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아
색조 브랜드 최초로 북미 시장 벽을 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시작해 이제는 자신의 브랜드 ‘조성아22’의 크리에이터이자 경영자로서 일분일초를 쪼개 쓸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는 조성아. 10년 전, 홀대받던 홈쇼핑 시장에서 뚝심 있는 행보로 매출 신화를 기록한 성공을 기반으로, 이제 조성아22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6백여개 뷰티 편집매장에 입점했다. ‘쉽고 재미있게 자신만의 장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혁신적 제형, 편리한 애플리케이터 개발, 독특한 디자인등 사용자 중심의 실용적이고 친근한 대중적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스킨케어나 피부 표현에 편향된 환경에서 최초로 한국 색조 브랜드로서 북미 시장에 진출한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여성들이 즐겁게 아름다워지는 경험을 하고,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는 긍정적 아름다움인 ‘마인드 뷰티’를 실현하도록 만드는 게 아티스트로서의 꿈이자, 조성아22의 미래다.”_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성아
해외에서 체감한 K-뷰티 열풍의 현주소는 실제로 어떠한가?
지난 3월 미국 언론과 뷰티 인플루언서들 요청으로 뉴욕에서 ‘K-뷰티 프레스 행사’를 직접 개최했는데,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현지인들의K-뷰티, 특히 한국인의 메이크업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조성아22가 타 브랜드보다 먼저 접할 수 있도록 미주 세포라 매장 진입로쪽에 진열되어 있는 걸 보고 정말 뿌듯했다.
‘조성아’ 하면 유쾌하고 위트 있는 에너지가 절로 떠오른다. 크리에이터로서 이토록 색깔이 분명하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을 것 같다.
20년 전, 고객 중 한 명이 당대 최고의 여배우와 똑같은 화장을 요구했고, 나는 최선을 다해 그 룩을 완성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막상 메이크업이 끝났을 때는 아름답지도 않고 개성도 없는 정체불명의 결과물이 나왔다. 진정한 뷰티 마스터라면 그녀의 장점을 살려 룩을 만들어주어야 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순간이다. 그 이후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고 그 본질과 장점을 갈고닦는 것이라는 ‘마인드 뷰티’ 철학을 수립했다. 남의 외모를 부러워하고 본인의 단점을 가리려고 애쓰는 것은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닌 괴물을 낳을 수 있다. 본인의 장점을 찾아내고 그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크리에이터와 비즈니스의 역할은 상충적일 텐데 동시에 하고 있다. 그 균형감은 어떻게 찾고 있나?
처음에는 크리에이터와 비즈니스의 역할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두 역할 모두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성공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더라. 본질적인 성공의 길을 위한 하나의 철칙을 더하자면, 바로 디테일을 중요시 여긴다는 것이다.
두 역할을 하기에 주로 큰 그림을 볼 것 같지만, 디테일을 챙긴다니 아이러니하게 들린다.
내가 좋아하는 문구가 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중용> 23장 말씀으로, 내가 가장 중시하는 본질과 디테일에 대해 명확히 나타내주는 나의 신조다. 나의 것이 아닌 남의 것을 보고 탐하거나, 없는 것을 억지로 원하지 않아도 내 삶의 중심을 지키는 것이 바로 삶의 균형이고, 내가 비즈니스와 크리에이티브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바탕이다. 즉 하나의 본질 안에 내 삶의 모든 부분을 동일시하므로 특별한 균형감은 필요하지 않다.
K-뷰티에 대한 전망
K-뷰티 열풍이 영원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기술력과 제품력 등 강점들이 쌓인 국제적 위상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K-뷰티가 단순한 열풍이나 이벤트로 사그라들지 않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지금의 강점을 유지하며 모두가 공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브랜드들의 국제적 진출이 줄을 잇는다.
장기적으로 K-뷰티를 세계적인 뷰티 트렌드로 만드는 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브랜드들의 제품이 해외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수록 K-뷰티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며, 이를 통해 K-뷰티 열풍은 일시적 이벤트가 아닌 K-뷰티 문화로 시작해 전 세계를 아우르는 하나의 뷰티 문화로 확고히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꿈의 종착지는?
