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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아이디어 우리 가족의 크리스마스트리 이야기
어떤 이들은 크리스마스트리가 에덴동산에 있던 낙원의 나무를 상징한다고 말한다.혹자는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전나무 한 그루를 가져와 별 모형과 촛불을 달기 시작한 것이 그 기원이라 말한다. 무엇이 정설이든 간에 그 안에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담겨 있다. 가족의 사랑과 추억,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났다.



폴 솅크 씨 가족은 중동에서도 잠깐 거주했었는데, 무슬림 국가인 그곳에서는 세계적인 축제인 크리스마스를 보통의 날과 동일하게 여기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도 있다. 두바이에서 구입한 낙타 그림이 새겨진 오너먼트를 볼 때마다 중동에서 보낸 그 몇 번의 힘겨웠던 크리스마스가 자연스레 떠올라 현재의 삶에 더욱 감사하며 보내게 된단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조리부 이사 폴 솅크 씨
우리 가족의 추억을 담은 여행 일기장
10월 말, 아직 크리스마스트리가 등장하기에는 좀 이른 시점. 특별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는 집을 수소문하고 있을 때 한 지인으로부터 반가운 응답을 받았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조리부 이사 폴 솅크 Paul Schenk씨네 집에 아주 스페셜한 트리가 있다는 것. 반신반의하던 차에 폴 솅크 씨로부터 짤막한 메일을 받았는데, 그것은 기자에게 강한 확신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우리 집에는 정말 특별한 트리가 있습니다. 그린 컬러의 전형적인 모양이지만, 트리에 단 오너먼트 하나하나에 우리 가족만의 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딱 우리 가족을 위한 촬영이군요.” 얼마 전 한남동 빌라로 삶의 터전을 옮긴 폴 솅크 씨 가족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바로 거기서 폴 솅크가 호언장담했던 특별한 트리를 만났다. 그의 어린 자녀들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함께 모아온 오너먼트들. 무수히 많은 오너먼트를 한자리에 등장시키기 위해서는 역시 큰 나무가 필요했던 걸까. 트리는 천장을 치고 올라갈 듯 곧게 뻗은, 초록빛의 풍채 좋은 모습이었다. 트리에 달린 각각의 오너먼트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기 전, 그는 수줍은 듯 고백했다. “저와 아내는 모두 호주인이기 때문에 사실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는 한국에 와서야 처음 경험했답니다. 호주에서는 크리스마스 때도 한여름 날씨로 너무 덥기 때문에 무언가 특별한 이벤트를 하기가 참 힘듭니다. 제가 어렸을 때, 학교 교과서에서 유럽이나 아메리카, 아시아 국가에서는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를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부르며 그날을 몹시 기다린다고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부터 제게도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결국 이렇게 이뤄졌습니다.”

(위) 호주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 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 식탁에 쿠키와 우유, 당근을 차려놓는다. 직접 구운 쿠키와 우유는 산타 할아버지의 야식, 당근은 힘써 달려온 사슴을 위한 간식이라고. 다음 날 아침 아이들이 깨기 전, 부모들이 음식을 대신 먹고 부스러기만 남겨놓으면 아이들은 식탁 위에 남은 음식을 보고 산타와 사슴이 먹고 갔다며 뿌듯해한다.


1 부부의 귀띔에 따르면 크리스마스트리용 오너먼트는 대개 사이즈가 크지 않기 때문에 여행 중에도 부담 없이 수집할 수 있다고. 가족 여행 중 파리에서 구입한 눈 덮인 에펠탑이 새겨진 오너먼트, 기모노를 걸친 일본 산타 등에 가족들은 트리 앞에만 서면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2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때 온 가족이 모여 즐겨 먹는 초콜릿 케이크 구겔호프 Gugelhopf와 다이닝 테이블 위의 깜짝 이벤트 본본 Bon Bon. 특히 본본은 호주, 유럽, 아메리카 등에서 크리스마스에 즐기는 이벤트로 양쪽 끝에 달린 종이 끈을 두 사람이 당기며 즐기는 일종의 게임이다. 가운데에는 깜짝 선물이 담겨 있기도 하는데, 대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고취시켜주는 모자나 왕관 같은 것이 숨겨져 있다. 식사하기 전, 사람들은 본본에서 나온 모자나 왕관을 어른 아이할 것 없이 모두 직접 써보며 흥겨운 시간을 보낸다. 최근에는 한국에도 이러한 서양의 크리스마스 놀이 문화가 전해져 반디앤루이스에서도 본본을 판매한다.


