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연예 프로그램에 신혼인 연예인 P 씨가 나왔다. 촬영이 끝나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이 현관에 촛불로 하트를 만들어놓고 집 안 곳곳을 다양한 풍선과 촛불로 장식해 맞이하더란다. 이런 이벤트는 지금까지 자신이 연기한 드라마에서도 종종 겪어봤지만 그때만큼은 감회가 남달랐다고, 행복했노라고 수줍게 자랑을 한다. 함께 출연한 L 씨 역시 신혼인데, 무뚝뚝한 남편과 사는 자신과 P 씨를 비교해 부러워하자 패널로 나온 개그맨들이 우스갯소리를 보탠다.
“마룻바닥에 오랜 시간 떨어진 촛농 치우느라 고생 좀 하셨겠네요.”
“요즘 이벤트 상품은 돈 더 주면 치워주고 간다던데….”
실제로 그날 늦은 시간까지 P 씨 부부는 마룻바닥을 닦아내고 풍선과 리본을 치우느라 고생 좀 했단다. 자신이 나온 드라마 속 로맨틱한 풍경과 현실은 좀 다르더라며 웃는다. 현실 속 이벤트는 ‘셀프서비스’였던 것이다.
누구나 삶의 이벤트를 꿈꾼다. 일상이 평범해 보이지 않는 스타도 이렇게 감동하는데, 하물며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쳇바퀴 돌듯 사는 평범한 우리는 더욱 그렇다. 누군가에게 내 자신이 특별해지는 시간이며, 두고두고 자랑하고 싶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그런 소중한 경험이니까.
우리에게도 ‘셀프서비스’일지언정, 촛농을 밤새 닦아도 행복해할 풋풋함과, 배우자의 무모한 이벤트에도 과장된 몸짓으로 놀라워해줄 수 있는 여우 꼬리 몇 개는 분명 어딘가 남아 있을 텐데…. 부부의 로맨스가 아이들 일로 뒷전에 떠밀리면서 노력도 감동도 시들해져간다. 모든 ‘애프터서비스’가 그렇듯, 이벤트의 사후관리도 고객만족도가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마음 있는 남편들도 드라마나 다양한 정보력으로 이미 눈높이가 높아진 아내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힘에 부치지 않을까 싶다.
요즘 유명한 TV 광고에서 생일을 모르고 지나간 남편에게 화가 난 주부가 애꿎은 그릇에 화풀이하는 걸 보았다. 그다음 드는 생각. 그녀는 남편 생일에 어떤 이벤트를 해줬을까? 남편과 근사한 식사를 할 돈으로 아이들 간식과 학원비에 쓰지는 않았을까?
내가 아는 어느 부부는 아예 서로 주고받지 말자며 ‘기념일 무시 조항’을 합의한 경우도 봤다. 그렇게 쿨(!)하게 마음먹지 않을 바에야, 부부 사이에서도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도 있는 법이다. 살아보니 내 남편은 자상한 사람이지만 이벤트나 선물 챙기는 것에 서툴렀다. 서운해할 바에는 내가 그쪽에 더 재능이 있는 것 같아 먼저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의 노래나 일상의 목소리를, 남편이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테이프에 담아 선물하거나, 평소 만나기 힘든 학창 시절 친구들을 불러 모아 파티를 해준다거나, 권태기가 오는 것 같던 시기, 신혼여행에서 찍은 행복한 사진들을 모아 영상 편지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고민하기 싫다고 남들이 만들어놓은 이벤트 상품으로 간단히 해결하자니 뭔가 소중한 걸 겉치레로 놓치는 기분이 들었다. 부부는 닮는다는 게 외모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 걸 깨달았다. 단 몇 번이라도 아내가 기념일을 고민하고 챙겨준다면, 남편도 닮아간다. 어느새 아이도 닮아간다. 아이는 부부의 이벤트에 적극적인 조력자가 될 수 있다. 특별한 날,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함께 고민할 줄도 안다. 아이는 자신이 어느 날은 엄마를, 또 어느 날은 아빠를 놀라게 해줄 비밀의 ‘서프라이즈 깍두기’가 됐다는 데 신이 나서 부부보다 열심히 이벤트를 기획하게 된다.
‘휴일 가뭄’인 밋밋한 2009년 달력을 앞에 두고 아이들과 남편과 둘러앉아 화려하게 달력 리폼을 해보는 건 어떨까. 색색의 펜으로 선명하게 그려나가는 건 필수다. 미리 계획을 세우고 아이디어를 모으다 보면 설사 이루어지기 힘들더라도 일상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후배님들! 남편과의 세월을 성실하게 채우고 차곡차곡 쌓다 보면 기념일의 참맛을 알게 될 거예요. 다른 누구의 손에 맡겨진 유행이 된 그저 그런 이벤트도 아니고, 그래서 정작 소중한 걸 빼먹는 과시용 이벤트도 아니고, 가족 모두의 ‘축제’가 되는 그런 ‘기념일’. 그렇게 된다면 내 안의 ‘여우 감성’도, 그 안의 ‘로맨틱 가이 감성’도 스멀스멀 다시 올라오게 되는 법이오!” 