모든 사람이 화장품을 통해 단순히 예쁜 메이크업을 하는 것이 아닌, 여성이 본인에 대한 긍정적 시각과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가길 바란다. 아티스트로서 경험과 현재 뷰티 철학을 기반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노하우를 담아 ‘조성아 뷰티’라는 슬로건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여성들이 즐겁게 아름다워지는 경험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긍정적 아름다움, 즉 ‘마인드 뷰티’를 실현토록 하는 것이 내가 꿈꾸는 최종 목적지다.
◆ 조성아의 K-뷰티 룩
오늘 연출한 메이크업의 포인트는 조성아가 제안하는 ‘서울살색’이다. 전 세계 뷰티 시장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K-뷰티의 가장 기본적인 메이크업을 표현했다. 뽀얗고 화사한 복숭앗빛의 서울살색을 바탕으로 한국 여성들의 마음을 담은 생기 있는 메이크업을 연출했다
1 조성아22 밀키 웻 파우더 복숭아 물분 물과 파우더를 혼합한 물분 텍스처가 27시간 촉촉한 복숭앗빛 피부로 연출해준다. 3만 5천 원. 2 식스틴 구름크림 핑크 톤업 화사하고 윤기 있는 피부로 연출해주는 톤업 크림. 1만 8천 원. 3 모델 박세진이 입은 블랙 톱은 N。21, 블랙 스키니 진은 칼 라거펠트 제품.
김승원
중국 뷰티 타운 속에 콘텐츠를 채우다
크리스챤 디올 코즈메틱에서 아시아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약하다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 삼아 방송과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김승원. 특유의 입담과 쇼맨십, 시그너처 룩으로 CJ 인지도 조사 결과 50%가 넘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그는 일주일에 2~3회 비행기에 오를 정도로 해외 출장이 잦다. 아시아는 물론 미주, 유럽 등 뷰티 이벤트에서 K-뷰티를 알리기 위해서다. 특히 최근 주요 무대는 중국으로, 중국 색조 화장품 브랜드의 크리에이터로 참여하는가 하면, 대규모 뷰티 타운 조성을 맡았다. K-뷰티의 더 큰 도약을 꿈꾸며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고, 아카데미를 열어 후배 양성에도 힘쓰며 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입되는 관광객에게 K-뷰티의 가치를 제대로 느끼고 갈 수 있도록 환경을 다지고 싶다. 뷰티 더하기 문화 예술까지 접목한 프로젝트를 펼칠 예정이다 .” _메이크업 아티스트 김승원
최근 유독 중국 출장이 잦은 것 같다.
항저우, 상하이, 난징, 광저우 등지에 뷰티 타운을 만들고 있다. 우선 항저우 쪽이 가장 진행이 빠른데, 3층 세 개 동에 이르는 작지 않은 규모다. 이 공간에 뷰티 서비스(헤어, 메이크업, 네일, 스파), 뷰티 케어(피부, 피부과, 성형, 퍼머넌트), 뷰티 보디(필라테스, 요가), 뷰티 아카데미, 제품까지 여성이 아름다워질 수 있는 통합적 복합 뷰티 콤플렉스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른 행보를 시작한 계기는?
K-뷰티가 중요한 시기에 있다는 사명감에 치열하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한중을 넘나드는 비즈니스 모델, 뷰티와 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입되는 관광객에게 K-뷰티의 가치를 제대로 느끼고 갈 수 있도록 환경을 다지고 싶다.
아티스트로서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뷰티라는 뜻이 범위가 넓다. 결국 아름다움을 위한 행위에는 제품이 필수인데, 장기적으로 그러한 유통망을 확보해서 공급을 주체적으로 넓혀나가고 싶다. 보다 적극적 협력 관계자로서 김승원의 브랜딩 목표가 있는 셈이다. 문화 교류에서도 중간자 역할을 하면서 뷰티더하기 문화 예술까지 접목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중국에서 체감한 K-뷰티의 현주소는?
