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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편집부와 26인의 문화 리더가 뽑은 2008 世上萬事
2008년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소식과 사람과 유행들! 이것만 알아도 올해 세상의 흐름은 대충 꿰뚫은 셈이다. 꼼꼼하고 촘촘한 식견의 전문가들이 지극히 주관적이고 사적인 잣대로 2008년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그래서 더 흥미진진한 2008년 세상만사.

1 ‘책벌레’ 시인 장석주 씨가 추천한 2008년 최고의 책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김소월 등, 민음사) 1백 년의 압축이다. 그 1백 년, 장엄하다. 청맹과니로 살아온 눈을 밝히고 귀를 열어주는 1백 년의 시심이 우리에게 도착했다.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로부터 발원한 현대시 1백 년의 흔적, 그 안에서 명멸했던 시인들의 삶과 상상 세계, 그들이 모국어로 가 닿고자 했던 생명.우주의 비밀이 집약되어 있다. 무진장 無盡藏한 콘텐츠가 뿜어내는 섬광. <불면증과의 동침>(빌 헤이스, 사이언스북스) 잠드는 데 장애가 있다면 그는 불행한 사람이다. <불면증과의 동침>은 불면증에 시달려온 한 사람이 탐욕스럽게 잠을 쫓아다닌 여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책은 불면증 환자의 잠에 대한 구애와 불면증의 본질을 조명한 수면 의학 논픽션이며, 동시에 잠의 현상학과 불면증의 골상학과 함께 제 삶의 얘기를 펼쳐내는 특이한 자서전이기도 하다. <레이스 뜨는 여자>(파스칼 레네, 부키) 연애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에, 시대에 대한 중의적 사유를 덧씌운 작품. 작가는 정교하게 짠 레이스와 같이 아름다운 세공품 그 자체인 여자가 가난이나 천직 때문이 아니라 해석의 폭력에 의해 어떻게 비참한 자아로 떨어지는지를 묘사한다. 그 묘사를 실패한 혁명이 만든 실망과 환멸 위에 덧씌운다. <미친 별 아래 집>(다이앤 애커먼, 미래인) 바르샤바 동물원 원장이던 얀 자빈스키와 그의 아내 안토니나가 남긴 일기, 메모 등을 종합해서 쓴 논픽션이다. ‘끔찍한 현실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던나치 점령기의 폴란드에서 양심적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탐구를 담고 있다.
“동물들은 겨우 몇 달 만에 포식 본능을 억누르기도 하는데, 인간은 수세기 동안 교화 과정을 거쳤음에도 그렇게나 급속히 짐승보다 잔인한 모습으로 변해버리는 이유는?” 이 책은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나는 춤이다>(김선우, 실천문학사) 춤꾼 최승희의 삶을 소설로 재구성했다. 시인 김선우의 이 소설 쓰기는 곧 ‘검은 불꽃, 강력한 죽음의 느낌, 초혼과 위령의 흐느낌’을 느끼게 하는 최승희라는 타자를, 인간 보편의 조건 속에서 다시 살게하는 것이다. 작가 김선우의 자아 안으로 최승희라는 타자가 얼마나 녹아들었는지를 보는건 곧 이 소설의 밀도를 살피는 일이다.



2 사진가 김용호 씨가 깊이 빠져버린 여행지 5
“올해는 세상이 뒤숭숭해서 그런지, 긴 세월 동안 발효된 여행지가 좋았다. 물론 나는 뉴욕도 좋아하지만,
전통의 흔적을 만나는 시간이야말로 내가 지금 호흡하는 것을 느끼는 때다.”
1 이집트의 룩소르 카이로 남쪽의 고대 도시 룩소르. ‘고대로의 여행’을 하고 싶다면 꼭 들러보길. 도시가 성
장하는 동안 도시 위에 또다시 도시를 지었다던데, 그 흔적을 더듬다 보면 3천 년 세월을 실감할 수 있다. 단,
주의할 것. 아찔하게 긴 역사, 아찔한 고대의 영화, 아찔한 햇살에 방향 감각을 잃을 수도 있으니.



2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여기에 들어서면 탐험대 대장이 되어 이곳을 발굴하는 기분이 든다. 관광지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럼에도 이곳은 현재는 없고 과거만 존재하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3 인도의 우다이푸르 ‘레이크 팰리스 호텔’ 상상해보라. 호수 한가운데에 궁전이 있고, 그 궁전을 호텔로 만들었다면…. 인도 우다이푸르 해안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레이크 팰리스 호텔이 그 꿈의 호텔이다. 세상사에서 차단되어 유리 같은 호수에 달이 떠오르는 정경을 즐기는 밤!
4 경주의 고분묘 고분 옆에 마을이 있고 집이 있다니! 일상적인 공간에 ‘쑥쑥’ 솟아 있는 고분을 보며 현대와 고대의 드라마틱한 공존을 실감할 수 있다. 해질 녘 몰래 고분에 올라 바라보는 경주는 고졸한 멋 그 자체다. 그 광경이 실제였는지, 꿈이었는지 아리송하다.
5 인도네시아의 발리 관광객의 발이 닿지 않는 발리의 깊숙한 속살에는 아직도 전통 축제를 즐기는 3백여 곳의 공동체 마을이 있다. 이곳에서는 이슬람, 불교, 애니미즘, 토속신앙이 결합된 힌두교식 축제가 열린다. 여행객 타깃의 ‘관광 댄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3 장진택 기자가 꼽은아내에게 선물하고 싶은 자동차 3
1 볼보 V50 어느 차보다 안전하고 유모차, 베이비 시트, 자전거까지 한꺼번에 실을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 현모양처의 차로 볼보 왜건이 등장하는 건 매우 이유 있는 설정이다. 볼보 타는 아내가 바람피우는 영화는 아직 없다.
2 아우디 A3 격식을 덜어낸 해치백이면 좋겠고, 남의 눈치 보지 않는 단호한 얼굴이면 좋겠고, 깔끔하다가 가끔씩 매콤하게 달아오르는 엔진이 있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A3밖에 없다.
3 폭스바겐 티구안 익히 알던 사륜 구동차처럼 육중하지 않고 잘 달리고 잘 서서 주차까지 잘한다. 자동주차 장치는 일렬 주차에 약한 아내에게 보석 같은 선물.



