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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 정신
데님의 발명으로 인류의 삶은 질이 높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정관념과 격식을 깨뜨리기에 파격적이고, 무한한 스타일로 창조할 수 있기에 예술적인 데님의 자유로운 정신에 대하여.

왜 우리는 데님에 열광하는가
오늘날 데님은 디자이너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는 소재 중 하나다. 매 시즌 런웨이에서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변신한 데님을 마주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며, 2016년에도 데님은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데님의 진정한 가치는 트렌디한 멋 못지않게 실용적이라는 사실이다. 우선 데님은 선염사로 매우 질긴 소재다. 보통 날실에 감색사를 사용하고 씨실에 백색사를 사용해 능직으로 짜는데, 천이 강하고 내구성이 높기 때문에 가구・침대 등의 커버나 작업복에 주로 쓴다. 그러한 데님이 패션 아이템으로 승화한 것은 신의 한 수와도 같았다. 

1 청춘의 상징적 인물인 제임스 딘. 2 작업복으로 청바지를 입은 광부들. 3 청바지, 가죽 자켓, 바이크는 젊음의 키워드다. 4 리바이스 진도 섹시하게 소화하는 마릴린 먼로. 5 프리미엄진 트루릴리전의 2016 캠페인 비주얼.
데님만큼 다양하게 활용하는 원단이 또 있을까? 데님 하면 흔히 청색을 떠올 리지만, 어떻게 물들이느냐에 따라 검정・갈색・백색 등 표현이 다양해지고 또 하나의 색이라도 점층적 기법으로 표현할 수 있기에 창작의 범위는 무궁무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데님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색이 바래 고풍스러운 멋을 자아낸다. 이 부분이 바로 많은 디자이너와 패션 피플이 열광하는 점이다. 그래서 수많은 디자이너가 데님을 활용해 예술혼을 불태운다.

또 하나 데님이 지닌 가치로서 가장 핵심적 요소는 청춘이라는 문화 코드다. 21세기 데님은 프리미엄 진도 등장해 명품과 서민적 아이템의 경계를 넘나들지만, 역사적으로 데님은 프롤레타리아, 즉 노동자와 젊은이의 야성과 반항적 이미지를 나타내는 상징물이다. 특히 1960년대 제임스 딘이 주연한 영화 <이유 없는 반항>과 말런 브랜도의 <와일드 원>이 대표적 예로, 청바지는 자유로운 히피와 청춘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됐다.


영화보다 극적인 역사
세상에 청바지 하나 없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성공에도 불구하고 데님의 역사는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데님은 19세기 중반 이후부터 미국에서 급속도로 널리 확산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나마 위키피디아에서 찾은 데님 역사에 관한 자료에 따르면 데님이 대중적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1873년이라고. 어느 날 한 여인이 네바다Nevada의 제이컵 데이비스Jacob Davis라는 테일러에게 목수인 남편을 위해 내구성이 뛰어난 바지를 주문하면서부터다. 그때까지만 해도 광부나 트럭 운전사 같은 육체 노동자가 오래 입을 수 있는 의상이 없던 때로, 금방 낡고 해지는 옷을 새로 마련하고 또 마련하는 게 골칫덩이였다. 그러던 중 데이비스가 데님 직물을 이용해 청바지를 만들었고, 무엇보다 튼튼함과 내구성이 알려지면서 노동자층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건 당연지사. 그는 순식간에 2백 벌의 바지를 팔았다고 한다. 하지만 작은 도시의 수선사에 불과하던 그에게 늘어나는 주문은 감당하기에 역부족이었고, 그래서 도매사와 기술과 노하우를 제휴했으니, 그 기업이 바로 오늘날 굴지의 대표 청바지 브랜드로 성장한 리바이스다.