솔직히 안타까운 면이 많다. 한국 제품이 인기라고는 하지만, 아직 중국인 화장품 사용자 인구가 5%밖에 안 된다. 그러니 일반화할 수 없다. 한국 화장품의 매출 규모로 따지면 200% 이상 성장하고 있지만, 특정 제품과 특정 브랜드의 이야기일 뿐이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현재 중국인들이 한국 화장품을 단순하게 좋아한다고 착각하면 안된다. 중국이 자체적으로 자국의 뷰티 산업을 성장시키려는 목표가 있으며,이미 중국이 한국의 OEM 생산자나 기술자를 스카우트하고 있다. 중국이 이시장을 노리며 힘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의사나 기반이 서서히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결국 성형외과 산업이 주춤해진 걸 봐라.
K-뷰티 파워를 잃지 않기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보는 것은?
판매만 목적으로 시장에 진출해서는 안 된다. 한국 속에서 브랜드 가치를 제대로 가지고 가도록 브랜딩해야 오래갈 수 있다. 베네피트, 나스, 바비 브라운 등 각기 색깔이 있다. 이처럼 명확한 정체성이 있는 브랜드가 한국엔 아직 별로 없다. “연예인 누가 뭐 썼다”는 식의 후광 효과만 있다. 그러면 반짝할 수밖에 없다.
K-뷰티의 본질은?
대중 속 한국 여성이 K-뷰티다.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나라보다 많고, 지리적 환경 때문에 계절에 맞는 룩과 메이크업이 달라지고, 그러한 니즈에 맞게 제품을 개발하고 이용했기 때문에. 그렇게 성장한 미용 산업이 바로 K-뷰티다. 드라마, 한류를 통해 ‘한국 여자들은 피부가 좋고 예쁘다’는 인식도 한몫했다.
한국 여자의 이미지를 만들어준 한국 아티스트의 공이 컸다.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마운 일이다. 한국 사람들이 전문가에 대한 가치를 기업이나 나라에서도 인정하고 문화를 형성해주어야 한다. 아이러니한 일은, K-뷰티 속에 함께 성장하는 한국 아티스트는 그리 많지 않다. 방송에 출연하는 도구,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했기에 비교하자면, 유럽에서는 기업이 아티스트가 클 수 있도록 장을 열어준다. 우리나라가 아티스트를 대하는 모습과 다른 부분이다. 우리는 문화ㆍ예술계 종사자에 대한 가치를 더 인정해야 한다.
후배에게 당부의 말
예전엔 잡지에 나오는 아티스트를 최고로 꼽던 시절이 있었다. 언젠가부터는 방송을 하면 인정받는다. 그래서 저마다 스타가 되려고 한다. 하지만 아티스트의 진정한 본질은 만나는 사람을 만족시키는 거다. 더 많은 사람이 해외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그 안에서 성장하면 좋겠다. 우리가 멀다고 느끼던 세계가 가까워지고 있으니까!
◆ 김승원의 K-뷰티 룩
해외에서 한국 스타일의 메이크업을 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촉촉하게 빛나는 매끄러운 피부, 아이돌처럼 또렷하고 날렵한 아이라인과 눈썹, 사랑스럽고 윤기 나는 우유 빛깔 틴트 립은 한국 여자 메이크업의 전형이다.
1 VDL 퍼펙팅 래스트 파운데이션 다크닝 없이 화사한 피부를 장시간 지속해준다. 2만 5천 원. 2 VDL 페스티벌 리퀴드 아이라이너 선명한 딥 블랙 포뮬러와 탄력 있는 브러시로 번짐 없이 날렵한 눈매로 연출해준다. 1만 2천 원.3 모델 박혜진이 입은 펀칭 디테일의 블랙 원피스는 칼 라거펠트 제품.
정샘물
각계각층과 소통하며 건강한 아름다움을 전파하다
한창 잘나가던 시절, 과감하게 유학을 결심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4년 반 동안 순수 미술을 공부하고 돌아와 내공을 단단히 쌓은 정샘물은 메이크업을 순수 예술적으로 해석하는 아티스트다. 싸이월드 시절, 메이크업을 배우고자 하는 친구들의 수많은 질문을 한 번에 해결해주고자 하는 의지로 유튜브를 시작해 어느덧 10년째 꾸준히 운영해온 그녀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32만 명. K-뷰티 영향으로 늘어난 해외 팬과 아티스트를 응대하기 위해 국제 팀까지 마 련해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정샘물 아카데미는 중국, 미국, 유럽 등지에서 인터내셔널 코스를 하러 온 국제 학생이 3분의 1이다. 뷰티 살롱부터 아카데미, SNS, 브랜드 론칭까지, 그녀는 궁극적으로 건강한 아름다움을 세계 여성에게 알리고자 하는 비전을 가지고 오늘도 부지런히 뛰고 있다.