4 와인 전문가 5인이 2008년에 맛본 최고의 와인
1 푸이 퓌메 Pouilly-Fume 2005 “와인 메이커는 행복을 파는 사람이다. 좋은 음악, 좋은 그림처럼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라고 말하며, 와인을 만들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지난 9월 17일 내 3번째 책이 출판될 즈음에 이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와인과 그의 이름은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 가슴속에 남아 있다. 그의 이름은 디디에 다그노. 프랑스 루아르 밸리, 프랑스 한복판의 땅에서 소비뇽 블랑을 세계 명품 품종의 반열에 올렸던 사람이다. 그의 소비뇽 블랑은 기품과 품격 있는 깐깐한 여성의 면모를 떠올린다. 짓푸른 녹음의 신선함과 정갈한 땅의 정기가 깃들어 있는 그의 화이트 와인에는 구즈베리, 패션프루츠, 아스파라거스, 살짝 구운 아몬드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나의 눈물 한 방울도! - 손진호(중앙대 와인 전문 과정 주임 교수)
2 카스텔로 디 몬산토 일 포지오 Castello di Monsanto Il Poggio 트러플 버섯 시즌이 되면 나는 세상 어디를
가나 화이트 트러플을 먹으러 프랑스 식당, 이탈리아 식당을 방문한다. 화이트 트러플을 넣어 만든 리소토를 맛보는 일는 나에게는 연중행사와 같기 때문이다. 화이트 트러플 리소토에는 최고의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인 ‘카스텔로 디 몬산토 Castello di Monsanto’의 ‘일 포지오’ 와인을 곁들였을 때 가장 만족스러웠다. 진한 루비색을 띠며 말린 자두나 건포도의 풍미와 잘 익은 베리의 향이 느껴지는, 추운 겨울밤 소녀의 손에 끼워
진 빨간 벙어리장갑처럼 따뜻한 느낌의 이 와인을 잊을 수가 없다. 매년 마셔왔으면서도 올해 유난히 이 와인에 애착을 느끼는 이유는 내 생활이 그 동안은 어떤 와인이 잘 팔릴까라는 생각에만 몰두해 유명 와인만을 선택하다가 오랜만에 마음의 여유를 찾고 예전부터 좋아해 왔던 전통적인 와인에 대한 향수를 떠올렸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전통적인 와인의 멋을 찾는 사람들에겐 더 없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와인이다. - 허동조(선
기무역 대표)
3 가야 스페르스 Gaja SPERSS 2003 이탈리아 와인의 최고봉인 안젤로 가야 Angelo Gaja가 피에몬테 바롤로 지역의 세라룽가달바Serralunga d'Alba 마을에서 만드는 최고의 와인. 2008년 7월 가야 와이너리를 방문해 아름다운 테라스가 있는 2층 테이스팅 룸에서 마셔 보았던 추억이 있다.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구조감이 뛰어난 와인이다. 블랙베리와 감초의 향이 강하게 올라오면서 한 모금 마신 후 남는 여운이 가히 폭발적이다. 입안을 꽉 조이는 느낌의 타닌도 엄청 강하지만 크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아마도 20년 후에 다시 한 번 마셔보면 더욱 더 완숙미가 느껴질 수 있는 와인이다. - 은광표(베스트와인 대표, 카사 델 비노 대표)


4 보 프레레 더 보 프레레 Beaux Freres the Beaux Freres 2004 ‘모든 와인 러버는 궁극적으로 피노 누아에 귀착된다’는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와인 좀 마시다 보면 왜 피노 누아가 그토록 사랑스러운지, 강건하고 뼈대가 단단하지는 않지만 그 여린 심성이 당신을 울리는지 알게 된다. ‘보 프레레’는 미국 오리건 주의 유명한 피노 누아 와이너리이다. 오리건이 얻은 새로운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절정의 와인이다. 로마네 콩티를 마셔본 사람이라면 그 비슷한 색깔과 질감에 깜짝 놀랄 귀품이기도 하다. 브랜디에 가까운 엷은 호박색에 온 혀와 입안을 마구 자극하는 미네랄 터치는 당신을 뒤흔든다. - 박찬일(와인 칼럼니스트)
5 에이 에프 그로 본 로마네 A.F. Gros Vosne- Romane 본 로마네는 고혹적이며 아주 화려하면서도 신비로운 마을이다. 다른 마을에서 느낄 수 없는 우아함이란 참 잊기 힘들 정도다. 에이 에프 그로의 본 로마네에서도 역시 예의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특질을 느낄 수 있다. 라벨에 새겨진 마리안느의 표정은 와인 종류마다 다른데, 본 로마네의 마리안은 활기차고 뇌쇄적인 인상에다 똑바로 쳐다보는 눈빛이 매혹적이다. 피노 누와 이파리로 머리띠를 하고, 포도알 귀고리를 찼다. 아름다운 젊은 여성을 상징하는 피노 누와는 우아함과 화려함을 주된 특질로 삼고, 미끄러운 질감과 산뜻한 신맛을 띤다. 피노 누와의 개성이 거울로 비쳐 보는 것처럼 분명하게 표현되는 부르고뉴,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화려하게 피노 누와를 드러내는 곳, 본 로마네에서 프랑스 와인의 전형을 만날 수 있다. 맑고 투명한 빛깔과 간결하면서도 섬세함이 느껴지는 에이 에프 그로는 본 로마네의 피노 누아를 제대로 보여준다. - 조정용(비노킴스 대표)


