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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새' 자연 소재와 전통의 가치를 미래로 잇다
이새의 의상은 같은 디자인 제품이라도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기계가 찍어낸 게 아니라 자연 소재를 자연 염색해 사람 손으로 작업하기 때문. 어쩌면 우리는 비현실적으로 완벽한 기성품에 너무 길들여진 게 아닌지. 전통의 친환경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완성한 이새의 옷과 생활용품을 입고, 만지고, 사용하다 보면 자연에 대한 존중과 잃어가던 인간미가 되살아나는 것 같다.

자연 소재에 자연 염색한 옷을 현대적 감각으로 제안하는 이새 제품. 
‘이새’란 여자의 집안일을 일컫는 순우리말이다. 브랜드 이새가 이름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참뜻은 이렇다.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만들어내는 화려하고 편리한 옷과 살림살이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전통적 생활의 지혜와 친환경성을 기억하고 지키자는 메시지. 오늘날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 모양으로 찍어내는 기성품은 기계와 화학물질의 산물이며, 그러다 보니 사람과 자연 그리고 환경을 오염시킨다.

하지만 산업화 시대 이전으로 돌아가보면, 여자들은 가족을 위해 필요한 옷과 살림살이를 직접 만들어 썼다. 이 물건은 보통 그 지역의 자연에서 재료를 구했고, 실을 짜고 나무를 다듬어 손으로 정성껏 만들었기에 인체에 해로움이 없었고, 역할을 다하면 자연스레 자연으로 되돌아가 자연을 해치지 않았다. 또 직접 물건을 만드는 솜씨에는 삶에서 자연스레 전해진 전통 기법과 그 지역 특유의 생활감각이 담겨 있었다. 이런 옷과 살림살이는 가족 각각의 특성과 필요에 따라 만들었기에 하나도 같은 게 없었고, 저마다 그 자체가 고유한 크리에이티브 작품인 셈이었다. 이처럼 이새라는 브랜드 이름에는 ‘사람과 환경을 위한 지속 가능한 삶은 옛날 집안일이 지닌 이러한 가치를 깨닫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왼쪽) 일일이 침을 발라 실을 잣고 한 올씩 정교하게 짜는 모시로 만든 이새 의상. (오른쪽) 이새는 진흙, 쪽, 벨라도나 열매, 감물 등으로 자연 염색을 고집한다. 천연 먹물 염색으로 완성한 행주와 테이블보. 먹을 곱게 갈아서 미지근한 물에 희석한 후 원단을 염색해 말리고 식초물에 삶고 헹구는 과정을 거치는 먹 염색은 화학염색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은은한 잿빛이 특징이다.
자연 소재를 존중하고 지키려는 노력
누구나 자연 소재 옷과 친환경 살림살이가 소중하다는 걸 알지만, 정작 가까이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사람이 옛 방식으로 만든 수공예품은 흔하게 접할 수 없다. 오늘날 너도나도 편리한 공산품을 주로 소비하니, 사람과 자연환경에 해를 끼치게 되고, 지역의 자연 재료를 사용해 손으로 고유한 물건을 만드는 지역의 생산자들은 판로를 찾지 못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작업을 포기하게 되는 것. 결국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친환경 핸드메이드 제품의 공급이 적으니 가격은 비싸고, 소비자는 더 멀리하게 된다. 이러한 안타까운 악순환 속에 우리 전통의 친환경적 라이프스타일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다.

안동 지역의 생냉이를 삶고 물레로 꼬아서 만드는 삼베인 안동 무삼 실뭉치. 
이새는 이렇게 위기에 처한 전통을 미래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브랜드 역할이라고 믿는다. 친환경적인 전통문화를 현대인의 생활양식과 쓰임새에 맞게 새롭게 제안하는 것. 베틀로 사람이 손으로 짠 직물에 화학약품이 아닌 자연 재료로 자연 염색을 해서 옷을 만들고, 사람이 손으로 찍어 만드는 블록 프린트로 옷 문양을 만드는 생산법을 고집하는 이유다. 봄・여름 제품은 대부분 오가닉 코튼, 마, 실크 등의 자연 소재와 진흙 염색, 쪽 염색, 벨라도나 열매 염색, 감물 염색 등 자연 염색으로 제작한다.

가을・겨울제품은 자연 소재가 지닌 보온성의 한계 때문에 보온성을 높일 수 있는 울과 캐시미어 방한 소재를 적용한 혼방 소재를 자연 염색해 만든다. 사람의 몸과 자연에 해로운 화학섬유를 주로 접하다가 이새의 자연 소재와 자연 염색 옷을 입어본 많은 사람이 브랜드의 고정 고객이 되어, 이새는 해마다 놀라운 매출 증가를 보이며 2016년 현재 전국 주요 백화점과 쇼핑가에서 7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매장수가 많아지면서 제품 제작 공정의 일부는 자동화했지만, 자연 소재와 자연 염색을 사용하는 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은 10년간 변함 없이 고수하고 있다. 그렇게 전통 공급자에게 끊임없이 수요를 만들어주고, 또 소비자에게는 좀 더 합리적 가격으로 쉽게 친환경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창밖으로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지는 이새 매장. 진열해놓은 제품은 물과 흙, 빛으로만 만드는 자연 식기인 제주 숨옹기와 안동 무삼으로 만든 테이블웨어. 
이새가 추구하는 전통과 미래의 가교 역할로, 해마다 수행하는 프로젝트도 눈여겨볼 만하다. 일일이 침을 발라 실을 잣고 사람 손으로 한 올씩 정교하게 짜는 한산 모시를 연구해 미래적 패션 디자인을 선보이는 프로젝트를 2년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그 결과물을 이새의 플래그십 스토어인 인사점 쇼윈도에 전시하고 해외 패션 박람회에 소개해 찬사를 받았다.

