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대국인 동시에 전시 대국이기도 한 프랑스. 코린 모로 프랑스국제전시협회 사무총장은 “프랑스에서는 연간 4백50건가량의 국제 전시회가 열리며, 출품 업체는 15만 5천여 개, 연간 방문객은 1천2백여만 명”이라고 설명한다.
파리 포르트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사흘간 열린 패션 전시회 프르미에르 클라스.
특히 파리를 중심으로 한 일대는 2백 개 이상의 업체가 출품하는 전시회를 연 1백30건 개최해 이탈리아 밀라노(33회), 독일 뒤셀도르프(32회)를 크게 앞지르며 세계 최다 전시회 개최 지역이다. 하지만 작년 11월, 충격적 테러 이후 많은 사람이 걱정 어린 눈빛으로 파리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월 말 프랑스국제전시협회의 초청을 받아 가구 인테리어 박람회 ‘메종&오브제’를 비롯한 주요 국제 전시 몇 곳을 둘러보았다.
파리 남쪽 포르트 베르사유 전시장(Parc des exositions de la Porte de Versailles)에서는 1월 22일부터 25일까지 패션 전시회 ‘후즈넥스트Who’s Next’와 ‘프르미에르 클라스Premiere Classe’, 패션 주얼리 시계 전시회 ‘비조르카Bijorhca’ 그리고 ‘국제란제리전시회(Salon international de la lingerie)’ 가 동시에 열렸다. 각 전시장 입구마다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철저히 확인하고 가방과 소지품을 검사한 후에야 입장을 허락했다.
1 후즈넥스트에 참가한 크리퍼플랫폼. 2, 3 ‘패션의 미래’ 프로그램 본선에 진출한 15인의 젊은 예술가 중 프랑스 가죽 디자이너 에그조세와 영국 주얼리 디자이너 시멜 앤드 매든의 작품.
앞으로 10년간 주목받을 기성복 및 젊은 디자이너 브랜드와 창의적이고 트렌디한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후즈넥스 트, 그리고 신발ㆍ보석ㆍ가방ㆍ피혁 제품 등 패션 액세서리 컬렉션을 만날 수 있는 ‘프르미에르 클라스’. 재기 넘치는 영 디자이너들의 수많은 패션 창작물이 비즈니스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브랜드와 디자이너 그리고 바이어와의 충실한 가교 역할을 하는 이 전시회는 세계 각지에서 오는 바이어와 전문가를 위해 유통 전문가 클럽(Retail expert Club) 서비스, 전시, 콘퍼런스, 팝업 스토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그중 핵심 프로그램은 마르탱 르에르푀르 콩세이Martine Leherpeur Conseil와 공동으로 주관한 트렌트 포럼. 출품 업체들의 컬렉션을 총망라해 다가오는 겨울의 트렌드를 진단하고 제안하는데, F/W16-17의 키워드는 팝 게이머Pop Gamers, 웨스턴 바이커Western Bikers, 노 고 조너No Go Zoners.
후즈넥스트에 한국 브랜드 최초로 초대받은 플레이노모어의 샤이걸 백무엇보다 트렌드 포럼 섹션에서는 한국의 컨템퍼러리 패션 브랜드인 플레이노모어Playnomore(대표 김채연)가 트렌드를 이끌 브랜드로 초청받아 반가움을 더했다. 한국 브랜드로서는 처음으로 세계적 박람회에 초대받은 것. 론칭한 지 두 돌이 안 된 플레이노모어는 미국 유명 모델 미스 제이와 타이라 뱅크스가 착용하면서 입소문 나기 시작했다. 클래식한 디자인인데도 스팽글로 그린 위트 있는 캐릭터 덕분에 기분이 유쾌해진다. 후즈넥스트가 끝난 후 주최 측은 “총 4만 8천6백84명의 방문객을 유치해 전회 전시회에 비해 18%가 증가”했다는 우수한 성적표를 보내왔다.
4 프랑스 국제란제리전시회 ‘꿈의 정원’ 쇼에서 캣워크를 해 박수를 받은 여덟 명의 유방암 생존자. 5 국제란제리전시회의 ‘빈티지 서커스’ 쇼. 6, 7 커스텀 주얼리, 시계, 액세서리 전시회 비조르카.
매년 2회 개최하는 ‘프랑스 국제란제리전시회’는 란제리, 실내복, 잠옷, 수영 복 및 비치웨어, 양말 등의 품목이 출품되는데, 역시 여러 번의 위기에도 예년 수준의 참관객 수를 기록했다.이 전시회의 주최사인 유로베의 마리 로레 벨롱 사장은 “란제리 산업은 패션을 선도하는 프랑스 섬유ㆍ의류 산업 전체에서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산업”이라며 “특히 란제리 중 수영복 분야의 성장세가 가파르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의 전시 부스에는 마네킹이 아니라, 란제리를 입은 모델들이 바이어를 안내하거나 자사 브랜드를 홍보해 이색 풍경을 연출했다. 특히 패션쇼는 많은 바이어와 프레스에게 찬사를 받았다. ‘기분 전환’ 트렌드에서 영감을 얻은 ‘빈티지 서커스’는 마술과 행위 예술을 결합한 극적 이벤트였는데, 숨을 멎게 하는 광경, 에너지 넘치는 음악으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성실함’ 트렌드에서 영감을 받은 ‘꿈의 정원’ 쇼에서는 여덟 명의 유방암 생존자가 란제리를 입고 캣워크를 해 힘찬 박수를 받았다. 아름다움과 용기가 더해진 감동의 무대였다.
프랑스에서 개최하는 전시회 중 해외 방문객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1위의 전시는 매년 1월과 9월에 열리는 ‘메종&오브제(www.maison-objet.com)’. <행복>에서도 매년 기자들이 전시장을 방문해 인테리어 리빙 트렌드를 취재한다. 이번 박람회의 생생한 리뷰는 다음 페이지에서 상세히 전한다. 파리 외무성에서 기자단을 만난 마티아스 페클 프랑스 통상국무장관은 “파리 테러 사건 이후 경범죄는 20%, 소매치기는 30%가 줄었다”며 “우리는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다”고 힘주어 설명했다. 도시의 불안감은 아직 채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곳곳에서 열리는 다채로운 산업 박람회와 럭셔리 브랜드들의 전시가 전하는 에너지와 감동은 불안감을 덮기에 충분했다. 여전히 파리는, 패션과 문화의 중심지로 매력 넘치는 도시다.
취재 협조 프랑스국제전시협회(www.promosalons.com)