“지금은 미의 기준이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 여기서 벗어나 저마다 고유한 매력을 지녔다는 걸 스스로 아는 자존감 있는 건강한 K-뷰티를 만들고 널리 알리고 싶다.” _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현장에서 체감하는 K-뷰티
얼마 전 크리니크 글로벌 멘토로 발탁돼 미주ㆍ아시아 지역 리저널 아티스트가 파리 퐁피두 센트에 모여 세미나를 했는데, 유럽 기자들이 다 왔다. 깜짝 놀랐고, 벅차서 눈물이 났다. 26년 동안 일하면서 이런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현장의 모든 기자의 질문이 한국에서 온 나에게 집중되더라. K-뷰티에 대한 궁금증이 너무 많았던 거다. 제품, 테크닉, 아름다운 피부 결, 문화, 그리고 기초와 베이스에 쏠려 있었다.
K-뷰티 성공 요인을 꼽는다면?
메이크업과 배우의 파트너십도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로레알, 다카라 기업 등 해외 글로벌 브랜드가 궁금하다며답사를 와 만났는데, 스타가 일반인과 섞여 헤어ㆍ메이크업을 받는 토털 뷰티 공간이 있다는 걸 신기해했다. 그래서 알게 됐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시스템의 승리라는 것을. 예를 들어 내가 탕웨이와 오랜 시간 함께 가니까 그녀의 아름다움이 일관성 있게 대중에게 전달되는 식이다.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아티스트가 매번 바뀌면 편차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어느 때는 노숙해 보이고, 영해 보이고, 건조해 보이는 건 진짜 아름다운 게 아니다.
최근 정샘물 브랜드를 론칭했다.
시작 단계다. 온라인 소통을 통해 자리 잡고 제품도 핵심적인 것만 구성했다. 중국에서는 판매되고 있고, 미국은 세포라 입점과 함께 K-뷰티 제품을 유통시키는 채널과 미팅 중이다. 전문성을 키워가기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있다. 브랜딩과 제품력을 견고하게 다지자는 마음으로. 소비자는 그래야 찾아줄 테니까.
아티스트 정샘물의 강점
뷰티 살롱을 운영하면서 대중을 경험했다는 점 아닐까? 그 누구를 만나도 80~90%는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이는 결과물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교감의 측면을 의미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내 생각을 손으로 전달하는 직업이다. 내 경력과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나를 어려워할 수도 있을 텐데, 그렇다고 나한테 메이크업을 받으면서 불편한 마음이 들면 안 된다.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 역시 내 몫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다.
여느 아트랑 다른 포인트다. 기술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소통 능력까지 갖추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내면과 내실이 중요하다. 막상 낯선 사람의 얼굴에 화장을 하려고 가까이 가면 얼마나 긴장되겠는가? 하지만 경험치가 쌓여서 마음의 여유가 생겨야 비로소 상대방과 편안하게 소통하면서 아트를 펼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기술과 인성이 좋아야 하며, 누구를 만나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책도 많이 읽어야 한다. 그 어떤 아트보다 노력이 필요하다.
브랜드 정샘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누구나 지니고 있는 고유한 매력을 찾아준다. 각자의 아름다움을 비교할 필요가 없다. 그 다양성으로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 지금은 미의 기준이 편중되어 있는데,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그 고유함을 깨닫게 해주어 자존감 있는 뷰티를 끌어내고 싶다. 그래서 뷰티 클래스를 많이 한다. 일반 대중부터 유튜버, 블로거 교육까지. 최근엔 중국에서 뷰티 크리에이터 30명이 교육받고 갔다.
그렇게 교육에 힘을 쏟는 이유는?