직업상 이 나라 저 나라를 몇 년 단위로 돌아다니며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그의 삶에도 적잖은 고단함이 배어 있겠건만, 폴 솅크 씨와 아내 캐럴 씨 그리고 두 명의 어린 자녀들 역시 ‘지구의 여행자’와 같은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며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캐럴은 “우리 둘째가 두바이에서 태어났어요.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그곳을 떠났기 때문에 자기가 태어난 나라가 어떤 곳인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여러 오너먼트 중 저기 저, 두바이에서 마련한 낙타 오너먼트를 참 좋아해요. 신기하지요? 반면 첫째 아이는 부모의 고국에 대한 관심이 커요. 본인은 오만에서 태어났지만, 친척들이 모두 호주에 거주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 나라에 대한 애착이 커진 것 같아요. 그래서 호주의 상징인 코알라가 달린 오너먼트를 가장 아껴요. 참, 호주에 계신 할머니가 어릴 적에 만들어주신 핑크 컬러 인형도 꼭 트리에 빼놓지 않고 달아 달라고 해요. 세윌이 흘러 참 많이 너덜너덜해졌는데 말이에요”라고 말한다. 크리스마스가 여름 시즌이긴 했어도, 호주 역시 크리스마스는 일 년 중 가장 흥겨운 날로 모든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전통이다. 아무리 바빠도 일 년에 한 번인 이날만큼은 친척들이 함께 해변으로 가서 삼삼오오 팀을 나눠 크리켓을 즐기고 보드카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별다른 이벤트가 없어도 모든 친척이 한데 모인다는 데 의의를 두는 것이 바로 호주인들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서울에서도 이 부부는 크리스마스 날이면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 대신 가까이 지내는 지인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로스트한 터키 요리에 품질 좋은 와인을 곁들여 즐긴다. 이때 단연 메인 요리인 터키는 폴 솅크 씨의 몫. “저이는 365일 요리하는 남자잖아요. 그런데 직업이 셰프이니 그래서인지 집에서는 웬만해서 요리를 잘 안 해요. 하지만 크리스마스처럼 특별한 날에는 직접 두 팔을 걷어붙이기도 해요. 그럼 아이들은 요리하는 아빠를 따라 한쪽에서 쿠키를 구워요. 우리 집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때면 으레 쿠키 굽는 날인 줄 알고 있을 정도죠. 이것이 우리 집 크리스마스 풍경이랍니다.”

폴 솅크 씨가 알려주는 오너먼트 보관법
택배용 에어캡(뽁뽁이)를 재활용하라 택배 이용이 잦아진 요즘 에어캡을 시중에서 구입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물건 배송 때 함께 딸려오는 에어캡을 잘 모아두는 것만으로도 살림에 큰 보탬이 된다. 트리 오너먼트는 일 년에 한 번 드물게 꺼내 장식하는 용품이므로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반드시 에어캡에 싸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박스를 세 개로 나눠라 에어캡으로 싸서 보관하면 내용물이 잘 안 보이기 일쑤. 따라서 종류별로 박스를 나눠서 오너먼트를 보관하는 것이 좋다. 소재가 유리인 것은 유리끼리,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끼리, 헝겊은 헝겊끼리 보관하면 내용물이 서로 부딪혀 손상될 위험이 적을뿐더러 일일이 꺼내보지 않아도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하기 쉽다.


