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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게 쇼핑하기 자연스러운 품격, 베지터블 레더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패션계에도 다양한 친환경 소재가 각광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환경과 인체에 해가 가지 않도록 가공하는 베지터블 레더는 부드러운 촉감 덕에 소비자뿐 아니라 가죽 전문가들도 선호하는 소재다.

버건디색 베지터블 레더의 사각형 백은 53만 원, 0914. 네이비색 가죽 첼시 부츠는 39만 8천 원, 텐포인츠. 위빙 기법으로 블록 체크 패턴을 표현한 토트백은 73만 원, 0914. 살구색 가죽 스니커즈는 17만 9천 원, 로우로우. 핑크색과 녹색의 컬러 대비가 돋보이는 레더 백은 20만 8천 원, 프루아. 테이블 위에 놓인 커다란 베지터블 레더 원단은 백스테이지 머티리얼 바자 판매.
자연보호를 염두에 둔 윤리적 소비가 패션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피를 사용하는 해외 패션 브랜드의 컬렉션장 앞에는 동물 보호 단체의 시위가 이어지고, 똑똑한 소비자는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물론 자연보호도 중요하지만, 패션 제품은 일단 보기에 좋아야 판매가 잘될뿐더러 생산과정이 복잡하기에 디자이너들은 자연 친화적 패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많은 디자이너가 선택하는 친환경 소재가 있다. 바로 식물성 가죽, 즉 베지터블 레더다.

베라펠레 협회 소속의 가죽 장인이 가죽을 태닝하는 모습 . 
가방과 구두, 의류 등에 사용하는 자연 상태의 동물 가죽은 시간이 흐르면서 부패하기 마련. 그래서 첨가제를 넣고 가공해야 하는데, 이를 무두질(태닝)이라고 한다. 태닝할 때 쓰는 첨가제는 크게 화학적 원료와 식물성 원료로 나눈다. 가죽 태닝에 사용하는 화학적 원료은 크롬이나 니켈 성분인데, 공정 시간이 스물네 시간가량으로 짧아 대량생산에 알맞지만 인체뿐 아니라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100% 이탤리언 베지터블 가죽을 사용하는 브랜드, 일비종떼의 가죽 가방. 
반면 천연 재료를 첨가하는 공법으로 만든 베지터블 레더는 비교적 친환경 소재로 여긴다. 크롬 가죽과 달리 베지터블 레더는 공법상 색상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어 흰색처럼 밝은 색상을 만들 수 없고, 가죽 표면에 본래 있던 상처와 주름이 눈에 띄는 편이지만 다수의 디자이너가 베지터블 레더를 사랑한다. 사용하면 할수록 부드러워지며 가죽 본연의 멋이 느껴지기 때문. 루이 비통의 가방 역시 핸들 부분에 베지터블 레더를 사용하기로 유명하다.

구입 시에는 밝은 살구색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진한 베이지색으로 변해 소비자에게 태닝의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가방 브랜드 0914는 자연스럽고 수공예적 느낌을 내기 위해 전통 기법으로 만든 베지터블 레더를 사용한다. 패션 브랜드 프루아의 조성준 디자이너 역시 “베지터블 레더는 살아 있는 가죽 같다. 사람의 습관에 따라 낡아가고, 매일 색이 변하기에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유분감이 있어 쫀득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베지터블 레더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관심을 바탕으로 지난 10월 새롭게 론칭한 스웨덴의 베지터블 레더 슈즈 브랜드, 텐포인츠의 워커. 
반면 베지터블 레더 제품은 이염이 잘되고 스크래치가 잘 생기는 편이라 소재에 대한 이해가 낮은 소비자들은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빈티지하고 내추럴한 느낌을 선호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듯, 최근에는 이탈리아 베지터블 레더 브랜드 일비종떼의 디자인 총괄 디렉터이자 가죽장인인 루카 가벨리니가 내한해 가죽공예 클래스를 열기도 했다.

대부분의 의식 있는 브랜드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에 위치한 베라펠레Vera Pelle 협회의 인증을 받은 생산업체의 가죽을 사용한다. 자연 원료를 사용하고, 먹기 위해 도축하거나 자연사한 동물 가죽을 사용하며, 동물 털은 농업용 비료에 재활용하는 등 친환경적이면서 윤리적인 가죽이다. 가죽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게 최선이겠지만, 가죽 소재 제품을 구입하고자 한다면 어떤 공법으로 만들었는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 자연 친화적 삶에 한 걸음 가까워지는 소비일 것이다.


어시스턴트 박현정 제품 협조 로우로우(02-324-8849), 백스테이지 머티리얼 바자(02-3440-0790), 텐포인츠(070-4100-8585), 프루아(02-499-8410), 0914(02-2056-0914)

글 이재은 기자 사진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