“마룻바닥에 오랜 시간 떨어진 촛농 치우느라 고생 좀 하셨겠네요.”
“요즘 이벤트 상품은 돈 더 주면 치워주고 간다던데….”
실제로 그날 늦은 시간까지 P 씨 부부는 마룻바닥을 닦아내고 풍선과 리본을 치우느라 고생 좀 했단다. 자신이 나온 드라마 속 로맨틱한 풍경과 현실은 좀 다르더라며 웃는다. 현실 속 이벤트는 ‘셀프서비스’였던 것이다.
누구나 삶의 이벤트를 꿈꾼다. 일상이 평범해 보이지 않는 스타도 이렇게 감동하는데, 하물며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쳇바퀴 돌듯 사는 평범한 우리는 더욱 그렇다. 누군가에게 내 자신이 특별해지는 시간이며, 두고두고 자랑하고 싶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그런 소중한 경험이니까.
우리에게도 ‘셀프서비스’일지언정, 촛농을 밤새 닦아도 행복해할 풋풋함과, 배우자의 무모한 이벤트에도 과장된 몸짓으로 놀라워해줄 수 있는 여우 꼬리 몇 개는 분명 어딘가 남아 있을 텐데…. 부부의 로맨스가 아이들 일로 뒷전에 떠밀리면서 노력도 감동도 시들해져간다. 모든 ‘애프터서비스’가 그렇듯, 이벤트의 사후관리도 고객만족도가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마음 있는 남편들도 드라마나 다양한 정보력으로 이미 눈높이가 높아진 아내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힘에 부치지 않을까 싶다.
요즘 유명한 TV 광고에서 생일을 모르고 지나간 남편에게 화가 난 주부가 애꿎은 그릇에 화풀이하는 걸 보았다. 그다음 드는 생각. 그녀는 남편 생일에 어떤 이벤트를 해줬을까? 남편과 근사한 식사를 할 돈으로 아이들 간식과 학원비에 쓰지는 않았을까?
내가 아는 어느 부부는 아예 서로 주고받지 말자며 ‘기념일 무시 조항’을 합의한 경우도 봤다. 그렇게 쿨(!)하게 마음먹지 않을 바에야, 부부 사이에서도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도 있는 법이다. 살아보니 내 남편은 자상한 사람이지만 이벤트나 선물 챙기는 것에 서툴렀다. 서운해할 바에는 내가 그쪽에 더 재능이 있는 것 같아 먼저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의 노래나 일상의 목소리를, 남편이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테이프에 담아 선물하거나, 평소 만나기 힘든 학창 시절 친구들을 불러 모아 파티를 해준다거나, 권태기가 오는 것 같던 시기, 신혼여행에서 찍은 행복한 사진들을 모아 영상 편지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고민하기 싫다고 남들이 만들어놓은 이벤트 상품으로 간단히 해결하자니 뭔가 소중한 걸 겉치레로 놓치는 기분이 들었다. 부부는 닮는다는 게 외모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 걸 깨달았다. 단 몇 번이라도 아내가 기념일을 고민하고 챙겨준다면, 남편도 닮아간다. 어느새 아이도 닮아간다. 아이는 부부의 이벤트에 적극적인 조력자가 될 수 있다. 특별한 날,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함께 고민할 줄도 안다. 아이는 자신이 어느 날은 엄마를, 또 어느 날은 아빠를 놀라게 해줄 비밀의 ‘서프라이즈 깍두기’가 됐다는 데 신이 나서 부부보다 열심히 이벤트를 기획하게 된다.
‘휴일 가뭄’인 밋밋한 2009년 달력을 앞에 두고 아이들과 남편과 둘러앉아 화려하게 달력 리폼을 해보는 건 어떨까. 색색의 펜으로 선명하게 그려나가는 건 필수다. 미리 계획을 세우고 아이디어를 모으다 보면 설사 이루어지기 힘들더라도 일상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후배님들! 남편과의 세월을 성실하게 채우고 차곡차곡 쌓다 보면 기념일의 참맛을 알게 될 거예요. 다른 누구의 손에 맡겨진 유행이 된 그저 그런 이벤트도 아니고, 그래서 정작 소중한 걸 빼먹는 과시용 이벤트도 아니고, 가족 모두의 ‘축제’가 되는 그런 ‘기념일’. 그렇게 된다면 내 안의 ‘여우 감성’도, 그 안의 ‘로맨틱 가이 감성’도 스멀스멀 다시 올라오게 되는 법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