5 <행복>주거문화팀 성정아 기자가 뽑은 2008년 지구를 살린 최고의 리사이클링 제품 6
1 달걀 판 건강 스툴
달걀 판을 쌓아 올리고 그 안에 나무로 깎은 달걀을 담으니 지압까지 되는 스툴이 됐다. 환경도, 건강도 지키는 디자이너 배지훈(02-2676-9041) 씨의 알뜰살뜰 ‘살림꾼’ 스툴.
2 피트 헤인 엑의 폐목 자재 가구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 아름다운 창조물이 버려진 선박이나 쓰레기 더미 속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한창 각광받는 네덜란드 디자인의 정수가 이 안에 축약되어 있다. 크로프트(02-391-0013)에서 판매.
3 흙 화분 플라스틱 화분에 갇힌 식물들에게 디자이너 권민주 씨가 선물한 흙 한 줌. 바람과 햇빛이 통하는 흙 화분 안에서 식물이 자유를 찾았다. 식물도 식물답게 살 권리를! 상상마당(02-330-6220)에서 판매한다.
4 지구를 지키는 서약서 디자인 붐 주최 ‘2008 Green Earth’ 공모전에서 1위 상을 수상한 대학생 양지윤 씨의 팝업 카드. “종이컵 대신 머그컵을 사용하겠습니다” 등의 문구에 지문을 찍으면 나무가 완성된다. 환경운동은 개인의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 지구를 수호하겠다는 약속을 담았다.
5 하이네켄 맥주잔 자동차 디자이너 김해란(www. haelankim.com) 씨가 빈 병으로 만든 맥주 잔. 하이네켄 맥주 큰 병(642ml)을 잘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하이네켄 맥주 작은 병(330ml)이 정확하게 담기도록 한 재치와, 별이 박힌 디자인만으로도 갖고 싶은 아이템. 세컨호텔(02-542-2229)에서 판매.


6 종이 상자 암체어 컴퓨터 포장 박스로 암체어를 만드는 재치와 위트는 디자이너 김현준(gibanes@hanmail.net) 씨에게서 나온 것. 모든 가치를 물질적인 것에 두고 본질을 잃어가는 현대 사회의 모습이 담겨 있다.



6 <서울의 레스토랑 2009>블루리본 기사단이 뽑은 제값 하는 레스토랑 베스트 3
1 파리스 그릴(프랑스식) 블루리본 기사단은 “맛과 분위기, 서비스 모두 훌륭하다. 변함없이 맛을 유지하고 창을 통해 보이는 남산 풍경도 좋다” “비싼 값을 하는 집.풀 사이드 좌석에 앉으면 분위기가 좋다”고 평했다. 점심코스 4만 1천 원, 저녁 코스 8만 8천 원, 10만 5천 원, 주말 브런치 뷔페 5만 5천 원, 부가세 및 봉사료 별도. 문의02-799-8161
2 스시효(일식) 스시의 달인 안효주 사장이 운영하는 곳으로 최상의 스시를 맛볼 수 있다. “여기서 스시를 한번 맛본 이상 다른 곳에 가기 힘들다” “이 정도면 이 가격을 지불할 만하다는 생각이든다”고 소문난 집. 스시 정식 점심 3만 5천 원, 저녁 8만 5천 원, 사시미 정식 점심 4만 5천 원, 저녁 12만 원, 부가세 별도 문의 02-545-0023 사진 블루리본 서베이
3 퓨어 멜랑쥬(스시와 스테이크) “퓨전도 크로스오버도 아니다. 스시, 사시 미부터 다양한 튀김과 참숯에 구운 그릴 요리까지 기존의 일식을 새롭게 해석한 음식은 놀랍고 뛰어나다”는 평. 스시와 스테이크가 섞여 있는 코스를 주문하면 스타터, 샐러드, 애피타이저가 나오고 사시미와 스시가 나온 후 메인으로 그릴 요리를 제공한다. 런치 스페셜 2만 8천 원, 스페셜 런치 코스 4만 원, 스시 디너 코스 5만 8천 원, 사시미 디너 코스 6만 8천 원, 모둠 스시 3만 8천원. 문의 02-543-7160