특히 블로거나 유튜버는 몇백만 구독자를거느린 인플루엔서다. 지금도 스스로 잘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좀 더 전문성을 부여해주고 싶다. 그래야 함께 더 건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테니까.
최근 참여한 여성가족부 청년 멘토링처럼 현장에서 대중을 만나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아티스트로서의 소명감이기도 하다.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아름다움에 대한 건강한 생각과 인식을 나누고 알리는 것.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 주변에는 성형 의료 사고로 히스테릭해지거나 음지로 들어가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존감을 일깨워주고 싶다. 내 메이크업을 통해 성형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그게 바로 건강한 K-뷰티라고 생각한다.
◆ 정샘물의 K-뷰티 룩
한국에서 물광 피부 유행은 지났다. 투명하고 결점 없이 깨끗하되 보송하게 마무리한 피부에 촉촉한 입술을 표현했다. 내가 추구하는 건강한 K-뷰티 메이크업의 특징은 누구에게나 있는 선과 색, 질감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매력을 찾아주는 것이다.
1 정샘물 에센셜 물 크림 바르는 순간 크림으로 변하면서 피부에 철통 보습막을 씌워준다. 3만 5천 원. 2 정샘물 에센셜 스타실러 파운데이션 아티스트에게 메이크업을 받은 듯 입체적 윤곽과 윤광 피부를 완성해준다. 4만 2천 원. 3 모델 서유진이 입은 레이스 장식 톱은 시스템, 진주 장식 화이트 데님 팬츠는 질스튜어트 제품.
손대식&박태윤
트렌디한 감성을 대중화하다
하이 패션 월드의 잡지나 광고의 화보 촬영은 거의 이들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란다 커, 바바라 팔빈 등 세계적 톱 모델이나 스타가 한국에 와서 작업할 때 1순위로 러브콜을 받는 손대식(사진 오른쪽)&박태윤(왼쪽). 창의적 메이크업을 구현하는 작업을 오랜 기간 해오고, 하이 패션을 다뤄왔기 때문에 트렌디한 감성으로 똘똘 뭉친 이들은 ‘손앤박’ 브랜드를 론칭하며 그 세련된 감성을 대중화하는 일을 꾀한다. 최고를 고집하는 안목과 취향을 지닌 두 명이 함께 시너지를 발휘하며 한국의 멋과 색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우리는 각자최고만을 고집하고 디테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관과 취향이 비슷하다. 그러한 두 명이 만나 함께 제품을 만들고 한곳을 바라본다는 건 우리 듀오만이 지닌 최고의 강점이다.” _메이크업 아티스트 손대식
손앤박 브랜드를 론칭한 지 어느덧 5년째다. 어떻게 키워가고 있나?
손앤박은 먼저 아티스트인 우리를 알고, 마니아적 취향이 있어야 다가갈 수 있는 브랜드다. 제품이 뻔하기보다는 에지가 있기에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없으면 어렵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판매를 우선 순위에 놓지 않고, 브랜딩을 하면서 천천히 확장해나가려고 한다. 미국이나 홍콩 등 뷰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나라 위주로 진출한 이유다.(박태윤)
해외에서 체감하는 K-뷰티의 현주소는?
국력이 커져야 개인도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느꼈다. K-뷰티라는 현상이 생기더니 내 역량은 변한 게 없는데 해외에서도 우리를 인정해주더라. 10년 전 미국이나 일본에서 유명 아티스트가 왔을 때 우리가 그들을 우러러보곤 했는데, 이제 우리가 해외에 가면 그러한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얼마나 신기하고 감격스러운지 모른다.(손대식)
K-뷰티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한국 여성 특유의 감성이 막 과시해서 멋 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조금만 과하게 멋 내고 꾸미면 “오늘 뭐 했니?”라고 말들이 많으니, 그런 이야기를 듣는 걸 꺼려 한다. 백의민족 특유의 미적 감성이랄까. 한 듯 안 한 듯 멋 내려는 감성이 세계적 트렌드와 맞물려 선방한 것 같다. 지금 하이 패션도 컬러를 절제하고 미니멀하게 표현하는 게 트렌드다. 우리는 20년 전부터 ‘슈퍼 내추럴’을 추구했는데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피부 메이크업에 집중했고 물광 표현을 만들어냈다.(박태윤) 한국 여자만큼 미용에 대한 지식 수준이 높은 나라도 없다. 해외의 일반 대중은 클렌징도 일반 비누로 한다더라. 그 차이가 크다.(손대식)
K-뷰티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느낀 에피소드가 있나?
