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귀여운 네 쌍둥이는 왼쪽부터 연호, 연서, 서현, 연수다. 빨간 옷을 입은 서현이만 여자아이.
2, 3 밥을 먹일 때도, 잠을 재울 때도 네 배의 공이 든다.
MBC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신애와 알렉스가 키우던 네 쌍둥이를 기억하는지. 이 아이들은 서울 정릉에 사는 김보원 씨의 아이들이다. 그에게는 네 쌍둥이 말고도 위로 딸이 하나 더 있다. 첫째 서영이가 다섯 살이고, 네 쌍둥이 서현, 연수, 연호, 연서는 16개월로 접어든다.
“임신 7주까지만 해도 세 쌍둥이인 줄 알았어요. 8주로 접어들자 숨어 있던 한 아이가 더 보인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더군요. 잠깐 당황했지만 그냥 좋았죠. 저도 남편도, 아이가 많았으면 했거든요.” 김보원 씨는 아들, 딸, 며느리로 북적이는 집을 꿈꾸었다. 신혼 초에 남편 송일 씨와 세운 가족계획이 사남매였으니, 네 쌍둥이의 출현으로 단번에 목표를 채우고도 남은 셈이다. 그러나 아이 넷을 한꺼번에 배속에 품고 있었으니 오죽 고생이 많았을까. 임신 5개월째에 이미 만삭의 몸이 되었다. 걸을 때마다 손으로 배 아래를 받치고 다녀야 했고, 출산 후 한 동안은 디스크로 고생할 정도로 허리에 무리가 갔다. 쌍둥이를 임신한 경우에는 보통 30주를 넘기지 않고 제왕절개로 출산을 한다. 그러나 아이가 넷이면 모성도 네 배가 되는지, 김보원 씨는 무려 35주까지 견뎠다. “보통 아이들보다 5주 일찍 세상에 나온 셈인데, 모두 건강했죠.
가장 몸무게가 적었던 1.6kg 연호만 잠깐 인큐베이터 신세를 졌어요.” 낳기까지도 힘들었지만 키우는 것은 더 큰 일이었다. 한창 우유를 먹일 시기에는 젖병만 40개가 필요했고, 아기 기저귀는 지금도 한 달에 열 박스가 동이 난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네 아기들은 제각각 신발장, 옷장을 헤집고 다니기 일쑤다. 김보원 씨는 목이 붓고 발목이 아파올 정도로 기진맥진해 녹초가 된다. “네 배가 아니라 여덟 배는 힘든 것 같았죠. 돌이 지나면서부터는 적응이 됐는지 조금 수월해졌어요. 친정어머니가 도와주시고, 남편도 퇴근하면 네 쌍둥이 목욕 담당이에요. 하나의 놀이라고 생각하니 여유와 요령이 생기는 것 같아요.”
어른스러운 다섯 살 맏이 네 쌍둥이가 집으로 왔을 때 첫째 서영이가 느낀 서러움은 남달랐다. 동생 하나가 생겨도 엄마의 관심이 나눠지는데, 넷이나 되는 동생이라니. 초기엔 동생들을 못살게 구는 사건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엄마가 변함없이 서영이를 사랑한다는 걸, 동생들이 생긴 것은 서영이에게도 기쁜 일이라는 걸 끊임없이 알려줬다. 이젠 동생들 기저귀 가는 것도 도와주고, 동생들 중 같은 여자인 서현이를 제일 예뻐하는 어른스러운 맏이로 성숙하고 있다. 네 쌍둥이를 키우다 보니 웃지 못할 해프닝도 적지 않다.
부모는 둘이고 아기는 넷이니 밥을 먹일 때나 잠을 재울 때 누구를 먼저 봐줘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보통 가장 배가 고파 보이거나 졸려 보이는 아이에게 먼저 손이 간다. 이때는 순서에서 밀린 아이의 애절한 눈빛에 무심할 줄 알아야 한다. 아이가 원할 때마다 엄마가 달려갈 수는 없다는 걸 아이도 받아들여야 한다. 네 쌍둥이를 다 재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꼬박 한 시간. 그것도 잠을 깬 아이가 다른 아이를 깨우지 않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거실이며 주방, 발코니에 아이들이 하나씩 기어다니는 모습이 흡사 아기 놀이방을 연상시키는데, 아이들 네 명이 모두 눈에 보이는지 점검하는 것은 김보원 씨의 반사적인 습관이다.
4 확장한 베란다는 아이들 장난감이 가득한 놀이방.
고생담을 더 말해 무엇하랴. 하루하루가 고군분투의 연속이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하루하루가 행복의 연속이다. 아이들이 조금씩 커가는 모습, 울고 웃고 먹고 자는 그 모든 순간이 경이롭고 사랑스럽다. “아기들끼리 대화가 통하는 건지 서로 눈을 마주치고 교감을 해요. 그 모습이 정말 예쁘죠. 우애도 있어서 서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한 아이가 울면 울음을 그칠 때까지 다른 아이가 기다려주곤 한답니다.” 아직 조그마한 아기지만 네 쌍둥이는 벌써 각기 다른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서현이만 여자아이고 나머지는 다 남자 아이인데, 태어난 순서대로 얘기하자면 서현이는 애교가 많고, 연수는 무대뽀로 돌진하는 터프한 기질이 있다. 연호는 남자아이인데도 애교가 넘치며 영리하고, 연서는 혼자서도 잘 논다. 그리고 의젓한 첫째 서영이까지. 이 보석 같은 다섯 아이가 뿜어내는 광채에 김보원씨는 힘든 것도 잊는다. “시장 갔다 돌아오면 엄마 왔다고 다섯 아이들이 사방에서 꼬물꼬물 기어 나와 저를 반겨요. 그 순간의 뿌듯함은 세상 그 어떤 고생도 별것 아니게 만들죠. 아직은 저도 걸음마를 시작한 초보 엄마이지만 아이들이 지금처럼 건강한 미소를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오른쪽) 쌍둥이 유모차 두 대를 끌고 나들이에 나선 김보원 씨 가족. 첫째 서영이가 빨갛게 물든 단풍을 엄마에게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