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빈센트의 구두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구두’ 하면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빈센트의 구두’로 불리는 이 작품부터 떠올릴 듯하다. 하이데거와 사피로, 데리다까지 합세해 누구의 구두인지 논쟁을 벌인 작품이다. 하이데거는 농부의 구두, 사피로는 도시 노동자이던 고흐 자신의 구두라 했고, 데리다는 누구의 구두인지 알 수 없으며 한 켤레가 아닌 다른 구두의 조합이라고 했다. 하이힐은 어떤가? 대부분이 도시인인 현대인, 그중에서도 새로운 현대 도시 워커인 현대 여성의 상징, 그들의 삶과 꿈을 담은 구두이다. 현대의 빈센트 구두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펜디 콜리브리 슬링백 메시 소재에 스포티한 스트랩, 패딩 처리한 발뒤꿈치 쿠션과 메탈릭한 굽. 미래지향적인 기하학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구조로, 여러 가지 다른 소재가 조화를 이뤄 세련미를 발산한다.
다빈치의 포물선
그림 속 여인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중 성모상 두 점과 모나리자를 제외하고는 유일한 일반 여성 모델이다. 정체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확실한 것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품을 지녔다는 것이다. 이 여인이 관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현대적 감각의 멋진 브레이슬릿으로, 그녀의 아름다움과 어울려 보인다. 브레이슬릿은 과학자이기도 한 다빈치의 노트에 등장할 법한 포물선을 연상케 한다.
까르띠에 저스트 앵 끌루 브레이슬릿 일상의 평범한 못을 소중한 주얼리로 재탄생시켰다. 못 모티프 브레이슬릿은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강렬하고 시크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18K 골드와 화이트 골드에 브릴리언트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다.
아름다움, 사랑, 소통의 제스처
2차원에서 3차원을 표현하는 것은 회화의 특징 중 하나이다. 특히 대상을 실물로 착각할 만큼 생생하게 표현하는 것을 트롱프뢰유trompe-l’oeil라고 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때로는 액자 밖으로 손이나 몸을 내미는 제스처를 담아내기도 한다. 나는 이 작은 립스틱의 모습에서 조각상 같은 당당함, 한스 멤링Hans Memling의 작품 속 예수가 몸을 내미는 정서를 보았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 사랑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욕망을 립스틱이 액자 밖으로 반쯤 걸친 듯한 모습에 투영했다.
에스티 로더 퓨어 컬러 디자이어 립스틱 구조적 골드 케이스가 고급스러움을 더해 소장 가치를 높였다. 한 번의 터치로도 선명하게 발색되며, 입술에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발린다.
소녀의 당당한 욕망
액자 속 작품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이다. 내 이전 작품에도 등장하는 소녀는 페르메이르가 선사한 진주 귀고리를 한 채 앉아 있는데, 사랑스럽지만 다소 수동적으로 보인다. 최근 스칼릿 조핸슨이 연기한 영화 속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의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아 소녀의 욕망을 그렸다. 이번 작품 속 ‘그녀’가 자신의 터번 색을 담은 멋진 가방을 적극적으로 욕망하는 솔직하고 당당한 눈빛으로 읽히길 바란다. 여자라면 누구나 탐내는 스타일 아이콘, 바게트 백으로 잘 알려진 백을 골라 소녀의 욕망에 대답하듯 당당하고 경쾌한 포즈로 설치했다.
펜디 바게트 백 1997년 탄생한 바게트 백은 모양이 매우 미니멀해 소재, 컬러, 장식을 선택하는 데 다양한 종류의 시도가 가능하다. 비즈, 시퀸, 금사 장식 등 모든 여성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재미있고 매력적인 소재를 사용한다
미술가 김홍식은 1990년대 후반부터 사진과 판화를 활용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작품을 보여주는 미술관의 시선, 그것을 바라보는 관중의 시선, 이 모든 것을 응시하는 작가의 시선이 겹겹이 존재하는 미술관의 장면을 독특한 방식으로 완성한다. 전통적 판화 작품은 종이에 찍은 결과물이지만 그의 작품은 판화를 만들기 위한 과정인 스테인리스 스틸 원판 자체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등 다수 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 도슨트
김홍식 작가의 <김홍식. ZIP : B theory>에 초대합니다. 직접 작가를 만나고,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일시 5월 14일(화) 2시
장소 파라다이스ZIP
참가비 정기구독자 1만 원, 비구독자 2만 원
인원 8명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이벤트’ 코너에 참가 이유를 적어 신청하세요.
- 작가의 갤러리 예술가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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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작품을 바라보는 군중의 시선을 포착한 김홍식 작가가 <행복>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금빛 틀 속에 담긴 예술 작품의 시선으로 일상의 사물 중 명품이라 불리는 오브제를 바라본 것이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