7 경향신문 유인경 선임기자가 꼽은 2008년 여자를 즐겁게 한 드라마 5
1 <엄마가 뿔났다>
엄마의 반란에 아저씨들은 흥분했고 아주머니들은 동감의 박수를 보냈고, 딸들은 화를 냈다. 50세가 넘어서도 섹시하고 철없을 수 있음을 보여준 장미희, ‘팔순의 로맨스’ 이순재 커플도 백미였다.
2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줌마렐라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현실에서 애 딸린 촌스러운 아줌마가 스타와 결혼한다는 건 테러범에 납치될 확률보다 낮지만 드라마가 꿈과 환상을 제공한다는 걸 생각하면….
3 <베토벤 바이러스> ‘정희영’(송옥숙)이 주는 감동만으로도 칭찬하고 싶다. 이름도 없이 아줌마로 불리고 ‘똥덩어리’라 비난받지만, 솔리스트로 연주도 하고 자신을 회복하는 과정이 아름답다. 학창 시절 불던 피리라도 꺼내고 싶게만든 작품이다.
4 <조강지처클럽> “말도 안 돼, 너무 유치해” 욕하면서도 계속 보게 만드는 문영남 작가의 마력! 일부다처, 불륜이 불량 음식처럼 가득했지만 “한원수, 저 자식 구제불능이야.” 구시렁거리며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었다.
5 <온에어> 김하늘의 대사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하고 싶은 말을 눈치 안 보고 해봤으면 좋겠다’ 란 욕망을 품었다. 물론 그러고 나면 모든 인간관계가 끝나고 왕따를 당하겠지만.
 


8 <행복> 문화교양팀 최혜경 기자가 만난 2008 가장 행복한 얼굴
1 막내(2008년 9월호 ‘포토 에세이’) 사진가 최영진 씨의 막내딸. ‘아, 내가 이렇게 키워졌구나’ 생각하며 어른을 철들게 하는 막내둥이였다. 어른들로 하여금 어린 자기 자신을 스스로 다시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 ‘막무가내’ 막내. 제일 어린 처지여서, 아직 좌충우돌 말썽쟁이로 사는 게 당연한 막내. ‘행복’이란 말을 몰라서 더 행복한 얼굴이었다(최영진 씨는 막내가 세 살 무렵부터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모아 <막내>라는 책을 펴냈다). 사진 최영진


2 한복 입은 파란 눈 천사, 말리 홀트 (2008년 9월호 ‘30대부터 준비하는 멋지게 나이 들기’) 홀트아동복지회를 거쳐간 9만 명의 아이들이 아들딸, 조카, 손자라고, 결혼도 하지 않고 이 많은 식구를 갖게 됐으니 자신보다 행복한 엄마가 있겠느냐며 박꽃처럼 웃던 말리 홀트 이사장. 일흔 살을 맞아 장애우들과 킬리만자로에도 오르고 일주일에 한 번씩 친구에게서 한글 쓰기 과외를 받고 있다. 자신보다는 버려진 아이, 장애가 있는 아이를 품어 안느라 침대도 하나 놓을 수 없는(대신 ‘삼단요’를 깔고 잔다) 방에서 살고 있지만, 그 작은 방에 소우주를 품은 천사. 사진 귀도
3 우리들의 엄마 시인, 이해인 수녀(2008년 5월호 ‘귀 기울여 들어보니’) 올해로 수도 생활 40년, 시인 생활 30년을 맞이한 이해인 수녀. 일과가 끝난 밤마다 수녀원 침대에 엎드려서, 광고 전단지 뒷면에 연필로 꾹꾹 눌러 시를 쓴다. 사람들에게 나눠줄 선물인 카드, 조가비, 색종이 상자, 신문에서 오려낸 글귀를 집필실에 가득 채워놓은 ‘걸어다니는 선물의 집’이기도 하다. 목단꽃처럼 고운 수녀님의 미소를 보면서 ‘행복’이란 단어가 자동판매기처럼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암 투병 중인 그가 빨리 완쾌돼 행복의 미소를 다시 만나게 되기를. 사진 제공 샘터사



4 조류 학자 윤무부 박사(2008년 2월호 ‘귀 기울여 들어보니’) 40년 이상 새를 보러 다니고도, 새를 보러 다니다 죽음 직전까지 갔다 왔으면서도 ‘어디에 새가 나타났다’는 전화만 받으면 아직도 가슴이 설렌다는 예순여덟 살의 교수님. 늘 깜박대는 자신의 기억력을 두고 ‘새 박사가 새대가리’라고 농담할 줄 아는, 새처럼 자유로운 마음의 사람.“높이 나는 새는 앞에 있는 작은 것에 욕심을 내지 않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온 숲이, 온 바다가, 온 세상이 다 자신의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는 지혜의 사람.



9 뷰티 전문가 5인이 뽑은 2008년 입소문 화장품 베스트 5
1 SK-II의 화이트닝 소스 덤 데피니션(메이크업 아티스트 김선진) 단기간에 안색을 밝게 하고 싶거나 잡티가 고민인 여성에게 추천. 브라이트닝 효과 및 보습력이 뛰어나 따로 수분 크림을 바르지 않아도 된다. 11만 원.
2 랑콤의 레네르지 모포리프트 레어 퍼밍 안티-링클 크림(<행복> 뷰티 에디터 김경) 피부가 처지면서 생기는 그림자와 팔자 주름, 눈가 잔주름까지 개선해준다. 피부가 탱탱해지면서 ‘얼굴이 갸름해졌다’는 인사를 들을 수 있을 듯. 13만 5천 원.
3 크리니크의 더마 화이트 프로텍트 앤 브라이튼 아이시스템(<얼루어> 뷰티 디렉터 강미선) 아이 크림치고는 경제적인 데다 데이와 나이트로 구성되어 있어 하루 종일 눈가가 촉촉한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초췌한 인상을 만드는 다크서클과도 안녕. 5만 2천 원.
4 아모레퍼시픽의 모이스춰 바운드 바이탈라이징 마스크(메이크업 아티스트 최시노) 따로 세안할 필요 없이 바르고 자면 되는 크림 타입의 마스크 제품. 피붓결이 매끄럽고 촉촉해져 다음 날 화장이 잘 받는다. 에스테틱에 갈 시간이 없는 바쁜 여성에게 강추. 7만 원.
5 달팡의 8-플라워 넥타(<마리 끌레르> 뷰티 디렉터 김주은) 오일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끈적임 없이 흡수되고 탁월한 보습 효과를 낸다. 향을 음미한 후 바르면 스트레스 완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21만 원.