포슬린 아티스트 승지민 씨
가족의 꿈을 그린 세상에 하나뿐인 오너먼트
미국의 시인 월러스 스티븐스는 “영혼은, 그가 말하길, 바깥세상으로 구성된다”고 했다. 이렇듯 외계와 소통하는 경험은 우리의 깊고 은밀한 내면인 영혼에까지 적잖은 영향을 주는데, 포슬린 아티스트 승지민 씨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여성학자를 꿈꾸던 전도유망한 한 여인은 우연찮게 남편의 일 때문에 폴란드에서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생을 꿈꾸기 시작했다. “본래는 유럽에서 여성학 박사 학위를 받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폴란드에 막상 가보니 먹고 사는 게 시급한 나라에서 여성학 박사 학위는 무리더군요. 결국 두 아이 뒷바라지하며 가정주부로 살 수밖에 없었죠. 그러던 어느 날 우연찮게 아들의 영국 친구 아이의 집에서 포슬린을 처음 만났어요. 그리고 그 길로 바로 그 오묘한 예술의 세계에 빠졌어요. 제가 포슬린을 만난 지 올해로 10년째네요.” 가톨릭 국가인 폴란드는 크리스마스 행사가 그 어느 나라보다 다양하다. 또 오후 네 시만 되어도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고, 아이들은 일곱 시 정도면 모두 잠자리에 들 만큼 밤이 고요하고 긴 나라다. 그러니 자연스레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로 수공예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을 터.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솜씨가 있든 없든 작은 공예품을 만들어 집 안을 장식하고 서로 선물로 교환하기도 한다. 주부들 대부분이 모두 가정에서 일하는 작은 예술가와 같다. 승지민 씨도 어린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때면 집에서 직접 오너먼트를 만들어 트리에 달곤 했다.

(위) 포슬린으로 만든 오너먼트는 깨져도 다시 붙여 안료를 덧칠하면 새것처럼 된다는 장점이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온 가족이 즐기는 정찬에서도 승지민 씨 가족을 위한 특별한 핸드메이드 오너먼트는 빛을 발한다. 냅킨 홀더, 촛대, 접시 등 식탁 위 아이템 대부분이 폴란드에서부터 그가 직접 만들어 10여 년간 조심스레 보관해온 것들이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보며 ‘승지민은 가정 공예가’라고 말한다.


1 포슬린 아티스트 승지민 씨의 조언에 따르면, 크리스마스트리 오너먼트는 포인세티아, 말구유, 십자가가 걸린 교회 등 몇 가지 상징적인 크리스마스 오브제에서 팁을 얻어 초보자라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지민아트숍(www.jeminartshop.com)에서는 초보자를 위한 여러 가지 모양의 도자기는 물론 안료와 붓 등 기본적인 포슬린 작업에 필요한 재료를 판매한다.
2 매년 그랬던 것처럼 승지민 씨는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리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오너먼트를 만든다. 아이들에게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 웃음이 적어진 딸아이에게는 동심의 세계를 연상케 하는 산타 그림을, 어느새 아버지만큼 훌쩍 커버린 아들을 떠올리면서는 말구유 아기 예수의 그림을 그린다. 매년 12월 미혼모를 돕기 위한 전시회를 준비하는데 올해는 전과 달리 ‘사랑’을 테마로 한 전시가 2월 밸런타인데이 즈음으로 정해져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 조금은 여유로운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부직포로 액자를 만들어 아이들 어릴 때 사진을 넣기도 하고, 도자기에 산타 그림을 그려넣고, 나무에 빨간 종을 조각하기도 했다. “사실 지금 우리 집 아이들이 한창 사춘기예요. 제 입장에서는 아이들과 대화도 잘 안 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힘든 시기죠. 그런데 얼마 전 거실 한쪽에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내놓았더니 아이들 표정이 달라지더군요. 말은 안 해도 폴란드에서 보낸 5년의 시간을 회상하는 듯 했어요. 다른 엄마들처럼 숙제도 봐주고, 친구들을 초대해 피자도 만들어주고, 함께 오너먼트도 만들던…. 그땐 저도 참 가정적이었어요.매년 그랬던 것처럼 승지민 씨는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리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오너먼트를 만든다. 아이들에게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것. 웃음이 적어진 것 같은 딸아이에게는 동심의 세계를 연상케 하는 산타 그림을, 어느새 아버지만큼 훌쩍 큰 아들을 떠올리면서는 말구유 아기 예수의 그림을 그린다. 때론 완벽하게 그리지 않은 미완성 작품도 있지만, 자신의 손때가 묻은 것에 큰 애착을 느낀다. 승지민 씨의 완벽한 외조자인 남편은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올 때면 캐롤을 틀어놓고, 아이처럼 트리를 만지작거리는 아내를 보며 그를 다름 아닌 ‘가정 공예가’라고 부른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아내와 달리 저는 불교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제겐 크리스마스가 큰 의미가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내가 다양한 외부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매년 트리는 빼놓지 않고 꺼내 장식하는 걸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아이들이 어느새 10대가 된 지금까지 트리는 순간순간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우리만의 끈끈한 정표와 같습니다.”