이렇듯 자유로운 활동성과 경제성 때문에 노동자의 작업복으로 만들어진 데님의 출신 배경이 남루하기 때문일까? 여전히 사회 일부에는 데님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기도 하다.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장소나 자리에 데님을 입으면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기는 보수적 시선이 존재하며, 정장 착용이 필수인 레스토랑에서 청바지를 입었다면 입장할 수가 없다. 그나마 데님의 소재와색, 디자인이 다양해지면서, 어떻게 스타일링하느냐에 따라 데님은 캐주얼과 포멀 룩의 경계를 허무는 추세다. 한마디로 전 세계 남녀노소 소득 계층을 막론하고 누구나 애용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6 드리스 반 노튼의 2016 봄・여름 시즌 룩. 7 랄프 로렌 데님 리키 드로스트링 백. 
두 가지 얼굴, 환경을 해치다
데님을 생산하기까지 수차례의 염색 과정은 필수기 때문에 청바지 한 벌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러다 보니 최근엔 생태계 발자국을 줄이는 친환경 데님 을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친환경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글로벌 스포츠웨어 사업부장인 헬레나 바버Helena Barbour는 “데님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사업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만드는 방식을 바꾸어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지난해 ‘데님 사업은 지저분합니다(Because Denim Is Filthy Business)’ 캠페인을 시작했다. 한편 에코 데님은 땅에 해로운 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으로 기른 목화에서 얻은 100% 유기농 순면을 사용한다. 데님 컬러를 바꾸기 위해 사용하는 표백, 모래분사, 스톤 워시를 거치지 않아 일반 인디고 데님 생산 과정에 비해 물 84%, 에너지 25%를 덜 사용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25% 줄여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크게 감소시키고 있다. 만약 전 세계 데님의 약 30%를 생산하는 중국이 친환경 유연제만 사용해도 매년 최대 75억 리터의 공정수를 절약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처럼 각지에서 데님 가공에 필요한 물과 자원을 절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실제로 기술의 진보와 함께 다양한 친환경 데님 가공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움직임의 진로는 소비자인 우리의 몫일 터. 데님의 환경친화적 행동이 필요함을 느끼고,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에코 데님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현명한 소비를 할 때 그 시장과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청바지는 길들이는 것
청바지의 태생적 목적이 잘 해지지 않는 작업복인만큼, 청바지는 지나치게 청결하게 관리하지 않는 게 정석이다. 실제로 청바지 대표 브랜드 리바이스의 사장인 칩 버그Chip Bergh는 “청바지는 가급적 세탁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밝힌 바 있다. 얼룩이 생겼을 때는 칫솔로 살짝 그 부분만 지우라고 말한 것. 좋은 청바지는 세탁기에 넣고 돌릴 필요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영국 청바지 제조사 하우트 데님Hiut Denim은 “청바지는 세탁하지 않는 기간이 길수록 예쁜 핏이 나온다”고 조언했다. 자주 세탁하면 청바지 특유의 자연스러운 주름이 생기며 색이 짙어지는 현상, 그러니까 빈티지한 멋이 사라지기 때문. 그래서 청바지는 ‘길들인다’고도 표현한다. 자신만의 무릎 자국, 가랑이 주름, 자연스러운 얼룩 등 오래 입다 보면 주인의 개성이 묻어나는 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탁을 안 하자니 찝찝하고 불결한 생각이 든다면? 청바지를 세탁할 때 지퍼와 단추를 채운 다음 뒤집어서 차가운 물로 세탁하는 게 좋다. 물 빠짐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 혹은 청바지의 변색을 방지하고 싶다면 청바지를 처음 샀을 때 하루 정도 소금물에 담가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소금과 물의 비율은 1:10으로, 평소 청바지를 세탁할 때도 마지막 헹굴 때 소금을 넣으면 워싱이 변형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세탁한 후 건조할 때에는 직사광선을 피해 시원한 그늘에서 말리고, 무릎 부분이 접히지 않게 거꾸로 매달아 바짓단이 위를 향하게 건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지를 거꾸로 말리는 이유는 세탁 시 청바지 길이가 줄어드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 마지막으로 청바지를 보관할 때는 접기보다는 둘둘 말아둘 것. 그래야 구김을 방지하고 핏 변형도 방지할 수 있다.

 참고 도서 <Denim Style>

#데님 #청바지 #리바이스 #청바지보관
글 강옥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