10 <가로수길이 뭔데 난리야> 편집팀이 추천한 여자를 위한 가로수길 카페 3
1 그랑데 8평 남짓한 공간에 테이블은 단 네 개. 실내가 좁아 몇 사람만 앉아도 가게 안이 북적거린다. 오픈형 주방 앞에 만든 작은 바에 앉으면 차를 마시거나 식사 중인 나홀로족들과 자연스럽게 눈인사를 나누게 된다. 혼자 즐기는 ‘나만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함께하는 공간’, 바로 그랑데의 매력이다. 문의 02-548-8858
2 머그 포 래빗 이곳에서는 동화책 속에나 나올 법한 보라색이나 파란색 컵케이크를 판매한다. 벽장을 가득 메운 머그잔 더미, 코끝이 얼얼해지는 와사비 라테 등 나른하고 한가로운 오후의 감성이 묻어나는 곳이다. ‘코르크 포 터틀’이라는 2층 레스토랑과 세트를 이루는 사랑스러운 카페로 가로수길 스트리트패션을 구경하기에 그만이다. 우울한 날에 들르면 기분이 뭉게구름처럼 가벼워지는 곳. 문의 02-548-7488
3 오시정 ‘다섯 편의 시를 짓는 마음’을 뜻하는 카페 이름은 주인장의 이름이기도 하다. 은은한 파스텔 톤 색채감이 매력적인 이노우에 아야코의 그림, 푹신한 쿠션, 따스한 나무 질감이 만들어내는 오시정의 나른한 분위기는 중독성이 강하다.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의 소박한 식당을 옮겨놓은 듯한 이 집의 주인장은 떼돈 벌 생각 없다고 했다. 그 마음 또한 시를 짓는 마음을 닮았다. 문의 02-512-6508



11 82cook.com 운영자 김혜경 씨가 뽑은 2008년 최고의 살림살이
1 동양매직 안심타이머 가스레인지 디지털 타이머가 달려 있어 자동으로 가스 불이 소화되는 동양매직 안심타이머 가스레인지는 건망증 심한 주부들에게 반가운 제품이다. 가격이 일반 가스레인지보다 비싸지만, 20만 원대의 가스 차단 기능 타이머를 별도로 구입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다. 깜박깜박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올겨울에는 보일러보다 가스레인지를 바꾸어드리는 것은 어떨지?
2 에어커튼 전기 그릴 안방 국내 중소기업 제품으로 유명 브랜드 제품보다 가격도 저렴하면서 냄새 빨아들이는 성능은 단연 최고다. 단, 고기를 뒤집을 때 높이 쳐들지 말아야 한다. 올해는 특히 쇠고기 파동으로 가정용 실내 그릴에 대한 주부들의 관심이 높았다.
3 효재의 광목 행주 효재의 자연주의 살림살이가 인기를 얻으면서 그의 행주, 앞치마, 덮개 등 광목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에 효재 카피 제품이 나돌 정도. 광목은 깨끗하게 삶아 쓰기 좋아 부엌에서 사용하기 그만이다.
4 행순이 행순이는 콤팩트한 사이즈의 행주 삶는 기계. 행순이에 행주와 세제, 물을 넣고 버튼만 누르면 끝. 끓어 넘칠까 염려할 필요도 없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 더 맘에 든다. 행주를 한 번에 2~3장밖에 삶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5 아이스크림 메이커 올해는 유명 브랜드뿐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에서도 아이스크림 기계가 다양하게 출시되었는데, 내년 여름에 더 큰 인기를 끌 것이다. 홈메이드 아이스크림이라는 낭만보다도 멜라민 파동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주부들의 불신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12 슬로푸드 광풍의 2008년, 허브 요리 연구가 박현신 씨가 꼽은 최고의 슬로푸드 5
1 우메보시
매실로 만든 일본의 전통 식품. 우메보시는 한 번 만드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장마가 지나면 단지에서 꺼내 햇빛을 쪼이고 해가 지면 단지에 넣고…. 이렇게 하기를 3일에서 일주일 정도 한다. 상당한 시간과 공이 들어가는 슬로푸드다.
2 훈제 연어 연어를 소금과 허브에 절여 찬 연기로 오랜 시간 훈제해 만든다. ‘오랜 시간’에 방점을 찍고 싶다. 시간과 사람 손의 정성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살살 녹는 질감이 살아 있을 수밖에 없다.
3 천연 발효빵 이스트로 부풀린 빵이 아니라 천연 효모나 건포도, 마른 과일로 효모를 만들어 천천히 발효시켜 밀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빵이다. 제대로 발효시켜 만든 빵이야말로 진짜 슬로푸드다. 사진 박현신
4 스페인의 이베리코 하몽 도토리를 먹여 키운 흑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건조한 후, 24개월 이상 숙성시킨 것이다. 소금만으로 단백질과 지방을 숙성시키는 과정을 공장에서 하루아침에 해낼 수는 없다. 날로 먹을 수 있어 가장 빠르게 먹는 음식이지만, 만드는 과정은 가장 느린 슬로푸드다.
5 갓 지은 밥, 반찬 밥은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없어지므로 전기 밥솥에 밥을 해두고 먹으면 그것은 패스트푸드다. 같은 재료라도 슬로푸드도 패스트푸드도 될 수 있다.