승지민 씨가 알려주는 크리스마스트리 스타일링법
흔히들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밀 때 너무 많이 주렁주렁 다는데, 여백의 미를 살려라. 오너먼트를 너무 많이 다는 것보다 약간 비운 듯 채우는 것이 보기에 좋다. 시중에서 파는 휘황찬란한 금박 띠는 되도록 자제하라. 화려하다고 능사는 아니다. 지나치게 반짝거리는 것이 작은 핸드메이드 오너먼트의 미를 가릴 수 있다. 또 큰 것은 아래쪽, 작은 것은 위쪽으로 달아라. 큰 것은 아래쪽에 다는 것이 안정감 있어 보인다. 작은 것은 위쪽에 달되, 사람 키가 닿는 정도까지만 다는 것이 좋다. 또한 아래쪽은 조금 무거운 것들로, 위쪽은 비교적 가벼운 오너먼트를 다는 것이 바람직하다. 


1 크리스마스트리와 오너먼트는 북 아티스트 유림 씨의 작품, 커튼에 장식한 겨울나무와 그 앞에 서 있는 사슴 인형, 아이들 주변에 놓인 인형은 모두 전재은 씨 작품이다. 황마를 가위로 오려 겨울나무를 만들고 이것을 흰색 리넨 커튼에 바느질로 고정시키는 전재은 씨의 손길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노라니, 커다란 캔버스에 바느질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했다. 유림 씨는 잘생긴 나무를 구하기 위해 귀국한 지 3일밖에 안 된 남편을 동원해 벌목한 나무가 있는 동네 뒷산을 뒤져야 했다.
2 일명 바느질 작가로 불리는 서양화가 전재은 씨(왼쪽)와 북 아티스트 유림 씨. 실과 바늘, 헝겊 조각만 있으면 무엇이든 뚝딱하고 만들어내는 손재주 많은 그들이 <행복>을 위해 ‘따로 또 같이’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었다.


아티스트 유림·화가 전재은 씨가 제안하는
실과 바늘로 꾸미는 크리스마스트리
지난 5월 ‘행복이 가득한 교실’에서 예술 장정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했던 북 아티스트 유림 씨와 일명 바느질 작가로 불리는 서양화가 전재은 씨. 두 작가가 만나 크리스마스 데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북 아티스트 유림 씨와 작가 전재은 씨가 서로를 알게 된 것은 5개월 전. 이 둘은 유림 씨가 시작한 작은 옷 가게에서 주인과 손님으로 마주치게 되었고, 오래전부터 서로의 존재와 작업 세계에 대해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쉽게 친구가 되었다. 칼럼을 위해 연락을 했을 때, 개인적인 사정으로 작업이 어려울 것 같다며 다른 사람을 추천해주었다. 그 추천인은 바로 서로였다! ‘혼자는 힘들지만 함께라면 한번 해보겠다’는 제안에 <행복>은 한 번에 두 작가와 함께 작업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유림 씨는 일주일 전에 이사하고, 2년간 홀로 유학을 떠났던 남편이 3일 전에 귀국한 상황. 그는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만 해도 해마다 테마를 바꾸어가며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트리로 집 안을 장식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한창 호기심 많고 뛰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위험할까 싶어 크리스마스트리를 준비하지 않았다. 그러다 마침 2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남편을 환영하는 의미로 올해는 다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보려던 차에 <행복>의 제안을 받았고, 이삿짐도 다 풀기 전에 크리스마스트리를 먼저 꾸미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1 어릴 적 전재은 씨에게는 낡은 토끼 인형이 하나 있었다.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항상 품에 끼고 살았던 토끼 인형을 추억하는 그의 작업 중에는 토끼 시리즈가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트리는 토끼 인형과 토끼 얼굴 모양 오너먼트로 꾸몄다. 펠트 양말을 포함해 모두 전재은 씨 작품이다.