2016년 현재 안동 지역이 최상의 생산지로 알려진 안동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우리가 흔히 수의의 소재로만 여기던 안동포가 얼마나 멋스럽고 친환경적인 모던한 패션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국내 외에 일깨워주고 있다. 또 한지의 재료인 닥종이를 이용해 가방을 만들어 자연 염색해 심미성과 내구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감각적 줌치 가방을 개발하는 연구와 한산 모시, 안동포에 이어 진행하는 무명 프로젝트도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옛 전통에 대한 관심과 존중은 단지 한국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정경아 대표는 지난 15년간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의 전통 마을과 장인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아름다운 집안일을 멈추지 않도록 그들이 만든 물건의 판로를 찾아주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 문화만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가 갖고 있는 것, 하지만 상대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가치를 깨닫고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정경아 대표의 말이다.

쪽 염색 후 자연 건조하는 모습. 2 오로지 흙과 불, 물만으로 만드는 제주 숨옹기와 안동포. 제주 숨옹기는 제주 흙의 가치를 재발견해 소박하고 간결한 조형미에 기능성을 더해 만든 가장 자연에 가까운 그릇이다. 3 제작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색을 얻기까지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한 진흙 염색. 지역의 특수한 기후 환경이 만들어낸 진흙은 통기성과 부드러운 촉감이 특징인 이새의 대표적 자연 염색 소재다. 
사라져가는 전통에 생명을 불어넣다
2016년 이새는 의류뿐 아니라 침구류, 식기류 등 라이프스타일 전 영역에서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는 이새 라이프스타일 플래그십 숍을 인사동에 열어 토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영역을 넓혔다.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소규모 생산자를 지속적으로 발견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취지다. 아시아 저개발 국가의 지역 수공예품을 공정 무역으로 구매해 판매하는 ‘메라하트’ 라인을 비롯해 할아버지가 손주의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자연 그대로의 은곡도마, 청정 섬 제주의 흙・ 물・불로만 만든 자연 식기인 제주 숨옹기, 강원도 도계 탄광 지역에서 난 유리를 사람의 숨으로 불어 만드는 물빛유리, 지리산의 나무를 태워만든 자연 식기인 검은 목기 등을 만날 수 있다.

나아가 자연 재료와 사람 손으로 지역 살림살이를 이어나가는 소규모 생산자를 다각적 방법으로 지원한다. 2017년에는 소규모 지역 생산자들이 한 달에 두 번 깨끗하고 아름다운 먹거리와 수공예품으로 시장을 여는 마르쉐와 협약을 체결해 그 아름다운 시장과 라이프스타일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닥종이로 만든 한지 줌치 가방과 자연 염색해 만든 슬리퍼. 모두 가볍고 편안하다. 
한편 최근에는 사라져가는 검은 목기를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매거진 <뉴요커>의 아트 디렉터, 예술 대학의 교수 등 세계적 명성의 시각 디자이너 4백 명이 회원으로 참석하는 2016 AGI(Alliance Graphique International) 서울 총회 식사에 이새가 검은 목기를 선보이며 세계 톱 시각 디자이너들의 찬사와 호응을 이끌어낸 것. 지리산의 나무를 태우고 토종 밀랍으로 코팅한 독특한 자연 그대로의 검은 목기는 얼핏 보면 주물 그릇 같지만, 촉감이 따스하고 무엇보다 가볍다. 이처럼 100% 자연 재료를 사람의 손길로 다듬은 식기의 아름다움은 국적을 불문하고 현장의 톱 아티스트를 감탄시켰으며, 나아가 친환경적 전통 공예품이 지속 가능한 삶의 대안이라는 이새의 기업 철학을 재확인하는 자리기도 했다.

이 밖에 이새는 각 나라에서 요청을 받으면 오지의 작은 마을에라도 찾아가 각 나라의 전통과 로컬 살림살이 문화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브랜딩과 판로 방법을 찾아주는 데 앞장서고 있다. 아시아공정무역네크워크의 창립 이사, 한아세안센터 상임이사로도 활동하는 정경아 대표의 이력이 이를 증명한다. 실제로 해마다 아시아 각국의 소규모 패션 혹은 라이프스타일 제작자들이 이새의 본사와 매장을 방문해 브랜딩과 유통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하니, 이쯤 되면 이새는 단순한 기업을 넘어 전통문화 외교 사절단이 아닐까?



자료 제공 이새(02-6713-5592)

글 강옥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