13 풍월당 박종호 대표의 2008년 보석 같은 클래식 음반&DVD 5
1 체칠리아 바르톨리, <마리아, 체칠리아 바르톨리>(데카)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가 19세기 소프라노 마리아 말리브란을 존경한 나머지 그를 상상하며 노래를 불렀다. 마리아 말리브란은 20대 초반에 최고의 프리마돈나로 등극했던 초특급 스타. 멋진 건 메조소프라노인 바르톨리가 말리브란의 소프라노 음역을 완벽히 소화해냈다는 점이다. 역시 지극히 사랑하면 이루어지리니.
2 DVD / 구스타보 두다멜, <프라미스 오브 뮤직(음악의 역사)>(도이치 그라모폰) ‘문제아’ 청소년을 모아 만든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의 다큐멘터리. 가난과 폭력으로 고통받는 청소년을 보듬는 음악의 힘을 실감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 음악 교육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면면과, 2007년 베토벤 페스티벌 콘서트 실황까지 담았다. 이들은 12월 14일(예술의전당)과 15일(성남아트센터) 내한 공연을 가진다.
3 DVD/ 로버트 돈헬름 감독, <카라얀 - 혹은 내가 본 아름다움>(도이치 그라모폰) 안네 소피 무터, 사이먼 래틀, 예브게니 키신, 세이지 오자와, 헬무트 슈미트 등 카라얀을 잘 아는 음악가들의 명쾌한 이야기를 담았다. 카라얀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도 여과 없이 실린 솔직 담백한 다큐멘터리다. 카라얀의 팬으로서, 이 다큐멘터리는 그의 탄생 1백 주년에 한 획을 긋는 작품이라고 본다.
4 알브레히트 마이어, <인 베니스>(데카) 알브레히트 마이어는 오보에 연주자이자 베를린 필 하모닉 수석 연주자다. 얼마 전 풍월당에 방문한 그를 떠올려보면 감성이 아주 예민한 연주자였다. 음반 제목이 왜 이냐 하면 베니스가 고향인 비발디의 ‘사계’ 중 ‘라르고’만을 뽑아서 오보에로 독주한 곡, 베니스 출신의 작곡가인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 등이 담겼기 때문이다.
5 줄리아노 카르미뇰라&빅토리아 뮬로바, <비발디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아르히브) 사제였던 비발디는 베니스의 고아 소녀들을 양육하는 가톨릭 교회에서 바이올린을 가르쳤다. 이 로맨틱한 예술가가 재능 있는 소녀와 협연하는 장면을 떠올려보라. 3백여 년 전에 작곡한 이 협주곡을 지금 이탈리아 남자 줄리아노 카르미뇰라와 러시아 여자 빅토리아 뮬로바가 연주했다. 이 둘의 협연은 노련하고도 생기 넘친다. 아, 참고로 이 둘은 부부도 연인도 아니다.



14 배우 박해미 씨를 울린 2008년의 공연 5
“나는 우리 토종 공연 팬이다. 갈수록 얼마나 훌륭해지는지. 우리 정서가 진한 창작 공연만 꼽았다.”
1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 내가 출연한 작품이라는 점을 떠나서, <맘마미아> 이후에 7080세대를 열광시킨 작품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당신만이’ ‘물안개’ ‘광화문 연가’ 등 우리 감성이 그리워하는 노래로 구성해 연기하는 나도 작품에 몰입되었다. 시장에서 일하고서 보따리를 싸들고 온 관객, 딸이 이렇게 신나는 공연 표를 사줬다며 자랑하는 관객들을 만나며 나와 남편은 또다시 감동했다. 내년에 영화로 만들고 뮤지컬도 새롭게 무대에 오를 것이다.



2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 고백컨대 몇 년 전부터 익히 들어온 이 작품을 그저 ‘따뜻한 연극’으로 여겨왔다. 그러다 얼마 전 남편과 함께 관람했는데, 글쎄 이 남자가 초반부터 훌쩍훌쩍거리더니 결국 펑펑 우는 거다. 남편 왈, “나이 들어서도 저렇게 사랑하며 살고 싶다.” 아, ‘황혼의 사랑’은 느리게 짜는 스웨터처럼 따뜻하고, 핏빛 노을처럼 진하구나!
3 뮤지컬 <빨래> 한마디로 나를 확 끌어당긴 소극장 뮤지컬. 달동네에 사는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로, 아담한 공간에서 입체적으로 장소를 변경해가는 연출력이 돋보였다. 어느 작품에서나 가장 중요한 건 배우의 능력이라고 보는데, 그들의 연기에서 한수 톡톡히 배울 정도로 무명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다. 아, 저들은 정말 무대를 즐기며 혼신의 힘을 다하는구나 싶었다.
4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뮤지컬 선후배 배우들 사이에서 요즘 회자되고 있는 명작이다. ‘오랜만에 정말 행복한 관객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 중론. 한국의 종갓집, 전통 장례식 등을 소재로 한 독특한 스토리를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 ‘플라스틱 같은 빈 웃음’ 이 아니라 ‘종소리 같은 깊고 맑은 웃음’을 한바탕 쏟아낼 수 있을 듯.
5 연극 <잘 자요, 엄마> 제목만 보면 엄마의 임종을 앞둔 딸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 ‘딸의 자살을 앞둔 모녀의 마지막 밤’이라는 충격적인 스토리. 최루성 작품일 것이라는 추측은 금물이다. ‘배우 나문희, 손숙’의 저력으로 밑바닥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이 있는 캐릭터가 탄생했다. 그들에게서 우는지 웃는지 분간할 수 없는 ‘징한’ 엄마의 얼굴을 보았다. 주위 선후배들도 엄마 손잡고 관람한 명작이기도 하다.