2 유림 씨는 헤링본, 리넨, 캔버스 등 다양한 소재의 자투리 천을 모아 크리스마스 양말을 만들었다.
3 전재은 씨의 부엌에는 아담하니 예쁜 창이 하나 있다. 안타깝게도 창밖으로 보이는 것은 아파트뿐이라 평소에도 그는 손수 만든 커튼으로 장식해놓는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화이트 컬러와 전나무, 눈사람, 새 등을 모티프로 한 바느질 작업으로 창가를 꾸몄다. 펠트, 리넨, 모직, 니트, 비즈, 나뭇가지 등 다양한 질감의 소재가 어우러져 포근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촬영을 위해 유림 씨의 크리스마스트리와 오너먼트는 잠시 전재은 씨의 집으로 옮겨 갔다. 수십 개의 이삿짐 박스 중 어디에 크리스마스 용품이 들어 있는지 찾을 길이 없어, 지난 몇 년간 모아온 사연 많은 오너먼트를 하나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운 유림 씨. 새로 작업해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겨울 초입에 찾아온 감기몸살이라는 불청객 덕에 지난해 만든 오너먼트밖에 보여줄 수 없다는 전재은 씨. 그들의 아쉬운 마음과 달리 보따리를 풀어 보여준 소품들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우리가 찾던 바로 그 ‘핸드메이드 오너먼트’였다. 전재은 씨가 지난 해 크리스마스에 만들었다는 토끼 인형 오너먼트. 천연 펠트와 모직 등의 소재로 만든 오너먼트는 순수미술을 전공한 ‘바느질 작가’의 작품답게 회화적이면서도 위트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북 아티스트 유림 씨가 손뜨개로 만든 털모자 오너먼트와 털양말 오너먼트, 작은 나무판에 스탬프를 찍고 작은 장식을 달아 완성한 오너먼트에서 그만의 섬세함과 정성이 전해져 왔다.

북 아티스트 유림 씨와·작가 전재은 씨가 알려주는 오너먼트 아이디어
반짇고리 안에 숨어 있는 소재를 활용하자 실과 바늘 등 반짇고리 안에 있는 도구와 재료만 잘 활용해도 개성 있는 오너먼트 하나쯤은 뚝딱하고 만들어낼 수 있다. 자투리 천을 퀼트처럼 연결해 만드는 아이들 크리스마스 양말, 스티로폼 볼에 접착제로 자투리 천을 붙여 만드는 헝겊 오너먼트 등. 포인트를 주고 싶을 때 비즈 대신 단추도 좋은 재료가 된다. 뜨개실로 만드는 니트 오너먼트 뜨개질을 하다 보면 자투리 실이 남게 마련. 이는 크리스마스트리 꾸밈에 좋은 재료가 된다. 가장 쉽게는 스티로폼 볼에 실을 둘둘 말거나 니트 모자 끝에 달곤 하는 털 방울을 만들어 다는 것. 손뜨개질에 자신 있다면 미니어처 양말이나 모자 등을 만들어보자. 바느질이 필요 없는 펠트 오너먼트 만들기 바느질에 자신이 없다면 펠트를 활용하자. 알록달록 화려한 색상의 펠트를 동그라미, 별, 트리 등 원하는 모양으로 자르고 끈만 달면 끝. 단추나 큼직한 비즈 등을 달아 포인트를 주는 것도 좋다.


김성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