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아브A.AV)
“뻔하지 않은 묘미를 찾는 즐거움”
자신을 소개해달라.
브랜드 ‘아브A. AV(Another. Another View)’를 론칭한 지 3년째다. 지난 15년간 기업에 몸담고 있다가 더 늦기 전에 내 것을 해보고 싶어 마흔 살에 시작했다. 지난 시즌부터 서울 컬렉션 무대에 섰고,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에 매장이 있으며, 미국과 홍콩의 편집매장에도 진출했다. 남성복 위주의 브랜드지만, 중성적 느낌의 여성복도 만들고 있다.
남성복 디자이너로서 화이트 셔츠를 바라보는 시각은?
남성이 기대하는 셔츠와 여성이 기대하는 셔츠는 다른 것 같다. 기존 남성 셔츠가 굉장히 클래식하고 전통적인 예복, 격식을 추구한다면, 여성 셔츠는 청량하고 가볍고 깨끗한 이미지를 담고 있는데, 내 관점은 여성 쪽에 더 맞춰 있다.
A.AV 화이트 셔츠의 특징은 무엇인가?
옛것이 좋은 것이라는 ‘올디스 벗 구디스(Oldies but Goodies)’를 테마로 풀어내고 있지만, 단순히 전에 있던 것을 재현하는게 아니라, 옛것을 요즘에 맞게 재해석해서 선보이려고 한다. 화이트 셔츠를 예로 들면, 기존에 슈트 안에 입는 옷이라 여기던 셔츠를 과감하게 아우터나 재킷 대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뻔한 걸 원하지 않으니까.
기업에서 바이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한 경험이 있기에 대중의 취향을 아는 이른바 ‘촉’이 남다를 것 같다.
아무래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운 게 많다. 그렇기에 예술성과 상업성의 균형을 잘 맞춘다는 장점도 생겼고.
사람들의 화이트 셔츠에 대한 인식 변화를 느끼나?
SPA 브랜드가 생기면서 고품질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소비자들은 합리적 가격대의 기본 아이템은 여기서 구입하는 대신, 디자이너 브랜드에는 무언가 다른 게 있기를 기대한다. 실루엣적 변화, 다양한 활용성 등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
오늘 입은 화이트 셔츠를 고른 이유가 있는가?
아우터처럼 입을 수 있는 셔츠다. 내 시그너처 룩인 배기팬츠와 조화롭게 입을 수 있다.
평소에 화이트 셔츠를 자주 입나?
이런저런 격식 있는 자리에 갈 땐 한국적 사고방식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재킷은 과할 것 같다면 언제나 화이트 셔츠를 선택한다. 특히 여름엔 리넨 셔츠, 포플린 셔츠 등 다양하게 입는다.
화이트 셔츠를 세련되게 잘 입는 법을 알려달라.
좋은 스타일링의 감동은 서로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 조화롭게 소화해냈을 때의 파격에서 오는 것 같다. 셔츠도 그렇다. 포멀한 아이템은 캐주얼한 요소를 가미하거나 격식을 차릴 때는 살짝 풀어진 느낌을 주는 식이다. 또 배기나 와이드 팬츠와 함께 오버사이즈 셔츠를 입어도 멋스럽다.
무채색의 그래픽 패턴을 넣어 시크한 느낌을 가미한 셔츠와 서양화가 이정걸과 아트 컬래버레이션으로 완성한 예술적 감성의 셔츠는 아브.
홍혜진(더스튜디오케이the studio K)
“한계 없는 도전의 영역”
컬렉션 의상 중 셔츠에서 착안한 소매 디테일이 인상적이다.
옷의 기능성과 관련 있는 디테일을 디자인 요소로 사용하곤 한다. 이전 시즌에는 라펠을 모티프로 의상을 디자인 했고, 이번엔 셔츠다. 셔츠 소매 디테일을 사용했는데, 컬렉션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무언가를 더해 가치를 높이는 것(Added Value)’이 테마인데, 셔츠는 어깨에 걸치거나 들고 다니기만 해도 패션 액세서리로 손색이 없기에 주제에 적합하다 생각했다.
지금까지 디자인한 화이트 셔츠 중 가장 인기였던 제품은?
기장이 짧은 크롭트 셔츠, 셔츠 원피스 등 다양한 셔츠를 디자인했다. 예전에 옆에 달린 지퍼를 열고 닫음에 따라 실루엣을 넉넉하게, 또는 꼭 맞게 입을 수 있는 화이트 셔츠를 디자인했는데 인기가 좋았다. 지퍼가 가로 방향으로 달려 있어 아래쪽을 분리해 크롭트 셔츠처럼 입을 수 있는 제품도 베스트셀러였다.
오늘 입은 화이트 셔츠가 독특하다.
매 시즌 트렌드에 맞는 디테일을 적절하게 사용하려고 한다. 지금 입은 옷은 파자마 셔츠인데, 일반 디자인이 식상해 로브 숄칼라를 적용했다. 싱글이 아닌 더블 브레스티드 버튼 방식으로 재미를 주었다.
화이트 셔츠에 대한 시각은?
백지 같다. 디자이너가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도 언제나 잘 받아주는 존재랄까? 평소에도 셔츠를 좋아하는 편이라 작업하기가 쉽다. 또 화이트 셔츠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화려하고 과격한 스타일이 유행한 1980년대에는 셔링 장식, 허리를 조인 셔츠가 등장한 것처럼 요즘의 캐주얼 무드에서는 큰 아웃 포켓이 달리거나, 원피스처럼 입는 셔츠가 많더라.
가장 인상적이었던 화이트 셔츠는 어떤 것인가?
영화 <가타카>가 생각난다.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의상 제작에 참여했는데, 배우 우마 서먼이 칼라가 목 위로 올라오는 화이트 셔츠를 입고 거울 앞에서 의상을 점검하는 단정하고 엄격한 그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클래식과 모던, 양면성을 갖춘 화이트 셔츠의 매력을 잘 보여주었다.
평소 화이트 셔츠를 어떻게 즐기는가?
목이 드러나는 옷을 잘 입지 않는데, 만약 목이 파인 옷이라면 항상 안에 셔츠를 입는다. 셔츠의 단추를 모두 잠근, 딱 떨어지는 실루엣을 선호하는 편이고, 메종 마르지엘라의 화이트 셔츠를 즐겨 입는다.
화이트 셔츠 연출 팁을 알려달라.
일단 평소 입는 옷보다 한 사이즈 더 크고 허리 라인이 들어가지 않은 화이트 셔츠를 선택하라. 화이트 셔츠 위에 뷔스티에나 슬립을 입으면 예쁘기도 하면서 체형을 커버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화이트 셔츠 위에 얇은 소재의 슬립을 입으면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연출할 수 있을뿐더러 편안하면서도 드레스업한 느낌을 낼 수 있다. 다리를 드러내기 꺼려진다면 그 위에 바지를 입어도 좋다.
화이트 셔츠의 소매 디테일을 허리 부분에 적용한 반팔 셔츠 원피스와 어깨의 단추를 풀고 소매를 앞으로 묶어 슬리브리스 톱으로도 연출할 수 있는 화이트 셔츠는 더스튜디오케이.
- 화이트 셔츠의 모든 것 3 예술가의 하얀 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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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아브 #홍혜진 #더스튜디오케이 #화이트셔츠글 강옥진, 이재은 기자 | 사진 맹민화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