15 디자이너 마영범 씨의 2008년 나를 놀라게 만든 디자인 5
1 MGX의 조명 ‘오픈 큐브 Open Cube’ 불을 켜는 순간 이 조명이 뿜어내는 빛은 또 다른 장면을 만들어낸다. 조명등 속에는 몇 겹의 공간이 있어 가만히 들여다보면 꼭 건축물 같고, 그 씨줄 날줄 사이를 뚫
고 나온 빛은 밝음과 어둠을 교차시켜 ‘구조’를 만드는 영특한 물건. 문의 에이후스 02-3785-0860
2 아우리스 실로폰 스웨덴 회사에서 만든 이 실로폰은 근사한 생김새에 소리까지 예술이다. 하루를 초단위로 사는 내 사무실엔 홀로 앉아 나를 기다리는 내방객이 많은데, 그게 미안해 이 놀잇감을 마련했다. ‘디자인 홀릭’이 대부분인 그들이 열광하는 매끈한 외모의 물건!www.euromusic.co.kr
3 와사라 Wasara의 종이 접시 누가 이 물건을 일회용이라 할 것인가? 게다가 단정하고 단아하고 날렵한 디자인과 손끝에 감기는 감동, 그 견고함이란. 사탕수수와 갈대 원료로 든 ‘에코 디자인 제품’이란 사실은 가히 충격이었다. 도쿄 긴자의 마츠야 백화점 디자인 컬렉션 매장에서 판매한다. www.wasara.jp
4 파파 버블 캔디 콩알만 한 사탕에 ‘LOVE’란 글자가 새겨져 있고, 체리에 딸기에 트까지 그려져 있다. 2003년 바르셀로나에서 탄생한 이 캔디가 표방하는 바가 ‘갖고 싶은 사탕’이 는데, 그럴싸하다. 게다가 사람 손으로 만든 캔디다.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도쿄, 뉴욕에 이어압구정 로데오 거리에도 매장이 생겼다. www.papabubble.co.kr
5 타셴의 <스튜디오 올라푸르 엘리아손> 지난해에 매튜 바니가 날 감동시켰다면 올해는 올라푸르 엘리아손이다. 덴마크 태생의 이 예술가는 천재다. 생각의 구조부터가 다르다. 빛과 자연, 것을 가지고 놀 줄 아는 아티스트. 그런데 그 방식이 촌스럽지 않다. 아니 충격적이다. 봐야만 알 수 있다. www.amazon.com



16 패션 스타일리스트 기차린 씨가 추천한 10년 들어도 멋스러운 2008년 뉴 백
1 토즈의 도크백 토즈의 광범위한 광고 캠페인 전략은 명중했다. ‘도대체 저 안에 뭐가 있기에 눈을 뗄 수 없는 거야?’ ‘저 백을 들면 저렇게 된다는 거야?’ 이미 발길은 토즈 매장 앞이다. 반반한 악어가죽, 사탕처럼 빨아 먹고 싶은 컬러로 무장한, 그리고 이번 고 캠페인에서 그저 살포시 기네스펠트로 곁에 놓여 있던 도크백. 토즈 하면 보증되는 소재는 물론이고, 트렌디하고 클래식한이 백이라면 10년쯤은 무난히 오케이!
2 디올의 61백 디올의 61주년을 기념해서 이름 또한 61백이다. 보라색으로 물든 뱀피 컬러와 소재가 ‘악’ 소리 나게 멋지지만 무엇보다도 이 백을 선택한 건 철커덕, 하는 메탈 핸들의 경쾌한 소리가 백을 들 때마다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3 롱샴의 레전드 클러치백 툭 하니 팔목에 걸쳐지는 무심함이 첫째, 휴대폰?화장품?다이어리까지 수납 가능한 실용성이 둘째다. 빅 사이즈 백에 넣어 파우치처럼 사용해도 좋다. 결론은 아름다운 백은 길어야 6개월, 반면에 이 백처럼 스마트한 성능을 겸비한 백은 10년을 곁에 두어도 아쉽다는 것.
4 코치의 메디슨 레더 라지 사브리나 브라운 자, 눈을 감고 떠올려보자. 보드라운 캐시미어 소재의 회색 스커트, 올이 굵은 니트 카디건, 블랙 테일러드 재킷. 그 어디에도 난히 멋스럽게 어울리지 않는가. 무엇보다도 점잖은 브라운톤과 골드 장식의 어울림은 그야말로 ‘백 점 백’이다.
5 아이그너의 퓨전 숄더백 천 가방이라면 어느 누가 10년이나 들 엄두를 내겠는가. 손때 묻은 세월의 흔적을 감당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작정하고 구하려 해도 얻기 힘든 태닝된 가죽! 스퀘어 라인의 반듯한 자태를 뽐내는 이 백은 시간의 때를 입어감에 따라 더 근사한가죽의 속살을 유감없이 드러낼 것이다.



