 관련한 전시로 월페이퍼와 공동작.
이번 서울리빙디자인페어의 테마 ‘그린 스타일’과 살롱 드 리빙 아트 특별 기획관의 대전제 ‘럭셔리’를 화두로 마라 세르베토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행복> 먼저 당신이 생각하는 ‘럭셔리’와 ‘그린 스타일’은 무엇인지 듣고 싶다. <마라 세르베토>(이하 마라) ‘에코’라는 것은 매우 복잡한 개념이다. 단순히 에너지 유형이나 재활용・친환경적인 자원의 사용만으로는 정의할 수 없다. 에코는 생명의 존엄성을 기반으로 하는 다차원적인 개념이다. ‘럭셔리’란 반드시 경제적인 것과 결부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럭셔리는 물질의 세계에서 경험의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나 만족감을 얻는 일, 특별한 경험 따위를 들 수 있다. 즉 럭셔리는 감각과 내면의 감성을 채우는 풍요로움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인 차원의 ‘나눔’을 들 수 있다. 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에코 개념을 표현하고자 ‘관계’에 주목했다. 전시의 오브제들은 각각 독립적인 존재인 동시에 오브제와 오브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오브제 간의 풍요로운 관계를 의도했다. 이를 공간적으로 풀어내고자 선택한 것이 ‘광장’의 개념이고 구조적인 테마로 선택한 것이 ‘이탈리아 정원’이다.
4 토리노 시의 도시 환경 프로젝트 ‘룩 오브 더 시티’.
<행복> 당신이 말하는 광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마라> 광장이란 사람들이 만나서 관계를 맺어가는 곳이다. 광장은 한 도시를 알아가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도시의 광장은 ‘만남’과 ‘소통’을 위한 이상적인 장소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시에서의 만남이 광장에서 번잡한 쇼핑몰이나 화려한 실내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도시의 중심 역할을 하는 장소로서 광장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장은 도시 디자인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고, 광장의 능력이 커나갈 수 있도록 세워야 한다. 광장은 개인적인 공간이 될 수 있을뿐더러 사람들의 삶의 역사로 채워질 수 있다.
5 M+S 건축사무소의 마라 세르베토와 이코 밀리오레.
<행복> 이번 전시의 구조적인 콘셉트를 이탈리아 정원에서 찾은 이유가 궁금하다. <마라> 이탈리아 정원은 무기물과 자연의 요소를 활용한 일종의 건축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다양한 은유가 담겨 있다. 정원은 자연의 모습뿐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 자연과 자연의 관계를 보여주고 그 관계를 새롭게 하고자 디자인한 공간이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정원은 설치 미술이나 예술 무대를 떠올리게 한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비밀 정원의 모습으로 상징과 마법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나는 이번 전시에서 이탈리아적인 특성을 암시하기 위해 강조하려는 부분에 빛을 활용할 것이다.
<행복> 이번 전시에서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하길 바라나? <마라> 의도적으로 동선을 유도해 ‘경험’의 기회를 만들 것이다. 이탈리아적 특성을 보여주는 것 이외에 ‘빛’을 이용해 자연과 어우러지는 인간의 관계성을 발견하고 경험하게 하고자 한다. 의도적으로 설계한 동선은 공간에서의 시간을 확장하고 환경과의 조화를 인식하게 할 것이다.
1, 2 잡지 <월페이퍼>, 패션 브랜드 ‘호간’과 함께 도시를 주제로 한 전시 <어번어딕션 >.
3 기획, 리모델링, 가구 및 조명 디자인, CI와 웹사이트 디자인까지 모두 M+S 건축사무소에서 진행한 레지던스 ‘데수이트’ .
4, 6 패션 브랜드 ‘막스마라’의 55년사 기념 전시 <코트>. 세계 순회 전시 중이다.
<행복> 건축물은 지속적으로 존재하지만 전시 디자인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체된다. 건축가에게 전시 디자인은 어떤 의미인가? <마라> 일정 기간 동안만 존재하는 프로젝트는 유일무이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레오나르도의 건축에서 20세기 아방가르드 예술까지, 르코르뷔지에, 찰스 임스 부부부터 카스틸리오니 형제에 이르기까지 전시 프로젝트는 언제나 혁신과 새로운 생각을 주장하는 기회가 되어왔다. 전시 작업은 특정 기간의 건축이다. 전통적인 건축과 다른 점은 보호와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며 내부와 외부, 상부와 하부의 공간 구분이 없다는 점이다.
5 아르마니 시어터에서 열렸던 사진 전시.
7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살롱 드 리빙 아트’ 관에서 선보일 그린 스타일 전시 관련 스케치.
<행복> 당신의 작업 중 스스로 대표작을 뽑는다면? <마라> 언제나 현재 하고 있는 작업을 가장 완성도 있는 작업이라 여기지만, 굳이 꼽으라면 이탈로 루피 Italo Lupi(이탈리아의 거장 그래픽 디자이너)와 함께 2008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위해 2006년에 설치했던 도시 환경 프로젝트 ‘룩 오브 더 시티’가 아닐까 한다. 단지 프로젝트의 규모가 크거나 잘 알려진 면 때문이 아니라, 그 활용성과 유용성 때문에 이 디자인 오브제들을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철거하지 않고 이용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마라 세르베토가 이끌고 있는 M+S 건축사무소는 한국에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지난해 가을 한국에 사무소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