세포라 본사 팀과 촬영을 마치고 식사를 하는데, ‘손대식’이란 이름이 발음하기 어려운데도 또렷하게 불러주는 게 참 고맙더라.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손대식) 미국 중저가 색조브랜드의 글로벌 모델로 소녀시대 멤버 효연이 발탁됐는데, 예전 같으면 우리를 오라고 했을 거다. 그런데 이번엔 홍콩, 뉴욕에서 스태프가 한국으로 와서 작업했다. 자신의 크루만 중요하게 생각하던 콧대 높던 그들이 변한 거다. 이젠 작업할 때 우리 입장을 좀 더 배려해준다.(박태윤)
세계적 톱스타들과 작업을 많이 해왔다. 그들도 K-뷰티에 대해 이야기하는가?
최근 발망의 수석 디자이너인 올리비에 루스테인이 한국에 왔을 때, 첫 인사로 “왜 한국인들은 그렇게 피부가 좋아요?”라고 묻더라. 한국 여자는 가꾸는 데 관심이 많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박태윤) 또 하나, 뜻밖에도 한국이 청정 국가라고 생각하더라. 삼면이 바다고 둘러싸여 있는 홍보 영상 덕분인것 같다. 그래서 한국의 자연주의 제품을 선호한다.(손대식)
한국 여자가 피부 좋다는 인식에 동의하나?
피부가 정말 좋다기보다는 좋아 보이는 것처럼 화장하는 데 귀재다. “나 아무것도 안 발랐는데 내 피부가 투명하고 반짝반짝해”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 티가 팍팍 나는 풀 메이크업 대신 입술도 물들여서 거짓말처럼 내 입술인 것처럼 조금씩 트릭을 쓰는 걸 즐긴다. 이게 K-뷰티의 포인트다.(손대식)
K-뷰티가 실제로 영향력이 있다고 보나?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요즘 해외에 나가면 여자들 메이크업이 전과 다르게 절제미가 생긴 게 느껴진다.(박태윤)
K-뷰티에 대한 전망
나라가 전략적으로 한류라는 콘텐츠를 국책 사업으로 이끌고, 보조해주며 미래 사업으로 보고 있다. 그러니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손대식)
후배에게 조언 한마디
K-뷰티가 세계에 먹힌 이유는 한국 하면 떠오르는 메이크업이 있는 것처럼 정체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아티스트로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박태윤) 요즘 후배들은 골치 아프고 스트레스받으면 쉽사리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장인 정신의 가치를 알아야 할 것 같다. 쉽게 얻는 것은 없다는 걸 명심하며!(손대식)
◆ 손대식&박태윤의 K-뷰티 룩
한국에서는 이제 유행이 지났지만, K-뷰티 하면 촉촉한 피부 표현을 떠올린다. 그래서 도자기처럼 깨끗한 피부 표현에 집중했다. 한국 여성은 색조는 내추럴 아니면 진한 립을 선호한다. 그래서 전체적 색조를 자제하고 입술만 강조했는데, 하나는 베리 컬러 립, 하나는 오렌지 립을 연출했다.
1 손앤박 투웨이 립 초크 톡톡 두드린 효과와 정교한 표현이 모두 가능한 듀얼 타입 립 제품. 1만 8천 원. 2 손앤박 페이스 라이팅 앤 섀딩 얼굴의 윤곽을 잡아준다. 2만 6천 원. 3 왼쪽 모델 정혜린이 입은 화이트 원피스는 르베이지, 펀칭 디테일 슬립온은 플뢰브 by 라움에디션 제품. 모델 앙선아가 입은 톱은 르베이지, 화이트 컬러 팬츠는 오브제 제품.
사진 제공 설현(아큐브), 신세경(아토팜), 윤아(이니스프리), 전지현(일리), 최지우(Re:NK), 한효주(수려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