17 퓨어 피부과 정혜신 원장이 추천하는 남편에게 선물하고 싶은 2008년 화장품
1 키엘의 젠틀리 엑스폴리에이팅 보디 스크럽 부드럽게 각질을 제거해서 피부 건조를 막아주고, 은은하게 잔향도 남는다. 3만 3천 원.
2 퓨어 메디블록 선미스트 SPF 30 야외에서 즐기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남편에게 선물하기 알맞다. 알부틴과 비타민 C 성분을 함유해 칙칙한 피부 컬러를 환하게 가꿔준다. 2만 7천 원.
3 아라미스의 에이지 레스큐 아이 테라피 눈가주름 때문에 고민하는 남편이라면 가벼운 젤 타입의 아이 에센스를 선물해보자. 4만 2천 원.
4 클라란스의 애프터 쉐이브 에너자이저 산뜻한 질감의 토너로, 면도하느라 자극받은 피부를 진정시켜주고 수분 공급력도 뛰어난 제품. 3만 3천 원.
5 크리니크의 스킨 서플라이즈 포 맨 에이지 디펜스 하이드레이터 SPF 15 남자들은 이것저것 바르는 걸 귀찮아하는데, 이 제품은 로션 타입으로 자외선 차단과 보습을 동시에 해결해준다. 4만 8천 원.



18 <월간 미술> 심정원 기자의 내 마음속 블루칩 작품 5
올 한 해는 확실히 중?장년층 작가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최근 몇 년간 젊은 작가들에게만 집중적으로 관심이 쏟아지는 데 내심 서운해하던 그들은 확실히 농익은 예술 세계와 저력을 보여주며 날것의 풋풋함을 잠재워버렸다.
1 김종학, ‘무제’(2006) 그림 가격이 엄청 ‘쎈’ 작가로 유명하지만, 꼭 한 점갖고 싶은 욕심을 버릴 수 없다. 늘 좋은 작품들을 보고 다니는 미술전문지 기자라는 직업상 웬만큼 포기도 빠르건만, 누군가 내게 집에 걸어둘 그림 꼭 한점을 고르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김종학 선생님의 그림을 꼽겠다. 나는 그림이 일종의 ‘부적’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알록달록 화려한 꽃과 새가 어우러진이 그림을 보면 좋은 기운이 주변 가득 충만해지는 느낌이 든다. 거실 한복판에 걸어두면 왠지 좋은 일이 계속 생길 것만 같다. 문의 가나아트센터 www.ganaart.com 



2 김은주 ‘꽃병’(2007) 오직 4B연필만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작은 소품은 물론이고 전시장 벽을 가득 채우는 대형화면도 오로지 연필뿐이다. 화병을 그린 이 검디검은 그림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내 시선이 온통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수백 번 짓이겨져 번들거리는 흑연 가루 속에서 양갱같이 검고 말랑한 고독과 돌처럼 단단한 믿음이 느껴졌다. 사간동 어느 화랑 벽에 없는 듯 조용히 걸려 있던 스케치북 만한 크기의 이 그림, 아직 거기 그대로 있을까? 문의 심여화랑 www.simyogallery.com
3 강운구, ‘김천’(2007) 역시 내 인생의 로망이다. 어릴 적 잡지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 처음 본 강운구 선생님의 사진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마음속 깊이 각인되어 있다. 어린 눈에도 단순하고 밋밋한 편집이 좀 낯설었던 그 잡지는 까만 활자보다 큼직한 사진이 내용을 힘있게 웅변하는 것 같았다. 사실 그땐 그 잡지가 뭔지, 사진을 찍은 이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그 시절 아이들처럼 늘 심심하고 할 일 없던 나는 창가에 엎드려 그림책인 양 보고 또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오랜 세월이 흘러 전시장에서 그의 사진을 보았을 때, 단박에 나는 알 수 있었다. 이끼 낀 화강암에 새겨진 어여쁜 보살상처럼 기도하듯 두 손으로 라이카 카메라를 잡고 있는 이 그림자. 그는 나의 키다리 아저씨다. 문의 한미사진미술관 www.photomuseum.or.kr
4 정현, ‘Untitled’(2006~2008) 작가와 작품을 별개로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작가의 인품에 따라 작품도 달리 보인다는 사람도 있다. 즉 작가가 좋아야 비로소 작품도 좋아진다는 식이다. 정현 선생님과 작품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생각할 때 나는 후자 쪽이다. 올가을 학고재 개인전에서 선보인 이 평면작업 시리즈를 보고 바로 마음을 뺏겨버렸다. 철판에 화인 火印처럼 찍힌 잡초 형상은 죽음보다 오히려 생의 의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지루한 일상에 무뎌지고 식은 마음을 불쏘시개처럼 뜨겁게 달궈주는 작품. 문의 학고재 www.hakgojae.com
5 김유선, ‘Rainbow Garden’(2007)이 작품은 필시 직접 봐야 한다. 도록 사진으로는 작품의 진가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일일이 자개에 색을 입히고, 잘게 잘라 성형 판 위에 붙인 이 작품은 보는 각도에 따라 빛깔도, 그 전체적인 느낌도 크게 변한다. 직접 작품 앞에 서서 보고 있노라면 구불구불 에로틱하게 반짝이는 클림트의 선이 연상되기도 하고 빛을 가득 품은 인상파 작가의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을 하기도 한다. 작품을 볕이 잘 드는 창가 쪽에 걸어두고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문의 가나아트센터 www.ganaart.com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